045. 퀀텀 점프 (1)
미국에 도착한 오오와다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사무실 한켠을 일본 식 고급 다다미 방으로 꾸며놓는 일이었다.
"나야 이렇게 해놓으면 좋으니... 상관 없지만, 대체 어디에 쓰시려고 이러시는지 영 이해가 안가는군."
그렇게 일주일간의 사무실 꾸미기가 끝나고 오오와다는 현지에서 뽑은 직원들과 곧바로 일을 시작했다.
'일본에서도 곧 직원들이 건너올테니... 바로 일을 할 수 있도록 바탕은 깔아 둬야지.'
오오와다의 성격상 아주 일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탓이었다.
그렇게 오오와다가 현지직원들과 한창 일을 하던 그 때, 오오와다의 품에서 아주 작은 진동이 느껴졌다.
태준이 소포로 딸려보냈던 시제품 휴대폰이었다.
"잠시 쉬었다 하죠."
"예. 사장님."
그렇게 오오와다의 말에 직원들이 잠시 기지개를 켜며 커피를 마시고 담소를 나누는 사이 오오와다는 회의실에서 빠져나와 사장실로 빠르게 들어와 태준의 전화를 받았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회장님."
"아닙니다. 바빴습니까?"
"하하... 솔직히 아니라고는 못하겠습니다. 일단 언어문제도 있고... 또 아직 사무실이 자리를 잡지 못해서요."
오오와다의 말에 태준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일 중독은 여전하네요."
"회장님께 그렇게 배웠으니까요."
"하하. 별 말씀을요. 그래서 직원은 뽑았습니까? 일본 쪽 직원들을 데려가면 영 녹아들기가 힘들텐데요."
"현지 직원 몇 명을 뽑기는 했습니다."
그 말에 태준이 흥미가 동한다는 듯이 물었다.
"어떤 사람들을 뽑았습니까?"
"가용 금액이 많으니 좋더군요. 현지 헤지펀드 출신 셋이 바로 넘어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폴 존슨이라는 친구가 기대가 됩니다.
뭐 친구라고는 하지만 회장님보다 여섯살은 더 많은 친구입니다."
오오와다의 말에 태준은 수화기 너머에서 흥미롭다는 듯 침음성을 냈다.
침음성의 이유. 그것은 존 폴슨이 일으킨 그 사건 때문이었다.
'요사이 참 기묘한 일을 많이 겪는군. CDMA의 원 주인인 퀄컴이 나와 함께하기로 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번에는 CDS(신용부도스왑)로 미국 경제를 박살내는 전략의 원 주인이 나한테 붙었다라.... 흐음...'
그렇게 태준이 침음성을 흘리며 생각에 잠겨있던 그때, 오오와다가 태준에게 걱정스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혹시 아는 사람입니까? 역대 커리어만 보고 과장급 직책을 줬는데..."
"아닙니다. 잘 하셨습니다. 그럼 얼추 인원도 꾸려졌으니 이 일을 맡겨도 크게 부담이 없겠군요."
"일 말씀이십니까? 어떤 일을..."
"금융가 이너서클에 들어가려면 그래도 실적이 좀 필요할 것 같아서요."
태준의 말에 오오와다가 황급히 전화기를 쥔 채 책상으로 뛰어갔다.
"예. 말씀하십시오."
"뭐...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니고, 이번에 소프트방코에서 제프 헨더슨을 LBO방식으로 사들이려고 하는 모양입니다."
"제프 헨더슨이면... 그 미디어그룹 말씀하시는 겁니까?"
"예."
태준의 담담한 말에 오오와다가 적던 펜을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소프트방코가 이번에 돈을 많이 만지기는 했지요. NCC Hub를 각 통신사에 납품하는 조건으로 딜을 성사시켜 만진 돈이 어마어마하니까요.
하지만.... 그래봐야 그 건으로 벌어들인 돈이 대략 5-6백억엔 정도일텐데 순이익이... 그 LBO를 승인해 줄 회사가 있겠습니까?"
"없지요. 상장도 아직 안한 기업인데요. 해서 우리가 해주려 합니다."
태준의 말에 오오와다가 놀란 눈으로 말을 이었다.
"잠시.... 잠시만. 제프 헨더슨이면 그냥 미디어그룹이 아닙니다. IT관련 미디어그룹 중에서는 전 세계 1위 그룹입니다. 제프 헨더슨 소유의 잡지 중에는 먼슬리PC라고 하는 포츈지 보다 더 수익율이 좋은 잡지도 있습니다."
"그렇다더군요."
"그런데 그런 기업을 소프트방코가 인수한다는게.... 먹으려다 체할 수 있습니다."
오오와다의 분석은 정확했다.
상장도 하지 않은 소프트방코가 인수한다 한 들 결코 버틸 수 없을게 너무나 자명한 상황.
그런 상황을 태준이 모를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너무나 터무니 없는 말이었기에 기어이 오오와다는 한 소리를 내뱉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태준의 침묵.
그 침묵 속에서 오오와다는 수화기 너머 태준이 왠지 웃음짓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망하게 하시려는 겁니까?"
오오와다의 말에 태준이 수화기 너머에서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럴리가요. 손사장님을 망하게 할 이유가 어디있겠습니까. 그 분이 어디 망하게 한다고 망할 사람입니까? 저는 그저... 손사장님의 능력을 믿을 뿐입니다."
담담한 목소리.
그 담담한 목소리가 왠지 오늘따라 무섭게 느껴지는 오오와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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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와다에게 손의정의 의뢰를 전달한 나는 곧장 PC통신 사업을 위해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그렇게 처음 간 곳은 역시나 연구소였다.
물적분할되어 QULAB으로 새롭게 태어난 유니버스 연구소의 남은 부분.
즉 컴공과가 주축이 되어 모여있는 2팀에게 새로운 오더를 내리기 위해서였다.
"PC통신 전용 단말기를 만듭시다."
"예?"
"어차피 PC통신이라는게 유닉스 터미널을 이용하여 텔넷에 접속하는 거잖습니까?"
"그렇..죠? 모든 회사에 다 무슨무슨텔이 들어가는 것도 그래서구요."
"단, 우리는 고 사양의 PC통신 전용 단말기를 만들겁니다. 회선도 전용선을 쓸 거고요.
처음에는 구리선으로 선을 설치하게 될테지만, 이후에는 미국에서 실험중이라든 광케이블로...."
그렇게 내가 프로젝트의 개요를 설명하자 연구원 중 하나가 손을 들어 말했다.
서울대 출신 연구원 김성주였다.
"광케이블은 지금 있습니다. 미국에서 실험중이라는 광케이블이라면 유리로 만든 구형이 아닌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신형을 말하는 걸 겁니다."
그 말에 나는 놀란 눈빛으로 김성주를 바라보았다.
계속해보라는 손짓을 하자 김성주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브리핑을 시작했다.
"현행 광케이블은 tv케이블로 사용중인 동축혼합 HFC가 있고, 순수광케이블 네트워크라면 몇 년전에 40여 km정도로 실험 매설된 구간이 있기는 합니다....만,
역시나 문제는 가격입니다. PC통신을, 그것도 전화선이나 tv케이블이 아닌 순수 광케이블로만 전 네트워크를 구성한다면 가격이 상당할 겁니다. 국산도 있지만...쓰기에는 아직 그 평이 좋지 않기도 하구요.
생산기술이라는게 기술적 발전이 더딘 만큼, 소장님께서 세우신 계획대로 되려면 적어도 앞으로 10년은 더 필요합니다."
그 브리핑에 나는 고개를 살짝 끄덕여주며 말을 이었다.
"돈 문제는 회사에게 결정합니다. 그럼 김성주 연구원의 말에 따르면, 기술적으로는 지금 충분히 구축이 가능하다... 이 말이군요?"
"기술적으로도 무리입니다. 지금 현재 매설된 구간도 비용문제로 인해서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연구용으로 사용중인 것이 전부입니다.
그 마저도 음성송신용으로 가설된 것이죠. 만약 가설을 하신다면 통상 케이블 매설보다 훨씬 더 두꺼워지게 됩니다. 그 만큼 관로가 두꺼워지게 되는 것이구요.
분배할 때도 그 대역폭을 유지하기 위해서 별도의 선을 따야할 겁니다."
그 말에 나는 활짝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럼 계획을 앞당겨도 되겠군요."
"네?"
"어쨋든 된다는 말 아닙니까. 기술적으로 불가능 한게 아니라는 말이죠. 두꺼워진다는 것도, 대역폭을 늘리기 위해 회선을 많이 쓴다는 말 아닙니까? 그럼 되는 것이지요."
그렇게 내가 김성주의 말을 일축하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김성주가 머리를 긁적이며 도로 제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김성주가 다시 자리에 앉자 나는 곧바로 오더를 내리기 시작했다.
"일단 여러분은 제가 말한대로 고사양의 pc통신 단말을 제작해주세요. 정확히는 QULAB쪽에 넘길 기술 요구사항 정도만 만들어주면 됩니다.
보급용으로. 인터넷 시스템을 언제든 거기에 얹어 사용할 수 있도록, 요구 스펙만 제대로 맞춰주세요.
그런 다음 전용망 PC통신 시스템을 구축하면 하고, 그와 동시에 인터넷 브라우저용 검색엔진을 개발합니다."
"검색..엔진 말씀이십니까?"
"예. 각 페이지를 모두 자동으로 크롤링 해 인덱싱하는 방식으로 구현하면 될겁니다.
일단 인덱싱 기술의 경우 완료되는 대로 우리가 서비스할... 가칭이긴 하지만, '유니버스 넷플래닛'에 시범 적용하면서 테스트 할 예정이니 그에 맞게 준비해주시고...
PC통신용 텔넷에서 작성된 모든 데이터들은 인터넷 서비스가 개시되고 나면 그대로 포팅해서 적용시킬 예정이니까, 그에 맞게 웹페이지도 설계해주시면 되겠습니다."
그렇게 내가 계획을 빠르게 정정하며(사실 정정이랄 것은 없었다. 원래 그렇게 하려고 했던 것이 좀 더 앞당겨졌을 뿐.) 설명을 하자,
주변 연구원들의 눈초리가 홱하고 김성주를 향해 돌아갔다.
'너 때문에 일이 빡세졌잖아'라고 하는 눈치.
그런 주변 분위기에 나는 슬쩍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일이 버거울 수도 있을 것 같아, 곧 인원 확충을 준비중입니다."
"인원확충이라면..."
"기왕하는 인원 확충...여러분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실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개발사 하나를 인수하려 합니다.
그렇게 해서 남은 유니버스 연구소를 완전히 폐쇄하고 해당 개발사와의 통합을 추진중입니다."
그 말에 연구원들의 눈빛이 원망에서 환호로 바뀌는 것이 느껴졌다.
"물론, 별도의 스튜디오를 차리고 싶으신 분들....
예를 들면 광섬유에 대해 지적해준 김성주 연구원이라던가, 손재겸 연구원과 같은 분들에게는 크게 도움이 안되는 이야기겠지요.
해서 이번 프로젝트가 마무리 되면 그런 분들의 스튜디오 설립도 도와줄 예정입니다."
그 말에 김성주와 손재겸의 표정 역시 밝아졌다.
나는 그런 그들을 보며 마저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다들 열심히 해줬으면 좋겠군요."
그렇게 내가 설명회에 준하는 오더를 내리고, 독려까지 하고 나오려는 순간, 손재겸 연구원이 손을 들어 말했다.
"서비스 전 테스트는 지금 연구소 내에 있는 서버로도 충분합니다만... 문제는 서비스 이후입니다.
사용자가 만 단위 이상 들어나면, 서버를 새로 증설해야 하는데.... 차라리 지금부터라도 서버를 새로 증설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 말에 나는 방에서 반쯤 나가있던 몸을 돌리며 박수를 짝 하고 치며 말을 이었다.
"데이터센터를 잊었군요."
"네?"
"어차피 종합통신사로 나가려면 필요한 작업이긴 했습니다만...
일단 서버자체는 그렇게 대단한 규모로 사용되려면 한참 멀었습니다.
일단은 가건물 몇 동 더 세워서 서버를 추가 구축하는 수준에서 시작하도록 하죠. 예산 문제는... 신경쓰지 마시고 필요한 장비 모두 구매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손재겸이 내 답변을 듣고 물러나려고 하자,
"아, 잠시."
나는 손재겸을 불러세워 귓속말을 했다.
그렇게 손재겸에게 귓속말을 하고 완전히 방에서 빠져나오자, 문 밖에서 기다리던 민영이 말을 이었다.
"무슨 말씀을 건네셨기에 손재겸 연구원이 저렇게 밝은 표정을 지어보이는 건가요...?"
"이번일 잘 끝내면 포상으로 일본 게임사 쪽도 인수할 의향이 있다고 말해줬습니다."
"예?"
"좋은 당근이죠?"
내 말 뜻을 이해 못한 민영이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이해하기를 포기하고는 다시 본인의 업무로 돌아갔다.
"제2이동통신사업자 건은 무산된 겁니까?"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
아마도 본인이 손대는 일 마다 자꾸 무산이 되니 속이 상한 모양이었다.
"번번히 자꾸 빼앗기기만 하네요. 판교건도, 이동통신사건도."
"마냥 빼앗긴 건 아닙니다. 주고 받은게 있으니까요."
"주고 받은 것...?"
"한국이동통신의 정부 지분을 인수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덤으로 지하관로 사업권도요. 그걸로 사업을 빠르게 확장시켜 보려고 합니다."
내 말에 다시 신이난 표정을 지어보인 민영이 말을 이었다.
"그럼 다시 한국이동통신 매집에 들어가면 될까요?"
"예. 어차피 정부 보유 지분을 우리가 한 번에 매집하기로 했으니까, 지분을 최대한 매집 한 뒤에 상장폐지 공고 내버리죠."
"아예 자회사로 두실 생각이신가보군요."
그 말에 나는 전생의 모 회장이 말한 말을 인용하며 민영에게 말했다.
"돈이 많으니까요. 뭐하러 남의 돈으로 사업해서 남의 돈 불려주는 일을 하겠습니까.
아, 그리고 슬슬 태준 전자에서 공고가 나왔을 겁니다. 태균전자 주식도 매집 시작하세요."
"알겠습니다."
척하면 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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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준이 한국의 통신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힘쓰는 것처럼,
손의정도 자신의 꿈을 위해, 오오와다도 자신의 욕망을 위해 안간힘을 쓰며 고생하던 그 시기.
태준이 뿌려놓은 함정에 걸린 태균그룹은 내홍을 겪고 있었다.
"지배구조에 변화가 있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김두혁 회장의 호통에 박승철 이사가 옆구리에 끼고 있던 책처럼 두꺼운 보고서를 한손으로 받혀들고 마킹된 페이지를 열며 말을 이었다.
"석훈 도련님께서 이번에 60억 규모로 태균전자의 지분을 사들였습니다. 한번에 주식이 이동한 것을 보면 뒤에서 시기를 조율한 듯 싶습니다. 전자 지분의 23%가 넘어갔습니다."
"그럼 석훈이가 아예 태균전자를 먹었다... 이 소린가?"
"예. 그리고 그 계약이 체결됨과 동시에 태균전자의 특허권이 모두 태준도련님의 QULAB으로 넘어갔습니다. 모두 같은 날 진행된 일입니다."
박승철 이사의 보고에 김두혁 회장이 인상을 쓰며 말을 이었다.
"특허권 이전에 대한 공시가 석훈이의 지분 인수 이후에 일어난 것이란 말이지...?"
"예. 그 말인 즉..."
"계약을 먼저 했다는 이야기지. 특허권 양수도계약을."
"예. 그리고 그 대가로...."
그렇게 다시 촤르륵 넘어가는 보고서들.
그 보고서의 한 중간 페이지로 시선을 옮긴 박승철 이사가 말을 이었다.
"여기. 보시면 그 공시와 동시에 물산 지분 10%에 해당하는 주식에 대한 취득도 공시가 이뤄졌습니다. 이 역시..."
박승철 이사의 보고 안에 들어있는 진짜 정보.
김석훈의 반란.
그것을 모를리 없는 김두혁 회장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결국 태준이가 모든 일을 꾸몄다는 말이군. 석훈이 놈이 제 능력으로 이런 미친 짓을 할 수 있을리가 없으니까."
"예. 아무래도 돈도 태준 도련님의 주머니에서 나온 모양입니다."
그 말에 김두혁 회장이 침묵하며 머릿 속으로 뭔가를 계산하기 시작했다.
방 안에 내려앉은 침묵을 깨는 것은 오롯이 탁탁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기계식 괘종시계 분이었다.
그렇게 초침이 몇번이나 제자리 돌기를 하고, 분침이 한 바퀴에 거의 가깝게 돌아간 시간이 지나고,
김두혁 회장이 말을 이었다.
"결국... 나 17%, 석현이 10%, 석훈이 9%, 석민이 5%에 순환 출자구조로 전자가 가지고 있던 물산 주식 5%에 이번에 전자가 추가로 확보한 지분 10%가 더해지면 사실상 우리쪽 우호지분 32%대, 석훈이쪽 우호지분 24% 싸움이겠군.
개인 주주를 누가 더 잘 설득시키냐의 문제겠어."
"예. 하지만 문제는 전자 자체가 부실화 되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전자가 가진 물적자산은 그대로인데, 지적재산이 제로에 가까워져서 생산할 때마다 태준도련님의 QULAB에 돈을 가져다 줘야하는 구조가 되어버렸습니다.
지금 당장은 티가 안나지만... 장기적으로는 전자에 손해가 누적되면서 분명...."
김두혁 회장이 놓친 부분을 박승철 이사가 지적하자.
김두혁 회장이 갑자기 씨익 웃더니 박장대소를 하기 시작했다.
"으하하핫....하하하하하핫...! 하하!"
그렇게 한참을 웃은 김두혁 회장이 말을 이었다.
"태준이놈 아주 머리를 자알 썼어. 대단해."
"그게 무슨...."
"태준이 놈이 지 애비 목을 내리 친게야."
"예?"
그렇게 박승철 이사가 영문을 모른채 고개를 갸웃거리자 김두혁 회장이 말을 이었다.
"전자가 부실화 되었다고 했지?"
"예. 하지만 우리 출자구조에서 전자가 중간고리 역할을 하기 때문에 쉽게..."
"그래. 그걸 노리고 설명했겠지. 태준이 놈이 지 애비에게. 하지만... 하나는 말을 안한게야."
"하나라니 대체...."
"합병을 물산이랑 하라는 법이 어디있나?"
그 말에 박승철 이사가 '아'하고 감탄사를 내뱉고는 말을 이었다.
"물적분할했던 상사를 끼워서 다시 재 합병한다면...?!"
"아니지 이 사람아. 상사에 전자를 넣어야지.
애초에 물산에서 상사를 물적 분할한 것이었으니 핵심 지분구조가 물산하고 같지.
그것도 태준이에게 10%지분을 떼주기 전의 구조랑 같다... 이 말이네.
여기다 합병비율을 시총규모랑 엇비슷하게 맞춰서... 9:10정도로 한다고 하면, 전자 주식 10주가 상사주식 9주가 될테니...
계산해보면 대충 나 23%, 석현이 11%, 석훈이 15%, 석민이 3% 정도로 마무리가 되겠지.
그렇게 되면 상사가 가진 합병법인이 물산주식 10%를 가지고 있어봐야, 결국 대주주인 내 의결권 없이 물산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게된다 이 말일세."
그 말에 박승철 이사가 입을 쩍 벌리고 서있자, 김두혁 회장이 허탈하게 웃음짓고는 말을 이었다.
"태준이 놈이 앙큼하게 지만 득보는 장사를 하고 도망가버린게야. 석훈이 놈은 지 아들 놈이 던진 미끼를 물어버린거고. 거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