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쓸어담는 재벌가 서자-44화 (44/200)

044. 손 요시마사 (3)

태준의 제안을 받은 손의정은 밤새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10%를 투자하는 것이야... 그래 어쨌든 회장님도 대주주인 만큼 그런 결단을 내리 실 수는 있어. 그런데... LBO라니.... 이걸 어떻게 생각해야 하지?"

LBO.

말은 거창하지만 결국 돈을 빌려주겠다는 것이다.

금융기법이니 뭐니 하며 이리저리 말을 돌려도 결국엔 대출인 것이다.

"그것도 그냥 대출이 아니라 사채지."

여기서 중요한 것은 회사명의로 들어가는 대출이 아니라는 점이다.

태준이 10%에 해당하는 투자를 대주주의 입장에서 해주겠다고 한다면,

또 다른 대주주, 정확히는 비공개회사의 오너인 손의정 역시 그 비율만큼의 투자를 해야하는 것이다.

즉, 여기서 말하는 태준의 돈은 오롯이 손의정 개인에게 빌려주겠다는 말과 같다.

"LBO로 대출과 인수가 진행이 된다면, 인수하고 불필요한 자산을 처분함으로서 채무관계를 해소할 수 있기는 한데... 문제는 그게 몇 푼이나 되겠냐는 점이겠지. 도축하고 남은 호루몬(放るもん; 버리는 것)인데... "

결국 태준의 '훨훨 날아오르라는 말' 속에는

'끝까지 잘 날아올라야 할 것'이라는 경고도 포함된 셈이었다.

"거참 회장님.... 무서우신 분이었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한 끝에 손의정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더니 이내 자신의 사무실 한켠에 놓인 핸드밀과 원두를 가져왔다.

가악가악.

원두 갈리는 소리가 조용히 방안에 퍼졌다.

그렇게 한참 원두를 갈던 손의정은 드리퍼와 컵을 가져온 뒤, 필터를 놓고 아까 간 원두를 살살 털어넣은 손의정은 뜨거운 물이 끓는 포트를 들고와 살살 물을 붓기 시작했다.

폭발적으로 터지는 커피향.

그 커피향을 즐기는 것인지 손의정은 차분히 물과 만나 부불어오르는 원두를 지켜보았다.

"빵빵하네."

원두에서 물이 빠져나가고 빵빵해진 커피도 다시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하자 손의정이 드리퍼를 옆으로 치우고는 밑에 깔린 컵을 들어 향을 맡고는 혼잣말을 내뱉었다.

"일단은 조짐이 좋네. 커피도 빵빵하게 부풀었고...."

-씁

"맛도 좋고."

그렇게 손의정이 커피를 책상에 내려놓고 창 밖을 보자 저 멀리 동이 트고 있었다.

"판을 아예 키우면 버티실 수 있으려나...? 김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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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의정이 태준의 제안에 한참을 잠 못 이루던 그 밤.

태준 역시 다른 이유로 잠을 청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말 그대로일세. 지난번 약속한 제2이동통신사업자 선정. 그거 양보 좀 해줘야겠어."

"어째서입니까?"

늦은 밤 청와대로 부터 걸려온 전화에 나는 인상을 쓰며 말을 이었다.

"어째서라니... 몰라서 묻나? 자네가 설립한 한미 합작연구소 QULAB 때문이지.

CDMA 원천 기술을 가지고 상업화까지 이제 목전인데, 거기다 자네가 통신사까지 가지게 되면, 사실상 한국의 이동통신시장은 전부 자네 손에 넘어가는 셈 아닌가?

이제 막 개방을 하려던 차에 그래서는 안되니 하는 말 아닌가."

그 말에 나는 분노를 참고 참으며, 마치 총을 든 아이를 잘 어르고 달래듯 말을 이어나갔다.

"그게 무슨 뚱딴지 같은 말씀입니까. 성적이 좋으니 원래 있던 것도 내놓아야 한다는 말씀입니까?"

"정확히 말하면 원래 있던 것은 아니지. 일종의 지원금조로..."

"지원금이라 하셨습니까? 애초에 그건 거래의 일환으로 제가 받게된 것 아닙니까. 판교에서 나올 이득, 미래비전, 신사업동력, 그 모든 것을 정부에 가져다 바치고 얻은 거래품목인데 그걸.....!"

그렇게 내가 결국 성을 내며 말하자 노대호 대통령이 침음성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나도 알지. 나도 아는데, 상황이 좋지 않게 돌아가는 것을 어쩌겠나?"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는 말씀해주실 수 없는 겁니까?"

"그건....! 후... 어차피 비화로 하고 있으니 상관 없겠지. 야당에서 문제제기가 있었어."

"야당이라면... 김태충 의원을 말하는 겁니까?"

"귀신이군. 그래. 그 꼬장꼬장한 노인네가 자네에게 약속한 제2이동통신사업자 선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오늘 청와대 오찬에서 말했네."

그 말에 나는 머리를 감싸쥔채 말을 이었다.

"어째섭니까?"

"자유시장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을 자네가 어기고 있다고 하더군."

"관이 개입하는건 원칙을 지키는 것입니까?"

"독점. 독점기업일 경우에는 관이 개입을 할 명분이 생기지."

"아직 독점기업도 아니지 않습니까? 거기다, CDMA기술은 제가 가지고 있던 대전 연구소에서 만든 기술입니다.

상용화와 판로개척을 위해 퀄컴과 연계한 기술이지요. 특허 출원자도 그래서 유니버스로 되어있는 것 아닙니까?"

"알지 알아. 하지만 독점 기업이 될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 아닌가? 국민의 복리증진을 위해서는...."

그 말에 나는 후 하고 한숨을 내뱉으며 내 머릿속에 폭발 직전까지 들어찬 증기를 빼고는 말을 이었다.

"애초에 특허라는 것이 인류의 복리 증진을 위해 힘쓴 개발자에 대한 보상이죠. 기술 개발을 독려하기 위해서. 그러니 한시적인 독점권을 부여하는 것이고요.

그 제도의 연원을 생각하면 제가 기술을 개발한 것을 빌미로 독점기업이 될 우려가 있다며 태클을 걸고 들어와선 안되지 않습니까?"

"그 이야기 김응삼 총재도 똑같이 했네. 안 먹히더군. 태생이 빨갱이라...."

엄밀히 말하면 김태충의 노선은 공산당을 추종하는 빨갱이가 아닌, 보수자유주의 성향에 가까운 인물이었기에, 노대호 대통령의 김태충에 대한 비하에 동조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저 말에 십분 동감할 수 밖에 없네. 상황이. 젠장. 진짜 적화통일을 바라는 빨갱이라면 증거라도 잡아 안기부에 넘겨버리면 그만인데 그렇지도 않으니....'

그렇게 내가 속으로 분통만 터뜨리며 침묵하자 노대호 대통령이 말을 이었다.

"그런데 나도 주기로 한 것을 주지 않으면, 면이 서지 않는다는 말이지.

거기에 다른 두 김도 자네의 업적을 보고선 자네의 계획을 틀어버린 것에 미안함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해서 말인데.

자네 이참에 한국이동통신 인수할 생각은 없나? 기업공개 되자마자 안 그래도 돈을 어마어마하게 쏟아부었다면서.

새로이 이통사를 만들 수는 없지만, 기존에 있던 이통사를 주겠다는 말이네. 이건 김태충이 반대를 할 수 없을테니 말일세."

그 말에 나는 잠시 생각에 잠길 수 밖에 없었다.

내 계획대로라면 제2이동통신사업자 선정을 받은 뒤, 주파수 경매에서 황금주파수를 얻어 낸 뒤 소규모로 사업을 진행하다가 한국이동통신을 먹어치우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면 01X번호를 두 개를 가진 셈이 되니, 010 번호가 나오기 전까지 번호만으로 브랜드 가치를 급격히 올릴 수 있으니까.'

그런데... 여기서 만약에 제2이동통신사업자 선정을 안받고 한국이동통신을 그대로 인수하게 된다면....?

010 시대 전까지 한 시대를 풍미하는 브랜드 하나를 잃게 되는 것이다.

'브랜드만 잃게 되는 게 아니라, 가용 주파수도 날려버리니 손해가....'

그렇게 한참을 계산하던 나는 머릿속을 스쳐간 한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리고는 말을 이었다.

"지금 그 말씀 책임질 수 있으신 겁니까?"

"물론이네. 신사업 승인은 여러모로 걸린게 많으니 눈치 볼 것도 많지만, 어차피 민영화로 내놓은 사업은 눈치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지 않은가.

한국이동통신의 정부보유지분을 모두 자네에게 넘기겠네. 단, 값은 적당히 잘 쳐줘야 할 거야. 내 쪽도 손해는 보지 않아야 하니까."

"꽤 큰 제안입니다만, 그래도 제 손해가 막심합니다. 후발주자 이득을 놓치게 되지 않습니까?

CDMA기술이 나온 마당에 TDMA기술, 그것도 구세대 기술을 쓰고 있는 한국이동통신의 설비를 그대로 유지비 내며 가지고 있어야 하고,

CDMA를 서비스 하려면 추가적인 설비 투자도 이뤄져야 하는데 제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 너무 크다는 생각은 안하십니까?"

"균형추가 안 맞다 이건가?"

"안 맞다 뿐인가요. 이건 완벽한 제 손해입니다."

"그럼 자네가 한 번 균형추를 맞춰보게."

그 말에 나는 살짝 운을 띄웠다.

"어차피 곧 있으면 국제 전화 시장도 개방하지 않습니까? 그럼 그거라도 하나 주시죠."

"음.... 그건 중소기업들 대상으로 개방 예정이라 어렵겠는데....? 자네 회사 비공개 기업이지만, 일단 규모는 대기업 아닌가?"

"그러면 지하관로 사업권을 하나 내주시죠."

"지하관로 사업권...?"

전혀 의외의 것을 들었다는 목소리로 말을 하는 노대호 대통령에게 나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예. 전용선으로 PC통신 사업을 해볼까 합니다."

겉보기엔, 그리고 내 전략 전체를 모르는 상황에서 보기에는 요구하는 것이 꽤 쪼그라든 상황.

노대호 대통령은 큰 웃음소리를 내며 호탕한 목소리로 내게 말을 이었다.

"그 정도야 해줄 수 있지."

"전에도 그렇게 말씀하셨지만... 안 된 것 아닙니까?"

그렇게 내가 비식비식 새어나오는 웃음을 틀어막으며 억지로 만들어낸 음울한 목소리로 말하자,

내 마음이 바뀔 것을 우려한 것인지, 노대호 대통령이 황급히 말을 이었다.

"걱정 말게 이번에는 틀림없이 해줄테니. PC통신이야 사업자도 많고... 지하 관로 사업권...은 특혜이긴 하지만, 이번 건에 비하면 그리 큰 건도 아니니까.

실제로 가지고 있는 회사도 공기업이긴 하지만 꽤 있고, 그 마저도 곧 민영화 들어가면 다 민간에 돌아가는 사업권 아닌가.

그 정도 사업권 하나 내주는 건 식은 죽 먹기일세. 그럼... 자네, 제2이동통신사업자는 포기한 걸세?"

"예. 이번에는 진짜 저한테 빚지신 겁니다. 대통령 각하?"

"알겠네. 알겠어. 거 참. 이번에 자네가 양보해준거 내 잊지 않겠네. 멀리 보고 가야지 우리."

장장 여섯시간 동안 이어진 전화의 끝은 그렇게 겉보기에는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끝이 났다.

'겉보기에는... 말이지.'

그렇게 전화를 끊은 나는 다시 한 번 머릿속 계획을 끄집어 내어 방금전 떠오른 계획의 수정안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한국은 통신시장 개방 압력을 이겨내지 못한다. 제2이동통신사업자 선정은 일종의 전초전에 불과하니... 여기서는 한발 양보하고 다음 차기 통신 개방을 노리는 걸로 가야겠어."

옆에서 비워지는 커피를 담고 있던 종이컵이 쌓일 수록,

내 수정안의 전략도 점차 쌓여나가기 시작했다.

"어차피 곧 있으면 국제전화시장도 개방될 것이고, 좀 더 기다리면 여기서 인터넷 사업도 진행할 수 있을거고....

이때를 노려서 아예 모든 통신사업을 모아서 진행하는 종합통신사로 가는거지. 그러기 위한 지하관로 사업권이기도 하니 뽕을 뽑아야지. 이참에."

그렇게 쌓이고 쌓여나간 전략은 이윽고,

"지하관로 사업으로 PC통신 전용선을 설치한다고 하면서 미리 동축케이블 깔아두고 있다가,

미국에서 실험중이라는 광케이블이 대량 생산에 들어가면 곧바로 고속 인터넷 시대로 전환해버리면 다른 회사들보다 훨씬 빠르게 인터넷 시대를 열 수 있을거야.

광케이블 확보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 5~7년정도 당길 수도 있겠네. 고속 인터넷이 완비되는 순간... 세상은 뒤집히는 거지.

이참에 소프트웨어 쪽 업체도 알아봐야겠네. HTS만들어서 증권사에다 팔아먹어야 하니."

내가 살던 저 먼 미래까지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런 다음 미리 보급된 단말기 스펙을 인터넷 사양에 맞춰서 뿌려버리고, 해당 단말기의 홈페이지를 우리쪽에서 만든 포털로 고정시켜버리면....?

당신네들이 어찌할 새도 없이 내가 한국의 인터넷 시장을 다 먹게 된다... 이거지.

거기다... 일본 통신사들도 대거 합종연횡하는 시기가 90년대 후반에 오니까... 이 틈에 일본 쪽 통신사까지 사두면 딱 떨어지겠네."

한참을 날아간 생각이 이윽고 플랫폼 경제의 끝판왕 격인 포털사이트에 대한 것까지 닿자 나는 급격한 피로감을 느끼고는 기지개를 켰다.

"PC통신이나 하던 시대에 초고속 인터넷망. 거기에 포털사이트까지. 이대로만 되면 돈이 문제가 아니겠는걸?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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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밤을 새가며 완성한 대전략이 적힌 종이를 정리하며 잠자리에 들려고 하던 그 때, 손의정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른 아침부터 죄송합니다."

"아뇨 괜찮습니다. 내내 깨어있었으니까요."

"하셨던 제안, 받아들이겠습니다."

"잘되었네요, 그럼...!"

그렇게 내가 오오와다가 미국에 나가있음을 알려주려던 그때, 손의정이 내 말을 끊고 들어오며 말을 이었다.

"단, 회장님께서 대주주로서 투자하신다는 그 돈은 받지 않고, 오롯이 소프트방코와 랜더스 사이의 계약으로서 LBO를 받고 싶습니다."

그 말에 나는 손의정이 내가 파놓은 함정을 눈치챘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LBO라는 이름으로 포장은 해뒀지만, 본질은 사채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군. 하긴 이 정도도 못했다면 나도 꽤 실망했겠지.'

물론 그렇다고해서 아쉬워 하진 않았다.

손의정이 아무생각 없이 당해주면 좋았겠지만, 이렇게 내 전략을 깨닫고 피해갔다 한들....

'하지만, 피해가는 방법이 틀렸어. 컴덱스를 인수하고 상장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LBO에 들어간 돈을 갚겠다는 심산인 것 같은데... 쉽지 않을 거야.'

제대로 된 해법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안 그대로 대통령 전화때문에 짜증이 치밀었는데, 손의정이 이렇게 나와주니 고맙네.

아예 안 한다고 하거나, 상장 이후에 한다고 했으면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 하겠다고 나서주니 얼마나 기특해.'

그렇게 나는 순수하게 기쁜 마음으로 손의정에 결정에 박수치며 말을 이었다.

"하하. 잘 결정하셨습니다. 하긴 어차피 자본을 조달할 것이라면 소프트방코 입장에서는 아예 전적으로 차입을 통해서 인수하는 편이 여러모로 낫지요."

"예. 괜히 회장님께 불편을 드리고 싶지 않아 이렇게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불편이 아니라 이득을 드리고 싶지 않아겠지. 뭐, 그래봐야 내 돈을 받아 쓰기로 한 이상 손의정 당신은 내 손아귀에 들어온거야.'

손의정의 말에 내가 허허 웃기만 하며 속으로 만족스러워 하고 있던 그 때, 손의정이 말을 걸어왔다.

"해서 이 참에 먼슬리PC의 완전 인수까지 한 번에 진행하고 싶은데... LBO규모를 확대해도 되겠습니까?

어차피 인터롭도 먼슬리PC를 가지고 있는 제프 헨더슨의 전시회부문 사업일 뿐이니 아예 제프 헨더슨 자체를 인수해서 필요한 부분을 쪼개 가지고 나머지는 팔아치우는 방식으로 일을 처리해볼까 합니다."

"물론입니다. 그럼 얼마나 들어가는 겁니까?"

"8억달러 입니다."

예상보다 확 뛴 규모.

그 규모에 나는 손의정이 무슨 생각으로 일을 이렇게 키운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김태준, 너 8억달러 있어?'라고 묻는 것이었다.

내가 늘어난 가격에 침묵하자 손의정이 약간은 아쉽다는 듯이, 그러나 그 속에는 '그럼 그렇지'라는 의미를 담은 '아....'소리를 내며 말을 이었다.

"역시 규모가 생각보다 너무 크지요....? 그럼 일단은..."

그 말에 나는 피식 웃으며 손의정에게 말을 이었다.

"생각보다 규모가 작아서 놀랐을 뿐입니다. 컴덱스 까지 그럼 이참에 한 번에 인수하시죠. 컴덱스 하나만으로 천 만달러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예?"

그렇게 손의정이 놀란 목소리로 내게 되묻자 나는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뭘 그리 놀라십니까? 나 돈 많은 거 몰랐습니까?"

"하지만 8억달러...."

"그 정도는 충분히 감당 가능합니다. 어제 제안 드리자마자 오오와다를 미국에 보내놨으니, 상세한 내용은 오오와다를 통해 상의하시죠."

그렇게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제안에 응해주고는 슬쩍 오오와다가 민영을 통해 내게 올린 미국 랜더스에 관한 보고서를 끌어다 보았다.

'미국 랜더스에 옮겨간 돈만 15억 달러가 있는데... 고작 8억 달러쯤이야.'

14억 달러.

지금의 환율로 대략 1900억엔.

우리나라 돈으로 9520억원의 돈이었다.

'그리고 내 일본 지갑은 아직도 반이 더 남아있으니까... 여차하면 그 지갑 더 끌어와도되고.'

내가 보고서를 보며 계산을 마친 나는 여유롭게 푹신한 의자에 몸을 기대며 손의정에게 말을 이었다.

"아, 더 원하는 게 있으면 말씀해보세요. 이번 인수 외에도 또 인수하고 싶으신 곳은 없습니까?"

".... 당장은 없습니다."

한국에 있는 자산만 2500억.

일본에 남아있는 자산 1조.

미국에 건너간 자산 1조.

이 돈으로 못할 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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