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2. 이동통신사업 (4)
어윈의 말에 나는 인상을 찌푸릴 수 밖에 없었다.
"상당히 공격적인 말투군요."
"그렇게 들렸다면 그것은 당신의 양심이 흔들리는 소리겠지, 킴."
"대뜸 전화걸어서 한다는 소리가 우리 회사의 기술력을 의심하는 소리라니.... 대꾸할 가치를 못느끼겠군요."
그렇게 내가 전화를 끊으려하자 어윈이 말을 이었다.
"잠깐. 이렇게 도망치는 거요?"
"그렇게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저는 당신같은 무례한 사람하고 말 씨름 할 정도로 한가하지 않거든요."
"하. 거 참. 우리 이야기나 좀 합시다. 이럴게 아니라. 만나서."
어윈의 말에 나는 수원 캠퍼스의 주소를 불러주고는 말을 이었다.
"한국은 여행자유화 국가가 아니라 해외 출국이 어렵습니다. 나도 지금 병역중이고."
"....군인이요?"
"군인은 아니고, 대체복무로 카이스트 박사과정에 있습니다."
"알았소. 그러면 내가 직접 가지."
그렇게 간단하게 끝난 대화.
그 대화를 들은 민영이 말을 이었다.
"미국에서 무슨 일로 연락이 왔을까요...?"
"아무래도 우리 특허 때문에 연락이 온 듯 합니다."
"특허요?"
"예. CDMA관련 특허로 뿔이 좀 났나본데요?"
"자기들이 늦어놓고 왜 이제와서...."
민영의 말에 나는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글세요. 그 사람들이 늦은 건지. 우리가 빨랐던 건지는 직접 만나봐야 알 수 있겠죠."
"네?"
"전화기... 아, 공교롭게도 이것도 전화기 관련 발명이네요. 전화기의 발명자가 누군 줄 아십니까?"
"그야... 벨 이잖아요."
"네. 하지만 안토니오 무치라는 발명가도 있었고, 엘리샤 그레이, 필립 라이스라는 발명가도 있었죠. 전화기를 발명했다고 주장한 사람은 꽤 많습니다.
그 중 진짜 개발한 것으로 보이는 사람은 안토니오 무치입니다. 그것도 벨보다 먼저 발명했지요."
"그런데 어째서 벨만 알려진걸까요?"
"벨이 소송에서 이겼거든요. 안토니오 무치는 영어를 잘 못하는 이탈리아계 미국인이었고요. 안토니오 무치는 임시특허만 내두고 투자자를 구하러 다녔거든요."
그 말에 민영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럼 그 쪽이 안토니오 무치가 될 거라는 말씀이신가요?"
"예."
'정확히는 이미 안토니오 무치가 된 거지만.'
내 짧은 답에 민영이 말을 이었다.
"그럼 어차피 우리가 이길텐데 뭐하러 만나보려고 하시나요?"
"혹시 모르지 않습니까. 우리가 개발한 방식보다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구현했을지.."
"그랬다면 그 쪽도 다른 특허를 내겠지요. 너무 과한 걱정이 아닌지."
"특허는 회피하지 못하는데, 기술적으로 효율적인 방법을 고안했을 수 도 있으니까요.
기업들이 상용화 단계까지 보안을 이유로 특허를 내지 않는 경우도 많으니... 진실은 가봐야 알겠죠. 대놓고 말해줄리는 없겠지만.
그리고 의외로 우리 쪽이 득을 볼 수 있는 제안을 해올지도 모를 일이니 한 번은 만나봐도 좋구요."
"그렇군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민영을 보며 피식 웃고는 말을 이었다.
"아마 지금 전화 온 어윈이라는 남자가 직접 올 듯 싶으니 수원쪽에 미리 연락해두세요."
"예. CDMA 관련 개발에 참여한 연구원들 모두 대기시켜두겠습니다."
"아뇨. 연구원들까지는 필요 없습니다."
내 말을 받아적던 민영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이며 펜을 멈추고는 말을 이었다.
"연구원들 없이 가신다는 말씀이세요? 기술적 가치를 논하려면...."
"바이어도 아니고 구태여 그럴 필요가 없죠. 아까도 말했지만 그 쪽이 패를 안깔 수도 있는 만큼 주된 내용은 협상이 될겁니다. 그리고 그런 협상은 저 혼자서도 충분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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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퀄컴의 회장 어윈 제이콥스가 한국에 온 건 바로 다음 날이었다.
전화를 끊자마자 곧바로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넘어온 모양새.
연락을 받은 태준은 민영과 함께 곧장 대전에서 서울로 올라갔다.
"어윈 제이콥스요."
"김태준입니다."
그렇게 구 태균전자 현 유니버스 수원 캠퍼스의 응접실에서 태준과 어윈과 악수를 나누었다.
"비행은 어떻게 편안하셨습니까?"
"편안할 리가 있겠소? 남에게 기껏 연구하던 것을 다 빼앗겼는데. 이제 곧 필드 테스트를 앞두고 있었단 말이오."
그 말에 눈을 빛내는 민영.
태준 역시 민영과 같이 눈을 빛내고는 말을 이었다.
"마음이 복잡하셨겠군요."
"그렇소. 보안 문제로 특허 등록을 미룬 것이 이런 일을 발생시킬 줄이야....."
"그래서. 어떤 이야기를 하시려고 이렇게 찾아오셨습니까?"
태준의 말에 어윈이 쓱 하고 계약서를 내밀며 말을 이었다.
"당신들이 가진 특허를 넘겨주었으면 하오."
"왜죠?"
"어차피 우리는 곧 필드 테스트를 마치고 정식으로 상용화할 수 있으니까. 구태여 분쟁을 벌일 필요는 없잖소. 그럴 여력도 없고. 그 쪽도 원하는 만큼 돈을 벌 수 있으니 좋은 일 아니오?"
그 말에 태준은 피식 웃음지으며 말했다.
"분쟁을 벌일 필요는 없지요. 다만 제가 특허를 넘겨줄 이유도 없군요."
"어째서지? 당신네들이 내놓은 특허를 보면 이제 막 개발에 성공한 수준인데... 상용화는 한참이지 않소?"
"그건 퀄컴측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태준의 지적은 합당했다.
태준의 지적처럼, 퀄컴 역시 CDMA를 개발하는데 까지는 성공했지만 상용화는 한참 멀었었기 때문이다.
원 역사에서도.
지금의 역사에서도.
퀄컴은 필드테스트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를 끌어올리기는 했지만, 상용화에 필수적인 다중접속인원을 유의미하게 늘리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저 방식만 바꾼채 통화가 가능한 수준. 그것이 지금의 퀄컴이 만들어낸 최대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오로지 눈치만으로 때려 맞춘 태준이 말을 이었다.
"진짜로 상용화까지 갈 정도로 만들어졌다면, 구태여 날 찾아올 필요가 없었을 겁니다.
핵심 특허를 우리가 가지고 있다고 해도, 상용화에 필요한 또 다른 기술들에 대한 특허로 충분히 수익이 보장되었을테니까요.
그리고 그런 수익을 바탕으로 상용화에 늦은 우리를 압박했을 겁니다.
'어차피 우리가 가지고 있어봐야 득이 되지 않는다.' 라고 설득하며, 뒤에서는 특허를 우회한 방식으로 개발에 들어갔겠지요.
기술은 발전하는 법이니까. 안 그렇습니까?"
"그건 태준, 당신의 억측이지."
"예. 억측입니다. 하지만 나름의 근거는 있지요. 필드 테스트를 할 만큼 완성된 기술.
그런 기술을 만들 수 있는 연구진들.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말할 만큼 대단한 퀄컴이 어째서 원천기술을 사들인다는 선택을 한 건지가 의문이군요."
그렇게 태준이 압박해 들어가자 어윈이 인상을 쓰며 말을 이었다.
"그럼 여기까지 왜 오라고 한거지? 특허를 팔 생각은 없다는 말인가?"
"예. 없습니다."
"올림픽도 끝났는데... 헛걸음만 했군."
"하지만 다른 제안을 할 생각이었습니다."
"다른 제안?"
어윈의 물음에 태준이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우리 둘이서 더 큰 시장을 노리는 겁니다."
"더 큰 시장?"
"이걸 국제 표준규격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죠. 전 세계 표준 규격으로 격상시키자는 겁니다. 우리 둘이서."
태준의 말에 어윈이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말을 이었다.
"그게 무슨...."
"통신업계에 있다면, 유럽 쪽에서 개발중인 차세대 규격에 대한 소문을 모를리가 없겠죠."
"GSM이야기인가."
"예. 아마 CDMA의 강력한 경쟁자가 되겠지요. 시제품이 나왔다며 시끄럽게 떠들어대고 있고, 거기에 혹한 나라들도 꽤 보이고 있으니까요."
CDMA만을 표준으로 채택해 서비스하던 한국에서 전생의 삶을 보낸 태준은 해외에 나갈 때마다 GSM규격을 사용하는 해당국의 통신사의 로밍을 받기 위해 별도의 핸드폰을 빌려서 썼던 경험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CDMA와 GSM간의 경쟁에서 GSM이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것까지 이해를 하고 있었기에, 태준은 어윈에게 한 배를 탈 것을 권유한 것이었다.
"그래봐야 아직 멀었어. 거기다 GSM은 시분할방식을 이용하고 있지. 기지국만 바뀌어도 바로 통화가 뚝 끊기는 그딴 기술을 누가 쓰겠나."
"하지만 애초 개발 때 부터 국가단위의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개발된 규격인 만큼 더 빨리 보급될 겁니다. 적어도 유럽은 GSM을 어떻게든 밀어붙이겠죠."
"그럼 우리가 CDMA를 국제표준으로 올릴 확률이 떨어지지 않은가. 정치가 엮인 것이라면 더더욱 싸움이 안될테고."
원 역사에서라면 분명 어윈의 말이 맞았다.
유럽 13개국의 주도로 만들어진 GSM은 범 국가단위 프로젝트로서 폭넓은 지지를 받았고, 이러한 지지로 인해 다른 국가들에서도 GSM을 표준으로 채택하거나 CDMA와 함께 채택하는 방식으로 운용했으니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태준은 다르게 생각했다.
"아니죠. 대신 우리는 기술적으로 유리하지 않습니까. 우리는 기지국 변동에도 상당히 유리하고 무엇보다... 가입자를 많이 받을 수 있으니까요. 시분할을 아무리 미세하게 한다고 해 봐야 한계가 분명하지 않습니까."
"벌써 우리가 된건가."
"관심이 없으시면 지금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셔도 좋습니다."
"아니. 계속해보지."
태준의 생각.
그것은 초강대국인 미국과 그리고 한국의 통신 기업들이 모여 개발하는 새로운 협의체를 만드는 것이었다.
"우선 원천특허를 가진 저의 유니버스, 그리고 어윈, 당신이 가진 퀄컴이 힘을 합쳐 CDMA 상용화를 위한 공동연구를 진행합니다.
그런 다음 다른 국가들의 정부출연기관에 연락을 돌려 우리와 함께하지 않겠느냐 제안하는 것이죠.
유럽이 한 것과 같은 방식이지만, 민간 주도로 이뤄지는 것인 만큼 유럽쪽도 견제하기 쉽지 않을겁니다."
"유럽이 방해한다 쳐도 최소 2개국은 포섭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군."
"예. 한국의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와 미국의 TIA(미국통신산업협회)는 끌어들일 수 있겠지요.
거기에 잘만하면 미국이라면 껌벅 죽는 일본정보산업협회도 끌어들 일 수도 있을겁니다.
이 3개 국가만해도 벌써 4억에 가까운 인구입니다.
이들 협회와 공동연구를 진행하며 각국에 최혜국대우를 해준다는 조항만 넣어도... 다른 국가들 중에 관심있는 국가들이 따라올테고요. 시장을 먼저 선점하면 우리가 이깁니다."
태준의 제안에 어윈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
"말하자면 나는 자네가 가진 특허를 미국이 채택하도록 만드는 지렛대 같은 것이로군."
"그렇게 나쁘게만 생각하실 건 없지 않습니까.
이 제안대로라면 제가 팔리 없는 특허를 매수할 필요 없이 둘이서 이득을 나눠가지는 것인데요.
그래서 어떻게, 유니버스와 퀄컴. 둘이 힘을 합쳐보겠습니까?"
그러자 어윈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냥 힘을 합치는 것 만으로는 성미에 안맞는군. 아예 합자 기업을 설립하는 것은 어떤가?"
"한 집안 식구가 되자는 말씀입니까?"
"그래. 지분을 50대 50으로 나눠서 CDMA에 관련한 모든 특허를 가지고 연구하는 기업을 하나 따로 만들지."
"55대 45로 하죠. 특허는 저희쪽이 가지고 있으니 물론 제가 55입니다."
태준의 요구에 어윈이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좋네. 출자금액은...."
어윈이 내민 계약서는 졸지에 합자회사 설립에 대한 계약서로 바뀌었다.
그렇게 바뀐 계약서의 내용은 유니버스와 퀄컴의 페이턴트 홀딩스 (특허관리 기업) QULAB의 설립을 담고 있었다.
훗날 특허괴물로 불리며 전 세계 통신시장의 왕으로 군림하게 될 QULAB은 그렇게 태준의 급작스런 제안과 어윈의 팔랑귀에 의해 탄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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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LAB이 설립되고 1년 넘는 시간 동안 나는 정말 미친듯이 바쁜 나날을 보내야 했다.
초기 석달 정도는 QULAB을 설립하기 위해 유니버스 연구소 수원캠퍼스와 대전캠퍼스 1팀의 물적분할을 위해 각급 기관을 뛰어다녀야 했고,
그렇게 QULAB이 본격 가동된 이후에는 어윈에게 내민 전략대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을 이 프로젝트에 끌어들이기 위해 학회에 얼굴도장 찍으며 인사를 다녀야 했으며,
이후에는 일본정보산업협회를 끌어들이기 위해 연신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강행군까지 해야했다.
심지어 병역 중이라는 특성까지 겹쳐, 매번 국외여행허가를 받고, 매번 새로운 '단수여권'을 받아야 하는 악조건까지 있었기에 한동안은 거의 반쯤 파김치가 되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미칠듯한 일정을 소화하는 와중에 박사학위 논문까지 준비해야 했으니 말 그대로 몸이 두개가 아닌 것이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1990년 12월 13일.
기다리고 기다리던 강행군의 끝이 다가왔다.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차세대 이동통신기술의 시연이 곧 시작됩니다.
우리나라 토종기업인 유니버스 사와 미국의 퀄컴사의 합자로 만들어진 QULAB에서 만든 CDMA기술은 작금의 카폰에서 사용되는 TDMA기술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단말기를 동시접속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이번 연구에는 원천기술을 가진 QULAB외에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미국통신산업협회, 일본정보산업협회, 영국이동통신협회, 호주통신기술연구원 등 15개국의 연구참여가 있었습니다."
이제는 QULAB이 된 수원의 연구소 사무실에서 뉴스를 보던 나는 기지개를 켜며 말을 이었다.
"이걸로 한동안 돈 걱정, 기술 걱정 없겠네."
"돈 걱정, 기술 걱정은 없어졌지만, 회장님의 건강 걱정이 늘었죠."
"하핫... 이제는 진짜 한가해질겁니다."
"작년 이 맘때도 그런 소리 하시다가 바빠지셨었죠. 전화 한통에. 그래도 바쁘게 돌아다니신 만큼 성과가 나서 다행이예요. 원하시는 대로 다 된거잖아요? 축하드립니다."
내 혼잣말에 옆에서 연구보조를 하고 있던 민영이 핀잔에 가까운 축하를 건네자 나는 희미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일본에서는 소식 없습니까?"
"일본이라뇨...?"
"오오와다 사장으로부터는 보고가 없었냐는 말입니다."
"설마... 잊어버리신 거예요? 4월쯤에 보고드렸는데."
민영의 말에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워낙에 정신이 없었으니까요."
"일단 말씀하신 대로 지분 정리는 전부 끝났습니다. 8개월 전에."
8개월 전이라는 말에 힘을 줘 말하는 민영의 보고에 나는 피식 웃어보였다.
그러자 민영이 마저 보고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회장님의 예상대로 올해 1월에 일본에서 대출총량규제가 나왔고, 그와 동시에 2월부터 일본 증시, 토지가격 등은 일제히 폭락했습니다.
CDO를 발행했던 일본 은행들은 파산을 막기위해 서로 합종연횡하여 3개의 거대한 메가뱅크를 구성했고요.
덕분에 랜더스에서는 돈을 떼일 일이 없게 되었죠. 완전히 파산했다면 휴지조각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는데..."
"경과는 딱히 궁금하지 않네요. 예상했던 일이기도 하고, 이미 지난 일이기도 하니. 그래서 결론적으로 랜더스가 벌어들인 돈은 얼마인겁니까?"
"회장님께서 이번 프로젝트에 쏟아부은 돈에 5배. 2조 정도네요."
"그럼 지금 오오와다 사장은....."
"일본에서 돈 관리중이시죠....? 무슨 일 있나요?"
그 말에 홱하고 고개를 돌려 다시 한 번 달력을 보았다.
90년 12월 13일.
달력이 가리키는 날짜를 본 나는 머리를 쥐어박으며 혼잣말을 내뱉고는,
"아....! 이 머저리...!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이걸 잊고있었다니...! 늦었으면 큰일 날 뻔했잖아."
곧장 전화기를 들어 오오와다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오오와다입니다. 회장님."
"지금 당장 달러 사세요. 전부!"
"예?"
"최대한 많이 달러를 사들여서 미국으로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