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8. 또 다른 거래
전화 한 통에 나를 오라가라 할 수 있는 상대.
그는 바로 이 나라의 대통령. 노대호였다.
껄끄러워도 대통령의 부름이었기에 곧장 청와대로 들어온 나는
청와대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곧장 노대호 앞에 안내되었다.
"급히 불러 미안하네."
"별 말씀을요. 찾으시니 응당 찾아와야지요."
"하하. 그래. 식사는 아직인가?"
"들어오기 전에 바나나 하나 먹었습니다."
"바나나라. 끼니 치고는 상당히 거하군."
노대호의 말에 나는 미소지으며 말을 이었다.
"요새 제주도에서 꽤 크게 재배하고 있어 비싸진 않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고가 기호품이지."
"예, 하지만 있는 사람이 돈을 써서 사주지 않으면 농가는 뭘 먹고 살겠습니까."
"맞는 말일세. 그럼 자네도 끼니를 때웠다고 하니 내 오늘 다섯 번째 끼니를 먹을 필요는 없겠어.
정치인들은 밥 먹는것도 일 이거든. 초선 때는 심지어 열끼를 연속으로 먹은적도 있었네. 하하. 앉게."
노대호가 농담과 함께 자리를 권하자, 밖에서 다과가 들어왔다.
"자네가 커피를 늘 입에 달고 산다기에 준비해봤네."
"감사합니다. 잘 마시겠습니다."
그렇게 말문을 열었지만, 또 다시 어색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피차 서로 좋은 감정은 아니었으니, 이 정도 어색한 분위기는 당연한 것이었다.
나는 여유롭게 그 어색한 분위기 속 침묵을 즐기다 이내 커피잔을 내려놓고 말을 이었다.
"저를 부르신 이유에 대해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지. 내 여동생에 대한 것도 있을 것이고, 이번 신도시 관련해서 자네가 일으킨 그 소동에 대한 것도 그 이유가 될 수 있겠지."
그 말에 나는 희미하게 웃음지으며 말을 이었다.
"각자 입장이 있으니까요."
"그렇지. 자네야 영숙이가 죽이려 드는 것을 피해야했을테니."
"그쪽 부터 이야기 하시려는 겁니까?"
"왜? 껄끄럽나?"
노대호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이미 지나간 일인데요. 제가 바라는 대로 처벌도 내려 주셨고요."
"자네가 바라던 처벌이 그 정도 선이라니. 꽤 관대하군."
"관대하다기 보다, 지킬 것이 많아 각하의 분노를 사지 않을 만큼만 요구드렸을 뿐입니다. 주고 받기 위함이지 싸우기 위함이 아니니까요, 정치는."
내 대답이 마음에 들어서였을까.
노대호가 피식 웃더니 말을 이었다.
"듣던대로 꽤 감각이 좋아. 눈도 좋고. 무엇보다 선을 잘 지키는군."
"칭찬은 감사히 듣겠습니다."
"거기에 과하게 겸손하지도 않고."
노대호의 칭찬이 연이어 내게 쏟아지자, 나는 당당히 그 칭찬을 즐기며 앞에 놓인 다식을 집어먹었다.
'적이었던 이의 칭찬은 언제나 달가운 법이지. 욕이면 더 달갑고.'
내가 태연히 앉아서 그 칭찬을 전부 받아먹자, 노대호가 살짝 웃음지으며 말을 이었다.
"영숙이 일에 대해서는 내 개인적으로 사과하겠네."
"각하께서도 가족분들 때문에 염려가 많으시겠습니다."
"정치인들이 다 그렇지. 내 당선되고 나서 내 내자와 식구들에게는 행실을 바로하라 누누히 일렀건만... 결국 여동생을 제대로 챙기지 못해서 이 사단이 났으니, 순전히 내 탓 아니겠나."
노대호의 사과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어차피 지난 일입니다. 다시 한 번 원만한 처결에 감사드립니다."
"이해해주니 고맙네. 그럼 서론은 여기까지만 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지. 이번에 자네 뜻 대로 신도시 옆에 추가로 산업단지를 짓게 되었네. 알고 있나?"
"물론입니다."
내 대답에 노대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알고 있다니 이야기가 쉽겠군. 자네가 사들인 땅 포기하게."
"무슨 말씀이신지...."
"그냥 포기하라는 말은 아니야. 그 땅은 토공에서 전부 제 값 주고 매입할테니."
노대호의 터무니 없는 말에 나는 인상을 쓰며 말을 이었다.
"제가 거부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거부하면 사업 자체가 틀어져 버리거나, 자네 땅을 뺀 나머지 땅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수 밖에는 없겠지."
그 말에 나는 후 하고 한숨을 내쉰 다음 작정하고 고르고 고른 말을 내뱉었다.
"이번 신도시 계획에서 재미를 못보셔서 이러시는 겁니까? 아니면, 태균전자에 그 자리를 넘기시려 하시는 겁니까?"
"이보게!"
날이 설대로 선 내 말에 노대호가 언성을 높이며 소리쳤다.
그 고함소리에 나는 내가 정곡을 찔렀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더욱 깊이 말을 찔러 넣기 시작했다.
"둘 다 일 수도 있겠군요. 태균전자 공장부터 연구소만 들어서도 각하께선 남는게 꽤 많을테니까요.
어쩌면... 그 땅이 소문으로만 돌던 따님의 결혼에 쓰일 혼수로 쓰일 수도 있겠군요. 그렇다면.. 경신이 가져가는 겁니까?"
내 말이 제대로 박힌 것일까, 노대호가 두 손을 다 들어보이고는 한숨을 내쉬며 타이르듯 말을 이었다.
"... 후. 분한 건 알겠는데 이제 그만 하게. 그만큼 분풀이 했음 됐어. 나도 받아 줄 만큼 받아줬고.
자네가 말한 그 이유가 다 맞다해도, 나 역시 정치하는 사람인데, 그런 특혜만을 위해 그 땅을 가져가려 하는 줄 아는가?
애초에 자네가 사업을 진행시킬 역량이 없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야."
"역량이 왜 없습니까? 그럼 태균전자는 역량이 있습니까? 경신은 있고요?"
"태균은 재계서열 30위 권 내의 강자일세. 경신도 그 쯤 되고. 그런 강자야 말로, 세계 시장에서...."
그 말에 나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태균이 강자라고요. 재계서열 30위. 예, 다 맞는 말씀입니다."
"그걸 이해하는 자가 이리..."
"그래봐야 한국 내에서 말이죠."
노대호의 말을 반박한 나는 연이어 말을 이어나갔다.
"태균 그룹 전체 시총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얼마인가?"
"이제 막 1조 1200억쯤 합니다. 말씀하신 경신도 그 안팍으로 왔다갔다 하는 수준이지요."
"그 규모가 지금 작다고 말하는겐가?"
나는 연신 내게 되묻는 노대호의 말을 무시한채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제 개인 재산이 1조입니다."
".... 이보게 장난은 그만..."
"직접 알아보셔도 좋습니다. 필요하다면, 자료도 제출해드릴 용의도 있구요."
"...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
"예. 일본에서 벌어온 돈입니다."
내 말에 침묵하는 노대호. 아마 내 개인 재산의 규모에 기가 질린 탓일 터였다.
나는 그런 노대호에게 말을 이었다.
"세계에서 태균은 상대조차 안됩니다. 저 한 명이랑 간신히 맞먹는 기업집단이 무슨 수로 세계시장을 노린단 말입니까."
"사업은 돈으로만 하는게 아닐세."
"예. 개인의 능력도 필요하고 세력도 필요하지요."
"그걸 알면 자네가 지금 이리 나오면 안되지. 자네는 돈이 많은게지 능력이 있는게 아니니까."
"저는 능력도 되거든요. 단순히 돈 놀이로 번 돈이 아니어도, 제 개인의 능력도 어느정도 됩니다. 이미 저 개인적으로는 CERN의 연구원과도 공동연구를 진행중이기도 하고요.
거기에 세력. 그건 지금 열심히 일구고 있지요. 세력이 있는 사람만 사업을 해야한다면, 세상에 몇이나 사업을 시작 할 수 있겠습니까?"
내 말에 노대호가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래. 인정하네. 자네가 가진바 능력도, 돈도 있다는 걸. 하지만 이번 것은 경우가 달라.
애초에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는 사업이야. 자네가 가져온 사업이 그런 대규모 산업단지를 만들어 낼 수 있나?
고용창출 면도 따져봐야 하는 일이네."
"고용 창출면이라면 더더욱 제가 해야지요. 제 쪽은 신사업이고, 각하께서 주시려는 이들이 가져온 사업은 기존 사업의 이전일텐데. 아랫돌 빼서 윗돌 쌓으실 생각이십니까?"
"그 신사업이 만들 수 있는 고용이 얼마나 되는가. 단추나 누르는 일인데 그게 양질의 일자리가 될 수 있다고 보는건가?"
"단추나 누른다니요. 이건 미래 산업입니다. 미래에 핵심 성장 동력이 될 사업을 두고 지금 그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제조업 같은 것만 양질의 사업입니까?"
노대호의 근거제시로 불이 붙은 논쟁은 끝을 모르고 달려가고 있었다.
고용에서부터, 신도시의 초기 구상, 미래 산업에 대한 이야기까지.
점차 끝도 없이 넓어지고 확장되는 논쟁은 마치 전쟁과도 같은 양상을 띄고 있었다.
그리고, 모든 전쟁의 끝과 같이 나와 노대호의 논쟁 역시 결국....
"계속 평행선이군."
"관점의 차이니 그럴 수 밖에요."
"그래도 자네 생각이 어떤 것인지는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네. 아주 터무니 없는 주장은 아니라는 것도 알겠고."
"하지만 제 판교 땅을 '포기'시킬 생각을 '포기'하신 것은 아니겠지요."
"그건 그렇지. 툭 까놓고 이야기해서 나도 그 땅이 필요하거든."
각자가 서있던 고지를 빼앗는 선에서 휴전이 이뤄졌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거래 뿐이겠군요. 제게서 판교 땅을 가져가시겠다 하신다면, 제게도 상응하는 대가를 내어주시지요. 단순히 돈이 아닌 다른 것으로요.
애초에 저를 이리 부르셔서 말씀하시는 것은... 이미 야당과도 이야기를 끝내놓았다고 봐도 무방할테고 말이지요."
내 말에 노대호가 놀란 눈으로 말을 이었다.
"포기하려는 겐가?"
"포기가 아니라 거래입니다. 전 여전히 제 계획이 잘못되었다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뭘 주실 수 있으십니까?"
"제 2통신사업자는 어떤가. 자네가 김응삼 의원에게 말했다던 그 꿈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 같은데... 아닌가?
자네가 인수했다던 그 빵빵카폰과도 궁합이 잘 맞을테고. 거기에 자네 전공이기도 하니 자네에게 넘겨주어도 뒤 탈이 없을 것 같단 말이지...
특혜 시비라던가. 뭐 그런거 말이야. 애초에 딴지 걸 놈들이랑 자네랑 또 친하기도 하잖나."
그 말에 나는 무표정을 가장한 채 말을 이었다.
"자체적으로도 이미 제가 세울 능력이 됩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조사해보시면 아시겠지만, 저 일본 NTT의 대주주입니다. 원한다면 일본 쪽의 기술을 빌려와 세우면 그만입니다."
정확히는 대주주 였던 것이고, 지금 일본 랜더스가 보유한 자산이라곤 소프트방코의 주식 10%와 손의정이 만든 NCC Hub의 특허지분 20%뿐이었기에 사기에 가까운 블러핑이었지만,
'노대호의 표정을 보니 꽤나 잘 먹힌 모양이네.'
그 효과는 굉장했다.
노대호는 얼이 빠진 얼굴로 나를 보며 아쉬운 소리를 했다.
"통신을 외국 기술에 맡길 수는 없지 않나."
아쉬운 소리라는 것이 으레 그렇듯, 논리적으로 빈곤하기 짝이 없었기에
"올림픽 한다고 모토로라에서 휴대폰 수입해서 개통한 건 국내기술입니까? 어차피 제반기술 대부분은 외국기술이지 않습니까."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노대호를 압박했다.
노대호를 향한 압박이 제대로 먹힌 것일까.
노대호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후... 값이 안맞는다는 말이 하고 싶은겐가?"
"안 맞지요. 값이 맞으려거든 뭔가를 더 얹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 말에 노대호가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내 사돈 어르신보고 인수 준비차 세워놓으라 했던 이동통신연구소를 자네에게 주라 하겠네.
자네...도 법적으로야 어쨋든 태균가의 일원이니 사돈 어르신도 거부하진 않으실테고."
"연구소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 연구소가 있으면 굳이 NTT에 아쉬운 소리 할 필요 없지 않은가. 여기까지가 내가 할 수 있는 제안일세. 어떤가. 이제는 값이 좀 맞는가?"
노대호의 말에 나는 (속으로 환호성을 지르며) 무표정한 얼굴로 침음성을 흘렸다.
"음...."
그렇게 내 침묵이 길어지자 노대호가 말을 이었다.
"왜? 마음에 안드나?"
"아뇨. 너무 절묘해서요."
"절묘해?"
"예. 마치 일부러 딱 맞춰서 준비해 놓으신 것 같아서 말입니다."
"뭐라...? 하하. 어처구니가 없군. 내가 손해 본 장사인데 뭐가 딱 맞아!"
판교를 주고 제2이동통신사업자 승인을 약속받은 것은 사실상 내가 기획하던 사업의 준비단계를 몇 단계나 건너 뛴 것이었다.
그에 더해 같은 분야는 아니지만, 유사 분야인 통신관련 특허와 기술을 관리하고 있을 연구소까지 받게 생겼으니....
"여기서 만족하지 못하면 안되겠지요."
이 쯤에서 베팅을 멈추고, 게임을 끝내야 했다.
그렇게 내가 노대호의 제안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시늉을 하자, 노대호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 잘 생각했네. 잘 생각했어."
나는 만족스럽게 웃는 노대호의 웃음을 보며 그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게임에서 이겨먹고 그냥 일어서면 반감만 생기기 마련. 개평이라도 주고 일어나는게 도리지.'
그렇게 생각을 마친 나는 자연스럽게 노대호가 혹할 말을 던졌다.
"각하께서 이 정도로 신경을 써주셨으니, 저도 뭘 안할 수는 없겠군요."
"음?"
"이번 사업에서 본전이라도 건질 수 있게 해주신데에 대한 감사의 선물을 드리려고 합니다."
"선물?"
"예. 이번에 사업 부지로 들어간 곳 외에 판교 인근에 땅이 추가로 더 있습니다. 그 땅을 기부채납하는 것으로 하지요."
'어차피 단독으로는 써 먹지도 못하는 땅이니 주고 생색내는 것도 방법이지. 애초에 삼김에게 기름칠하려던 거기도 하고 말이지.'
그런 내 속내를 아는 지 모르는지.
노대호가 활짝 웃는 얼굴로 내게 다가와 어깨를 팡팡 치며 파안대소하고는 말을 이었다.
"하하하... 거참. 아까는 그리 밉상을 떨더니만, 이제는 아양을 떠는겐가? 이거 참... 악연인데도 미워할 수가 없구만. 미워할 수가 없어."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앞으로는 좋은 인연으로 자주 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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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서 대전의 연구소로 복귀한 나는 속으로 이번 거래를 정산하며 쾌재를 불렀다.
'일이 이런 식으로 흘러가게 될 줄이야. 거 참. 사람 일 알 수 없다니까.'
판교 땅으로 벌 수 있는 돈이 크다고는 하나, 그건 어디까지나 미래의 일.
개발을 통해 그 미래가 빨리 다가올 수는 있겠지만, 어차피 팔게 아닌 이상 결국 깔고 앉아 있어야 하는 돈인 판교 땅 대신
처음부터 목표로 두고 있던 제2통신사업자를 받게 되었으니 만족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건 당장 돈이 되니까. 재벌들이 인수하겠다고 난리를 치는데는 다 이유가 있는거지.
애초에 내 계획에도 잘 어울리는 일이기도 하고.
거기다 땅은 97년 외환위기가 터지면 결국 죄다 토하게 되어있지. 누가 먹던 간에.
전생에도 태균은 빚으로 덩치를 늘려왔었고, 그 덩치를 감당 못하고 IMF때 대부분의 토지재산과 자회사를 토해내야 했던 전적이 있었으니...
뭐. 맡겨 둔다 생각하고 넘겨주면 그만이지.
그 대가로 태균 쪽 연구소까지 먹었으니 이정도면 땅 값 그 이상이라고 볼 수 있겠네."
내가 연구소의 내 개인 집무실에서 혼잣말을 하며 계산을 하던 그 때, 민영이 집무실 방문을 열고 들어오며 말을 이었다.
왠지 모르게 침울한 표정으로 들어온 민영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내게 보고하기 시작했다.
"... 준비하라고 하셨던 판교 쪽 서류가 반려되었습니다. 반려사유는 서류 미비입니다...
하지만, 서류는 제대로 준비했고, 몇 번이나 확인한 사항입니다. 그런데도 이렇다는 건 아무래도..."
침울함과 억울함이 공존하는 민영의 표정을 본 나는 씩 웃으며 민영에게 진정한 '반려사유'를 말해주기 위해 운을 띄웠다.
"아, 그거 민영씨 잘못 아니니까 신경 안쓰셔도 됩니다."
"예?"
내 말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한 표정으로 되묻는 민영.
그런 민영을 손짓해 부른 나는 민영의 귓가에 입을 가져다대고 작게 이유를 말해주었다.
"BH쪽에서 반려한 겁니다. 민영씨가 애 써주신게 아깝기는 하지만... 더 좋은 대안이 있어서 그 쪽과 거래하고 왔습니다."
내 말에 잠시 멈칫한 민영이 순간 '아'소리를 내더니 한결 밝아진 얼굴로 말을 이었다.
"계획이 바뀐 것이군요."
"예. 기껏 준비 다 한 사업 뒤집어서 미안하지만... 앞으로도 종종 이런 일은 있을 겁니다. 지금부터라도..."
"예. 익숙해지도록 하겠습니다. 이득이 더 큰 방향으로 움직이는 건 당연한 거니까요."
그렇게 내 말에 씩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는 민영을 본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 짝!
소리가 나게 박수를 크게 한번 쳐 주위를 환기시키고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민영에게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자, 그럼 우리는 지금부터 한국이동통신의 주식을 매집할 준비를 합시다."
"한국이동통신이요...? 거긴 한국통신 자회사라...."
"예. 비상장기업이죠. 하지만. 곧 상장될 겁니다. 그러기로 되었으니까요.
민영씨는 지금부터 한국이동통신의 상장에 맞춰서 한국 랜더스 명의로 주식을 사들일 준비를 하세요.
자세한 방법은 오오와다 사장에게 물어보면 잘 알려줄 겁니다."
"그럼 얼마나 사들일 계획이신가요?"
"다다익선. 시중에 물량 풀리는 만큼 전부 쓸어담아야죠."
길이나 내달랬더니 저쪽에서 고속도로를 깔아줬는데....
풀 악셀 밟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