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7. 삼김과의 거래 (2)
"안녕하십니까."
"어서오게. 자네가 그..."
"예. 그 논문의 제2저자 김태준이라고 합니다."
내 말에 시익 웃어 보이는 김응삼 의원을 보고는 슬쩍 자리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앉아도 되겠습니까?"
"앉게."
김태충 의원이 자리를 권하고, 내가 자리에 앉자 질문공세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래 그 논문은 봤네. 인구 분산이 제대로 안 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더군. 사실인가?"
"정확히는 더 몰릴 것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이지요. 여기 보시면..."
내가 통계 자료를 펼쳐 설명을 이어나가자 세 사람의 표정은 고심하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렇군. 하지만 이미 발표는 났다. 여기서 신도시 개발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린다면, 반발이 보통이 아닐기다."
이미 흐름을 알고 있어서일까.
아니면 그저 말이 필요해서일까.
김응삼 의원이 입을 열어 대안이 없음을 말하자, 연이어 김정필 의원이 말을 이었다.
"맞는 말이야. 이것 만으로는 재료가 부족해. 애초에 반대를 위한 반대로 보여서는 설득이 어렵네.
애초에 신도시 개발이라는 명분 자체가 '서울'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네. 인구의 대부분이 서울에 몰리니 그걸 해결하겠다고 하는 게지.
1차적인 목표 그 자체는 '후유증'이 있더라도 분명 해결이 된다고 봐야하니..."
그렇게 김정필까지 반대의견을 내자 김태충 의원이 말을 이었다.
"나라에 해가 되는 일인데 눈치를 보는 게 말이나 되오?! 당장에 사업중단을 요구하고...!"
'전생에도 현생에도 그 이상주의적 태도는 변하질 않네.'
김태충 의원의 말에 내가 속으로 촌평을 하던 그때, 김정필 의원이 말을 이었다.
"나라에 해가 될 지는 해 봐야 아는거요. 김의원. 애초에 학술적인 분석일 뿐....!"
"이봐! 김정필! 당신 일본어 못 읽어? 여기 보면은...!"
"알아요. 알아. 그 논문. 상당한 교통체증이 있을거란 것. 반대로 말하면 그 문제만 해결하면 되는거 아니오! 간선 도로망도 더 넓히고!"
"간선 도로망을 무슨 수로 넓힐 거냐 이거요! 기부채납으로 죄다 도로만 받을거요?"
김태충과 김정필의 논쟁이 격해지자 김응삼 의원이 말을 이었다.
"자자. 이럴게 아니라 여기 전문가 불렀으니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게 아입니까. 이대로 노대호 그자에게 지지율 떠넘겨 줄 건 아니지 않나?"
김응삼 의원의 말에 남은 김씨 둘이 헛기침을 하며 팔짱을 끼고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런 둘을 바라본 뒤 김응삼 의원을 슬쩍 보았다.
'이 양반... 웃음 참느라 입 씰룩거리는 것 보게...'
김응삼 의원의 표정을 빠르게 살핀 나는 설명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일단 두 분 의견에 동감합니다. 나라에 해가 될 게 뻔한 정책을 반대도 없이 밀어붙인다는 건..."
"맞네! 학자라더니 확실히 진실을 볼 줄 아는군!"
내 말이 채 다 끝나기도 전에 탁자를 탕 치며 말하는 김태충.
그런 김태충의 추임새에 나는...
"하지만, 정책 입안은 현실을 무시할 수도 없지요."
말을 훅 끊어버리며 곧바로 방향을 틀어버렸다.
"맞지! 이 신도시 계획이 어디 그냥 계획이냐 이 말이야. 경제 성장에 따라 늘어가는 중산층의 주거수요를 충족시키자는 계획인데 이걸 무작정 엎자니!
표만 잃는 수준이 아니라 당이 갈려나갈 일이야!"
그러자 이번에는 김정필 의원이 신이 난 듯 (물론 표정은 굳어있었지만) 내 말에 호응하기 시작했다.
내 말에 이리저리 호응하는 두 의원을 구경하던 김응삼 의원은 흥미롭다는 듯 나만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김정필 의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맞습니다."
"거 봐!"
"하지만 그 방향성이 잘못 되었습니다."
"뭐?"
나는 당황한 김정필 의원을 보며 말을 이었다.
"애초에 도로가 넓다고 해서 교통체증이 생기지 않는 게 아닙니다. 도로가 넓어진 만큼, 통행하는 차 역시 늘어나게 될테니까요.
단기적으로야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니죠.
더구나 신도시의 주요 수요층은 강남권역을 노리고 있는 중산층 아닙니까?
그들의 경제력이라면 당연히 가가호호 차를 한 대씩은 가지고 있을 것이고,
더 나아가 경제가 발전할수록 가정당 차 두 대를 사는 집들도 나오게 될테니,
단순히 도로를 넓히는 전략은 옳지 못합니다."
"가구당 차 두 대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 설사 그렇게 된다 해도, 간선 철도를 더욱 늘려서...!"
"철도는 한순간에 지어지는 것이 아니지요. 더군다나 신도시라면 소음문제로 인해 지상구간이 아닌 지하구간으로 지어질 것이기에 딱히 의미가 없지요.
무엇보다 철도와 자가용 승용차를 굴리는 계층은 엄연히 다른 만큼 그 효과도 미미할 것이구요."
내가 강의에 가까운 말로 김정필 의원의 생각을 반박하자,
김정필 의원이 짐짓 토라진 모양새로 부루퉁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툭 하고 말을 내던졌다.
"그럼 어쩌자는겐가?"
그 질문 아닌 질문에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포석을 깔기 시작했다.
"도시의 자족 기능을 늘려야지요."
"자족 기능?"
"예. 지금 지어지는 신도시들. 막말로 그저 아파트만 잔뜩 지어놓은 곳이지 않습니까? 거기서 사람이 들어가 산다손 치더라도, 그들이 일하는 공간은 서울이 됩니다.
그래서는 안 되겠지요. 분당에도 회사가 필요하다는 말씀입니다. 독립적 경제활동이 가능한 수준으로.
만약 이게 되지 않는다면, 새로 지어지는 신도시는... 사실상 서울에 경제력 그 자체를 뜯기는 식민지나 다를 바 없어지겠지요."
내 말에 김응삼 의원이 눈을 반짝이는 것이 느껴졌다.
아니, 정확히는 김태충 의원까지도.
'슬로건 하나 잡았다 이거겠지. 아무렴... 한국인에게 식민지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강렬함이 있지.
안 그래도 셋 다 지방출신이라 서울에서 다 해먹는 것도 어느정도는 반감이 있을테고.'
애초에 이런 반응을 노리고 던진 말이었기에 나는 속으로 만족스러운 감정을 삭이며 이어지는 김정필 의원의 말을 들었다.
"하지만 서울에 있는 회사가 내려오겠나? 애초에 회사들이 왜 다 서울에 있는지를 생각을 해보게."
"그야 고급 인력 수급이 편하고 교통이 좋기 때문이겠지요."
"그렇네. 그런 상황을 뻔히 알면서 지금 분당 신도시의 상업지구에 회사를 유치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가?
아마 가능한 선이라면... 공단... 아니지, 그것도 안 되겠군. 공단이라고 하면 주거환경이...."
"예. 안 되지요. 신도시 바로 옆에 공단 세우겠다고 하면 사람들이 욕이나 하지 않으면 다행이니까요."
"알면서 그런 말을...!"
"해서 준비했습니다. 들어오세요."
내 신호에 방 문 앞에 대기중이던 민영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
언제 준비했는지 고급스런 벨벳 서류철을 들고 있는 모양새가 퍽 잘 어울렸다.
긴장한 모습으로 한손에 들린 서류철들을 하나씩 의원들 앞에 내려놓는 민영.
그런 민영을 본 김응삼 의원이 슬쩍 미소지으며 말을 이었다.
"확실히 아직 많이 커야겠어. 행동이 어색하군."
"예?"
김응삼 의원의 영문 모를 말에 민영이 놀라 되묻자,
김응삼 의원이 나를 보며 윙크를 하고는 말을 이었다.
"아닐세. 아직 사회 초년생인 것 같아 말한 거니 신경쓰지 말게. 김석사 밑에서 열심히 배우라는 뜻에서 한 말이니."
"네. 격려 감사합니다."
"그래그래."
누가 봐도 나를 골려주기 위해 던진 김응삼 의원의 장난.
그 장난에 영문도 모른 채 휘말렸던 민영이 방 밖을 빠져나가자,
서류를 차분히 읽어보던 김태충 의원이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판교와 일산에 대규모 산업 시설을 유치하라는 말이요?"
"예. 판교에는 IT관련 업종을, 일산에는 방송.. 그러니까 미디어 관련 업종을 유치하는 방안입니다."
내 제안에 김응삼 의원이 씨익 웃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일산에 방송 관련 업종을 몰아 넣는다... 이건 그럴 수 있지.
안 그래도 여의도 그 좁아터진 땅덩이에 국회에, 금융가에, 방송가 놈들까지 모여있어서 지들끼리 짝짜꿍 해먹는 게 맘에 안 들었으니까.
헌데. 판교에 IT업종을 넣는다는 건 김석사 자네 개인적 취향 아닌가?"
개인적인 취향이라고 돌려 말했지만 결국 김응삼 의원이 하고 싶은 말은 하나겠지.
나는 선선히 인정하며 말을 이었다.
"그건 맞습니다."
"호오. 순순히 인정하는 군 그래?"
"인정하지 않을 이유가 있나요. 꼭 사익이 국익과 배치되라는 법은 없는 것 아닙니까?"
내 당당한 태도에 김응삼 의원이 어깨를 들썩하고는 내게 손짓했다.
"계속 해보게."
"뭐... 사익에 대해 말이 나왔으니, 말씀을 더 올리자면... 제가 회사를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
내 사업가 커밍아웃에 급격히 표정이 바뀌는 김태충 의원.
늘 자본가를 반쯤은 적으로, 반쯤은 친구로 여기던 그의 성향이 여실히 들어나는 표정이었다.
반면, 김정필 의원의 경우 씨익 웃어 보였는데,
그 미소가 마치 '요놈 요거 잘 걸렸다'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어느 쪽이든 무서울 것은 없었지만. 조심은 해야했다.
'김응삼, 김정필, 김태충... 주의해야 할 우선 순위를 고른다면 이 정도인가...?'
내가 속으로 빠르게 주의할 우선 순위를 정하자, 세 의원 역시 다시 표정을 숨겼다.
'피차 생각하는 건 다 비슷한 거지. 결국엔.'
그런 그들의 표정을 살피던 나는 당당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제 돈은 전부. 제가 일본에서 벌어온 돈입니다. 일본의 돈을 털어온 것이랄까요?"
"무슨 말이 하고 싶은겐가?"
"돈은 이제 충분히 벌었으니 꿈을 이루고 싶다는 겁니다."
"꿈?"
"예. 꿈이요."
나는 세 사람의 앞에 논문 하나를 꺼내들었다.
"이건..."
"보시다시피 영어로 된 논문입니다. 유럽 입자 물리 연구소에서 나온 논문이죠. 보시면 아시겠지만 세계는 지금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통신기술도 마찬가지죠.
미국의 아파넷, 그리고 우리나라 전길남 박사팀이 만든 경구(京龜;서울-구미)네트워크 이후에 세계는 네트워크 시스템이라는 새로운 통신 시스템을 적극 이용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서 서비스하는 PC통신? 그건 이미 유럽등지에서는 표준을 넘어 대중화 단계에 접어든지 오래입니다.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컴퓨터 간 네트워크를 만든 나라가 우리나란데, 상업화, 대중화는 한 참 늦어져 있다는 것이 말이나 됩니까?
유럽은 아파넷 공개 이전에는 자체 라우터도 못 만들었었습니다. 우리는 해냈고요."
"그래서 컴퓨터 쪽 사업을 하고 싶다? 우리가 2등인데 지금은 꼴등이라?"
"예. 아시다시피 전 카이스트 소속이고, 전길남 박사님의 제자이기도 합니다. 거기에 사업가이도 하죠.
학자이자, 사업가, 그리고 한 사람의 한국인으로서.
일본에서 털어온 돈으로 한국에 유익한 사업을 해 많은 이들에게 편익을 가져다 주겠다는 발상을 하고 실행하는 것.
이게 잘못 된 겁니까?"
내 말에 삼김이 조용히 침묵했다.
뭔가를 계산하는 것인가.
아니면 뭔가를 느낀 것인가.
그 긴 침묵 속에서 나는 이들이 뭔가를 느꼈기를 간절히 바랐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되었으니까.
그리고 그 순간.
김응삼 의원이 탁자를
탕- 치고는
호탕하게 웃어 보였다.
"하하하하하하하."
그 소리에 김태충, 김정필 의원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왜 그리 웃는 게요?"
"몰라서 묻는기가? 점마 저거 물건이다 물건. 그런 물건이 품 안에 들어왔는데 그라모 울기라도 카란 말이가?"
"김응삼 총재. 저 자의 말을 믿는단 말이요?"
"믿지 그라모."
호탕하게 웃은 김응삼 의원이 밖을 향해 소리치듯 말했다.
"아야. 가지고 들어온나."
김응삼 의원의 외침에 보좌진으로 보이는 남자 하나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 남자가 들어와 건넨 것.
그것은 다름 아닌 나에 대한 정보가 담긴 문서들이었다.
"79년 알려지지 않았던 전국 수석. 태균그룹 그 망나니 둘째 아들의 서자. 거기에 일본에서 투기로 돈을 번 놈. 임마가 금마다.
이런 놈이 인재가 아니모, 누가 인재소리 들을낀데? 서출로 지 스스로 이만큼 성공한 놈이면 재벌 출신이라도 인정해야카지 않나?
김태충이 니는 알고 있었을긴데? 니 일본에 친구 많지 않나? 와 모르는 척 하고 의뭉떨고 앉았노?
몰랐다면 이거 충격인데...? 니 마이 죽었네?"
김응삼의 놀림에 김태충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한낱 기업하는 인간이 자기 사욕을 위해 떠들어대는 말을 믿는다는 게 말이나 되오? 그리고 자꾸 그 댓거리 좀 그만 하소. 내 임자보다 세 살이나 위요."
"말이 안 될 건 또 뭐 있나. 인간은 다 자기 사욕을 위해 움직이는 긴데.
니도 그 고매한 척 좀 그마해라. 우리 사이에 무신 예의를 찾노?
그카고 지난 번에 니가 뒤통수 치고 후보 나와가 상황 꼬인거 생각하면... 이리 나오믄 안 되지 않나?"
"당권 못 준다고 바로 말 바꾸니 그렇지! 이자가 보자보자하니까 진짜...!"
"내가 언제 그딴 소리를 했다꼬 이러나! 밑에 아들끼리 쌈박질한 걸로 사내 자식이 꼬롬허이 말을 그딴 식으로 하나?"
김태충의 실책을 두고 김응삼이 비꼬고, 다시 그 비꼬는 것을 반박하고 비꼬는 것을 가만히 보던 김정필이 말을 이었다.
"그만들 하시고. 그래서 어쩔거요. 일단은 우리 목적이 다 같으니 모이기는 했지만 이리 사이 좋게 앉아있을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
"일단 태충이는 이 재료로 안 쓴다카니. 정필이 니랑 내랑만 합의 보면 된다."
김응삼 의원의 말에 김태충 의원이 인상을 쓰며 말을 이었다.
"안 쓰기는 누가 안 쓴다고 그러는가?"
"니 점마가 한낱 기업하는 인간이라 싫다매. 그럼 안 쓰는기지. 이기 다 점마가 준비한 거 니 모르나?
다 늙어가 이젠 머리도 안 돌아가는 갑네? 나이 자랑 하더니 노망이라도 났나?"
"이 사람이...."
상황이 격화되자 나는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보이고는,
"어르신들 말씀하시는데 무례하게 끼고 싶지는 않았습니다만. 제가 한 가지 제안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발언권을 얻을 수 있을지 물었다.
그러자, 삼김 모두가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하고는 한 마디씩 보탰다.
"어디 말해보시게."
"그래. 우리한테 이런 재료 던져주고 쌈박질 붙였으면 니도 뭐라 말하는 게 있어야지."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그라는지 들어나보지."
허락을 받은 나는 곧장 말을 이어나갔다.
"일단은 제가 가져온 제안 자체는 세 분 모두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 감사드립니다. 근데 제 제안엔 판교만 있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일산 미디어센터 이야기도 있지요. 일산쪽 이야기를 김정필 의원님께서 힘써주시는 것으로 하고, 판교 쪽은..."
"에헤이. 편의상 그렇게 나누면 쓰나. 거 분당쪽 지역구 국회의원이 누꼬. 어느 쪽이야?"
"신공당이랑 민평당입니다."
"일산은?"
"일산은 신공당입니다."
"민통당은 없는갑네?"
"예. 아쉽게도. 하지만 그럴수록 힘을 써 주셔야 각 지역 당협위원장들이 힘을 쓰지 않겠습니까?"
내 말에 김응삼 의원이 허허 거리며 말을 이었다.
"니는 사업하기 보다 정치나 해라. 눈이 좋아가 좀 만 배우면 잘 하게 생깃다.
애초에 내는 도와줄라 캤는데. 김태충이 니가 여기서 어깃장 놓으면 나야 좋제.
이창구 의원 용인에서 물먹고 분당서 간신히 자리 잡은 초선인데 니 한마디에 욕 다 들어먹고 나자빠지기 생겼으니...하하.
정필이 점마야 표만 보고 움직이는 놈이니 할끼고."
김응삼의 말에 김정필이 인상을 쓰며 말을 이었다.
"누가 표만 보고 움직입니까."
"그래서 닌 안 할끼가? 죄다 니네 동네인데. 니도 안 해주모 나야 좋고."
김응삼 의원이 배짱을 부리며 나오자,
두 의원이 인상을 쓰며 나를 쓱 쳐다보더니 말을 이었다.
"자네 자신 있는가?"
"그래. 자네가 실패하거나 우리한테 보여준 비전대로 안 되면 덤터기는 다 우리가 쓰는 거니까. 묻자. 자신은 있는 게지?"
"솔직히.... 자신은 없습니다."
"뭐?"
나는 '이제와 무슨 소리를 하느냐'는 듯 한 삼김의 표정을 보며 씩 웃고는 말을 이었다.
"실패 할 자신이 없습니다. 판교 쪽 사업 진행 잘 되게 판만 깔아주십시오. 춤은 제가 추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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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김은 정치의 프로답게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먼저 가장 이상주의적 태도를 보이던 김태충의 경우에는...
"직장 없고! 교통 없는 신도시 개발은 제2의 광주대단지 사태와 다를 바 없다! 신도시를 서울의 식민지로 만들 셈인가!"
라는 선전 문구로 신도시를 기획한 여당을 패기 시작했고,
정책의 프로페셔널인 김정필은,
"신도시 개발에 필요한 사회간접자본으로 고작 철도와 간선 도로로는 부족하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서울로 출퇴근을 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정책적인 측면의 이야기로 여당 위에 있는 정부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김태충, 김정필이 양쪽에서 정부를 때리고, 가르치며 길들이기 시작했을 때.
정부와 긴밀한 교감을 가지고 있던 김응삼은 언론에 대고,
"정부가 생각이 있다면 근처에 산업단지를 조성하지 않겠습니까?
서울에서 잠자는 인구만 나간다고 문제가 해결이 된다고 생각했다면 그건 너무 근시안적이지요.
생활을 다 서울에서만 하는데 잠자는 곳만 신도시면 그게 무슨 소용입니까.
예컨대 지금 여의도에 잔뜩 몰려있는 방송사들만 일산으로 보내도 훨씬 더 상황이 나아질 겁니다. 소외된 경기 북부지역의 발전에도 힘이 되겠지요.
판교 그쪽은 아예 공터가 크니 주거단지에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산업단지를 들여와도 되고요.
물론 제 개인적인 생각인만큼, 정부 역시도 이러한 사안에 대한 고려가 있었는지, 추가적인 대책이 있는지, 하루라도 빨리 야3당의 당수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이야기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인터뷰를 하는 것으로 지원사격을 해주었다.
'뭐... 노대호와의 관계도 있으니까. 청와대에서 회담하자고 바람 넣어주는 거구만. 가장 소박한데, 김응삼 의원이 가장 큰 역할을 해주셨네. 이번에도.'
김응삼의 인터뷰를 보자마자 나는 곧장 핵심 간부들을 불러들여 곧바로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민영씨. 판교쪽 땅 지난번에 냈던 공단 개발 신청서 수정해서 제출하세요. 유니버스 쪽 종합 연구 센터로 바꿔서 내면 됩니다.
김사장님은 빨리 그 지역 지역구 의원 만나보시고요. 대규모 종합 연구센터 유치했다는 실적을 지역구 국회의원들한테 선물해야 합니다."
그렇게 일이 진행되기도 전부터 미리 준비를 한 결과...
"무려 2개월에 걸친 신도시판 예송논쟁, '신도시 서울식민지론'이 해결될 전망입니다.
청와대에서 오찬회동을 가진 야삼당 총수들과 노대호 대통령은 이번 문제제기에 대해 같은 가치를 공유했다는 논평과 함께 신도시에 추가적인 산업단지 조성에...."
내가 원하던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판교 문제는 해결 됬고... 이제 건물 올라가고 할 때 까지 착한 학생으로 살면 되는건가?"
내가 삼김과의 거래로 얻은 결과에 만족하던 그 때,
"날세. 김회장. 우리 좀 만나봐야겠는데?"
또 다시, 무시할 수 없는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