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쓸어담는 재벌가 서자-35화 (35/200)

035. 물물교환 (2)

내 제안의 배경은 이렇다.

'지금 이매, 야탑 땅이 27만평. 이것만 해도 내가 쓴 매입가 기준 270억이다.

못해도 평당 20~30만원으로 오를걸 가정하면, 내가 쓴 270억은 270억이 아니라 675억의 기대가치가 있다는 뜻.

거기다 내가 당장 쓰지도 못하는 판교 땅까지 떠안게되니 물산 주식 10%는 받아야지.'

내 제안이 충격적이었을까. 옆에 시립한 박승철 이사가 크게 당황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을 이었다.

"물산 주식 10%.... 도련.. 아니, 회장님 그건 너무 무리하신 요구입니다. 물산 주식이 어떤 주식인지..."

"조용."

그러나 박승철 이사의 말은 채 이어지지 못한채 김두혁 회장의 말에 끊어지고 말았다.

그렇게 10분.

김두혁 회장이 조용히 박승철 이사에게 물었다.

"지금 물산 10%면 돈이 얼마지?"

".... 계산을 좀 해보겠습니다."

그렇게 박승철 이사가 품에서 손바닥보다도 작은 계산기를 꺼내두드리더니 말을 이었다.

"약...350억입니다."

"전에 비해 많이 올랐군."

"예. 경제가 연일 활황이었고... 주식 시장에 들어오는 자본도 상당히 늘었으니까요.

하지만 가치로만 계산할 수 있는게 아닙니다... 물산 주식 10%면 사실상 김석현 사장이 보유한 지분과 동급의 지분율.

경영참여도 가능한 수준입니다. 김석훈 부사장 보다 높구요. 반발이...."

"넘겨주마. 판교 땅도, 물산 지분도. 네가 요구한대로 넘겨주마."

"회장님...!"

그렇게 김두혁 회장의 결정에 나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역시. 거절하지 못하실 줄 알았습니다."

"네 말대로 거절할 수 없는 조건이지. 계산 잘했더구나. 절묘해."

"정확한 판단이십니다."

"거기에 네 기준으로만 생각을 해보면 물산에서 이번에 개발을 가져가면 그 이익도 함께 노나 먹겠다는 계산도 들어가 있다는 점이 아주 신선했다."

"억지 칭찬은 하지 마시죠. 대한민국 기업들이 언제부터 배당을 제대로 했습니까? 하지도 않을 배당을 기대할 만큼 저 머저리 아닙니다.

그냥 솔직하게 좋아하셔도 좋습니다."

그 말에 회장이 하하 웃으며 말을 이었다.

"티났나?"

"티가 안 날리가 있나요. 원하던 장난감을 손에 넣은 아이같은 표정을 하고 있는데."

그렇게 나는 거래를 마무리하고 기지개를 켜며 말을 이었다.

"뭐. 제가 들고 있어봐야 정권에 두들겨 맞는 일 밖에 더 있겠습니까? 미리 투기했다고 검사들 보내서 두들겨 패기나 했겠지요."

"그걸 아는 놈이 이렇게 일을 크게 벌려?"

"뭐 나름대로 방법이 있었으니까요."

그 말에 김두혁 회장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내게 물어왔다.

"그래. 그 방법이란게 뭔지 들어나 보자."

"뭐 별 건 아닙니다. 두 가지 정도 생각했었죠."

내 말에 김두혁 회장이 놀란 눈으로 말을 이었다.

"두 가지 씩이나?"

"예. 우선 첫째. 일본 랜더스를 공개 할 생각이었습니다."

"호오. 흥미로운 말이구나."

"제 회사의 지배구조는.... 아시다시피 저-일본-한국-자회사 이렇게 흘러갑니다. 여기서 만약 제가 일본에서 제 산하 기업들을 지배하는 지주회사를 공개 해버린다면 무슨 일이 발생하겠습니까?"

"네 땅의 지분 중 일부가 사실상 일본쪽 명의가 되었겠지. 공개한 순간 일본인 주주가 생길테니까."

"예. 그런 상태에서 만약에라도 정치적으로 공격이 들어온다거나 하는 순간. 일본이 가만히 있을까요? 아니죠. 당연히 외교문제가 될 겁니다.

자유경제시장을 파괴하는 군부정권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겠지요. 노대호 정권은.

일본쪽에도 좋은 떡밥이 될테니 어떻게든 제 편을 들어 물고 늘어져줄 거고요."

"기업 공개할 만큼은 되고? 회사 규모가."

"안 될리가 있겠습니까? 한국 랜더스만 2500억 규모로 투자해서 세운 회사인데."

그 말에 김두혁 회장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나는 그 표정을 보고는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놀라신 모양입니다."

"놀라다마다. 그 돈을 크게 벌었다고만 생각했지, 이천억대 규모일 거라고는 상상을 못햇했으니."

'정확히는 우리 돈으로 1조가 넘는 금액입니다만...'

나는 굳이 김두혁 회장의 오해를 정정하지 않은채 말을 이었다.

"애초에 지금 일본 경제 자체가 시총 1위 NTT 하나가 독일 주식 시장 전체 기업 시총을 다 더한 것도 넘어서는 거대 시장입니다.

거기서 이천억이 티나 나겠습니까? 1조가 된다고 해도 신경조차 안 쓸겁니다."

"그렇게 보면 또 그렇구나. 허허."

"도리어 일본은 지금 계속해서 몰려드는 돈 때문에 어떻게든 그 돈을 빼려고 해외투자를 독려하고 있는 마당입니다.

콜롬비아 픽쳐스. 록펠러 센터. 전부 일본이 사들인 것도 이런 정책기조 때문입니다.

그런 마당에,

일본 법인이 지배하는 한국계 법인이,

신도시 개발 계획 발표 전에 공단 조성 목적으로 산 땅을,

노대호 정부가 뒤늦게,

아무 증거도 없이,

투기세력이라 지정하고 때리기 시작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 난리가 나겠지. 국교정상화 이후부터 내려온 정경분리 원칙을 깼다면서."

"예. 거기다 일본의 큰 형님인 미국도 가만히 있지 않겠지요. 그래서 사실 딱히 걱정은 안했습니다. 다만, 귀찮아 질 수 있는 것을 알고 있으니 파는 것 뿐이지요."

내 말에 김두혁 회장이 고개를 저으며 그저 허허 거리더니 말을 이었다.

"그럼 두 번째는?"

"그것도 뭐 사실 거창한 건 아닙니다."

"거창한게 아니다?"

"예. 애초에 신도시 개발에서 가장 걸림돌이 되는게 뭡니까?"

"뭐긴 뭐야. 땅 문제지."

"예. 해서 만약에라도 그 땅 때문에 공격이 들어오면, 공개적으로 언론에 보도자료 뿌리고 정부와 딜을 하려고 했습니다."

"딜? 무슨 딜?"

"제가 매입한 판교지역 개발권을 주면 매입한 땅 중 야탑 지역 땅을 아예 기부채납하겠다. 그러면 정부는 얼씨구나 좋다고 받지 않겠습니까? 돈이 없으니.

애초에 윗대가리들 돈 벌려고 땅따먹기 하는 지역이라 눈 먼 돈이 지금의 두 배여도 부족한데, 제가 야탑지역을 준다고 하면.

정부 입장에서는 토지 수용비용 줄여서 좋고, 거기에 또 다른 눈 먼 땅이 생기니 윗대가리들도 좋고,

저는 저 대로 판교에 저만의 왕국을 세울 수 있어서 좋고. 서로 서로 좋은게 아닙니까.

거기다 신도시를 서울지역에 종속된 베드타운이 아닌 자생가능한 진짜배기 도시로 만들 수 있으니...

이 지역 국회의원들도 지들이 유치했다면서 치적사업으로 홍보해댈거 아닙니까."

그 말에 김두혁 회장은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런데 왜 내게 땅을 판다는게야?"

"값만 맞으면 안 팔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판다고 해서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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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태준과의 거래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가는 차안에서 김두혁 회장은....

"하하하하."

"그렇게 좋으십니까?"

"좋다마다. 그 놈이 스스로 태균의 후계자 경쟁에 뛰어든게 아닌가. 그것도 능력을 증명해서 직접 입성했으니 좋지, 그럼."

"하지만 그렇게 지분을 내주시면..."

"내 물산 지분이 25%야. 여기에 태준이가 10% 받아가면, 내 지분이 17%로 줄겠지만 대세에는 지장이 없어. 그 이상 지분 가진 놈이 없으니."

그 말에 박승철 이사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회장님. 25%에서 10%를 빼면 15%가 남으십니다. 뭔가 계산이...."

"석현이 그 놈은 지가 싼 똥에 대한 책임은 물어야 할게 아닌가. 그 놈 주식 2% 뺐어야지."

그 말에 박승철 이사가 아 하는 탄성을 내뱉자 김두혁 회장이 말을 이었다.

"거기다 나도 손해 본 게 없지. 우리나라에 대규모 택지사업 해본 건설사가 몇이나 되나.

안 그래도 우린 후발주자인데, 이렇게 미리 땅을 구해뒀으니 이젠 어디가서 경험 없다고 뺀찌 맞는 일이 없어진 거니까. 하하."

"듣고 보니 그렇습니다."

그 말에 김두혁 회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그 놈 그거 이상한데서 순진한 구석이 있지 않나?"

"태준 도련님 말씀이십니까?"

"그래. 물산 주식을 요구하는 것도 그렇고, 일본 정치계를 지렛대 삼으려는 것도 그렇고... 한국에서 정부랑 딜을 치려는 것도 그렇고...그렇게 영악하게 머리를 잘 굴리면서 정작 처음보는 사람은 그리 믿으니..."

그 말에 박승철 이사가 잠시 멈칫하더니 말을 이었다.

"그 백무엽씨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그 떴다방 하는 놈."

"떴다방은 좀... 일단 그래도 부동산 전문 거간꾼 중에서는 그 사람이 대한민국 최고인데요. 저희 물산에서도 종종 땅 매입할 때 부르는 사람입니다."

"그 놈을 어찌 알고 그렇게 거래를 했는지... 여기 내려오기 전에 전략 3부 애들이 들고 온 보고서에 적힌 중개업자 보고 깜짝 놀랐지 않나."

"백무엽이 먼저 접근 한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아니겠지. 그 놈이 태준이를 어찌 알고 접근해. 날고 긴다고 해봐야 떴다방이나 하는 놈인데. 노영숙이 고 년도 태준이 정체를 아직 모르는 판에.

그냥 상황이 그리 된 것이겠지."

그 말에 박승철 이사가 가만히 생각하다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이번에 정부 발표에서 시월에 착공한다는 말은 토지보상으로 6개월밖에 안쓴다는 말인데... 시간이 너무 짧지 않습니까?"

"....짧은 데에는 이유가 있지. 태준이야 계속 해외를 돌았으니 모를 수 있는데, 자네도 모를 줄은 몰랐는데?"

"예?"

회장의 말에 흘끗 박승철이 놀란 표정으로 되묻자 회장이 희미하게 미소지으며 답을 해주었다.

"자네도 전보다 많이 늘기는 했는데... 여전히 눈치는 참 없군. 정부에서 애초에 6개월로 잡은 것만 볼게 아니라 전체 예산도 함께 보면 바로 나오는 것을."

"사업 예산 말씀이십니까?"

"그래. 이번에 사업 예산으로 3조가 나왔어. 적은 돈은 아니지. 중동, 평촌, 산본쪽 택지지구 개발에 신도시 2개까지 포함된 예산인데 3조인게 문제지."

그 말에 박승철이 잠시 머릿속으로 계산을 해보더니 이내 놀란 눈으로 회장을 쳐다보았다.

"설마...!"

"그래. 그 설마야. 기업들이 사서 알아서 개발하라고 하려는 게지. 겸사겸사 정권 잡을때 도움 준 사람들 보은도 하고.

애초에 투기꾼이라고 잡아들인 면면을 보면 애매하게 땅 산 잡범들 아닌가. 진짜 굵직한 놈은 하나도 없어. 무엇보다 70만평을 넘게 중개한 백무엽이가 없지."

"그럼... 백무엽은 정부가 직접 심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게 봐야하지 않겠나? 자네 말마따나 기업들 땅 사라고 등 떠밀기에 떴다방 그놈이 제격이니.

거기다... 정부는 지금 눈치를 봐야하거든. 안그래도 군부 출신이라 외부 시선이 부담스러운데,

거기다 노영숙이 고 것이 쌩 난리를 치는 바람에 신도시 개발도 힘으로 밀어 붙일 수 없게 되었단 말이지.

그런데 공약으로 200만호 주택 공급이라고 뻥카를 날려뒀으니. 어쩌겠나.

돈 있는 기업들한테 시켜야지. 모르긴 몰라도 다른 기업들도 다 알음알음 사들이려고 했을게야.

태준이가 현금 살포를 해버린 덕분에 태준이 등살에 밀려 얼마 사진 못했겠지만. 하하핫."

실제로 원역사에서 토지 수용 문제에서 이득을 본 사람들은 1만평 이상의 땅을 가진 지역 유지들이었다.

원 역사에서 정부는 분당 땅 21.7%의 토지를 가진 4000여명의 사람들에게는 토지를 제 값 주고 수용했지만,

나머지 78.3%의 땅을 가진 6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토지를 수용하고 법으로 정해진 보상금만을 지급했다.

물론 법으로 정해진 보상금 역시 법에서 정한 기준대로 준 것이었기에 정부 입장에서는 할 도리는 다했다 여길 수 있겠으나....

워낙에 작은 땅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었기에, 그 돈으로 다시 비슷한 규모의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평생 살아온 분당에서 벗어나 지방 타지로 내려가야 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국가의 폭력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었다.

그랬던 원 역사가 바뀐 것은 태준의 개입 덕분이었다.

전생과 달리, 태준이 태균가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선택을 한 것이.

노영숙의 공격을 불러왔고,

그 노영숙의 공격을 태준이 쳐내는 과정에서,

노대호의 면이 깎여 나갔다.

그렇게 깎여나간 노대호의 이미지는 스스로 '보통 사람의 시대'를 슬로건으로 삼던 노대호 정부의 활동을 더욱 주눅들게 만들기 충분했다.

자연히 노대호 정부는, 김두혁 회장의 분석처럼, 더 이상 적을 만들지 않기 위한 선택으로서 은밀히 백무엽이라는 브로커를 동원해 민간 기업의 토지 구매를 부추기는 일종의 우회로를 택하게 된 것이었다.

그 덕에 땅의 원주인들은 시장가격으로 제대로 땅 값을 받고 팔고 나갈 수 있었고,

그 땅의 세입자들은 하루 빨리 개발을 하고 싶은 새 땅주인이 살포한 이주보상금을 받고 옆동네인 광주대단지로 여유롭게 이동할 수 있었으며,

기업들은 제 돈으로 직접 사들인 땅에서 자체개발을 통해 더 큰 수익을 노릴 수 있게 되었으니, 모두가 행복한 결말이었다.

"여기서 이득을 보지 못한 것은 정부 뿐이지. 요식행위라도 토지수용을 한 뒤에 나눠줘야 중간에 토공이 먹고, 주공이 먹고 하는데, 그 짓을 못하니까.

그럼 어떻게 하겠나? 당연히 사들인 땅 좀 달라 하겠지. 기부채납으로 한 번 뜯어내고, 개발가능 토지 면적제한으로 두 번 뜯어내고.

뭐, 우리도 정부가 이리 나와준 덕분에 먹는게 있으니 협조해야겠지. 사들인 땅에 반만 지켜도 이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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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드세요."

민영의 말에 나는 조작하던 기계를 멈추고는 따로 작게 마련된 티 테이블에 앉으며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놀랐어요."

"뭐가요?"

"회장님께서 태균가 사람인 건 알았지만, 태균그룹 회장님과 대놓고 거래를 하실 수 있는 분인건 몰랐거든요."

그 말에 나는 허허 웃으며 커피를 살짝 마시고는 말을 이었다.

"애초에 처음부터 그런 사이였어요. 제 혈통에 대해 침묵해주는 조건으로 10억을 받아 사업을 시작한 거기도 하고요.

저한테는 가족이 아니라... 거래처 같은 느낌이죠."

"그런 것 치고는 그쪽 회장님과 막역해 보이셨는데요."

"막역이라... 그런 미적지근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을 때도 있었죠. 아주 오래전에도 그랬었고, 최근에도 그랬었고.

그 감정 버린지 얼마 안되서 그런 느낌을 받았을 수도 있겠네요."

"아직 미련이 남으신건가요?"

"아뇨. 더는 기대 안하죠. 그 집구석엔."

"그런 것 치고는 물산 주식을 요구하시기에.... 아."

그렇게 말을 하다 말고 갑자기 뚝 하고 끊는 민영.

'다 물어봐놓고 눈치는 왜 보는건지...'

그런 민영을 본 나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민영씨도 이젠 제가 좀 편해졌나보네요."

"죄송합니다."

"아뇨, 아뇨. 진짜로 말 그대로예요. 비꼬는게 아니라. 앞으로 같이 할 일이 많은데 친해지면 좋죠.

물산 주식에 대해 물으셨죠? 그건 쓸 데가 있어요."

내 말에 차마 다시 묻지 못하는 민영을 향해 나는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물산 주식을 이용해 다시 딜을 걸거라서요."

"딜...이요?"

"태균전자가 가진 특허. 그걸 가져올 생각이예요."

그 말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민영의 표정을 본 나는 커피를 비우고는 말을 돌렸다.

"그나저나 이제 슬슬 신도시 토지 관련 사업 진행 발표가 날 때가 됬는데 소식 들은 것 없습니까?"

"뉴스라도 틀어볼까요?"

그렇게 민영이 한쪽 구석에 놓인 TV로 다가가 켜고는 이리저리 조작하며 뉴스를 하는 채널을 찾았다.

그렇게 민영이 뉴스가 나오는 채널을 틀자 TV속 앵커가 감정 없는 목소리로 말을 하고 있었다.

"...일반 기업이 보유 중인 토지는 15만평까지만 자체개발을 허용하고,

그 이상 넘어가는 토지에 대해서는 국가차원의 구획정리 사업을 통해 수용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이 때 기부채납 대상이 되는 토지에 대해서는 시행령에 의거 15만평 개발 한도에서 제외하며, 그 대상은 학교, 종합체육시설...."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읊는 앵커의 말에 나는 씩 웃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생각하던 걸 정부에서 직접...? 운이 좋군.'

"서울로 갈 채비하세요. 삼김을 만나서 신도시 관련 사업에 야지 좀 놓으라고 부추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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