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쓸어담는 재벌가 서자-34화 (34/200)

034. 물물교환 (1)

잠시 시간을 돌려.

1기 신도시 개발 발표가 있던 그 시각.

평창동 고택에서는 분노에 찬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이번에 매입한 땅이 개발 지역이 아니란게 말이 되는거야!"

"아버지, 그게..."

김두혁 회장의 질책을 받는 이는 첫째 아들이자 태균물산 사장으로 있는 김석현 사장이었다.

"미리 기름칠 안하고 뭘 하는게야!"

"그게... 그저 소문으로만 들려오는 것을 취합하다보니..."

"아이고... 이 미련한 것아! 미련해도 한참 미련한 것아....! 누가 사업을 소문을 듣고해...!

누구는 뒷돈 써가며 아홉 달 전 부터 구청 지적계장 구워 삶아가며 개발 계획 도면 빼내서 땅 사들이는데 넌 그리 순해 빠져서 무슨 놈의 사업을 하겠다고 그러는 게야!

그리 법대로 하고 살거면 사업이 아니라 학자를 하거나 법관을 했어야지! 내 아들로 태어났다고 꼭 사업을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일하는 건 아니냐?"

"그건 맹세코 아닙니다. 저는 그저 태균그룹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지금 네가 하는게 누가 되는게야! 사업가가 법을 우선시 하면 어쩌자는게야! 돈을 벌어들일 궁리를 해야지!"

김두혁 회장의 질책에 김석현 사장이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발했지만,

"하지만....!"

"시끄럽다. 그래서 사들인 땅은 어떻게 할거야."

스스로 태균이라는 제국의 왕을 자처하는 김두혁 회장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일단 분당 신도시 근처의 땅 15만평이긴 하니까... 한밭영농조합에 화훼단지로 대여를...."

"그 딴걸 대안으로 들고온게야?"

"하지만 그 안이 최선입니다. 이미 바로 옆에 신도시가 지어지는 마당에 쉬이 정부에서 자체 개발을 허가해주겠습니까? 계속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있을게 뻔한 땅인데 이제와서 팔 수도 없고... 일단 장기적으로 보는 편이..."

"후.... 알았어. 나가봐."

그렇게 김석현 물산 사장을 내보낸 김두혁 회장은 인상을 쓰며 박승철 이사를 호출한 김두혁은 박승철 이사가 들어오자마자 다짜고짜 태준에 대해 물었다.

"전략 3부 놈들은 요즘도 놀아?!"

"예. 아예 작정하고 태준 도련님께서 경비부터 모든 사업을 스스로 하고 계시기에 끼어들 틈이 없다고 합니다."

"쯧. 그놈 그거 너무 빨리 컸어. 겨우 10억가지고 대체 얼마나 벌었기에 내게 손 한 번 벌리지 않는겐지... 심지어 노영숙이 쳐낸 것도 태준이 고 놈이 스스로 한거라며."

"예. 노영숙 사모님이 보낸 그 도둑놈을 잡아 그대로 언론에 인터뷰 시키고 그 길로 곧장 김응삼 의원에게 가 중재를 요청하는 방향으로 일을 해결한 모양입니다.

태준 도련님의 정무적 판단 능력이 보통 이상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 말에 김두혁 회장이 인상을 쓰며 말을 이었다.

"거창하게 포장하지 말고 그냥 눈치가 좋다고 말해, 이 사람아. 정무적 판단은 무슨 놈의 정무적 판단. 정치할 놈도 아닌데. 해서 3부 놈들 지금 뭐하면서 놀고 있나?"

"일단 지금은 태준 도련님의 동향을 판단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철저하게 대학원생으로 위장하고 생활하시는 분이기에, 주로 태준 도련님이 가진 산하 기업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정리된 거 있으면 줘봐."

"수첩이라도 상관 없으십니까?"

"그래."

그렇게 박승철 이사의 수첩이 김두혁 회장에게 건네지고,

태준에 대한 최신 동향을 살펴본 김두혁 회장이 수첩의 어느 한 부분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이건 뭐야. 땅을 70만평이나 샀다니."

"작년 말에 태준 도련님께서 사신 땅입니다. 대략 저희쪽에서 추산하기론 630억 정도를 투자해 70만평에 가까운 땅을 사신 것인데...

보고에 따르면 해당 구청에 '공단'을 짓겠다며 사업계획서를 내고, 지목 변경을 요청한 모양입니다."

그 말에 김두혁 회장이 눈썹을 꿈틀거리고는 말을 이었다.

"여기가 어딘지는 보고 받지 못했고?"

그 말에 박승철 이사가 난감한 표정으로 극도로 송구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을 이었다.

"죄송합니다. 그저 공단 부지 신청을 냈다기에 최근에 도련님께서 인수하신 빵빵카폰의 대규모 생산라인 확장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지금 바로 알아보겠습니다."

"5분 줄테니까. 여기 어딘지 알아봐. 여태까지 돈 놀이로 돈 번 놈이 이제와서 성실히 일해서 돈을 벌 리가 없잖나. 분명 이거 뭔가 있어."

그렇게 김두혁 회장의 지시를 받은 박승철 이사는 태준이 산 땅이 분당, 판교 지역임을 확인하고는 김두혁 회장 앞에 무릎을 꿇었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분당이지?"

"예. 분당, 판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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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는 김두혁 회장을 기다리며 유니버스 연구소에서 디지털 통신 관련 실험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지금은 어때?"

내 질문에 답을 한 것은 김철민의 동아리 후배이자 카이스트 전자공학과 4학년 심재식이 답했다.

"... 약하네요. 이거. 형 이거 진짜 되는 거예요?"

이곳에 연구소를 세우며 세웠던 인재 수급 전략 중 하나인 '전액 학비 지원 및 월급 별도 지급'.

그 달콤한 꿀에 낚여 온 연구원 중 하나인 심재식은 유니버스 연구소의 핵심 연구 중 하나인 '디지털 무선 통신' 프로젝트에 큰 역할을 하는 핵심 인재였다.

당연한 말이지만, 전산학과 출신인 나보다 하드웨어를 잘 안다는 점, 그리고 전파와 통신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공부를 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아끼는 연구원 중 하나였다.

"이론 상으론 문제 없잖아. 유선에선 디지털 신호 전송이 되는데, 무선에서 안된다는게 말이 안되잖아. 그리고 여기선 형이 아니라 소장님."

"네네. 에효.... 산학협력 신청 결과는 언제 나온대요?"

"아직 멀었다. 여기 생긴게 이제 1개월이고, 아직 공사도 다 안끝났는데 벌써 나오겠냐.... 그렇다고 그거 승인 나올 때 까지 아무 것도 안할 수는 없잖냐."

"제발.... 제발 통과됬으면 좋겠네요. 석사 셋, 학부생 넷으로는 이거 택도 없는 짓이예요. 교수님들이라도 끼어야... 아니 하다못해 박사라도...! 아니 박사는 바라지도 않으니까 "

"우리끼리 하면 떼돈 버는건데도? 미국에선 창고에서 단 둘이서 임마...."

"그거야 됬을때 이야기죠."

"너무 그렇게 기 죽진 말고. 2팀 쪽은 나름 연구가 잘 되고 있는데 여기도 잘 되겠지."

내 위로의 말에 심재식이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반발했다.

"2팀은 형....! 아니, 소장님이 계시잖아요! 거긴 소프트웨어만 줄창 연구하더만!"

"거기도 석사, 학부생이 메인이잖냐."

"박사급이 둘 이나 있잖아요! 형하고! 철민이 형...! 아, 근데 철민이 형은 왜 안와요? 원래 형 올때 같이 오잖아요."

"전 교수님께서 과제 내주신거 아직 다 못해서 지금 학교에 있어."

"아하. 형은... 뭐 물론 다 하셨겠죠..."

"나야 뭐. 미국에서 하던 가락이 있으니까. 일본에서도 이미 다 했던거고."

"아... 대박..."

"대박은 무슨. 박사 안따고 여기 와서 다시 다니는 건데."

그렇게 내가 별거 아니라는 듯 말하자, 심재식이 장비를 조작하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멋있잖아요. 여기 연구소장이기도 하고.... 소장님...! 제발 저희 1팀도 인원 좀 더 뽑아주세요...!

2팀은 박사 둘에, 석사 다섯, 학부생도 열명이나 끼고 연구하는데... 1팀은 이 모양이니.... 되는게 이상하지 않아요?"

잡담으로 돌고 돌아,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인원확충이었던 모양.

나는 그 말에 피식 웃으며 늘 해주던 말을 마저 해줬다.

"꼬우면 니 친구들 더 꼬셔보던가. 아니면 후배들이나."

"성적 떨어진다고 안 온대요. 머저리들이 성적관리가 진짜 중요한게 아닌 줄도 모르고...."

"그런 머저리라면 됐다. 정 힘들면 서울대 애들이라도 꼬셔 보던가. 친구들 있을거 아냐. 멀어서 안오려나?"

"서울 갈 일이 있어야 말이죠...! 아니, 애초에 학교, 연구소, 기숙사 이렇게 뺑뺑이 돌기도 바쁜데 언제 꼬시고 있어요...!"

"휴가 보내주면 꼬셔올래?"

"지...진짜요?!"

"그럼 가짜겠냐."

"네! 저 서울대에 친구 많아요! 그 이번에 전계공에 둘 있고, 전기공학부에도 셋 정도 있어요!"

"꼬셔 올 수 있어? 있으면 법인카드 내주고."

"네! 무조건 꼬셔올께요! 다섯, 다섯 명 다 꼬셔오면 되는거죠?"

"그래. 꼬셔 와봐. 아. 휴가는 이번 주 금요일부터 줄께. 일주일이면 되냐?"

"네네! 주말에 출근하고 방학때 풀로 출근하는 조건으로 꼬셔오면 되죠?"

"어. 주말 출근 때는 숙식제공, 방학 때는 기숙사 제공한다고 해."

"앗싸! 휴가다!!!! 휴가라고!!!"

그렇게 심재식이 환호하며 소리치던 그때, 1팀 연구실 문이 열리며 민영이 들어왔다.

"소장님. 말씀하신 손님 분들 도착하신 것 같습니다."

"지시한대로 진행중이죠?"

"네. 최대한 깐깐하게 진행중입니다."

"그럼 다 마치고 응접실로 모시세요. 아. 모시고 나서도 보안규정대로 하는 것 잊지 마시고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응접실에 모실 때 쯤 다시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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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1시간쯤 지났을까?

민영의 알림에 따라 가운을 입고 응접실에 들어서자, 피곤함에 절어있는 김두혁 회장과 그 옆에서 시립해 있는 박승철 이사가 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머쓱한 표정을 가장하며, 입 밖으로 빈 말을 먼저 내뱉었다.

"이거... 죄송하게 됬습니다. 제가 미리 말해둔다는 걸 깜박해서.... 고생하셨습니다."

"됐다, 이 놈아! 네가 일부러 그런거 모를 줄 알고?!"

"그럴리가 있나요. 다만, 연구소인 만큼 이 정도 보안 규정은 있어야 하니 이해해주시죠."

"보안, 보안 이젠 그 소리도 지겹다. 대체 직원들을 어떻게 교육시켰길래 태균전자 연구소보다도 보안이 깐깐해! 고작 가건물 몇 동 세워둔 연구소 주제에!"

그렇게 투정을 부리는 김두혁 회장을 보며 나는 가운을 벗어 옆에 시립한 민영에게 넘기고는 자리에 앉아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오시면서 생각 좀 해보셨습니까?"

내 말에 김두혁 회장이 언제 피곤했냐는 듯 두 눈을 번뜩이며 박승철 이사에게 눈짓했다.

그러자 박승철 이사가 옆에 든 가방에서 분당의 지적도를 꺼내 탁자위에 펼치고는 말을 이었다.

"일단 지금 상황부터 브리핑 하겠습니다. 회장님, 도련님. 우선...."

'도련님이라... 어떻게든 태균하고 엮으려고 수작질은...'

전생의 스승. 박승철 이사 특유의 화법에 넘어갈 생각이 없었기에 나는 박승철 이사를 빤히 쳐다보며 박승철 이사의 말을 끊어내고는 박승철 이사의 말을 정정해주었다.

"지금은 랜더스의 대표로 앉아있는 겁니다. 박승철 이사님."

"...실례했습니다. 그럼 두 분 회장님께 지금의 상황을 브리핑 하겠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브리핑은 내가 매입한 토지 정보, 태균물산이 매입한 토지 정보, 그리고 분당신도시 개발 계획이 담겨있었다.

그렇게 브리핑이 끝나고, 김두혁 회장이 말을 이었다.

"들었으니 알겠지만, 이번에 네 큰아버지가 매입한 땅이 전부 개발계획에서 빠진 땅들이다."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2기 신도시에는 들어가는 땅이지. 판교 땅이니까.'

그렇게 내가 잠시 생각하는 사이 김두혁 회장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네가 산 땅. 절반. 정확히는 이매, 야탑지역. 거긴 이번 신도기 계획에 들어갔지."

"그래서요?"

"땅을 바꾸자."

그 어처구니 없는 제안에 내가 코웃음 치며 거절하려던 그때, 김두혁 회장이 말을 이었다.

"물론 그냥 바꾸자는건 아니다. 일단 네가 가진 이매, 야탑지역. 이 두 지역을 넘겨주면, 우리가 가진 판교지역 땅에 더해 돈을 주마."

"얼마나 주실 수 있는데 그렇게 거창하게 이야기 하십니까?"

"네가 매입한 돈에 두 배를 쳐주마."

"고작 두 배요? 지금 시가로도 이미 두 배는 넘었겠습니다."

"안 넘었다. 확인하고 오는 길이야. 정확히 30% 올랐더라."

"개발 발표되고 하루 만에 말이죠. 가지고만 있어도 계속 오를 땅을 제가 왜 넘겨드려야 합니까?"

내 말에 김두혁 회장이 은은한 미소를 띄우며 말을 이었다.

"안 넘겨도 어차피 넌 토해내게 되어있으니까. 억지로 연고도 없는 기업에 토해내게 될 바에야, 우리한테 빨리 넘기는게 낫지 않겠느냐?"

그 말에 나는 순순히 긍정하며 말을 이었다.

"뭐... 그야 그렇지요."

"그러니 후딱 우리한테 팔아. 우리가 쥐고 있으면 자체개발 쪽으로 해서...."

"하지만 땅을 토해낸다고 해도 제겐 이득인데요? 어차피 보상가 대로 보상 받고 하면, 최소한 돈은 벌지 않습니까.

자체개발로 한다는 말도 일단은 토지 수용 절차를 요식행위로 한 다음에 그 땅을 다시 분양받는 수법 아닙니까.

눈 먼 돈, 윗 대가리들하고 돈 나눠먹는 수작질인거 뻔히 아는데...."

"그러니까, 뻔히 알만큼 아는 사이니까 우리한테 넘기라는 말이다 이놈아. 네가 벌 돈 우리가 준다지 않느냐.

너는 돈을 벌고, 우리는 대단지 아파트 시공 실적을 쌓고."

그 말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회장님. 거래라는 건 말입니다. 상대가 받아들일 만한 제안을 해야 의미가 있는 겁니다.

저야 어차피 정석대로 정부에 땅 넘기고 하면 돈 버는 건 자동으로 되는 일인데 뭐하러 귀찮게 또 거래를 한답니까.

애초에 건설사도 없어서 아쉬울게 없는데."

"하하... 네가 지금 40년을 거래로 먹고 산 내게 훈수를 두는 게냐?"

"그럴리가요. 그저.... 저와의 혈연만 믿고 너무 느슨하게 제안하시는 것 같아서 말이죠."

"뭐라? 허허... 이 놈 이거...."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허탈하게 웃는 김두혁 회장을 보며 나는 말을 이었다.

"해서, 제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려는데... 어떠십니까?"

"무슨 제안이길래 그리 거창해?"

나는 김두혁 회장의 얼굴을 빤히 보며 미소를 짓고는 말을 이었다.

"물산 주식 10%. 물산에서 매입한 판교 땅. 이렇게 바꾸면 얼추 맞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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