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쓸어담는 재벌가 서자-30화 (30/200)

030. 소동 (4)

와작와작.

팝콘을 씹으며 뉴스를 보던 나는 김응삼 의원이 일처리를 만족스럽게 해줬다는 것을 확인하고 남은 팝콘을 모두 입에 털어넣어버렸다.

"잘 막아보라고 넘겨준 건데 역시 생각대로 됬네. 노대호를 벌써부터 꼬시면서 삼당합당을 준비하고 있을테니 적극적으로 움직였겠지."

나는 비어버린 팝콘 통을 소파에 그대로 둔 채 슬쩍 문을 열고 나와 옆집에 머물던 오오와다에게 찾아갔다.

"일 처리 잘 된 모양입니다."

"아, 방금 뉴스에 나오던 내용이 그거였던 모양이군요. 한국어를 잘 몰라서 단어 몇 개만 듣고 그건가 싶었는데... 잘 되었습니다."

"예. 해서 이제 슬슬 일본으로 돌아가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 당장 돌아가라는 건 아니고, 천천히 관광하시다 돌아가세요.

큰일 치르느라 애 많이 쓰셨는데 쉬는 날도 있어야죠."

그 말에 오오와다가 머쓱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을 이었다.

"아뇨. 가서도 할 일이 많지 않습니까. 돌아가는 대로 저는 계획대로 진행하겠습니다. 이번에 말씀하신 수정안에 맞춰 움직이는 것으로."

"잊지 않으셨군요. 좋습니다. 그럼 그렇게... 아, 최민영씨 지금 어디있습니까?"

"본인 사무실로 간다더군요. 이제 계약 건도 어지간히 안정되었고, 저도 딱히 한국에서 돌아다닐 일이 없어 통역도 따로 필요한 상황이 아닌지라 그러라고 했습니다. 지금 오라고 할까요?"

그 말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아, 아닙니다. 사무실 주소 주세요. 제가 내일 직접 가보죠. 그 최민영씨가 소속된 경비회사가 우리가 인수할 회사인겁니까?"

"예. 사실상 단일 후보입니다. 회장님께선 보안회사를 원하셨지만, 마땅한 회사가 없었기에 요구 조건을 조금 낮춰 단순 경비회사로 알아봤는데, 어떠셨습니까?"

"실력도 괜찮고. 무엇보다 여자 직원이 있다는게 마음에 들더군요. 아무래도 어머니를 모셔야 하는 입장이다보니."

"그럼 다행입니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자생한 경비회사다 보니까, 실력면이나 체계면에서 부족하지 않을까 싶어 일본 쪽 기술제휴 가능한 회사도 알아보고 있었는데..."

오오와다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것도 나쁘지 않네요. 일단 그건 알아만 두세요."

"알겠습니다. 양털깎이 이후에 인수할 생각을 하시는 거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준비를 해두겠습니다."

그렇게 보고와 제안을 마친 오오와다가 집 안으로 들어가더니 이내 명함하나를 들고 나타났다.

"그리고 여기. 처음 들렀을 때 받은 명함입니다."

[종합경비전문 KOTEC]

최민영 부사장

오오와다가 내민 명함에 적힌 최민영의 직책을 본 나는 의외라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최민영씨. 생각보다 나이가 있는 모양이군요."

"아뇨. 올해로 갓 스물 둘 된 아가씨입니다."

"그런데 부사장이라니. 혹시 사주와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그게..."

그 말에 오오와다가 뭐라 말하려다 말고 말을 목구멍 뒤로 삼키고는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그건 최민영씨 본인에게 들어보시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왜죠? 제게 보고 하지 못할 거라도 있는겁니까?"

"그렇다기 보다는 최민영씨에 대한 보고는 제 편견이 끼어들여지가 있어, 저어되는 구석이 좀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 말에 나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편견이라.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직접 만나보고 이야기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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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노영숙은 분노할 새도, 소리칠 기회도 없이 평창동 별채에 유폐되어 있었다.

"...."

"아직도 안나오는건가?"

"예. 부사장님."

김석훈이 문 앞에서 자신의 비서에게 묻자 무표정한 얼굴로 답했다.

그 답에 '후' 하고 한숨을 내쉬고는 노영숙이 잠가놓은 문고리를...

쾅!

하고 주먹으로 내리쳐 부수고는 발로 문을

톡-

하고 밀며 노영숙의 방에 들어갔다.

"자네는 나가봐. 부부끼리 할 이야기가 있으니."

그렇게 비서까지 물린 김석훈이 담담한 표정으로 침대에 걸터앉아 있는 노영숙의 앞까지 화장대 스툴을 끌고와 털썩 주저앉고는 말을 이었다.

"6개월이라잖아. 그것도 집유. 그 잘난 당신 오빠가 다 처리했다는데 왜 그런 표정인지 모르겠네?"

"...몰라서 물어?! 몰라서 묻냐고! 이 버러지 같은 새끼야!"

그 말에 김석훈이 빤히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뭘 잘했다고 지금 큰 소리치는거야."

"뭐?"

"당신이 그런 이상한 짓만 안했어도 우리한테 상당히 유리하게 돌아갔을꺼야. 안 그래?"

"그게 누가 만들어준건데? 니가 했니? 내가 다 만들어준거지."

"하. 그래. 니가 다 해줬다고 치자. 근데 가장 중요한 걸 잊지 않았나?"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난 김석훈이 노영숙의 머리를 양 손으로 부여잡고는 말했다.

"혈통. 태균가의 혈통. 그게 제일 중요하지. 안 그래?"

"그 잘난 혈통으로 니가 한게 뭐냐고! 지 형한테는 엄두도 못내고, 지 동생한테는 곧 치일 예정인 니가 나 없이 뭘 할 수 있는데!"

"하."

그렇게 김석훈이 노영숙의 얼굴을 거칠게 놓으며 말을 이었다.

"이리 멍청해서야..."

"무슨 말이야. 멍청하다니."

그 말에 김석훈이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담배를 꺼내 물고는 노영숙의 화장대로 가 거칠게 서랍을 열고는 듀퐁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고는 툭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됐다 됬어. 시기 질투로 사태 파악도 못하는 너한테 뭘 바라냐."

"설명 똑바로 해!"

그 말에 김석훈이 전에 없이 냉철한 표정으로 노영숙을 노려보고는 말을 이었다.

"닥치고 넌 앞으로 민식이나 제대로 키워. 알겠어? 아, 이번 사건 잘 마무리 하고. 제발 우리 생각 좀 하고 살자. 그 좋은 힘을 왜 쓸데없는데 쓰냐."

그렇게 담배를 쭉 빨아들인 김석훈이 빨아들인 담배연기를 뱉어내고는 노영숙의 화장대에 비벼끄고는 방 밖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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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나는 오오와다를 김포공항에 데려다 준 뒤 곧장 최민영을 만나기 위해 KOTEC으로 왔다.

"오오와다 사장님은 돌아가신 모양이군요."

"예. 제가 자리를 비운 동안 잠시 한국 사업 진행차 온 거였으니까요."

"그렇습니까? 그럼 계약 연장 건은..."

"연장이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아, 이번 경호 계약 건에 대해 이야기 못 들으셨습니까?"

"직접 듣기 위해 따로 보고받진 않았습니다."

그 말에 최민영이 '아'하는 소리를 내고는 오오와다가 대행한 계약서를 보이며 말을 이었다.

"이번 계약은 단기 계약이었습니다. 1달짜리. 경호 대상은 회장님의 자택과 회장님 본인, 그리고 오오와다 사장이었습니다."

"그렇군요."

"해서, 그 계약 건을 어떻게 하실지 여쭤보고자 했습니다. 일단 경호 대상 하나가 줄어든 만큼 계약 내용도 바꿀 필요가 있으니까요."

그 말에 나는 최민영이 보여준 계약서를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우선 몇 가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말씀하시죠."

"오오와다가 분명 인수 건에 대해 말했을텐데 왜 그 부분은 이야기를 회피하는 겁니까?"

그 말에 최민영이 멈칫 하더니 이내 말을 이어나갔다.

"인수 건에 대해서라면 회장님의 시험이 있어야 한다고 했기에 기다렸을 뿐입니다."

"그렇군요. 그럼 다음. 이 회사에 왔을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저는 왜 최민영 부사장. 당신만 보고 있는 겁니까? 사장. 아니 사주는 어디에 있습니까?"

그 말에 최민영이 살짝 한숨을 쉬고는 말을 이었다.

"사주이신 대표이사님은 지금 부재중이십니다. 모든 전권은 대표이사님 복귀까지 제가 행사하구요."

"그게 인수라는 회사의 운명을 건 일에도 적용이 되는 겁니까?"

"예."

'뭐 답은 하나네. 전권대리라면 사실상 사주의 딸이라는 거겠지. 부재중이라는 건 신변에 이상이 있다는 거고...

그래서 오오와다가 인수 대상으로 고른 걸테고. 대표가 부재중이면 분명 경영난을 어떤 식으로든 겪기 마련이니까.'

그 말에 나는 잠시 곰곰히 생각해 보고는 말을 이었다.

"일단. 오오와다 사장이 말한 시험이라는 건. 말 그대로 그냥 내 의견을 묻기 위한 이야기일 뿐. 따로 내가 시험을 친다던가 평가를 하는 일은 없습니다.

그러니 그 부분은 신경쓰지 않아도 좋습니다. 인수 건에 대해서도 전권을 받았다고 하니 그 부분도 문제 없는 것으로 알고 넘어가겠습니다."

그 말에 최민영이 놀란 눈으로 나를 보았다.

'그렇게 놀랄 거라면 애초에 말을 하던가.'

나는 애써 최민영의 반응에 딱히 반응하지 않으며 말을 이었다.

"해서, 인수 조건을 들어보고 싶은데 혹 생각해둔 조건이 있습니까? 기본적으로 제 쪽에서 제시할 수 있는 것은 고용 승계, 부채 승계 정도입니다.

회사의 모든 지분을 넘긴다는 전제하에, 여기에 추가로 또 제게 받고 싶으신게 있습니까?"

내 제안에 다시 한 번 놀란 표정을 지어보인 최민영이 이내 표정을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

"상당히 좋은 조건이네요. 고용승계에 부채승계라니."

"애초에 고용승계야 사업을 하려면 당연한 것이고, 부채승계는 귀찮은 과정을 생략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군요. 그럼... 법인명 유지도 가능한 건가요?"

그 말에 나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을 이었다.

"법인명이라... 다른 조건은 없는 겁니까?"

"일단 제안에 대해 검토는 해봐야 하니 없다고는 말씀 못드리지만, 일단 법인명 유지가 최우선 사항입니다."

이름유지에 집착하는 것을 보니 그 사연이 퍽 만만치 않은 모양이었다.

그 말에 나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그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또 추가로 요청할 사항은 없습니까?"

"그에 더해 경영진들의 유임도...."

"그건 현재 부재 중인 대표이사까지 포함하는 이야기입니까?"

"염치...없는 부탁인줄 알아요. 알지만... 예. 그렇습니다."

그 말에 나는 동의와 함께...

"알겠습니다. 대신 그 정도 추가 조건이라면 저도 조건을 하나를 더 걸고 싶습니다."

한가지 조건을 더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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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준이 돌아가고, 민영은 가만히 사무실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지금까지 이정도로 좋은 조건은 없었어. 받지 않으면 바보짓이지."

태준의 제안이 엄청나게 유리한 제안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민영은 아버지를 떠올리며,

"문제는 쓰려져 누워계신 아빠가 동의하실지 안하실지 모르겠네.... 말씀도 못하시고 그저 눈만 깜박이고 계셔서 알 수가 있어야지... 하...."

그리고, 태준이 건 두 번째 조건을 떠올리며,

"거기에... 전담 비서로 나를 쓰고 싶다고? 하... 대체 무슨 생각인거지?"

계속 고민에 고민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던 최민영의 등을 떠민 것은 애석하게도...

- 기한 이익 상실에 따른 상환 독촉장 발송 안내

민영의 아버지가 어떻게든 말라가는 회사를 살려보겠다 발악하며 쓰러지기 전까지 받았던 빚에 대한 독촉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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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그렇게 결정하는 것으로 하죠. 준비되는 대로 서류 준비해서 집으로 건너오세요. 네. 변호사도 데려오시구요. 저도 변호사 하나 미리 구해두겠습니다. 예."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나는 최민영으로부터 '모든 조건을 수락하겠다'는 내용의 전화를 받을 수 있었다.

"이걸로 일단 밑작업은 다 끝난건가..."

안전을 위협할 노영숙의 힘도 완전히 빼두었고, 자체적인 경비력도 갖추었으니 그렇게 봐도 무방할 듯 싶었다.

그렇게 전화를 끊은 나는 조용히 내 방으로 들어와 어머니가 사준 책상 앞에 앉았다.

"거 참.... 대학원 다시 들어간다고 굳이 책상 사줄 필요는 없는데..."

아마도 어릴때 밥상에 앉아 공부하던 것이 마음에 걸려 해주신 것일터.

나는 어머니의 그 마음에 감사하며 책상을 한 번 쓸어내린 뒤 곧장 옆에 딸린 서랍을 열어 새 공책과 곱게 깎인 연필을 꺼내들곤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일단은... 한국에서 할 사업부터 정리를 좀 해보자. 가장 먼저 해야할게...."

그렇게 머릿 속에서만 빙글빙글 돌던 계획이 어머니가 깎아주신 연필을 타고, 공책에 옮겨가기 시작했다.

"실탄은 넉넉하니 우선은 카폰제작 업체부터 하나 사들이던지 세우던지 해야겠어.

핸드폰은 커녕 고작해야 일반인 신분으로 구할 수 있는게 삐삐정도 밖에 없으니 여러가지로 사업을 벌이려 해도 할 수가 없으니 답답해서 원.... 쯧.

어차피 카폰 기술 자체는 무전기랑 동일하니까 난이도는 그리 높지 않기도 하고.... 이걸 통해서 통신시장에 발 담가 놓을 수 있으면... 베스트지.

가장 좋은건 사실 지방 쪽 삐삐 관련 사업자... 그것도 통신 사업자를 하나 인수하는건데... 애매하네 팔려고 하지도 않을테니.

그렇다고 작정하고 먹어버리기엔.... 삐삐가 워낙 단명하는 사업이기도 하고. 전형적인 게륵이구만 계륵이야. 이건 일단 보류.

아, 연구소도 하나 차려둬야지. 퀄컴 쪽 통수를 맞지 않으려면 우리나라쪽 연구소도 하나 가진 상태여야 해.

물론 퀄컴을 먹어버리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 치들이 바보도 아니고 먹어버리는 순간 바로 핵심인력 빼서 나올 확률이 더 높으니 우리쪽 인력 양성도 해둬야겠지.

원래 계획보다 빨리 들어오긴 했지만, 차라리 잘 됐어.

같은 학자로서 전길남 박사를 내 쪽으로 끌고오려는게 내 계획이었는데, 아예 사제관계로 엮일 수 있게 되었으니까.

이 참에 내가 세울 연구소에 전길남 박사님도 어떻게든 끼워 넣어봐야지.

전길남 박사... 이 분 때문에 CERN까지 갔는데 뽕은 뽑아야지 않겠어? 한 3년 그 안에서 버티면 군대도 처리할 수 있으니까. 꿀이네 꿀이야."

중구난방 쓰여지는 아이디어의 파편이 어머니가 깎아주신 연필을 타고 공책으로 옮겨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옮겨진 파편들이 하나 둘 쌓여가자 서서히 내 원대한 계획의 시작점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카폰 제작 업체, 또는 삐삐 업체, 그리고 네트워크 관련 사설 연구소를 통해 통신사업에 발을 담그고 있다가, 곧 있을 제2통신사업자 선정에서 이긴다...!"

1차 중간 목표를 명확하게 정리한 나는 다시 한 번 중구난방 흩어진 아이디어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공책 두 번째 장에 다시 한 번 모든 계획을 깔끔하게 정리한 나는

- 삭삭삭삭

정리된 것에 크게 원을 그리곤 그 밑에 큰 글씨로 이렇게 적었다.

[플랫폼 기업이 되서 우선 한국부터 먹어치운다. 그런 다음...]

"세계로 나가야지 세계로. 인터넷엔 국경이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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