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7. 소동 (1)
여담이지만, 전생의 나는 변호사였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웃기고 어이가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아직 입국절차가 마무리 되지 않은 상태였으니까.'
일반적으로 국가의 경찰력은 국가의 행정능력이 미치는 국토 내에서 유효하게 행사가 가능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행정능력이 미치는' 이라는 조건이다.
한 국가의 영토일지라도 행정능력이 미치지 않는 공간이 여럿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한국 주재의 대사관들이 그렇고...
'공항이 그렇지.'
정확히는 공항의 출국장과 입국장이 그러하다.
출국장에 한번 들어가면 다시 되돌아 나갈 수 없고, 입국장에서 한번 빠져나가면 다시 입국장 안으로 들어올 수 없는 이유가 바로 그런 이유에서 였다.
법적으로 출국장의 에어사이드(Airside;보호구역)에 있는 사람은 모두 출국한 상태로 분류되니까.
즉, 물리적으로는 한국에 들어와 있지만 법적으로는 한국에 들어온 상태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를 이용해서 홍콩에서 금을 사와서 일본으로 밀수하는 놈들 그런 문제 때문에 못잡았었는데 말이지... 이 바보들은 여기서 날 잡겠다고 들어와있다는게 말이 된다고 지금 이러는건가?'
물론 아주 엄밀히. 아주 엄밀하게 따지면, 어찌 되었든 출국 심사를 통과했으니 입국한 건 맞지만,
그렇다 해도 보안 규정상 출국 심사장부터 수화물 찾는 곳까지 에어사이드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입국 중인 자로 분류되지,
입국자로 분류되진 않기에 그렇게 억지 해석을 가져다 붙인다 한들 내가 불리해 지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이런 사실을 내가 지적하자 이 머저리 사복 경찰 둘이 상당히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말씀해보세요. 두 분 정확히 소속하고 직위,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저... 그러니까. 김태준씨. 그게..."
"여긴 어떻게 들어오셨습니까? 출국했다 들어오시는 길은 아닐거고. 설마 출입국관리소 직원만 사용가능한 통로로 들어오신 겁니까?
그렇다면...공항 보안 규정을 위반하신 것 같은데 이거 문제 삼아도 되겠습니까? 88 올림픽 기간 중에 공항 보안 규정 위반이라니 제정신이십니까?"
그렇게 내가 몰아치자 경찰 둘이 당황한 듯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사복 경찰이라 나름 깡도 있고, 잔혹한 면도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보는 눈이 많아서인지 막 나가지는 않고 있었다. 저들도 아는 것이다.
나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씩 웃고는 말을 이었다.
"그럼 저는 이만. 서로 피차 알아들을 만큼 알아 들은 것 같으니 서로 갈 길 가도록 하죠."
"이보세요 김...!"
내 말에 상대적으로 젊어 보이는 경찰이 반발했지만, 그 웃전으로 보이는 경찰이 젊은 경찰의 입을 막고는 말을 이었다.
"그럼 정식으로 찾아뵈어도 되겠습니까?"
"찾아오신다니, 어디로요?"
"주소지가 강남으로 되어 있으시던데."
'거 참...이것들 노영숙이 보낸게 뻔한데... 아, 그렇게 하면 되겠네.'
나는 그런 그들의 불쾌한 말에 악동들이 장난을 칠때나 지어보일 법 한 미소를 보이며 말을 이었다.
"그건 막을 명분이 없지요."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경찰의 손에서 벗어난 내가 입국장 밖을 빠져나갈때까지 나를 빤히 바라보는 두 사람을 보며 나는 심사가 뒤틀릴 수 밖에 없었다.
'어차피 골려줄 겸 차근차근 엿 먹이려 했는데... 잘 됬네. 어디 지금 부터 골탕 좀 먹어보라지.'
그렇게 나는 빤히 나를 감시하듯 쳐다보는 두 사람이 눈치채지 못하게 슬금슬금 입국장 출구 앞으로 가다가 슬쩍 방향을 왼편으로 꺾어 입국장 출구를 지키는 공항 보안요원에게 다가가 말했다.
"저기 보안규정 위반한 경찰이 있는데. 안 잡으십니까?"
"예?"
"저기 두 사람. 저보고 경찰이라면서 임의동행을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여긴 에어사이드이지 않습니까? 입국자가 아닌 이상 들어오면 안되구요. 그건 경찰도 예외가 아니지요. 진짜 경찰이 설마 그럴리도 없고, 그런데 안 잡으시는 겁니까?"
그러자 공항 보안요원이 곧바로 옆에 찬 워키토키로 보고하기 시작했다.
"...경비팀. 거동수상자 발견. 조치바람. 거동수상자 발견. 경찰을 사칭하였음. 조치바람."
두 사람을 골탕먹인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곧장 입국장 밖을 빠져나갔다.
입국장을 빠져나가 택시들이 줄지어 서있는 공항입구로 다가간 택시 하나를 잡아 타고는 가볍게 혼잣말에 가까운 푸념을 택시기사에게 말했다.
"죄다 중형택시 밖에 없네요."
"하하. 올림픽 한다고 죄다 택시들을 중형으로 바꿨으니까요. 외국인들은 덩치가 크다나...? 그래, 어디로 모실까요?"
그렇게 어디로 가냐는 택시기사의 말에 '대전'이라 말을 하려던 나는 순간 택시기사가 곤란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물었다.
"멀리까지도 가십니까?"
그 말에 택시기사가 반색을 하며 말을 이었다.
"그럼요. 저기 부산까지도 가달라고 하시면 가지요."
"그럼 대전 카이스트로 갑시다."
돈이 많이 드는 방법이었지만, 어차피 돈이 없는 것도 아니었고, 한시가 급한 상황이었기에 선택한 방법이었다.
그렇게 4시간쯤 걸려 카이스트에 도착하자...
- 한국과학기술원 89년 전기 대학원 원서 접수 기간 안내
석사과정 1차 원서 접수 기간 : 7월 1일 (금) ~ 7월 12일 (월)
석사과정 2차 원서 접수 기간: 9월 17(금) ~ 9월 27일(월)
박사과정 1차 원서 접수 기간: 7월 14일 (수) ~ 7월 28일 (수)
박사과정 2차 원서 접수 기간 : 9월 22(수) ~ 10월 6일 (수)
입구 옆 가로수에 89년 전기 대학원 원서 접수 안내를 담은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다.
"늦지 않게 왔네. 박사 2차 원서 접수 기간에 넣을 수 있겠어.
올해 카이스트가 과학기술연구부와 학사부의 독립문제 때문에 원생모집 일정이 꼬였다더니... 나한테는 천운이었네.
여기서 잠깐 일 좀 보고 오겠습니다. 미터기 꺾어놓고 계세요."
"예. 다녀오세요~ 그럼 화장실 좀 갔다가 요 앞에서 연초 태우고 있겠습니다."
그렇게 플래카드를 확인한 나는 택시를 잡아둔채 곧장 카이스트 입학처로 갔다.
입학처에서 원서 접수 안내를 받고,
그 자리에서 비어있는 원서를 받아 원서를 작성하고,
미리 준비해둔 추가 서류들(뉴욕대 졸업증명서, 학위기, 작성한 논문들 사본, 도쿄대 박사 수료 예정 증명서 등)을 꺼내던 나는 프랑스에서 받은 '선물'을 보고는 생각에 잠겼다.
"이건... 흠. 이건 나중에 써먹어야겠지."
그렇게 '선물'이 들어있는 봉투를 다시 가방안에 넣은 뒤 꺼낸 제출 필수 서류들을 정리해 모두 제출한 나는 입학처에 원서 접수증과 공식 확인서를 요청해 발급받아 가방에 넣고 다시 택시를 향해 걸어내려갔다.
"내일 확인서만 제출하면 다 끝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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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태준이 경찰들을 골탕 먹이고 대전에 내려간 그 때, 노영숙은 안기부 요원에게 보고를 받고 있었다.
"실패했답니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노영숙의 노기어린 말에 요원이 말을 이었다.
"현장팀으로 강남경찰서 강력계를 동원했는데... 문제는 이 사람들이 김포공항 보안규정 위반으로 잡혔답니다."
"하... 진짜 하다하다..."
"물론 말 안나오게 저희 측 요원들이 잘 빼냈으니 뒷말 나올 일은 없을겁니다."
그 말에 노영숙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그러니까 내가...!"
"그런 과격한 수단은 안됩니다. 세계의 눈이 아직 88올림픽에 쏠려 있습니다.
안 그래도 도시 분위기 해친다고 예비군 훈련은 커녕 민방위도 훈련도 사상 처음으로 중지했고, 방위병의 경우에는 아예 사복을 입고 출근을 할 정도로 정부는 세계의 눈치를 보는 상황입니다.
이런 분위기에 제안하신 그런 일을 벌이게 되면... 사모님 선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각하께도 폐가 됩니다."
그 말에 노영숙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그럼 대체 어쩌자는 거예요! 병역기피로 잡아 넣은 다음에 유죄로 만들어버린다면서요! 그게 안되면 이제는 뭐 어쩌려구요!"
"일단 플랜 A는 계속 진행할 예정입니다. 일단 혐의점이 있다고 하면서 귀찮게는 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바로 연행하는데 실패하기도 했고, 또 그 쪽에서도 우리가 표적수사를 이용한 공격을 하는 것을 알고 있는 만큼, 효과는 크지 않을 겁니다. 곧 풀려나겠지요.
그렇다고 해서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플랜 B가 있으니까요."
"말해봐요."
"플랜 B는 병무청을 동원해 바로 영장을 발부하는 겁니다. 다행히 김태준씨가 만 27세를 넘기기 전에 알아서 귀국해주었으니 현역징집이 가능합니다."
"석사도 있고, 일본에서 돌아왔다는 건 박사도 따고 왔다는 건데 군대를 가려고 하겠어요? 육개장(육개월짜리 장교라는 뜻으로 석사장교를 비하하는 표현)으로 빠르게 해결하려고 하겠지! 거긴 훈련도 거의 없다면서요!"
노영숙의 말에 요원이 살짝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젓고는 말을 이었다.
"석사장교 코스는 시험을 봐야합니다. 그 말인 즉, 따로 신청하지 않는 이상 병으로 갈 수 밖에 없다는 뜻이지요.
그렇다면, 만약에 그 시험을 신청하기 전에, 영장이 나오면 어떨까요?
김태준씨는 이미 입대를 미룰 수 있는 기회를 다 써버리고 난 뒤입니다. 석사에 박사까지 전부 마쳤으니까요.
시험 신청은 6월, 12월이구요. 그렇게 되면.... 영장에 나온 입대 날짜에 맞춰 꼼짝없이 군대에 가야하는 겁니다."
그 말에 노영숙이 씩 웃으며 박수를 치고는 말했다.
"현역 입대시켜버리면, '훈련 중 사고사'를 당할 수도 있겠네요."
그 말에 요원이 표정을 굳혔다 풀며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잘 된 일이네요. 오히려 플랜 A보다 마음에 들어요."
"그렇습니까? 그럼..."
"그렇다고 플랜 A 접지는 마시구요.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괴롭히다가 보내줘야 속이 시원하지 않겠어요?"
"예."
노영숙의 잔혹한 말에 동조하기 싫어서였을까. 요원이 크게 반응하지 않고 노영숙의 말에 답했다.
그런 요원의 심리따윈 아무래도 좋은 노영숙이 한껏 기대에 부푼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럼 지금 당장 바로 진행 가능한가요?"
"아닙니다. 일단 출입국기록이 병무청으로 내일 아침에 넘어가니, 내일 오후는 되어야 영장 발부가 가능할 겁니다. 거기에 영장 발부해서 주소지에 배달하는 걸 포함하면... 아무리 빨라도 3일은 걸리겠지요."
"...그건 좀 그렇네요."
"... 이틀 안으로 완료될 수 있도록 처리해보겠습니다."
요원의 대답에 만족한 노영숙은 고개를 끄덕이며 요원에게 나가보라 말하고는 어울리지 않게 우아한 척을 하며 찻잔을 들어 커피를 마시고는 혼잣말을 내뱉었다.
"아, 그러고 보니 고 년 어떻게 됬는지 안물어봤네? 뭐 그건 알아서 잘 처리했겠지. 어차피 겁만 좀 주라고 시킨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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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을 다 마치고, 근 8년만에 집에 들어서자....
"아, 오셨습니까?"
집 안에서 밥을 먹고 있는 오오와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태연한 모습에 내가 당황하며 말을 잇지 못하자 어머니가 말을 이었다.
"얘. 너는 오랜만에 오는데 엄마는 보이지도 않니?"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여기 오오와다상은 어째서."
"네 친구라던데? 일본에서 너랑 같은 회사 다녔다며."
그 말에 나는 슬쩍 오오와다를 보았다.
그러자 오오와다가 슬쩍 웃어보이고는 어색한 한국어로 말했다.
"오모니, 밥 더 있스므니까? 기무치가 맛있네요."
"그래, 그래. 조금만 기다려봐. 묵은지 더 내줄테니까."
그 태연한 태도에 나는 어이가 없어 웃다가, 오오와다 옆에 앉은 사람을 보고는, 슬쩍 밥상 앞에 앉아 일본어로 말을 이었다.
"옆에 계신분은 누굽니까? 오오와다 사장."
"아, 제 통역 겸 이번에 지시하신 경비업체 인수건으로 알게된 분입니다. 최민영씨라고...."
그 소개에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최민영을 본 나는 말을 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된 일인지..."
그렇게 내가 참지 못하고 말을 이어나가려던 그때, 어머니께서 새로 퍼온 밥과 김치, 그리고 국을 내려놓으며 내 등을 퍽 하고 내려치시고는 말씀하셨다.
"대뜸 친구부터 보내놓고 와서는 한다는 말이 일이야기니? 밥 부터 먹어."
그렇게 어머니의 말씀에 나는 슬쩍 눈치를 보고는 밥을 먹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먹는 한식.
오랜만에 먹는 집밥.
오랜만에 먹는 어머니의 손 맛.
현생에서도 전생에서도 이보다 귀한 것은 없었기에 나는 일에 대한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찬찬히 밥알 하나하나를 음미하며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동안 천천히 밥을 먹고 나자 어머니는 인스턴트 커피 세잔을 내주시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안방으로 들어가셨다.
편하게 이야기 하라는 배려.
자신의 집이었음에도, 결국 아들에게 편한 자리를 내어주시는 어머니의 모습에 나는 씁쓸하게 미소지어보이고는 이내 오오와다에게 말을 이었다.
"자, 어떻게 된 건지 이야기나 들어봅시다. 무슨 일이 있었기에 두 분이 우리 집에 있는 겁니까?"
"별 일 아닙니다. 회장님께서 원하셨던 보안업체 있지 않습니까? 인수 전에 시험삼아 일을 맡겨 봤는데 상상 이상으로 잘 해결해주었습니다.
밥을 얻어 먹게 된 건 그 일 처리 과정에서 사모님과 제가 안면을 트게 되어서 얻어먹게 된 것이구요."
그 말에 나는 더욱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일본에서 출발한게 4일전이다.
그 4일만에 성과를 낼 일이 뭐가 있.....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머릿속을 스치는 가능성에 속삭이듯 비명에 가까운 말을 내뱉었다.
"설마....?!"
"예. 그 설마가 맞습니다. 회장님께서 출발하시기 전에 걱정하시던 게 딱 맞아 떨어지더군요. 말씀하셨던 노영숙이라는 여자가 사모님을 노리고 또 일을 벌였었습니다.
물론... 앞서 들으셨다시피 저희 선에서 이미 정리 되었지만요."
그렇게 오오와다가 보고를 하다 말고 슬쩍 최민영을 바라보자, 최민영이 품 안에서 누런 지퍼백을 꺼내 내게 내밀었다.
"이건..."
"노영숙이 범인에게 이 집 안방에 가져다 놓으라고 한 쪽지입니다. 증거물일 수 있으니 지퍼백 안에 담아두었습니다."
오오와다의 이어진 보고에 나는 조심스럽게 지퍼백 너머로 보이는 쪽지의 내용을 읽어보았다.
"이게... 무슨... 고작 이딴 걸 넣어놓으라고 시켰단 말입니까?"
한심하기 짝이 없는 내용을 너머 유치하기 짝이 없는 내용.
그 내용에 내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되묻자 오오와다 역시 동감한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딴에는 겁을 주려고 했던 모양입니다."
"하. 거참. 그래. 그래서 범인은 누구였습니까? 아니 경찰에 넘긴겁니까?"
증거도 확보 했고, 큰 일도 일어나지 않은 탓이었을까.
"그게.. 저도 넘기려 했는데 여기 있는 최민영씨가 말리더군요... 그자가.. 그 누구였죠?"
그렇게 공이 최민영에게 넘어가자, 최민영이 슬쩍 안방을 쳐다보고는 작게 말을 이었다.
"그 범인이 몇 년전에 잡힌.... 대도 조제형이었습니다."
"조제형...? 설마 그 조제형입니까?"
"예. 그래서 일단은 경찰에 넘기지 않고, 저희가 데리고 있었습니다. 교도소에 있어야 할 사람이 나와서 이런 일을 한다는 것 부터가...."
"잠깐. 잠시만요."
나는 순간 떠오른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한 손을 들어 최민영의 보고를 멈추었다.
'잠깐.... 그러면.. 상황이 어떻게 되는거야? 노영숙이 교도소에 있어야 할 조제형에게 의뢰를 해 이따위 유치한 쪽지를 우리 집에 남기려고 했다는 거고... 그 실행범인 조제형은 지금 우리 손에 있다? 거기에 증거도?'
그렇게 생각의 정리가 끝나고.
나는 누구보다 즐거운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당장 조제형한테 가죠."
'이런 좋은 기회는 못 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