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1. 점화 (2)
다시 시간은 12월 25일.
잠시 과거를 회상했던 오오와다는 '정답'이라는 태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해서. 미리 조사를 좀 해봤습니다."
"조사...?"
"예. 랜더스 투자운용을 탐낼만한 곳. 그 곳이 어디일지. 얼마나 대가를 치를 수 있을지 등등을 조사했고. 그 결과.... 1순위부터 5순위까지 추려냈습니다."
"틈틈히 많은 걸 하셨군요."
태준의 말에 오오와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야... 그게 회장님의 계획을 돕는 길이라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제가 더 이상 사장직에 있지 않아야 저도 회장님 곁에서 더 많은 기회가 생기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태준이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의외네요. 투은사 인수를 통해 다시 금융계로 화려하게 복귀하는 걸 꿈꿀거라 생각했는데."
"겉만 화려한 것 보다는 회장님을 따르는 편이 더 좋습니다."
그 대답에 나는 고개를 미세하게 끄덕이고는 오오와다에게 물었다.
"그래서 어디가 가장 적합해보입니까?"
"접근성, 매각 이후 추가 전략 등을 고려하면 역시 노무라 쪽이 1순위입니다. 다만, 최근 노무라 증권의 내부 동향을 고려하면.... 인수 대신 외부 위탁 운용사의 범위를 늘려가는 추세라 인수보다는 위탁운용계약을 맺으려고 할 확률이 높습니다. 해서 우리측에서 운용하는 상품들의 운영권을 파는 방안도 고려해보았습니다만...."
그렇게 오오와다가 보고를 멈추고 타케미치를 바라보자, 타케미치가 말을 이었다.
"편한 길이기는 하지만, 회장님의 대업에는 적합하지 않은 길이라는 판단에 배제하기로 하였습니다."
"법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단 이야기군요."
"예. 회장님께서 일본인 기업가였다면 걱정이 없겠지만, 외국인이시지 않습니까? 어떤 꼬투리도 남겨선 안된다고 판단했습니다."
타케미치의 말에 태준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군요.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어디로 결정한겁니까?"
"결정은 회장님께서 내려주십시오."
그렇게 오오와다와 타케미치가 고개를 숙이고 꺼내놓은 두 개의 서류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 랜더스 투자 운용 매각 전략 (A) : 다이와 금융 그룹
- 랜더스 투자 운용 매각 전략 (B) : 닛코 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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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물러가고 난 뒤, 나는 생각에 잠겼다.
"대체 무슨 바람이 분 건지...."
어딘지 모르게 과한 태도로 일을 하는 모습에 일말의 불안감까지 느낄 정도였기에 나는 차분히 두 사람이 들고 온 서류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계획 자체는 이상이 없네. 역시 조금 도취되어 과해진 감이 없지는 않지만.... 이건 뭐 대세에 지장이 없는 거고..."
그렇게 계획들을 살피던 와중 나는 한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이와 증권은 우리와 구조가 같은 인덱스 펀드를 운용부에서 자체 운용중이지만 괴리도가 커서 가입자가 적고... 닛코의 경우에는... 최근 CDS를 판매중에 있다....? 이래서 이 둘을 고른 것인가...?"
그렇게 특이사항을 체크한 나는 한참을 고민에 잠겼다.
그렇게 며칠간의 고민이 이어지고, 87년 1월 1일.
하츠모데(初詣;신년에 행하는 신사참배)를 마치고 곧바로 새해 인사를 온 타케미치와 오오와다에게 나는 곧장 지시사항을 내리기 시작했다.
"내일부터 타케미치 변호사님은 곧장 토지 매각 절차에 들어갑니다."
"전부 말씀이십니까?"
"예. 전부. 한번 털고 갈 때 됐습니다. 대출 총액이 지금 얼마죠?"
"잠시..."
내 질문에 타케미치는 수첩을 꺼내들고는 말을 이었다.
"1860억엔정도 됩니다."
"전부 시가에 처분하세요. 처분 즉시 대출금부터 전부 상환하시고. 아, 허영하 회장에게 넘길 이케부쿠로쪽 토지는 정리하지 마시구요."
"알겠습니다. 정산 후 나온 수익금은 어떻게 처리할까요?"
"전부 재투자합니다. 팔리는 대로 계속 투자운용측으로 넘기세요. 오오와다 사장."
타케미치에게 답을 한 뒤, 곧바로 내가 오오와다 사장을 호명하자 오오와다가 수첩에서 눈을 떼며 말을 이었다.
"예."
"자본금 들어오는 것 전부 인덱스 펀드 쪽으로 옮겨 놓으시고, 기존 자금도 당분간은 인덱스 펀드쪽에 고정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인덱스 펀드에 고정해 두다가 일본전신전화공사 공모주들이 시장에 나오기 시작하면 전부 받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내가 업무지시를 다 마친 뒤, 헛기침을 몇 번 하고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 일 마무리 되는대로 오오와다씨는 다이와와 닛코 양쪽에 인수의향 타진해보세요. 한쪽을 고르기 보다 경쟁하는 방향으로 갑시다. 그리고, 사장자리 내려놓을 준비. 미리 하세요. 타케미치 변호사도 마찬가지로 퇴직 준비하시고."
""예?""
내 말에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두 사람을 보며 나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간 고생하셨으니까. 퇴직금은 받아가셔야죠."
"하..하지만, 회장님. 저희는....."
그렇게 말까지 더듬으며 당황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두 사람을 보며 나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NTT주식. 그거 오릅니다. 상장 2주안에... 못해도 2배는 오를겁니다."
"...."
"그 기회 놓칠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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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태준에게 보고를 마치고 나온 두 사람은 호텔 로비에 마련된 카페에서 한동안 줄창 담배만 태웠다.
"..... 어쩔 거야? 우리 버려진거 같은데."
먼저 말을 꺼낸건 오오와다였다.
오오와다의 말에 타케미치가 침묵으로 일관하며 다시 담배 한 까치를 꺼내자 오오와다가 말을 이었다.
"분명 회장님이라면 퇴직금으로 엄청난 돈을 주시겠지."
"그렇겠지."
"게다가 돈을 왕창 벌 정보까지 이미 주셨고, 우리가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도록 회장님 당신의 품에서 놔주시기까지 했어. 이건 버려진 거랑은 다른거야."
"그건 그렇지."
"그 마음. 넌 알거 같아?"
오오와다의 감정적인 말에 타케미치는 잠시 고개를 들어 오오와다를 바라보았다.
"모르지."
"그걸 모른다고?! 너....! 회장님께 받은 은혜가 얼마나 큰지 몰라서 이래? 지금 우리가 받는 월급만 해도 남들 연봉급이었어. 이미 받은 돈, 잘 굴리기만 해도 평생 먹고사는데 지장 없는 목돈이었다고! 거기에 그냥 놔주신 것도 아니지. 정보도 주셨잖아. 그런데 그걸 모른다고? 그 마음을?"
"그만큼 일을 했으니.... 거기다... NTT주식은 이미 대세잖아? 청약 경쟁도 상당했고."
"그 정도 일은 사회인이면 누구나 해! 그리고 정보란 게 NTT가 오르는게 정보인 줄 알아?
최소한의 익절 타이밍을 알려주신거잖아! 2주! 2주만으로 두 배를 벌 수 있다는 확실한 정보. 이게 얼마나 대단한 건줄 알아? 주식쟁이들 한테는 꿈같은 일이야!"
그렇게 오오와다가 실망한 목소리로 고함치자 타케미치가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더더욱 회장님 곁을 떠나는게 맞겠지."
"뭐..라고?!"
"벌 만큼 벌었고, 앞으로도 벌거고. 놔주실 때 가야지. 언제고 회장님께 붙어 있을 수는 없잖아. 손익 계산이 철저하신 분이니, 우리가 한 만큼 주신걸테고."
그 말에 오오와다가 고함을 치려다 후 하고 한숨을 내뱉고는 말을 이었다.
"그래. 알겠다. 네 뜻. 그러니까 너는 회장님꼐 받은 은혜를 갚지 않겠다는 거지? 넌 할 만큼 했다는 거고."
"알았으면 됐다."
"알았어."
그렇게 오오와다는 더는 할 말이 없다는 듯 남은 커피에 피우던 담배꽁초를 던져버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를 빠져나갔다.
그런 오오와다의 뒷모습을 응시하던 타케미치는 한숨을 내쉬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따라가는 것도 그릇이 되어야 따라가는 거다. 오오와다.
고작 법조문이나 웅얼대는 나보다는 네가 회장님과 더 오래 갈 수 있겠지. 은혜도.... 유능해야 갚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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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타케미치 변호사의 퇴직의사를 들은 나는 타케미치 변호사와 면담을 가졌다.
"퇴직금은... 5억엔 정도로 책정했습니다."
내 말에 타케미치는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더니 이내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감사합니다."
"그동안 고생 많았습니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아닙니다."
그렇게 퇴직에 대한 간략한 절차(라고는 해도 그저 면담일 뿐이었다.)를 마친 나는 이어서 타케미치 변호사에게 조언을 했다.
"받은 퇴직금은 어떻게 쓰던 자유지만, 가능하면 NTT가 시장에 처음 나온 날 그 돈으로 전부 NTT주식을 사는 걸 추천합니다. 분명 오르는 주식이거든요. 사실상 국민주 처럼 되었으니 용돈 벌이 삼아 청약받은 사람들이 내놓는 물량이 많을겁니다. 그걸 사세요."
"예."
"그리고 그에 더해. 가능하면 89년까지는 보유를 하고 계십시오. 물론... 뭐 벌이가 시원치 않다면 팔 수도 있겠지만, 결코 생활비 이상으로 빼서 쓰면 안됩니다. 89년 말까지 오를테니까요."
"89년까지... 말씀이십니까?"
"예. 89년까지입니다. 그때는 낙찰단가보다 4배 정도 올라있을 겁니다. 빠르면 9월정도 늦어도 11월에는 파셔야 합니다. 저도 그때까지는 들고 있을 예정이거든요. 혹시라도 상황이 바뀌면, 오오와다 사장을 통해서 연락이 갈껍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절대로 그 어떤 주식도, 땅도 사지 마십시오. 있던 땅도 모두 파셔야 합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이어진 조언이 끝이 나고 악수를 하기 위해 일어선 그때, 타케미치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끝까지 따라가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 말에 나는 일전에 타케미치에게 했던 말을 떠올리고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다시는 저 안 볼겁니까?"
"예?"
내 말이 예상 외였던 것일까. 타케미치는 눈물이 그렁그렁 고인 채 당황섞인 목소리로 되물었다.
나는 그런 타케미치의 말에 테이블에 놓인 티슈를 뽑아 건네주고는 말을 이었다.
"마치 다신 안 볼 사람처럼 말을 하기에 물어봤습니다."
"그야... 퇴직을 했으니."
"퇴직했다고 우리가 못볼 사이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저 가는 길이 달라지는 거지."
"그야.. 그렇습니다만."
"또 볼일이 있을 겁니다. 조만간이 아니더라도... 10년 뒤 쯤에는 볼일이 생길 수도 있지요. 그때 내가 보자면 안 볼겁니까?"
"아닙니다. 선약이 있어도 만사 재쳐두고 회장님께 오겠습니다."
그렇게 어색한 면담이 끝나고, 나는 타케미치와 악수를 나눴다.
척.
두 손이 맞닿자 약 1년간의 고생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주마등의 끝에서....
"아. 그래도 맡은 일은 마저 마무리 하시고, 인수인계 하신 다음에 퇴직하셔야 합니다."
아직 남은 타케미치의 업무를 본 나는 농담처럼 타케미치에게 업무지시를 내렸다.
"예?"
"아직 허영하 회장과의 거래가 남지 않았습니까. 그거 이번 달 안에 마무리 짓고, 오오와다 사장에게 랜더스 플랜 쪽 일 인수인계 하신 뒤에 가시죠."
"아...예. 그건 당연히...."
그렇게 어색한 면담을 마치고 타케미치를 내보낸 나는 피식 웃으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10년 뒤에는 볼일이 있겠지. 진짜 딱 10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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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준과의 면담을 마치고 나온 타케미치를 맞이한 것은 다름아닌 오오와다였다.
"기어이... 쯧."
"가자. 늦기전에 인수인계 시작해야지."
타케미치의 말에 오오와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용히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타케미치가 미리 잡아둔 일반 객실이 있는 5층을 눌렀다.
숫자 5가 반짝인 것을 신호로 오오와다가 참고 참은 말을 내뱉었다.
".... 회장님께서 혹시 널 잡진 않으셔?"
"그분이 어디 그럴 성격이신가? 바람같으신 분인데..."
"그야... 그렇지."
짧은 대화가 오가고, 다시 무거운 공기가 엘리베이터를 짓눌렀다.
그 공기의 무게에 엘리베이터가 가라앉고 있다고 착각이 들 만큼 무거운 공기였다.
얼마간의 시간이 자났을까. 경쾌한 차임음과 함께 한계까지 밀폐되어 있던 공기가 엘리베이터 밖 5층 로비로 쏟아졌다.
그리고 그 공기를 따라 타케미치가 내리며 말을 이었다.
"5억."
"뭐."
"5억엔이나 주셨어. 퇴직금으로."
그 말에 오오와다가 순수하게 놀란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퇴직금으로 5억이라고?"
그 물음에 타케미치가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 돈이면 작게나마 도심지에 상가건물 올리고 편하게 살 겠네. 아마 평생 일해도 그 정도 목돈....은 아닌가. 내가 회장님과 함께 했다면 분명 그 이상도 만질 수 있었을테니."
그 대답에 오오와다는 후 하고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그걸 아는 놈이...!"
"아니까 제 발로 나온거다."
"그게 무슨 바보같은 소리야."
"자세한건 방에 가서 이야기 하자. 인수인계 하면서. 룸 서비스로 사케랑 스시 올려뒀다."
그렇게 방으로 들어온 타케미치와 오오와다는 곧장 작은 테이블에 앉았다.
타케미치가 말 없이 사케를 따라 오오와다의 앞에 놓자, 오오와다는 그런 타케미치의 손을 잡아채고는 말을 이었다.
"아까 하던 이야기 계속해봐."
"일단 마셔."
그렇게 타케미치가 오오와다의 손을 뿌리치고 자신의 잔에 사케를 붓고는 잔을 부딪히지도 않고 곧장 들이마셨다.
그런 모습을 본 오오와다 역시 술잔을 들어 자신에 입가에 대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이제 이야기 해봐. 그게 무슨 뜻이야. 그걸 아니까 네 발로 나왔다는게."
"지금의 회장님에게 내가 필요없다는 뜻이야."
"그게 무슨.... 대부분의 업무를 전부...."
"그 대부분의 업무는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는거지."
그 말에 오오와다가 인상을 쓰며 말을 이었다.
"그걸 왜 네가 판단해. 회장님께서 판단하실 일인데."
"회장님께서도 나와 같은 판단을 내리셨으니... 나를 보내신... 아니 놔주신 거겠지."
"뭐?"
"회장님. 보기보다 여리신 분이야. 내가 한 일에 비해 많은 돈을 챙겨주신 것도 그렇고,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내가 돈을 벌 수 있게 조언해주신 것도 그렇고. 그... 자이니치들 사이에선 그걸 정이라고 부르더군."
"정....? 감정을 말하는 건가?"
"그것보다 조금 복잡한 개념인것 같았어. 아마 조선... 아니 저 한반도 사람들만이 주고 받는 감정적 무언가겠지."
"그래. 그래서 그게 뭐. 회장님이 그래 너를 동정하시던 애정하시던 너를 직접 쳐내실 마음이 없는데 왜 네가 나가냐 이 말이야."
"그러니까 내가 나가야지."
타케미치의 애매한 태도 탓이었을까.
아니면 오오와다가 태준에게 물든 탓이었을까.
타케미치의 말에 오오와다는 답답했는지 가슴을 내리치며 말을.. 아니, 한껏 격양된 목소리로 의문이 담긴 외침을 내뱉었다.
"그러니까 왜!"
그런 오오와다의 외침에 타케미치는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말했다.
"더는 내가 회장님께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 택건사 노릇도 허영하 회장에게 땅을 넘기면 끝이나고, 회장님의 수발 같은 것은... 사실 누가 해도 상관이 없는 거기도 하고.
무엇보다 회장님이 딱히 수발을 들 필요가 없는 분이기도 하고. 회장님 토다이(東大 ; 도쿄대) 대학원 다니시는 건 아나? 그것도 박사과정.
이렇게 거대한 규모의 일을 하시면서 공부까지 하시는 분인데 단순한 일 하나에도 허덕이며 사방팔방 뛰어다녀야 하는 내 수발이 왜 필요하겠어."
"법적인 문제들이 생기면 나설 수 있잖아. 방패를 누가 늘 쓸거라고 생각하고 사! 언젠가 쓰일지 모르니까 사는거지."
"그것 역시 랜더스 투자금융쪽 법무팀을 랜더스 플랜으로 옮겨오면 해결이 되는 문제지. 이번에 뽑힌 사람 중에 내 대학선배도 있더라. 미카즈키 변호사.
아는 체는 안했다만... 그 선배. 대학 1년차에 변호사 시험 합격하고 졸업도 수석으로 한 천재야. 이미 나 따위와는 비교가 안 돼지."
그 말에 오오와다는 더는 말을 잇지 못한채 제 손으로 술을 따라 들이키고는 생각했다.
'쓰임을 잃은 방패....라는 건가.'
그렇게 씁쓸한 표정으로 술을 마시는 오오와다를 본 타케미치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그래서 내 발으로 회장님 곁에서 나온거다."
"그래."
"그리고 그런 나를 회장님은 힘껏 응원해주신 거고."
"5억씩이나 받고.... 투자의 신에게 투자정보를 받았으면... 확실히 응원은 응원이지. 일본에 그런 분이....
아니, 일본인이 아니기 때문에 그러실 수 있는건가. 국적을 떠나 인간으로서 존경할 만한 분이지."
오오와다가 타케미치의 말에 기계적으로 긍정하며 아쉬운 마음을 정리하던 그 때.
타케미치의 입에서 담담히.
그러나 대담하고 거대한 말이 나왔다.
"그리고 그 응원을 받았으니.... 따르진 못하더라도 밖에서 그 보답을 해야겠지. 회장님.... 아니 우리의 우에사마(上様; 고귀한 사람의 존칭; 특히, 덴노·쇼군을 칭할때 쓰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