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쓸어담는 재벌가 서자-19화 (19/200)

019. 김천성 사망? (4)

"여하튼. 오늘 중으로 아마 김천성은 살아있었다고 보도가 나갈겁니다."

"그래. 이야기 들었다. 무슨 소식이라도 들은게야?"

내 말의 중요성 덕분일까. 할아버지는 더 이상 그 빌어먹을 새끼와 나를 엮으려 들지 않고 곧바로 다시 화제의 중심으로 돌아와 내게 되물었다.

"일본 증시가 예상보다 빠르게 안정되고 있어서요. 들은 것은 어디까지나 소문이지만요."

"소문이라도 좋으니 말해봐."

"김천성이 살아있을 수 있다 뭐... 그런 소문이죠. 일본 정부에서 나온 소문이라는 라벨을 달고 나온 말이라 그 의도가 빤합니다만...

그래도 아주 없는 소리는 아닐 겁니다. 무려 그 근거로 감청기록이 나왔으니까요."

내 말에 할아버지가 순간 울컥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감청기록? 일본 놈들이 우리를 감청한다는게야?"

"정확히는 북한을 감청했다고 봐야겠지요?"

"그거나 그거나. 그래, 그래서 그 감청 기록이란게 대체 뭐냐."

"별건 아니고, 어제 발표가 있은 직후부터 북한 전 지역의 통신이 뚝 끊겼었답니다."

"뭐? 그럼 외려 정보통제를 위한 거지 않느냐."

"단 한 건만 빼고요."

"질질 끌지 말고 말을 해."

"울란바토르... 그러니까 주 몽골 북한 대사관에서 평양으로 '예정대로 진행하는가?'라고 물었고, 평양에서는 '그렇다.'라고 답변했다고 합니다. 급변 사태가 있었다면 뭐가 되었든 예정대로 될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내가 들은 소문(정확히는 미래를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없으니 대충 전생에 들었던 기억을 짜깁기 해서 만든 이야기)까지 모두 전해주자 할아버지는 신나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게 만약 사실이라면은...."

"태균물산 주식이 빵 뜨겠지요."

"오냐. 그럼 나는 바빠서 이만."

그렇게 갑자기 바쁘다며 전화를 끊는 할아버지의 모습에 나는 어쩐지 나와 동질감이 느껴지는 듯 해서 웃음이 나왔다.

"뭐... 조금이라도 돈 더 벌면 좋지. 나나 할아버지나."

그렇게 전화를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김천성 사망 오보 사건의 진상이 세상에 알려졌다.

-오늘 오전 10시 몽골 인민혁명당 서기장 마긴 바트톨가를 영접하기 위해 북조선의 김천성이 평양순안국제공항에 나타났다는 소식입니다. 이로서 지난 주말을 뒤흔들었던....

나는 시끄럽게 떠들어 대는 뉴스를 보며 마음 한구석이 든든해 지는 것을 느꼈다.

"이걸로 레버리지는 대박을 치겠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그날 닛케이 지수의 상승률은 23%p.

레버리지 효과로 나는 오늘 하루만에 다시 46%의 수익율을 올릴 수 있었다.

500억엔이 한순간에 730억엔이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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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信じられない。(말도 안돼...)"

김태준의 지시대로 김태준의 자산을 곧장 점심장 이후 닛케이 레버리지 상품으로 옮겼던 오오와다 사장은 김태준의 평가잔액을 보고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말이나 되는거야? 어떻게 이렇게 정확하게.... 여기서 얼마나 더 오르는 거지?"

그렇게 천정부지로 솟구치는 평잔은 장 마감시간이 되서야 멈춰섰다.

그렇게 오르던 숫자가 멈추자 오오와다 사장은 김태준의 잔고, 정확히는 랜더스 플랜의 투금계정을 하나하나 손 끝으로 만져가며 세기 시작했다.

그렇게 전부 11개의 숫자를 읽은 오오와다 사장은 말을 잇지 못했다.

"730억...730억엔....?"

오오와다로서는 늘상 보던 규모보다 훨씬 작은 규모의 돈이었고,

그가 관리하던 개인 중에도 이보다 많은 돈을 가진 사람은 많았지만,

이 돈이 순전히 자신이 모시는 김태준 한 사람 만의 돈이라는 사실에,

그리고 이 730억엔이 불과 1년전에는 11억엔이었다는 사실에...

오오와다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심지어 이거... 투금계정이라 자본이득세도 없잖아....?"

그렇게 경악에 경악을 반복하며 숫자를 멍하니 바라보던 오오와다는 순간 책상 위에 놓인 서류들을 보고는 무언가 떠올린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 NTT 1차 입찰 신청 계획서 (외국인/외국법인 입찰 제한) : 진행 일정 11.17~11.26

- (가) 크라우드 펀딩 기획안 : 최우선 마감

"설마... 이것들..이미 전부....!"

그렇게 놀란 눈으로 다시 한번 크라우드 펀딩을 쭉 살피던 오오와다는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아이디어에 숨겨진 태준의 계획을 알아채고는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이래서였어...! 이래서 회장님께서 빨리 만들라고 재촉을.... 젠장! 그래서 타케미치에게 그런 말씀을.... 쓸데없는 데 힘쓰는 거 보고 얼마나 황당해 하셨을지 눈에 선하군. 쯧."

그렇게 있는 힘껏 자신의 두 볼을 후려친 오오와다는 맑아진 정신으로 수화기를 들어올렸다.

"타케미치. 지금 시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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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일본에서 태준과 그의 수족들이 더 큰 돈을 털어먹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던 그 시각.

태준의 아버지인 김석훈 상무는 김두혁 회장이 푼 사냥개들에게 개처럼 끌려왔다.

"아..아버지."

그렇게 개처럼 끌려와서 처음 내뱉은 한 마디에 김두혁 회장이 후 하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대체 내가 널 어떻게 해야 그 버러지 같은 행동을 그만둘 참이냐."

"아버지, 그게 아니고...!"

"시끄럽다. 내 네놈이 진즉에 사람같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아버지...!"

"그 아버지 소리 한 번 만 더 입밖으로 냈다가는 네 주둥이부터 찢어놓을 줄 알아."

그렇게 김두혁 회장이 경고하자 김석훈 상무가 입을 꾹 다물었다.

"너 얼마나 확보했어."

"아닙니다. 절대 그런게 아니고...."

"닥치고 말해."

김석훈 상무의 말에 김두혁 회장이 다시 한 번 윽박지르자, 김석훈 상무가 고개를 숙인채 손가락 네 개만을 들어올렸다.

"고작 4퍼센트 더 쳐먹자고 그딴 짓을 벌여?!"

"...."

"하. 부산까지 도망친 것도 어처구니가 없는데, 그렇게 빚까지 다 끌어모아 먹은 주식이 4프로면 나같으면 목 매달고 죽었다. 그러고 살고 싶더냐!?"

4퍼센트.

결코 적은 비율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엄밀히 따지면 큰 비율이기는 했다.

하지만, 최근 있었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으로 인해 오너일가가 쥐고 있던 태균물산의 주식 30%가 52.33%까지 치솟았고, 전체 주식 숫자도 크게 감소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 난리를 치고 장인인 노대호 의원에게 목줄까지 잡혀가며 할 짓은 아니었던 것이다.

김두혁 회장은 김석훈의 불효와 배신이 아닌 그런 어설픈 판단을 더욱 답답해하며 지적한 것이었다.

"후... 일본으로 도망가려고 했던 놈이 뜬금없이 물산 주식을 사들이는 것도 어처구니가 없는데...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머저리같이 목줄이나 잡히고...

어찌 이리 멍청할꼬... 어찌! 멍청하면 성격이라도 좋던가! 성격도 못되 처먹은 새끼가 욕심만 그득해서는...! 쯧."

그렇게 시작된 김두혁 회장의 질책은 30분을 넘어 40분째에 다다르더니....

이윽고...

"어째 네 자식보다도 못할 수 있단 말이냐. 상무 자리 내려놓고 당분간 내 눈 앞에서 꺼져라.

그리고 네 장인한테 빌린 돈은 네가 알아서 갚던가 말던가 해! 난 눈꼽만큼도 도와줄 생각이 없으니! 알겠어?!"

"아버지...! 아버지!"

김태준과의 비교와 김석훈의 경질로 마무리가 되었다.

자신이 버린, 존재조차 인정하지 않은채 방치하던 첩의 소생인 태준과 비교당하는 것에 비참함조차 느끼지 못한채 김석훈은 상무자리를 잃은 것에 절규했다.

"아버지! 아버지! 살려주세요! 상무 자리를 내려놓으라니요! 아버지!!!"

그 터무니 없는 절규에 김두혁 회장은 인상을 찌푸리고는 밖에서 대기중인 비서진들을 불러 김석훈을 끌어냈다.

그렇게 끌려가는 와중에도 의미없는 발악과 절규를 내뱉는 김석훈.

그런 김석훈을 보며 김두혁 회장은 인상을 찌푸리고는 박승철 이사를 불러들였다.

"부르셨습니까?"

"저 놈 저거 딴 짓 못하게 감시해."

"예."

"혹시라도 저놈이 일본으로 건너가거나 하면 바로...."

"알겠습니다. 조치하겠습니다."

"무조건 태준이를 보호하는 걸 최우선으로 해. 저놈 저거 궁지에 몰려서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발상 자체가 앞 뒤가 안맞는 놈이야.

성질대로만 행동해서 어디로 튈지 모르니... 아, 노영숙 고 것도 감시 잘 하고. 둘이서 짝짜꿍해서 또 사고라도 칠지 모르니까."

"알겠습니다."

"명심해. 태준이. 태준이가 최우선이야. 그 다음이 저 두 놈년들 삽질 막는거고."

그렇게 박승철 이사에게 지시를 내린 김두혁 회장은 서랍에서 담배를 꺼내물고는 손짓으로 박승철 이사를 내보냈다.

"진짜 믿을 놈은 태준이 놈 하나 뿐인가....

이번에 일본 쪽 첩보. 현지에 있다고 해도 그렇게 정확하게 알아내기 쉽지 않았을 텐데... 그 능력이 어디까지인건지. 거참.

이러다 첫째도 제끼고 태균의 주인이 되는게 아닌가 모르겠군. 내 마음이 자꾸 가는 걸 보니. 하필이면 서출인게 아쉽구만.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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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그 계획서 입니까?"

나는 뿌듯한 표정으로 서류를 내미는 오오와다와 타케미치를 보며 말했다.

"예. 법적 검토는 다 끝났습니다."

"오늘이 며칠이죠?"

"12월 25일입니다....아. 죄송합니다. 크리스마스에...."

나는 그 얼빠진 소리에 피식 웃고는 말을 이었다.

"어차피 만날 사람도 없고, 약속도 없었습니다. 그걸 말한게 아닙니다. 얼마나 시간이 걸렸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물어봤던 거지요. 김천성 사건 이후로 거의 한 달만에 만들었군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뇨. 우리야 뭐 늦으나 빠르나 별 문제 없지요. 다만, 허영하 회장 쪽이 몸이 달았겠지요."

내 말에 타케미치가 말을 이었다.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어제 자민당 대신들과 허영하씨의 계약을 엮는 자리에서 저희가 사죄를 드린바 있습니다."

"그건 잘 했군요."

"예. 사실 요식행위로써 했던 사과였습니다만... 그 사과를 듣고 나서 허영하씨가 하신 말씀이 있어서 이렇게 직접 오오와다 사장의 보고에 참여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 말에 나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역시 허영하. 그냥 사과를 받고 끝내진 않은 것인가?'

"말씀해보세요."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어쨌든 빌미를 제공한 건 이쪽이었기에 나는 바로 표정을 풀고 타케미치에게 말을 이었다.

"그... 미안하면 회장님께 가서 이번 프로젝트에 도움을 좀 달라고...."

"하."

그 말에 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애초에 이 프로젝트 시작부터가 허영하가 금융권에 인맥이 없었기 때문에 내 힘을 빌리러 찾아온데서 시작된 것이었다.

그런데 거기에 대놓고 또 다시 도움을 달라고 하다니.

애초에 도움(을 빙자한 내 이득)을 줄(취할) 생각이었지만, 막상 이런 식으로 나오니 (이득이고 나발이고) 그럴 마음조차 짜게 식어버렸다.

"거참. 이걸 낯이 두껍다고 해야할지."

"....!"

내 혼잣말에 타케미치가 순간 격하게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것을 본 나는 타케미치를 바라보며 말했다.

"왜 그런 표정을 짓는거죠?"

"아니... 그 허영하씨가 정확히 낯짝이 두껍다고 비아냥 대실거라고 말했었기에...."

나는 그 말에 더욱 어처구니 없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허영하씨가 아주 위에서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군요."

"...."

내 말에 타케미치가 말을 잇지 못하고 어물대자 나는 후 하고 한숨을 내쉬고 말을 이었다.

"그냥 예의 같은거 신경쓰지 말고 그냥 그 오지상이(아재가) 한 말 그대로 전해요."

"그게... 그리 말씀하시면, '원래 노인네 겉 가죽이 더 질긴 법'이라고 전하라고 했었습니다."

그 말에 나는 중간에서 말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고민하는 타케미치의 모습이 떠올라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중간에 끼어서 고생이 많았겠군요."

"아닙니다. 저희가 준비가 늦은 탓에...."

나는 자책하는 타케미치와 그런 타케미치와 나 사이에 오가는 대화를 들으며 식은땀을 흘린채 눈치만 보는 오오와다를 보며 말을 이었다.

"뭐 늦어도 이렇게 정교하게 만들었으면... 그쪽에 도움을 주지 않더라도 별 말이 나올 일은 없겠지만."

"설마..."

"그렇게 까지 말이 오갔으니 우리도 도와는 줘야겠지요."

"예?"

"투자는 아니고 우선입찰권을 주겠다...는 식으로 전하면 됩니다."

"입찰권... 말씀이십니까? 무엇에 대한...."

내 말에 사실상 내 부동산 관리를 전담하고 있던 타케미치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설마... 그 이케부쿠로 토지 말씀하시는 겁니까? 여태까지 모아놓은?"

"뭐... 우리가 팔게 그거 아니면 주식밖에 더 있겠습니까?"

"하지만 쓸 곳이 따로 있으시다고...."

나는 전에 없이 동요하는 눈빛을 보이는 타케미치를 향해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도와달라니 도와주는게지요. 동포 아닙니까."

물론 그 대답이 진심은 아니었다.

'여기가 쓸 곳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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