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쓸어담는 재벌가 서자-16화 (16/200)

016. 김천성 사망? (1)

"하지만...! 그렇게 했다가는 내가 역으로 뇌물수수로 잡혀갈 수 있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지도 못했었기에 나는 순간 멍해질 수 밖에 없었다.

허영하와 자민당을 옭아맨다는 계획에만 치중한 탓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황한 표정을 그대로 들어낼 만큼 하수는 아니었기에 그저 씩 웃으며 옆에 시립한 타케미치 변호사를 바라보았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내 시선을 받은 타케미치 변호사가 눈치껏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자민당에서 들어올 리크루트 코스모스의 주식을 투자금으로 돌리고 회장님의 토지를 지불하면서 특약을 걸면 되기 때문입니다."

"특약?"

"예. 해당 토지 가액만큼 사전 배당을 한 것으로 계약서를 꾸미면 됩니다."

"호오.... 계속해보게."

그렇게 타케미치 변호사의 말이 이어지자 허영하가 마침내 만족한 듯 미소지으며 말을 이었다.

"좋네.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하지. 단. 사업이 틀어지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거야."

나는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으름장을 놓는 허영하를 보며 피식 웃고는 말을 이었다.

"그럴 일은 없습니다. 그 분들도 생각이 있다면, 어떻게든 사업을 성공시켜서 꾸준히 돈 나올 구멍을 만들어주지 않겠습니까."

"하하. 맞네. 맞아. 사전 배당액을 최대한 빨리 떨어내려면 우리 사업을 최대한 푸시 해주는 수 밖에는 없을테니까."

"예. 한 마디로 목줄을 죄고 있는 겁니다. 우리가."

내 말에 허영하가 피식 웃고는 말을 이었다.

"정치인들 목줄은 내가 또 기가 막히게 잘 잡지."

그 말에 나는 전생의 허영하의 별명을 다시금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픽서의 신'

쉽게 이야기 하면 브로커의 신이라는 뜻이었다.

뭐만 했다하면 천재니 신이니 하며 떠받는 일본인들의 감성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별명이었던 지라 잊혀지지도 않는다.

'뭐. 그래도 아주 능력이 없었으면 그런 별명도 붙지 않았겠지.'

나는 머릿속에 떠오른 전생의 일을 잠시 뒤로 미뤄두며 말을 이었다.

"계약서는 저희쪽에서 문제없이 처리해 놓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나는 그 치들에게 채울 목줄을 더 준비해놓아야 겠구만."

거래를 마친 나는 곧장 타케미치 변호사의 차가 주차된 주차장으로 나왔다.

그렇게 조용히 별다른 말 없이 차에 오른 나는 타케미치 변호사에게 말을 이었다.

"아까는 훌륭했습니다."

"법률 관련 쪽은 제 전공이니까요. 오랜만에 택건사(宅建士; 공인중개사)가 아니라 변호사 노릇을 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 말에 나는 쓰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토지 매입 일이 보람찬 일은 아니지요."

"일 그 자체만 놓고 본다면 그렇습니다만, 다른 곳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다른 곳이라면?"

"회장님을 모시는 일입니다."

타케미치의 말에 나는 차창 밖 흘러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말 만 놓고 보자면 아부라 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아부라기에는 진심이 담겨있었다.

'변호사라 말 빨이 좋은 건지. 아니면 진심으로 그런 말을 한 건지.'

일본인의 혼네와 다테마에를 구분할 만큼 일본에 오래 살지도 않았고, 일본인을 이해할 마음도 없었던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 저만 믿고 끝까지 따라오시죠.

아, 그리고 한동안은 택건사 노릇은 안하셔도 될겁니다. 토지 전부 정리하세요. 대출도 전부 정리해주시고요.

이케부쿠로 쪽 토지는... 쓸데가 있으니 내버려 두시구요. 그쪽 토지는 추가로 매입할 수 있으면 더 하셔도 좋습니다. 물론 매입은 대출 끼고 사는 방향으로.

그외의 나머지 토지들을 통해 들어온 매각 대금은 랜더스 플랜의 투금계정으로 옮겨서 오오와다 사장에게 넘기시면 될겁니다."

그래서 나 역시 진심을 반쯤 섞어 대답해 주었다. 물론 업무 지시도 포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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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준이 호텔로 들어가고 난 뒤.

타케미치 변호사는 호텔 로비가 보이는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생각에 잠겼다.

"끝까지 따라오라...."

톡톡톡톡

차 핸들과 타케미치 변호사의 손가락이 부딪히는 소리가 차 안에 울려퍼졌다.

그렇게 태준의 말을 곱씹고 또 곱씹으며 생각에 잠긴 타케미치는 생각에 잠겼다.

뭐라 표현하기 애매한 감각이 타케미치를 휩쓸고 지나갔다.

그것은 일본인으로서는 처음 느끼는 감각이자, 일본에는 없는 것이었다.

구태여 표현하자면 그것은 한국에서 말하는 정과도 같은 것이었으나, 그 조차도 제대로 부합하는 것은 아니었다.

인정 받았다기에는 오늘 허영하와의 거래를 백업하는 것 외에는 따로 해온 일이라고는 수발을 드는 것이 전부였고,

가르침을 내려주는 스승의 입장에서 더 많이 보고 배우라 격려한 것이라기에는 김태준의 입장도, 위치도, 전공도, 심지어 나이도 타케미치와는 맞지 않았다.

일본어로 말해진 한마디였지만, 결코 일본인의 입에서는 나오지 않을 그 말을 두고 타케미치는 혼란스러워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랬기에 타케미치는 혼란 속에서 그 감정의 정체를 애써 규정지으려 하지 않았다.

"내가 끝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르겠군."

그저. 태준을 만난 이후 늘 그래왔던 것처럼.

태준이 시키는 일의 범주로서 그 말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타케미치는 그렇게 결심하고 나자 순식간에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태준의 업무지시로 정신없이 보낸지 약 한달의 시간이 지난 어느날.

태준의 지시를 다 수행해 편히 쉬려던 타케미치의 마음을 한껏 흔들어 놓는 일이 발생했다.

"뭐?"

"키타조센(北朝鮮;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있었다는 모양이야. 나도 방금 전 들은 소식이니 아직 대부분은 모르겠지. 언론에도 나오지 않았고."

오오와다의 말에 타케미치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을 이었다.

"그럼 지금 당장 회장님께."

그렇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타케미치의 손목을 잡아챈 오오와다가 남은 손을 자신의 입가에 가져다 댄 뒤 말을 이었다.

"회장님이 이 사안을 모르실리는 없다고 생각해. 어쩌면 우리보다 더 빨리 아셨을 확률이 높지. 일단은 그래도 한국분이시니."

"그럼..."

"우리는 일단 우리가 할 일을 해야지."

"할 일?"

"급변 사태를 이용해야지."

"이용?"

타케미치가 되묻자 오오와다는 자신이 세운 계획을 말하기 시작했다.

"김천성. 그자가 죽었다는 건 어디까지나 미국을 통해서 넘어온 첩보야. 미국이 아무리 첩보에 능하다고 해도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지. 자체적으로."

"그야... 그렇지."

"하지만 북한은 폐쇄국가이고, 한국도 독재국가인 이상 제대로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겠지. 확인이 된다고 해도 금방 드러날 일은 없을 거고."

"그래서?"

"내가 금융권 전체에 소문을 퍼뜨릴거야. 김천성이 주전파(主戰派) 장성들에 의해 암살을 당했고, 그 주전파 장성들의 내부 무전에는 한국에 대한 후방 지원을 견제하기 위해 이키섬에 주둔해 있는 후쿠오카 해상자위대를 선공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는 내용이 될 거야."

"그건...."

타케미치는 차마 '사실이 아니지 않느냐'는 말을 입밖으로 내지 못했다.

그러나 그런 타케미치의 심중을 읽기라도 한 듯 오오와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래. 사실이 아니지. 오히려 헛소문에 가까운 말이야. 북한이 한국을 너머 이키섬을 공격하려면 최소 사거리 600km급 미사일이 있어야 할테니까.

있다고 한들 한국 영공을 너머 미사일을 쏘는 순간 전쟁 시작이 될테니 섣불리 그러지도 않을테고."

"그런데 그런 걸 퍼뜨린다면..."

"우리는 이득을 보지. 회장님도 분명 이렇게 하실껄? 뭐 그분 성정상 루머까지 퍼뜨리면서까지 하시진 않으시겠지.

기본적으로는 선하신 분이기도 하고. 하지만, 선한 것과 어리석은 건 다른거잖아?

주도적으로 악의적인 뭔가를 하지 않으신다는 것 뿐이지, 주어진 상황을 이용하지 않으실 분은 아냐. 분명 이 소문 자체는 이용하려고 하실거다."

"그런데 어째서...!"

"더러운 일은 부하인 우리가 해야지. 절대 안걸리게 할 거지만, 만에 하나 걸리더라도 회장님께 튀어선 안되잖아?"

그리고 그 내용을 들은 타케미치는 순간 태준이 말했던 말을 다시 떠올렸다.

"그럼 저만 믿고 끝까지 따라오시죠."

태준의 목소리가 남긴 잔향이 타케미치의 머릿속에 울려퍼지는 그 순간.

타케미치는 속으로 탄식했다.

'그래도 내가 먼저 회장님을 모셨는데, 오오와다가 훨씬 더 잘 따라가는구나. 아니, 따라가는 걸 너머 보좌를 하고 있는 건가....'

그렇게 타케미치가 속으로 탄식하던 그 순간.

오오와다의 말이 안 그래도 흔들리며 방황하던 타케미치의 마음을 더욱 흔들어 놓았다.

"선택의 때가 온거야. 일본이냐 회장님이냐. 아니, 정정하지. 돈에 미쳐서 날뛰는 일본이냐. 아니면 그렇게 날뛰는 일본을 꿰뚫어보는 신이냐...겠네.

나라면 알량한 의리나 어줍잖은 애국심 때문에 키치가이(気違い;광인, 미친 사람)를 선택할 만큼 어리석지 않거든. 지금이 테이코쿠(帝国) 시대도 아니고 말이지.

그리고 그건... 너도 마찬가지 아닌가? 타케미치?"

그리고 그 말에 타케미치는 그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침음성을 흘렸다.

타케미치의 마음이 한쪽으로 미약하게 기우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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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하와 일본 정치인들을 엮어버리는데 성공한지 한달이 조금 넘은 지난 11월 15일.

일본. 아니 동아시아 전체를 강타한 희대의 사건이 발생했다.

'김천성 총격으로 사망.'

바로 김천성이 사망한 것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사망했다고 알려진 거지.'

이 미친 오보는 몇 가지 오해와, 실수로 인해 벌어졌는데,

우선 오산 미군기지에 주둔중이던 미통신정보부대(NSA)의 병사가 북한 지역을 감청 중 북한 특유의 선전가요를 장송곡으로 착각, 해당 내용을 본토 NSA에 전한 것으로 시작되었다.

이 첩보를 받아든 미국은 발칵 뒤집혔고 NSA측에서는 감청 내용을 확인 후 백악관과 CIA로 넘기는 과정에서 '확인 필요 코드'가 아닌 '확인 완료'코드를 넣으며 이 말도 안되는 첩보가 공식화 되었다.

자연히 미국측에서는 한반도 정세 급변과 한국전쟁의 재점화를 우려해 이러한 내용을 한반도의 한미연합사에 전달했고, 한미연합사 측에서는 자연히 주일미군과의 연계를 위해 주일 미군에도 이 첩보를 전달하였다.

이때 까지의 상황이 한국 기준으로 11월 14일 금요일 단 하루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리고 그 하루 동안 미군의 움직임을 본 일본측은 공안조사청을 동원하여 미군의 움직임의 원인을 찾게되고, 그 과정에서 '김천성이 암살되었고, 암살한 군인들은 중국으로 도피했다'는 첩보를 받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첩보는 자연스럽게 돈에 미쳐 있는 자본주의 광신도의 성지, 금융가에 돌게 되었고.....

"지금 각 은행은 물론이고 심지어 노무라증권에서도 사실이 맞는 지 확인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답니다."

부동산 업계의 큰 손이며, 금융가의 신성(이자 금융가의 악당)으로 불리는 나에게 사실확인 전화가 쇄도하게 되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

일본 금융가에서 어느정도 입지를 가지고 돈을 굴리는 사람 중 민족(엄밀히 말해 에스닉 그룹)이 한민족인 사람은 많았지만,

본토 한국에서 온 한국인은 나 뿐이었기에 일본 금융가 전체에서 나에게 사실확인을 요청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물론....

"확인 중이라고 답변하세요.그리고 오오와다 사장에게 지금 인덱스에 굴리고 있는 우리쪽 자금. 손해봐도 좋으니까 전부 빼서 인버스에 넣으라고 하세요."

나는 진짜로 그걸 확인해 줄 생각은 없었다.

안 그래도 일본 우익세력에게 '일본이 망하기를 바라며 금융상품을 만드는 조센진'이라는 별 시답잖은 소리를 듣는 와중이었는데, 내가 이 기회를 놓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내가 확인중이라고 말하면서 돈을 빼면, 개미들은 몰라도 기관은 바로 눈치를 채겠지. 그리고 그 자금이 어디로 갔는지 확인 할거고. 그럼 자연히 인버스 펀드에 돈이 몰린다.'

그렇게 내 침묵의 시간이

1분. 10분. 1시간.

차곡차곡 쌓여가던 그때.

-따르르르릉

전화가 호텔 로비를 뛰어넘어 내게 바로 도달했다.

타케미치의 당혹스러운 시선을 받으며 수화기를 받아든 나는 이내 들려오는 목소리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을 이었다.

"고생하셨겠군요.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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