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쓸어담는 재벌가 서자-9화 (9/200)

009. 랜더스 투자운용 (1)

"그리고 내가 움직일 타이밍이지."

뉴스에서 떠드는 단신을 본 나는 곧바로 타케미치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뉴스 보셨습니까?"

"예. 봤습니다. 회장님. 이제 곧 돈방석에 앉으시겠군요."

"그게 무슨..."

"손의정씨와의 계약 관련해서 말씀하시려던게 아니었습니까?"

나는 그 말에 피식 웃고는 말을 이었다.

"아닙니다."

계약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게 벌써 수익이 나겠는가.

손의정도 이제 막 개발에 착수했을 것이고, 법안도 이제 막 통과되었을 뿐이다.

손의정 본인부터가 일본전신전화공사의 민영화와 그에 따른 통신시장 개방을 노리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할 지라도 기본적으로 걸리는 시간이라는 게 있는 법인데다가,

법안이 통과 되었다고 해서 바로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그에 해당하는 시행령부터 제반 행정 절차가 완비된 이후에나 시행이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무리 빠르게 진행된다고 해봐야 내년 중순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이 뉴스를 보고 움직일 타이밍이라고 한 것은 일본전신전화공사의 민영화 그 자체가 중요한 돈 벌이 재료였기 때문이다.

'통신시장 완전 개방까지 발표 되었으니, 이제 슬슬 준비를 미리 해둬야 겠지. 탄을.'

그렇게 내 입에서 나온 '아닙니다'라는 말에 타케미치 변호사가 당황한 듯이 말 끝을 흐리며 말했다.

"그럼...."

"준비하라고 했던 투자운용사를 움직일 타이밍입니다."

내 말에 타케미치 변호사가 '아'소리를 내고는 곧바로 말을 이었다.

"허면 바로 그 친구를 올려보내겠습니다."

그렇게 타케미치 변호사의 친구라는 노무라 증권 운용부 출신 투자운용사 담당자를 기다리며 나는 전략을 다시 점검하기 시작했다.

"우선 추가 토지 매입 건으로 추가 대출을 받거나 상황봐서 전부 토지를 처분해서 탄을 마련한 뒤... 곧 있을 일본전신전화공사(NTT) 기업공개에서 최대한 주식을 매집해야 해. 전 세계 시총 1위 기업이 될테니까.

그러려면 좀 더 금융가에 접근할 필요가 있어. 일본은.. 뭐 한국도 다르진 않지만 인맥 빨로 돌아가니까. 그러려면.... 일단..."

그렇게 전략을 점검하던 그때 객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객실문을 열자 나보다 머리하나는 더 있을 법한 건장한 사내가 고개를 푹 숙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처음뵙겠습니다 회장님! 오오와다 입니다."

박력 넘치는 그의 인사에 당황한 것도 잠시 나는 손을 내밀며 그에게 악수를 청하며 말을 이었다.

"김태준입니다. 들어오세요."

그렇게 객실 안으로 오오와다를 들인 나는 소파에 앉자마자 바로 본론부터 꺼내들었다.

"일 이야기 부터 하죠."

"예. 회장님."

"투자운용사. 지금 당장 운영 가능합니까?"

"당장 가능한 수준까지는 미리미리 준비해뒀습니다."

"그러면... 내가 말한 상품 하나 만들 수 있겠습니까?"

"어떤...."

나는 그 말에 세가지 상품을 떠올리고는 입을 열었다.

"우선 닛케이 지수와 연동되는 인덱스 펀드. 그걸 개발해줬으면 합니다."

이것은 슬슬 올라오기 시작하는 주식 버블을 더욱 폭발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초석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러자 오오와다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뭔가 깨달았다는 표정을 짓고는 말을 이었다.

"아, 작년에 국제투신위탁에서 개발한 그 펀드 말씀하시는 겁니까?"

"이미 있습니까?"

"예. 작년 이맘때 쯤인가? 골드만삭스의 자문을 구해 국내에 들여온 펀드가 바로 그 인덱스 펀드입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미 있다라... 거기에 MBS와 CDO까지 터졌는데도 주가가 이정도란 말이지... 그러면...'

그렇게 짧은 생각이 끝이나고.

"그럼 인덱스 레버리지를 만들어보세요. 우리는. 적당히 한... 2배쯤으로."

"예? 그게 무슨...."

"그러니까 인덱스 펀드를 똑같이 구성하되, 그 구성된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서 동일 구성으로 매입하는 상품을 만들라 이 말입니다. 그렇게 하면 2배로 추종할 거 아닙니까."

애초에 인덱스 펀드를 만드려는 이유가 일본이 자랑하는 '1억 중산층'이 만들어내는 자본을 주식으로 끌어들이기 위함이었는데....

'이미 있다니, 더 불을 질러야지.'

같은 돈을 내고도 두 배로 먹을 수 있다!

따위로 홍보를 때리면 주식을 안하는 사람은 바보가 되는 그런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을 터였다.

물론 지금도 한창 버블이 진행중이기 때문에 그런 분위기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직은 버블까지는 아니지. 고유가 버프로 일제 자동차가 계속해서 미국 시장에 잘 팔려 나가고 있기도 하고, 다른 전자제품도 아직 잘 팔리고 있잖아? 전보다 비싸지긴 했어도.

무엇보다 지금 버블 분위기가 나는 것은 어디까지나 현금 동원력이 있는 부자들 사이에서의 그것도 늘 상 오르던 부동산에서 올라가는 분위기라 그런 것일 뿐이고.

거기다 아직 부동산이라고 해봐야 두 배밖에 안올랐으니 아직 여력은 더 있다고 봐야지.'

그렇게 설명을 마치고 머릿속으로 계산까지 마친 나는 오오와다를 보며 말했다.

"이해했습니까?"

"그야... 상승장이니 당연히 이해는 했습니다만...."

"그럼 다음. "

그렇게 내 지시를 열심히 적고 있는 오오와다에게 말한 다음 상품은....

"인.... 잘 못들었는데 다시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인버스 펀드를 만들라고 했습니다."

"그건 또... 무슨..."

인버스 펀드였다.

정확히는 닛케이 지수에 대한 인버스 펀드, 즉 닛케이 지수가 떨어질 때 돈을 버는 역추종 펀드를 만들라고 지시한 것이다.

이번에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펀드였는지 오오와다는 그 구조에 대해 물어왔고, 나는 간단하게 설명했다.

"주가가 떨어질때 돈을 벌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공매도를 치면...."

"공매도 말고 다른 방법도 있지 않습니까?"

"선물이 있지요. 아!"

"이제 이해하셨습니까? 닛케이 선물 지수를 추종하게 상품을 구성하라는 말입니다."

"헌데 지금은 한창 상승장이지 않습니까... 어째서...."

나는 멍청한 질문을 하는 오오와다를 보며 한숨을 푹 내쉬고는 슬쩍 옆에 서있던 타케미치 변호사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타케미치가 헛기침을 하며 오오와다에게 신호했다.

"죄...죄송합니다!"

아까 본 박력넘치는 인사처럼 다시 한 번 박력 넘치는 사죄를 하는 오오와다를 보며 나는 말을 이었다.

"뭐 전혀 없는 개념이니 어쩔 수 없지요. 다만 첫 번째 질문은 이해해도 두 번째 질문같이 바보같은 질문은 용서할 수 없습니다."

"죄...죄송합니다."

"그래도... 초면이고, 아직 제 스타일에 적응하지 못하신것 같으니 설명을 드리자면. 우선 구색 맞추기 입니다."

"구색...입니까?"

"명색이 운용사인데 상품 구성은 제대로 갖춰야 할 것 아닙니까."

"하지만 아무도 투자하지 않을 상품을...."

그 말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그것도 꽤 돈이 될겁니다."

"예?"

"어디에나 비관론자들은 있으니까요. 지금도 경기가 과열되었다고 보는 사람도 있을 것 아닙니까."

"그야... 그렇습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상승장에 이런 상품은..."

'당연히 어지간한 사람은 안하겠지.'

하지만 내게는 꼭 필요한 상품이었다.

버블이 꺼지는 시기는 91년.

이 시점에 맞춰 자산을 인버스에 옮겨놓는다면?

나는 하락장에도 돈을 벌 수 가 있다.

물론 이 계획을 오오와다에게 말할 필요가 없으니 나는 이상의 설명은 목구멍 뒤로 넘겨버리고 바로 다음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다음. 마지막으로 CDS입니다."

"CDS....?"

"신용부도스왑입니다. 채권에 대한 보험이죠."

"채권...보험?"

"예. 최근에 MBS니 CDO니 많이 팔려나갔지 않습니까?"

"예. 은행채권을 증권화 해서 파는 상품이죠."

"그걸 겨냥해 만든 상품입니다. A은행이 채권을 매입하고, 그 채권에 대해 B은행이 지급보증을 해주는 조건으로 수수료, 그러니까 일종의 보험료를 받아챙기는 것이지요."

내 설명을 들은 오오와다는 순간 침묵하더니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이내...

"그 CDS를 운용하려면 그럼 다른 금융기관들에 영업을 다녀야겠군요."

"정답. 우리는 상품을 개발하고, 그 운용권만 따내면 됩니다. 수수료를 먹는 것이죠. 우리가 지는 위험은 전혀 없이."

"하지만 각 은행의 증권부나 채권부에서 원리를 알면 금방 따라할 수 있습니다."

"따라할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비교적 단순.... 아."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오오와다.

나는 그런 그를 보며 희미하게 웃고는 말을 이었다.

"지금은 경제가 계속 상승추세에 있죠. 당연히 은행들은 CDS를 팔 수가 없습니다. 기껏 경쟁적으로 MBS니 CDO니 팔아 치웠는데.. 이제와서 경제가 위험해질지도 모르니 CDS를 사세요 하고 광고할 수 있겠습니까? 이 일본에서?"

"확실히... 이제와 말을 바꾼다면... 논란이 증폭되겠지요."

"그러니까 우리가 대신 운용하고 판매하면서 중간 수수료만 먹으면 되는 겁니다. 그러니 그 중간 수수료만 챙기는 방향으로 상품 기획해보세요. 아, CDS의 기반이 되는 대출은 MBS만으로 제한합니다. 그렇게 해야 은행들도 안심하고 CDS 보증을 설 겁니다."

"그럼. 그렇게 상품 개발해서 보고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예. 영업은...."

"제가 하겠습니다."

나는 호기롭게 영업까지 하겠다는 오오와다를 보며 고개를 젓고는 말을 이었다.

"전부 다 하실 필요는 없고, 펀드 쪽만 해주시죠. CDS 영업은 제가 합니다. 단, 오오와다..... 랜더스 투자운용 사장의 인맥은 좀 써먹어야 겠습니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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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준과의 대화를 마치고 나온 타케미치 변호사와 오오와다 랜더스 투자운용사장은 아무말 없이 호텔 1층 로비까지 내려왔다.

그렇게 침묵 속에 로비에서 커피숍까지 이동한 두 사람은 이내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렇게 자리를 잡고 커피숍에 앉아 담배를 꺼내문 오오와다가 라이터를 틱틱대더니 이내 담배와 라이터를 테이블에 내려놓고는 그 긴 침묵을 깨고 말을 이었다.

".... 미친.... 저게 사람이야?"

"말 했잖아. 보통 분 아니라고."

"보통은 아니겠지. 네가 사무실까지 싹 정리하고 저 사람하고 붙어다니는 것 만 봐도 그건 알아!"

"그런데 새삼스럽게 뭐가 문제야?"

"너 저 사람.... 아니, 회장님이 말씀하신 내용이 뭔 내용인지나 알아?"

"모르지 나야."

"그래. 내 심정이 딱 그거야."

"그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타케미치 변호사의 물음에 오오와다가 아까 적은 수첩을 펴고는 말을 이었다.

"레버리지 펀드... 그래 이건 이해가 가.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구상이고, 당장이라도 만들 수 있는 상품이야. 발상의 전환 같은거랄까? 떠올리기는 어렵지만 한 번 떠올린 이상 만들기도 쉽고 따라하기도 쉬워.

인버스 펀드도 마찬가지지. 선물 인덱스라고 이해하면 편하니까. 따로 수치를 구해주는 업체가 없어서 지수에 대한 별도의 계산을 하고 그 계산에 맞춰서 추종하게 만드는 계산이 조금 복잡하겠지만 이것도 구현 가능해.

여기까지만 해도 이미 금융의 천재 정도라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야. 이런 발상의 전환.... 보통이라면 불가능하거든. 특히나... 저 정도로 이미 돈을 굴리고 있는 사람은 더욱 그렇지."

"그런데?"

"그런데 이....CDS 이건.... 이건 진짜 말도 안되는거라고!"

"왜. 그게 뭐 문제가 있는거야?"

"아니. 문제는 없지. 외려 너무 완벽해! 채권 부도를 대비해서 보험을 만든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이해가 안가?"

"전혀. 나 그런거에 관심 없는거 알잖아?"

"쉽게 이야기하면... 리스크 그 자체를 상품으로 만들어 파는것이란 말이라고! 이건 혁명이야 혁명!"

노무라증권 운용부 출신 오오와다가 짊어진 간판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입사만으로 업계 최고라는 타이틀이 붙고, 그 안에서 몇년을 굴렀다는 것 만으로도 이미 베테랑 중에 베테랑이라는 의미였다.

당연히, 작금의 버블을 타고 무한정 들어오는 어중이 떠중이들의 판단과는 전혀 다른 입장인 오오와다의 판단과 평가는 금융 관련해서는 일자 무식인 타케미치에게도 감흥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것이었다.

"..... 그렇게나?"

"그래! 너는 어떻게 된게 이런 천재... 아니, 카미사마(신)를 앞에 두고 그렇게 태평하게 지낼 수가 있어!?"

그렇게 오오와다의 극찬과 의문에 타케미치 변호사는 그저 침묵하며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 개인 사무실 내고 들어온 첫 손님이라 딱히 아무 생각이 없었다고는 말 못하겠군.'

그렇게 타케미치는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오오와다의 해설을 한참을 듣고 나서야 자리를 뜰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오오와다의 강의에 준하는 일장 연설.. 아니 간증(干證) 덕분이었을까.

경제, 그리고 금융권 전반에 무관심했던 타케미치 조차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광풍이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에 몰아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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