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쓸어담는 재벌가 서자-7화 (7/200)

007. 긴자 프로젝트 (2)

"감사합니다. 제가 이번에 생각한 사업은... 바로 채권담보부 증권(MBS)입니다."

"채권....담보부 증권?"

은행권에 일하면서 다들 처음 듣는다는 저 표정들.

나는 그 표정들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을 이었다.

"예. 요즘 다들 대출 해주시느라 정신이 없지 않으십니까? 일본은행은 계속 기준금리를 내리고, 사람들은 그 기준금리에 맞춰 내려간 대출 금리에 계속 대출을 해달라고 그러고. 은행에 예금은 점점 줄고. 솔직히 다들 돈 구하느라 정신 없으시지요?"

"그야...."

"그 문제를 제가 해결해드릴 수 있습니다."

"그 채권담보부 증권이라는 걸로 말입니까?"

"예. 미국의 선진 금융 시스템 중 하나지요. 채권을 담보로하는 증권을 하나 만드는 겁니다."

미국의 선진 금융시스템인 것도 맞고.

채권을 담보로 증권을 만드는 것도 맞다. 정확히는 채권을 증권화 하는 것이다.

언제든 사고 팔 수 있도록.

문제는....

'현 시점에 만들어진 상품인진 모른다는 거지만.... 뭐 없겠지. 아직 ETF는 커녕 인덱스 펀드조차 없는 동네에 MBS가 있을리가 없으니. 하지만....'

알게 뭐란 말인가. 없으면 만들면 그만이고, 있으면 적극 이용하면 그 뿐.

그렇게 나는 입에 침도 안바르고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어차피 주택은 계속 오르지 않습니까?전후부터 지금까지 일본 부동산은 절대 망한 적이 없습니다. 애초에 섬나라에 인구만 계속 늘어나는데 부동산이 망할 리가 없지요.

애초에 50년대보다 지금 땅값이 무려 50배나 올랐습니다! 50배! 그게 뭘 의미하겠습니까?"

"부동산에 투자하면 절대 손해는 안본다?"

"맞습니다!"

사람을 속일때 가장 좋은 방법.

그것은 진실로만 사람을 속이는 것이다.

고수는 진실과 거짓을 섞는다지만, 지존은 진실만을 이야기한다.

'정확히는 유리한 진실만을 이야기 하는 것이지.'

아전인수(我田引水)!

수석침류(漱石枕流)!

이것이 내 전략이었다.

그리고 그 전략의 끝에는.

멋대로 유리한 사실만을 끌어다 만든 날조된 결론이 있었다.

"그럼 그 채권은 신용이 어떻겠습니까. 완전하고 완벽한 안전자산이지 않습니까?"

"그야... 그렇지. 채권자가 돈을 못 갚으면 부동산을 회수하면 그 뿐이니... 어차피 오를테고요."

"산와 은행 지점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절대 부도가 날 일이 없지요. 그럼 그 채권을 담보로 투자를 받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그 날조된 결론은.

상세한 검토를 할 정신이 없는 술에 취한 아저씨들에게 달콤한 독이되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확실히... 일리가 있네. 하지만 그 많은 채권들 중에 부도가 나는 채권... 그러니까 생각보다 땅값이 안오르는 채권도 결국 생기기 마련인데, 그건 어떻게 할 셈입니까?"

"그러니 오히려 이 채권담보부 증권을 만들어야 하는 겁니다. 아주 우량한 채권 하나에 평범하거나 불량한 채권들을 섞은 포트폴리오를 가진 채권담보부 증권을 신평사에 가져다 주면 어떨까요? 분산 투자 되었다고 판단하고 높은 등급을 주지 않겠습니까? 그럼 이 등급을 받은 증권을 증권사에 판다면?"

"사겠군요."

"예. 무조건 살겁니다. 왜냐. 기초자산인 부동산 가격이 절대 안떨어지니까요. 그리고 그 증권은...."

그렇게 내 설명이 끝나갈 무렵에는 이미 모든 내용을 들어 알고 있던 타카하시를 비롯한 눈치빠른 지점장들이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실적쌓으려고 바로 튀어나갔겠지... 어쩌면 꽤 빨리 효과가 나올지도 모르겠어.'

그렇게 한껏 각 은행의 지점장들을 선동한 나는 다시금 한껏 술에 취하는 시간을 갖고 호텔로 돌아와 몽롱한 정신으로 잠에 빠져들며 앞으로의 일을 기대했다.

그리고 내 기대는 한달 쯤이 지나자 서서히 형체를 갖추며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쓰비시 은행에서 일본 최초로 1호 부동산채권담보부 증권(MBS)을 만들어 상장했다는 소식입니다. 미쓰비시 은행측에서는 이 부동산담보부 채권은 재테크 시대에 소액으로도 부동산 투자를 가능케 함으로써 1억 중산층 시대의 꿈을 이어나가기 위해 만들어졌다 말하며...."

미쓰비시 은행을 시작으로 내가 선동한 부동산 채권 담보부 증권이 속속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이런 상품에 누구보다 빠삭한 증권사에서는 MBS의 상장소식 직후....

"MBS? 그거 불안하지 않아?"

"왜?"

"그래봐야 한 은행에만 투자하는 거잖아.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던데...."

"그럼 다 사면 되지."

"내가 돈이 어디있어."

"돈 없어도 다 살 수 있어."

"어떻게?"

"노무라 증권의 CDO가 있잖아."

"CDO? 그게 뭔데?"

"각 은행에서 발행하는 MBS를 전부 한테 모아 투자할 수 있는 노무라증권만의 상품이지. 이걸로 일본 전국의 땅에 분산투자하는 셈인거야!"

"진짜?"

"그래! 우리 연금을 관리하는 일본 공적 연금에서도 투자하는 믿을 수 있는 상품이라고!"

"지금 당장 사야겠다!"

MBS를 다시 모아 만든 파생상품인 부채담보부 증권(CDO)을 만들어 일본 전 국민을 대상으로 유치찬란한 광고를 하며 팔아먹기 시작했다.

그런 광고를 보며 나는....

"좋았어...! 바로 이거지."

들떠서 혼자 침대위를 방방 뛰어다녔다.

"이걸로 일본은 끝이다. 끝!"

내가 각 은행에 선동해서 만들어진 이 MBS, CDO라는 파생상품은 독이 든 성배와도 같은 것이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일으킨 장본인이라고 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땅 값이 무한정 오를거라는 기대 아래 주식화 된 부채담보부 증권(CDO)이 살포되고, 그 증권을 사기 위해 쏟아진 돈은 부채담보부 증권(CDO)을 만든 증권사에서, 부동산채권담보부 증권(MBS)을 만든 은행으로 다시 흘러들어 갈 것이다.

즉, 다시 돈이 들어왔으니 다시 대출을 해줄 여력이 생길 것이고, MBS로 재미를 본 은행은 더욱 더 느슨하게, 대출을 해줄터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또 다른 MBS를 증권사가 먹고 CDO라는 똥을 싸서 일본 국민들에게 먹이려 들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이 반복 될 수록 땅 값은 미친 듯이 오를 터였다.

"물론 난 이 미친 시장에 순순히 끌려다닐 마음은 없으니 슬슬 준비를 해야겠지."

CDO를 최초로 주장한 만큼, 지점장들은 아직도 나와 긴밀히 연락을 주고 받고 있고, 그 과정에서 흘러들어오는 내용들을 들어보고 팔아야 할 것이었다.

예를들면....

"현재 채권 연체율이 2%대인데 이거 괜찮겠습니까?"

라던가,

"변동금리 대출을 기반으로 대출을 해줄 수 없겠냐는 문의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일본은행도 저금리기조를 계속 이어갈것 같으니 고정금리는 너무 손해라는 느낌이랍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라던가 하는 소식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소식들에 내가 하는 말은 딱 두 종류의 말 뿐이었다.

"땅값은 계속 오르니 아무래도 상관 없습니다. 전후부터 지금까지 땅 값이 몇배나 오른 줄 아시지 않습니까. 토지는 불패입니다."

라는 안심과

"그래도 걱정하시는 것들 잘 알겠습니다. 최근 지방 골프장 회원권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게 좀 수상쩍긴 하니까요. 손절 타이밍이 오면 제가 즉각 알려드리겠습니다."

라는 불안이었다.

그렇게 나는 그들이 물어다 주는 정보를 마약성 진통제와도 같은 공허한 말과 교환하며 때를 기다리고 기다렸다.

그렇게 때를 기다리며 호텔방에 앉아 전화만 주구장창 주고 받던 어느날.

- 김회장님이십니까?

모르는 번호로 약간은 뭉개진듯 한 어눌한 한국어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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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며칠이지?"

"6월 30일입니다. 회장님."

"보고할 때가 한참 지났군. 또 다시 말이지...."

그 말에 박승철 비서, 아니 이제는 정식으로 직함을 받아 이사가 된 박승철이 약간의 미소를 머금은 채 말을 이었다.

"태준도련님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 썩을 놈. 내가 그렇게 잘해주는데도 그 놈 제 돈 벌기에 바빠서는.... "

회장의 그 말에 박승철 이사는 기회를 잡은 호랑이처럼 품 속에서 수첩을 꺼내 미리 표시해둔 곳을 펼치며 말을 이었다.

"그러실 줄 알고 제가 태준도련님 동태를 좀...."

"됐네. 그건 자네만 알아둬."

그러나, 그런 박승철 이사의 행동을 제지한 것은 다름 아닌 회장 김두혁이었다.

"예?"

"그 놈이 보고 안해서 내가 자네 통해 알아보면, 당장의 답답함은 풀리겠지."

"그렇...습니다?"

"그래. 그런데. 그러면 내가 그 놈을 손자로 보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애초에 그 놈 그냥 쓰라고 준 돈이기도 하고."

"예??"

김두혁 회장의 의외의 발언에 박승철 이사가 놀란 표정으로 되묻자 김두혁 회장이 빤히 박승철 이사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왜 그리 놀라?"

"아니..아닙니다."

그렇게 박승철 이사가 당황한 듯 말을 버벅이며 수첩을 갈무리해 다시 품 속으로 집어넣자 김두혁 회장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뭐. 내가 이번에는 일본에 건너가자 말할 줄 알았나?"

"... 솔직히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가깝기도 하구요."

"가까우니 지키고 앉아있어야지. 답답해도 참고."

그 말에 박승철 이사가 알 것 같다는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말을 이었다.

"노 의원쪽 동태를 주로 살피는 편이 좋겠군요."

"... 위험하지만 해주면 고맙겠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박승철 이사가 군말없이 고개를 숙이자, 김두혁 회장이 작게 들릴듯 말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고맙네."

그 말을 들었는지 못들었는지, 박승철 이사는 곧바로 집무실 밖을 빠져나갔다.

그렇게 집무실에 홀로 남겨진 김두혁 회장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내가 지키고 앉아있어야지..... 노영숙 고 독사같은 것이 헛짓거리 못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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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마친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멈출 수 없었다.

"손의정이 나를 어떻게 알고 전화를 한거지?"

손의정.

전설적인 재일교포 투자가이자, 90년대 PC계의 신동.

그런 그가 나에게 전화를 건 것이었다.

"아니. 어떻게 알았는지는 중요하지 않지. 왜 전화를 건건지가 중요하지."

문제는 이 시기 손의정이 뭘 하고 있었는지 모른다는 점이었다.

물론 아주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전생이기는 하나, 워낙에 전설 중의 전설로 유명했던데다, 간간히 우리나라에 와서는 대통령들에게 이런 저런 훈수둔 것을 자랑처럼 떠벌리던 인간이었기에 개략적인 그의 인생사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도 꽤 있었으니까.

문제는....

성공신화밖에 모른다는게 문제였다.

지금으로서는 돈밖에 없는(그 조차도 빚으로 불려놓은 자산들 뿐이지만.) 나에게 마찬가지로 돈 밖에 없는 손의정이 연락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아두는 것이 급선무였다.

"아, 타케미치씨. 혹시 흥신소 아는데 없습니까?"

"흥신소... 말씀이십니까?"

"예. 사람 하나 알아봐줘야겠습니다."

"말씀하시죠."

"손 요시마사. 활동지는 후쿠오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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