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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고인 황제놀음-228화 (228/230)

두 번 고인 황제놀음 외전 (228)

부모도 자식에게는 속는다

나, 황제 시릭 카라카스는 제국에서 존귀한 자이며 신을 쓰러트린 영웅이었다.

그래서 초법적인 사례로, 리젠 리브라타라는 환생이 법률적으로 인정받았고, 또 연임이라는 형태로 다시 황위에 올랐다.

모든 권리를 승계했고, 혼인 사실 역시 마찬가지였다.

애당초 나와 아내들의 관계는 별거였지, 이혼한 적도 없었고.

“하지만 연혼식이라니, 이거 좀.”

나는 황성의 방에 앉아서 한숨을 쉬고 있었다.

천장까지 닿을 정도로 쌓여 있는 선물 꾸러미.

정말 말 그대로 산더미다.

지금 이 방은 택배 상하차 공간이 되어 있었다.

“무거운 거부터 아래에 쌓으라니까.”

“조심! 조심! 안에 뭐가 들었을지 모르니까 조심해라!”

“야! 헌병대! 멍청하게 막노동하고 싶다면 채석장이라도 가라!”

“너야말로 근무 시간 아니냐? 이 월급 도둑아!”

“3일 휴가 냈다!”

나는 선물 상자를 들고 옮기는 두 놈을 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말다툼하면서도 나를 흘끔거리는 놈들.

대장군 레릭과 헌병대장 아르센이다.

……당연하지만 두 놈 다 이런 노동을 할 급이 아니다.

제국군의 대장군과, 헌병대의 톱이 선물 상자를 손수 나르고 있다니.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다.

“저것들 뭐야? 왜 여기서 저러는 거야?”

“폐하의 새로운 결혼을 축하하겠다고 달려온 거죠. 불러올까요?”

내 옆에 선 재상, 오드벨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냥 모른 척할래. 알아주면 더 좋아할 것 같아.”

“돌아갈 때 서로 차라도 한잔하시죠.”

“……차는 됐고 술상이나 차려 놔.”

노동력을 제공한 이들에게는 그만한 보상이 있어야지.

내 원칙이었고, 제국의 기초였다.

지금 아르센과 레릭이 직접 땀 흘리는 것도 나한테 술 한 잔 올리고 싶다는 은근한 추파(?)였다.

알지만 속아 줘야지.

내가 한숨을 쉬는데 새로운 보고가 들어왔다.

“재상님, 폐하와 바라메 전하의 전신 순금상이 도착했습니다! 어디다 둘까요?”

“중앙성 라운지에 전시해라. 그래야 오가는 문무백관들이 폐하에 대한 경애의 마음을 갖추고, 또 다른 황후들의 전신상도 바칠 것 아니냐? 아니, 아니지. 이렇게 된 이상 황자와 황녀분들의 전신상도 모조리 제작한다! 당장 발주 넣어!”

오드벨이 주먹을 불끈 쥐고 비장하게 외쳤다.

나는 놈의 장딴지를 걷어찼다.

“야, 그런 예산이 어딨어? 금박 벗겨 내서 팔아.”

“폐하, 무슨 그런 말씀을. 4천 년 동안 조각에만 전념한 용족 가람이 폐하의 귀환을 축하하고자 바친 물건 아닙니까? 예술적 가치까지 따지면 만 년 동안 이어져야 할 국보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피규어잖아. 생각해 보니 미켈란젤로는 피규어 마니아네?”

나는 투덜거리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드벨이 내 얼굴을 살피다가 말했다.

“마음에 안 드십니까?”

“그냥 아까워서 그런다. 아오, 이거 다 갖다 팔면 국고가 풍족해질 텐데.”

나는 방을 가득 채운 선물 꾸러미를 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뜯어보지 않았지만 온갖 고가품이겠지.

황제인 내가 다시 결혼한다는데 축하 선물이 녹록할 리가.

“폐하.”

“알아, 팔면 안 된다는 거. 이런 건 마음이 중요한 거지.”

각지의 유력자, 각 종족에서 내로라하는 놈들이 앞다투어서 더 비싸고, 가치 있는 것만 골라서 보냈다.

돈이 필요하다고 이걸 팔아 버리면?

바친 놈이 전전긍긍하고 내 눈치를 살피겠지. 뭐 마음에 안 들었나 근심하다가 자리에 눕는 경우도 생기고.

심지어 자포자기해서 반란까지 도모할 거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 벌어졌던 일이다.

“다들 공개적으로 뇌물 바칠 기회라고 착각하는 거 아니야?”

“제가 좀 그렇게 소문을 뿌리긴 했습니다. 돌아오신 폐하에 대한 변치 않는 충심을 증명할 기회라고요.”

“…….”

내가 눈살을 찌푸리자 오드벨이 낭랑하게 말했다.

“물론 이 선물과 축의금은 별개, 신하들과 유력자들이 열성을 다해서 가산을 바칠 겁니다. 뿐만 아니라 연혼식 당일, 일반 시민들의 자발적인 축의금도 받을 예정입니다.”

“일반 시민에게는 축의금 액수 한정해라. 무턱대고 내면 애들 밥 굶을라.”

“폐하, 그러면 그거대로 말썽이 생길 겁니다만. 그냥 모른 척하시죠.”

“…….”

내가 생각에 잠기는데 오드벨이 설득했다.

“연혼식에서 칠일 밤낮으로 이어지는 축제에 각종 지원책을 마련해 뒀습니다. 폐하께서 염려하실 일은 조금도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유력자들이 바치는 선물, 축의금도 오히려…….”

“경제 부흥 효과가 좋지?”

돈은 돌고 돌아야 하는 법이다.

하지만 제국의 경제, 돈은 내가 없는 사이에 상당히 주춤한 상태였다.

황제가 부재인 제국, 혼란스러운 상황이 계속되니 화폐의 신뢰성이 떨어졌지.

언제 망할지 모르는 나라의 화폐보다는 물물 교환이 가능한 귀금속의 가치가 올랐다.

“내가 돌아오면서 제국에 신뢰성이 생기고, 다시 화폐를 찾는 움직임이 늘어났다. 제국은행도 다시 생기를 되찾았고, 이번에 축의금을 열어 두면 경제 부흥 효과가 아주 좋을 것이다.”

“그렇습니다, 폐하.”

“그래, 일 잘 한다.”

내가 그렇게만 말하자 오드벨이 눈치를 살폈다.

나는 피식 웃었다.

“아, 왜? 칭찬해 주는 게 싫냐?”

“어디 편찮으십니까?”

나는 잠깐 침묵하다가 말했다.

“연혼식 당일에 등장하는 건 나와 기존 황후들이다. 그 외에 추가 인원은 없다.”

“예, 알겠습니다.”

“뭐라 안 하냐?”

“폐하의 깊은 뜻이 있으실 텐데 제가 어찌 감히 말을 보태겠습니까?”

나는 혀를 차고는 말했다.

“힘을 합쳐서 칠죄신을 무찌르고 건국한 나라, 인간인 나와 각 종족의 여자들이 하나씩 결혼한다. 하지만 하시아가 돌아오면서 그 균형은 깨졌다. 여기서 내가 결혼을 추가하면 종족 할당제라는 정략성이 엷어지겠지.”

“…….”

“즉, 진정한 의미로 제국이 하나가 되는 길이 가까워진다.”

모든 종족이 나에게 충성을 하더라도, 여전히 서로 갈등은 있었다.

내 앞에서만 잘 지내는 시늉을 하는 거지.

오드벨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예, 그리고…….”

“유하가 마음 쓰는 일도 사라진다. 신경 써 줘서 고맙다.”

오드벨이 내심 우려하던 유하의 문제는 이미 해결했다.

나는 턱을 괴고는 말했다.

“그냥 천천히 하자, 천천히.”

“예.”

“…….”

오드벨은 내가 이리 결정한 게 의아할 텐데도 묻지 않았다.

나는 한숨을 쉬면서 지난밤을 떠올렸다.

지난밤.

아멜리아를 끌어안은 나는 말을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머릿속이 뱅글뱅글 돌고 뺨이 뜨거워진다.

프러포즈? 청혼? 사랑?

나는 그거 남들보다 10배는 많이 해 봤다.

“…….”

아니, 근데 아멜리아에게는 뭐라고 할지 모르겠네.

사춘기 중학생이라도 된 것처럼 입이 안 떨어진다.

긴 침묵.

의아할 텐데도 아멜리아는 내 머리를 만지기만 할 뿐, 정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초조해진다.

“……아멜리아, 황성에서 지내기 편해?”

도망쳤다!

결정적인 프러포즈를 해야 하는 순간에 화제를 돌려 버렸다.

반사적으로 머릿속에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른다.

아멜리아와 결혼? 결혼을 한 번 더 한다니, 미친 거 아니야?

거기다가 방금 미레이에게 황후가 되면 정치적 책무가 어쩌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 분위기에 취해서 청혼하려고 한 거야?

말했다가 차이면 다음부터 아멜리아를 무슨 얼굴로 봐?

이거 말했으면 오늘 이불 찢어 먹었다.

말 안 하기를 잘했어! 실수 안 한 거야!

“…….”

아니다.

지금 이건 도망쳐 놓고는 온갖 핑계를 대서 나 자신을 합리화시키려는 거다.

아멜리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맑게 말했다.

“예, 다들 잘 도와주세요.”

“……응, 그래.”

결국 나는 어색하게, 아멜리아에게서 손을 떼고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할 말을 속으로 삼킨 채.

회상 끝.

이거 곱씹을수록 쓰네.

나는 멘탈이 강해서 어지간한 일은 금방 극복하는데 이건 오래 간다.

“폐하?”

“그래, 듣고 있다니까. 경제 부흥도 됐고, 국정 예산도 채워질 거다, 뭐 그 소리지? 연혼식은 모레고?”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으시면 하명 하시지요.”

오드벨이 주변을 둘러보고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황제인 내가 근심이 있다면 정치적인 이슈가 될 수 있으니까.

“아, 그게…….”

나는 반사적으로 입을 열려다가 다물었다.

내가 뭐 걱정거리가 있다? 과다 충성을 하는 신하 놈들이 앞다퉈서 사고를 친다.

내가 내심 아멜리아에게 마음이 있다는 걸 들킨다?

그럼 오드벨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멜리아가 나와 결혼하게 만들 것이다.

“아니, 아니다. 됐다.”

“제가 미혼이라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기혼자 상담 상대를 찾아볼까요?”

“정신 사나우니까 조용히 좀 해.”

나는 선물 꾸러미를 보며 한숨을 삼켰다.

아멜리아에게 뭐라고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하는 가운데…… 자꾸 관둘 이유를 찾고 있다.

당연하지만 죄다 논파가 된다.

제국의 황제인 내가 원하는데 못 하는 일이 있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요는 용기가 없다는 거지.”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씀을 하십니까! 아무리 폐하의 말이라도 듣기 괴롭습니다! 사악한 신을 무찌르신 폐하가 용기가 없다면 세상 모두가 겁쟁이입니다!”

“아, 시끄러워.”

오드벨에게 눈을 부라린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화제를 돌리자.

“오드벨, 내 가족들은?”

“리브라타 백작께서 막 황도에 도착하셨다고 합니다. 내일 밤에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래, 문제없게 잘하고.”

환생해서 생긴 내 가족, 리브라타의 사람들과도 따로 만나서 이야기할 시간이 필요했다.

내가 손사래를 치자 오드벨은 눈치를 보다가 물러났다.

나는 턱을 괴고는 계속 놓이는 선물 꾸러미를 멍하니 보았다.

“으으음.”

“아빠?”

부르는 소리.

하시아의 딸인 링이 들어오면서 부른 것이다.

옆에 따라오는 건 유하의 딸인 벨.

두 딸 다 마녀의 로브를 입고 있는 게 참 잘 어울리는 자매였다.

“어서 와라. 아빠도 마침 심심한 와중인데 잘 됐구나.”

“폐하, 걱정이라도 있으신가요?”

벨이 조심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나는 말하려다가 멈칫했다.

이 두 딸은 타고난 초능력자, 능력이 강해서 텔레파시로 상대의 생각을 읽어 버릴 정도다.

링을 데려오는 건, 벨에게도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도 있었고.

링은 깍지를 끼고 기지개를 켜면서 말했다.

“예, 아빠의 생각이 얼추 맞아요. 서로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잘 통하는 상대가 있다는 건 굉장히 편리하더라고요? 나와 링은 정신을 교류하면서 서로 생각하는 바를 솔직하게 알 수 있죠. 말 그대로 눈만 봐도 통하는 사이가 됐네요.”

“링 황녀님, 하시아 전하의 말투는 따라 해서 좋을 게 없어요.”

“나도 따라 하고 싶은 건 아닌데. 어린 시절부터 보고 들은 게 엄마밖에 없다 보니까 이래. 물론 너랑 있으면서 많이 고쳐지고 있잖아?”

두 딸이 대화를 주고받는 게 거의 동시다.

서로 생각을 읽기에 가능한 것이리라.

링이 불쑥 말했다.

“벨은 참 차분하고 머리가 좋던데요? 우리 텔레파시가 너무 강력하다는 걸 감추려면, 너무 빨리 말하는 버릇은 자제하라고 해요. 언니인 나보다 세상 물정에 밝고 잘 살펴요.”

“라온 황녀님하고 지내면 이렇게 돼요. 아무튼 폐하, 혹시 마음에 근심이나 우환이라도 있으십니까?”

“걱정은 무…….”

말하려던 나는 입을 다물었다.

이 두 딸에게 뭘 숨긴다는 건 불가능하다.

물론 나도 초능력자, 정신 방어를 하고 있어서 깊은 심층 심리까지 읽히는 건 아니지만.

“아, 여자 문제구나?”

“아멜리아 씨의 문제로군요.”

……얘들 앞에서 진짜 아무것도 못 감추겠네.

나는 포기하고는 손사래를 쳤다.

“그래, 엄마에게는 비밀로 해 줘라.”

“아빠는 바람둥이네. 엄마에게 일러바쳐야지.”

“관두세요, 링 황녀님. 하시아 전하나 다른 황후분들이 아시면 일이 더 복잡해집니다. 아멜리아 씨에게 은근한 압력을 가해서 폐하와 맺어 주려고 하실걸요.”

벨이 정중하게 말했다.

“폐하께서도 그걸 염려하셔서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하고 계시는 겁니다. 아멜리아 씨가 소중한 만큼 더 정중하게 대해 주고 싶은 거죠. 황제로서의 입장, 정치적 문제가 얽혀 있으니까요.”

“설명할 필요가 없어서 편하네.”

내가 웃는데 링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아빠는 그걸로 괜찮아? 모처럼 원하는 게 생겼으면 욕심 한 번쯤 부려도 되잖아? 친딸들이 이런 말을 한다고 버거워하는 거야 알겠는데 그래도 우리들은 다 이해하는데? 엄마가 하나 더 늘어난다고 달라질 것도 없고. 아멜리아 씨는 마음씨가 예쁜 사람이던데?”

“서두를 필요는 없잖아?”

반박하려던 나는 그냥 솔직하게 말했다.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이 두 딸 앞에서는 숨겨 봐야 이야기만 복잡해진다.

“연혼식은 황실이 안정되었다는 걸 알리는 행사다. 그 자리에 사람을 추가하면 본래 의미가 퇴색되지.”

“하지만…….”

“알겠습니다, 폐하.”

링이 말하려는데 벨이 잘라 버리고는 눈짓했다.

둘 다 초능력자, 서로 마음속으로 대화도 할 수 있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너희들, 이상한 짓 하지 마라?”

“아니야~ 우리 이상한 생각 같은 거 안 해. 그렇지, 벨?”

“……링 황녀님은 연기에 소질이 없네요.”

벨은 고개를 가로젓고는 나를 보며 말했다.

“내일 가족 모임을 한 번 가질까 해서요. 연혼식 전날, 리브라타 백작 가문의 사람들과 황실 사람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요. 황제 폐하의 환생이 공식적으로 인증되었으니, 그에 따른 상호 교류도 있는 게 낫지 않을까요?”

“벨은 정치 잘하겠네.”

대답한 나는 비아냥으로 들렸을까 멈칫했지만 기우였다.

벨은 아니라는 걸 안다는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으니까.

대신 링이 말했다.

“아빠, 어차피 이제 공식 유부남 되는 데 그전에 한 번 화끈하게 놀아 보고 가야지.”

“지금까지는 비공식 유부남이었니?”

“사실 그렇잖아?”

링의 말에 나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네? 우리 딸 말이 맞네? 아빠는 내일모레 공식 유부남이 되네?”

“거봐, 벨. 내 말이 맞지? 가족들만 불러 모으면 되니까 그리 손도 안 갈 테고. 좋잖아?”

“음, 그래. 둘 다 마음 써 줘서 고맙다.”

내 말에 링과 벨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고는 다시 나에게 말했다.

“그럼 내일 밤, 기대해. 아빠.”

“빈틈없이 준비하겠습니다. 폐하.”

링은 벨과 팔짱을 끼더니 나는 걸음으로 나가 버렸다.

나는 마음을 놓고 웃어 버렸다.

너무나 강력해서 사람의 마음을 읽어 버릴 정도의 텔레파시 능력 혹시나 삐뚤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저렇게 둘이 잘 다니는 걸 보니 앞으로도 문제없을 것 같다.

“내 자식들이지만 참 착해.”

애들이 저렇게 마음 써 주는데 괜한 생각할 순 없지.

나는 마음을 접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일 밤, 가족 모임에 참석하기 전에 자질구레한 일들은 다 끝내 놔야겠다.

후딱 처리하고 쉬자.

……라고 생각했습니다.

두 딸이 뭘 꾸미는지 알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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