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고인 황제놀음 (188)
사람의 세상
사람의 영혼은 강고하다.
설사 신이라고 해도 마음대로 다룰 수 없다.
그게 모든 전제였다.
하지만 지금 내 몸속으로 파고드는 사악한 기운은 뭔가?
칠죄신이 대체 어떻게 이런 재주를 부리는 거지?
“크으윽.”
숨을 쉴 때마다…… 가슴이 뻐근해지고 눈앞이 어질어질해진다.
온갖 부정적인 감정이 몰아치면서 몸이 불타는 것처럼 괴롭다.
“폐하!!”
“폐하를 보호해라!!”
“시릭!!”
병사들이 달려오자 나는 반사적으로 염동결계를 넓게 펼쳤다.
“오지 마라!”
적을 향한 방어가 아니라 아군이 나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막는 용도였다.
내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자 팔짱을 끼고 지켜보던 칠죄신이 웃었다.
―하하하, 어떻게든 참아 보려고 애를 쓰는군. 하지만 안 될걸? 이건 좀 달라서.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하지?”
―간단해! 네 영혼은 이제 네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 너는 카라카스에 얽매인 혼, 모두가 원할 때마다 재림하는 황제다. 그럼 그걸 뒤집으면…… 모두가 원하지 않아도 돌아오는 사악한 황제도 될 수 있지!
“…….”
―넌 이미 평범한 영혼이 아니다! 사람들의 부름에 응답하는 신령(神靈)이지!
동전의 앞, 뒷면.
내가 이를 악무는데 손, 온몸에서 새카만 마력이 줄기줄기 뿜어져 나온다.
흑마력.
억누르려고 해도 멈추지 않는다.
“헉, 허어억…….”
―변이에 제법 버티는군. 하지만 얼마나 버틸까?
칠죄신은 나를 즐겁게 지켜보면서 손을 휘둘렀다.
쾅! 콰아앙!
그러자 다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치면서, 제국군에 검은 벼락이 순차적으로 떨어진다.
위험하다.
엔라와 다른 장군들이 어떻게 수습하고 있지만 전사자가 늘어나면 바로 적의 머릿수가 늘어난다.
아군 전사자가 1만, 아니 5천만 되어도…… 이 전쟁은 끝장이다.
나는 머릿속으로 그걸 아는 데도, 지금 들끓는 힘을 억누르는 게 최선이었다.
염동결계로, 가까스로 이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시릭, 들어라. 내가 어떻게든 제어해 보려는 중이지만 달라. 네 영혼은 이미 오염되었고 나도 손을 쓸 수가 없구나.
하시아가 텔레파시로 전달하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가로젓고는 텔레파시로 전달했다.
―오기 전에 했던 말, 기억하죠? 제국의 방방곡곡과 여기를 포탈로 이어 버리세요. 비치기만 하면 됩니다.
―……그걸 하겠다고?
―미안합니다. 정신력 지원은 무리일 것 같습니다. 최대한 많이 부탁합니다.
말하는 동안에도 멋대로 마력이 솟구쳤다.
마치 석유를 내 몸에 붓고는 불을 불인 기분이었다.
―알겠다, 최선을 다하마. 그러니 부디…… 버텨라.
내 고통과 괴로움을 그녀도 알겠지만, 어떻게 해 줄 방법이 없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일을 처리하는 수밖에.
칠죄신은 가끔 제국군에게 벼락만 떨어트리면서 나를 구경하고 있었다.
우리 안에 가둔 동물을 구경하는 것처럼.
―거기 안에서 계속 시간을 끌겠다. 이걸 보고도?
우우우웅!
그 순간 칠죄신이 마력영역을 전개했다.
보통 때라면 내가 카운터를 쳐서 막겠지만…… 지금은 내가 타락하지 않게 억누르는 중이다.
아니, 설사 멀쩡해도 못 막는다.
지금 칠죄신이 펼친 마력영역은 순식간에 시야의 끝까지 단숨에 뻗어 나갈 정도였다.
직경 10km가 넘는 마력영역!
푸아아악!
그 시커먼 마력 속에서 새카만 그림자들이 튀어나온다.
사람 형체를 한 덩어리들이 손을 휘두르면서 제국군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으아악!!”
“조, 종복들이다! 침착하게 맞서라!”
마력영역에 튀어나온 수만, 아니 수십만의 검은 생명체들.
제국군이 급하게 응전하지만 다시금 벼락이 산발적으로 떨어지면서 진형을 분쇄했다.
“제국 만세!!”
“물러나지 마라!!”
저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들.
하지만 도우러 갈 수 없다.
내가 지금 힘을 행사한다면, 조금이라도 정신을 놓는다면 나 자신이 타락해서는 전우들에게 칼날을 뿌릴 것이다.
―하하하, 황제. 그게 뭐냐? 네 전우들이 죽어 가고 있잖아? 그런데 너는 지금 거기 안에 혼자 숨어서 뭐 하는 거냐? 인류의 대표라는 놈이 겁쟁이로군!
칠죄신이 나를 도발한다.
나는 잠자코 품을 뒤졌다.
약병.
특급 치료약이었다.
천족들 사이에서도 정말 각별히 귀한 보물.
그걸 쥐고 있자니, 렌시엘과 마지막 대화가 떠올랐다.
“시릭, 이건 미리엘의 눈물로 만든 치료약입니다.”
“어?”
“당신이 아이들에게 밝혔던 가슴 아픈 과거, 그걸 듣고 미리엘이 펑펑 울었지요. 그때 제가 주워 담아서 만들었습니다.”
“…….”
“예, 이게 천족의 업보입니다. 아이가 울음을 터트리면 그 눈물을 닦고 달래 주는 게 아니라 그걸 모아서 약을 만들어야 하죠.”
렌시엘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래도 미리엘이, 우리들의 아이가 당신에게 꼭 주라고 간절하게 부탁했어요. 그러니 부디…… 무사히 돌아오세요.”
딸아이가 나를 위해서 흘린 눈물.
나는 이를 악물고 특급 치료약을 마셨다.
이건 사람이 숨만 붙어 있어도 살려 낸다는 귀한 약.
내 목숨을 걸고 칠죄신을 칠 때를 대비해서 아꼈지만, 더는 기다릴 수 없었다.
꿀꺽.
치료약을 마시자 머릿속에서 날뛰는 살의, 분노가 가라앉았다.
하지만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마력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특급 치료약으로도 안 된다.
지금 이성을 유지하는 게 고작, 되돌릴 수는 없다.
“후우우. 후우우우.”
―치료약? 그거 마신다고 달라질 줄 알았나? 어차피 다시 박으면 그만이거늘.
칠죄신이 새삼스럽게 손에 흑마력의 검을 만들었다.
저거에 한 방 맞으면 다시 상황이 되풀이된단 말인가?
그럼 참아야 한다.
마지막 한 방, 승부를 가리기 위해서.
“칠죄신.”
―으응? 얼른 그 결계를 뚫고 나와서 나에게 덤벼 보라고. 물론 그럴 정신이 있다면 말이지!
“흑마력이라는 게 대체 뭐냐?”
나는 조용하게 물었다.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독기? 그건 알겠는데 대체 어디서 난 거고 왜 세상에 뿌려진 거냐?”
―사람의 원죄다.
칠죄신이 보기 드물게 진지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남을 미워하고 증오한다. 남을 밟고 올라서서 위에 선 이를 무작정 끌어내리고 싶어 한다. 이웃이 죽어 버렸으면 좋겠다고 갈망한다. 그 응축된 정신이 바로 흑마력이다.
“…….”
―너는 날 철천지원수라고 여기지? 하지만 나만 없다고 세상이 평화로울까? 아닌 걸 알 텐데? 나만 없다고 생명이 존귀해지나? 내가 없으면 살인이 사라지나?
칠죄신은 담담하게 말했다.
이제까지 생명을 조롱하고 희롱하던 것을 넘어서.
―생명 존중 사상? 인권? 마음에 안 드는 놈에게는 인권 따위는 없어도 된다고 다들 생각하지. 누구나 죽여 버리고 싶어 하는 놈 한둘 따위는 있다. 하지만 힘이 모자라서, 혹은 사회적인 문제로 불가능하지. 흑마력은 그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힘이다.
“…….”
―이제 슬슬 알 텐데? 흑마력은 인간을 비롯한 일곱 이종족, 생명이라는 놈들이 뿜어내는 악취의 덩어리다. 생명이 소중하다는 입발림 소리를 하는 놈들도 결국 직장 상사를 미워하고, 라이벌이 죽어 버렸으면 하지. 그 악의 어린 증오와 시기가 힘이 된 거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그러냐. 지금 날 불태우는 이 끈적끈적한 덩어리가 사람들이 발산하는 정신이라 이거냐.”
―그래! 이제야 좀…….
“아, 잠깐 너 그런 소리 하려는 거 아니지? 그러니까 사람은 가치가 없는 생명이고, 뭐 네가 애써서 지키려고 할 필요가 없다? 진짜 그런 케케묵은 소리 하려는 거 아니지?”
내 물음에 칠죄신은 입을 다물었다.
정말로 하려던 모양이었다.
“그래, 너 신 맞네. 병신이자 등신이자 상병신 트리플 크라운 삼위일체 따셨네?”
―……뭐라고?
“내가 몰랐을 것 같냐?”
나는 천천히 허리를 폈다.
온몸에 들러붙은 새카만 마력, 내 귀에 다시금 윙윙거리면서 속삭인다.
사람이 밉지 않냐고.
하지만 딸아이의 눈물을 마셨다는 사실, 그게 내 이성을 붙든다.
“나에게 충성하겠다고 했다가 등 돌린 놈, 내 등에 칼 꽂은 부하 놈은 당장 기억나는 것만 해도 서른이 넘어. 그래도 나는 그것들 안고 여기까지 왔다.”
―…….
“그리고 내가 왜 이런 대화를 하고 있을까? 네가 병신이라서요. 너 내가 지금 대화하고 있으니까 제국군에게 번개 안 뿌리잖아.”
칠죄신의 입매가 일그러졌다.
하지만 이렇게 지적했다고 새삼 뿌리지는 않는다.
나는 양 무릎에 손을 얹고는 비웃었다.
“아, 잠깐만. 너 지금 그 소리 하려는 거 아니지? 내가 머지않아 미쳐 버리고, 내 손으로 제국군을 살육하게 만들려고 한다고. 그러려고 일부러 손을 안 쓰는 거라고 하려는 거 아니지? 그거면 실망할 것 같은데?”
―…….
“진짜였냐?”
―시릭 카라카스.
내가 계속 비웃자 결국 칠죄신은 발끈했다.
나는 고개를 천천히 가로저었다.
“사람이 얼마든지 개새끼질 할 수 있는 건 난 옛날 옛적부터 알고 있었다. 여기 아닌 세상에 있을 때부터, 카라카스 와서는 더더욱 절실하게 느꼈지.”
초능력은 정신을 다루는 힘이다.
즉, 그만큼 타인의 생각이나 사념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사람의 악의, 시기, 증오, 질투…… 나는 그런 걸 신물 나게 봤다.
“세상은 더럽다? 그렇게 단정하면 세상 사는 게 끝나냐? 그게 재밌냐?”
―……뭐?
“난 세상 사는 게 재미있더라. 아, 그래. 사는 게 팍팍하고 진짜 엿 같았지만 그래도 환생해서 애들하고 밥 같이 먹고, 가족끼리 모여서 자는데 그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라. 애들이 술 따라 주니까 안 마실 수가 없어. 이게 또 술술 넘어가요.”
내가 계속 말하자 칠죄신은 어이없어하는 얼굴이었다.
―네놈, 대체 무슨 소리를…….
“세상 사는 게 재미없으면 재미있게 만들어야지. 개새끼들 천지라면 좀 줄일 생각을 해야 하고. 그게 세상을 다스리는 경륜이고 치세다. 무엇보다 네가 등신인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나는 일부러 말을 질질 끌었다.
“내가 이렇게 떠드는 이유를 조금도 모르고 있다는 거다.”
―……뭐?
팟! 팟! 팟! 팟!!
하시아에게 시간을 벌어 주는 기다림의 끝.
허공에 포탈이 나타났다.
한 개, 두 개, 다섯 개, 열 개, 오십. 천.
평원을 가득 메운 포탈들.
그 포탈에 제국민의 얼굴들이 비친다.
“어?”
“황도다!”
“남부의 델라스야!”
한참 싸우던 제국군들도 알아보고는 비명을 질렀다.
한편 포탈을 통해서 우리들을 바라보는 제국민들도 깜짝 놀란 얼굴이었다.
“어, 어어어?”
“진, 진짜야! 칠죄신이다!!”
“리젠 리브라타? 저거 황제 후보 아닌가?”
“싸움, 전쟁터다!!”
“폐하!! 폐하아아!!!”
갑자기 우렁찬 목소리.
누군가 했는데 포탈에 얼굴을 바짝 들이민 게 철도헌병대장 아르센이었다.
나는 보면서 픽 웃었다.
“비명 지르지 마. 머리 울린다.”
“폐하라고?”
“진짜 시릭 카라카스의 환생? 거짓말이 아니라?”
“하지만 칠죄신과 싸우고 있잖아.”
“그, 근데 왜 저래? 왜 검게…….”
웅성거리는 목소리들.
놀랍게도 1 대 1이 아니었다.
포탈들은 이쪽을 향해서 말하는 것만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대화를 걸 수 있었다.
칠죄신은 눈살을 찌푸리고는 팔을 휘둘렀다.
콰가가강!!
무시무시한 검은 번개가 떨어졌지만 허무하게 땅을 칠 따름이었다.
이 포탈은 오로지 영상만 비치는 거지, 공간이 연결된 게 아니다.
칠죄신은 나를 돌아보았다.
―……뭘 할 셈이냐?
“원탁결전 때 봤잖아.”
―네놈, 미쳤냐?
“너에게 미쳤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면 끝장인데? 즉, 나는 제정신이네.”
나는 씩 웃으면서 손의 마력에 정신을 집중했다.
새카맣게 타오르는 흑마력.
덮어 버리자.
나는 있는 대로 목소리를 높이면서 외쳤다.
“제국군! 그리고 제국민! 나는 이제부터 마지막 싸움에 나선다!! 칠죄신과 진정한 최종 결전이다! 응원 한마디 부탁한다!!”
정적.
한참 피를 튀기며 싸우던 제국군도, 갑자기 상황이 연결돼서 당황하던 제국민들도 침묵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애써 정신을 집중했다.
이제 남은 건 최후의 수, 이 방법밖에 없다.
그리고…….
“아빠!! 힘내요!!”
목이 터져라 외치는 목소리.
리세라의 목소리였다.
황도로 연결된 포탈에서, 딸아이가 광장에서 외치고 있었다.
옆에 있던 메이호도, 미리엘도 얼른 외쳤다.
“아버지! 응원할게요!”
“아빠! 이겨요!”
갑자기 외치는 소리.
다른 포탈의 제국민들이 당황하다가 하나, 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다.
“제국에 승리를!”
“황제 폐하 만세!!”
“진짜 폐하의 환생인지 모르겠지만 이겨 주세요!”
“할 수 있습니다!”
“폐하! 시릭 카라카스 폐하 만세!”
“제국군! 힘내요! 이길 수 있습니다!”
제국민만이 아니라 제국군도 목소리를 높였다.
“제국 만세! 폐하 만세!!”
“모두 이제 마지막이다! 조금만 버텨라!!”
“폐하께서 나오실 거다!! 그때 호위해라!!”
“서부군! 서부군이 왔습니다!! 몸으로 막아 주고 있습니다! 폐하!! 우리가 이길 겁니다!”
“이겨! 시릭!!”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손에 모이는 마력이 조금씩 따스해지기 시작한다.
칠성칠요, 일곱 자루의 검이 내 주변을 호위하듯이 가지런히 섰다.
“후우.”
나는 정신을 개방했다.
밀물처럼 사람들의 정신력이 밀려들어 온다.
하나, 둘, 백, 천, 순식간에 만을 넘고 아득한 정신의 격류가 나를 휩쓴다.
이거에 비하면 흑마력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내가 누군지조차도 잊어버릴 상황.
진정한 정신 오염.
“……아.”
너무나 많은 정신력을 단숨에 받아들였다.
무수한 사람의 정신이 내게 쏟아졌고, 나는 그걸 하나도 빠짐없이 응축했다.
푸아아아악!!
어마어마한 정신의 격류, 견디다 못해서 하늘을 찌를 기세로 기운이 솟아오른다.
―……그게 뭐냐?
칠죄신이 처음으로 당황한 소리를 냈다.
나를 오염시키고자 하던 흑마력은 자취를 감춰 버린지 오래였다.
정신 오염을 정신 오염으로 덮어 버린 거다.
살의와 증오의 마력을…… 제국민의 무수한 정신으로.
내 몸을 감도는 금색의 마력.
7계위를 넘어선 힘, 평상시에는 정신력을 집중하고 한참 시간이 걸려야 발휘할 수 있었지만.
“후우우.”
지금은 가볍게 숨만 쉬어도 온몸에서 찌릿, 찌릿 마력이 튀어 올랐다.
정신력이 하늘을 찌를 기세로 급상승하면서, 마력을 다룰 수 있는 영역도 훌쩍 솟구쳤다.
곧이어 내 앞에 가지런히 모인 일곱 자루의 검이 금빛에 휩싸인다.
마치 용광로에 들어간 것처럼.
칠성칠요 일곱 자루가 금빛의 마력에 감싸이더니 한 자루의 검이 되었다.
보기만 해도 눈이 멀 정도로 하얗고, 신성하게 빛나는 검.
생명이 태어나는 태초의 빛이 벼린 검.
―친구여.
“……그래.”
나는 이 검의 이름을 이미 알고 있었다.
신검 천지신명.
사람이 다룰 수 없기에 칠성칠요라는 일곱으로 나뉘었던 검.
지금 인류의 정신을 한 몸에 담아서, 사람의 영역을 넘어선 나이기에 다룰 수 있는 검이다.
―설마, 그건…….
칠죄신도 알아봤는지 말꼬리를 흐렸다.
나는 천지신명을 양손으로 꽉 잡았다.
“사악한 신이여! 지금까지 죽어 간 생명들을 대신해서, 나를 따라 싸우고 목숨을 바친 수많은 전우들을 위해, 지금 제국의 만민들이 보는 앞에서 황제인 내가 판결을 내리겠다!”
―나는 신이다! 너희들이 죄를 지었으니 벌을 내리는 신! 그런데 나를 재판하겠다고?
“사람을 다스리는 건 사람이 할 일이다. 그건 바로 나, 황제인 내 권리이자 의무일지어니! 너 같은 건 필요 없다!”
신검을 잡은 나는 앞으로 돌진했다.
“사람의 세상에서 사라져라, 칠죄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