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 번 고인 황제놀음-150화 (149/230)

두 번 고인 황제놀음 (150)

낚으려고 하는 녀석은 반대로 낚아 줘라

3시간 뒤.

우리들이 묵는 방으로 엘프들이 찾아왔다.

조커즈의 간부들 세 명.

서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자 젊은 여자 엘프가 대뜸 말했다.

“조커즈의 브레인인 쉔카입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이레인 아가씨.”

“아, 그거 비밀인데!”

미레이가 깜짝 놀라서 내 눈치를 보았다.

아무래도 미레이란 이름은 가명이었나 보다.

그러면서도 간부 하나가 건넨 조각 케이크를 받고는 얼굴을 편다.

나는 무시하고는 본론부터 말했다.

“댁들 두목이 납치되었다고? 어디의 누구에게?”

“스텔라가 아니면 제3자겠죠. 하지만…… 토르랑 헤드는 그래 보여도 5계위입니다. 아무것도 못 해 보고 납치당할 정도는 아니에요. 즉, 상대는 말도 안 되는 실력자입니다.”

“브레인이면 조직의 참모지? 지금까지 벌어진 간부들의 죽음은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데?”

“……글쎄요. 제 전대 브레인도 일단 죽어 줘서 고맙군요. 덕분에 빠른 출세를 할 수 있어서요.”

“그리고 빠른 죽음을 맞이하게 되겠군.”

내 말에 쉔카는 떨떠름하게 웃었다.

“……아, 농담이었습니다만. 저도 지금 언제 저격당할지 몰라서 초조한 상황입니다. 사실 브레인이 열흘 사이에 세 번이나 바뀌었거든요.”

“그러면 내부 정보가 새고 있다는 거 아니야? 내부 단속을 좀 하지?”

“뒤늦게 하고야 있습니다만……. 사실 이 저격이 좀 말도 안 됩니다. 2km 밖이라면 소리도 들을 수 없고, 들은 순간 절명해 버려요. 외출을 평생 안 할 수도 없고요.”

나는 잠깐 생각하고는 말했다.

“저격당한 건 스텔라 쪽도 마찬가지지? 그런 말도 안 되는 실력자가 있다는 게 이상하지 않아?”

“예, 그래서 사실 토르랑 님도 스텔라의 헤드와 이야기를 해 보실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행방불명이 되셔서요.”

케이크를 먹던 미레이가 갸웃거렸다.

“아빠는 그냥 무서워서 도망간 거 아닐까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한심하진 않다고 믿고 싶습니다.”

쉔카가 한숨을 쉬었다.

나는 이야기를 돌렸다.

“죽은 게 아니라면 어딘가에 감금되어 있겠지. 그리고 이 저격수는 단독 행동일 거고.”

사도니까.

하지만 이 부분 정보를 넘겨줄 필요는 없지.

“그리고 그런 화살을 쏘는 활은 굉장히 특별할 테고. 그쪽으로 수색해 보는 건?”

“안 그래도 호텔 쪽에 이야기를 넣었는데…… 영 신통치 않군요. 거기 두 분이 1황자와 2황자님이시죠? 두 분이서 경찰을 움직여 주셨으면 하는데요. 사실 저희가 공권력의 협조를 요청할 수 없어서요.”

쉔카가 내 뒤의 아들들에게 말했다.

나는 픽 웃었다.

“니들 체면을 위해서 우리가 알아서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 맨입으로?”

“……이레인 아가씨를 도와주러 오신 게 아닙니까?”

“내 정체는 이미 아는 것 같네. 그런 당신들에게 이 계약서를 드립니다.”

나는 미리 준비해 뒀던 서류를 쓱 내밀었다.

받아 본 쉔카는 입을 떡 벌렸다.

“……입대 원서잖아요?”

“넉넉하게 가져왔다. 너희 조직원들 전원 입대할 수는 있을 텐데……. 뭐 당연하지만 부대는 쪼개서 배치할 거다. 군대 내에 괜히 사조직 만들면 귀찮아지니까.”

“자, 잠시만요. 입대라뇨.”

“그럼 감옥 갈래?”

내가 시큰둥하게 묻자 쉔카가 당황했다.

“죄, 죄목이 없을 텐데요?”

“없으면 만들 거고, 그게 아니라도 그냥 집어넣을 거야. 지금 서부에서 반란 일어난 거 알잖아? 얼마든지 올가미를 뒤집어씌울 수 있는데?”

“……리젠 리브라타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분이라고 들었습니다만.”

“그래서 공정하게 사인할 기회를 드리고 있지.”

나는 턱을 괴고는 말했다.

“야, 카지노는 국영사업이야. 물론 그 주변에서 이래저래 돈 떨어지는 거야 아는데, 너희들 배부르라고 만들어진 거 아니다. 니들 잘나가는 거 난 별로거든.”

“으음, 말씀드리지만 저희 조직이 관리하고 있어서 치안이 그나마…….”

“그래서 조직원 전부를 데려가지는 않을 거야. 한 60% 정도?”

쉔카가 곤혹스러워하자 나는 입대 원서를 팔랑거렸다.

“아, 괜히 고민하지 마. 스텔라 애들도 똑같이 입대시킬 테니까. 전투 능력 좀 있다 싶으면 그냥 제국군에 집어넣고 탈탈 돌릴 거야.”

“……으으음.”

“아, 참고로 토르랑 구해 주는 건 서비스다? 너희들은 입대할래, 감옥 갈래 선택지밖에 없어요.”

쉔카는 서류를 쓱 훑어보고는 말했다.

“……복무 기간이 1년이군요?”

“감옥에 가면 10년 이상은 나오겠지.”

“……알겠습니다. 사인하도록 하죠.”

“브레인! 진짜로 하실 겁니까?”

간부들이 놀랐지만 쉔카는 정색했다.

“여러분, 눈앞의 사람은 2대 황제 후보님이십니다. 이미 네 분의 황후들이 지지하고 계시고요. 사실 우리가 가벼이 말을 붙일 분이 아닙니다.”

“하지만 사인은 가볍게 해도 돼.”

“…….”

다들 마지못해 사인했다.

나는 받아 내고는 말했다.

“앞으로 1주일 안에 조직원 60%의 자원입대 서류를 받아 내라. 아, 핸드 몇은 남겨 놓아도 된다. 조직의 명맥은 유지하게 해 주지.”

“……정말 달아날 틈도 없게 몰아붙이시는군요.”

쉔카는 기가 막히단 얼굴로 말했다.

나는 손뼉을 치고는 정리했다.

“자, 그러면 영광스러운 제국군의 말단 병사가 되신 것을 축하드리며 지금부터 작전을 브리핑하겠습니다. 내가 보기에는 댁네 헤드인 토르랑 씨를 납치한 건 스텔라가 아니라, 6황후 정령무희다.”

“예!”

“……황후 전하께서?”

이제 곧 제국군에 들어올 파릇파릇한 신병들이 입을 떡 벌렸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애당초 이 도시, 제국의 각종 도박 관련 이권을 틀어쥔 건 6황후잖아? 너희 패밀리가 기웃거리는 것도 6황후가 눈감아 주는 거고.”

“아, 아니. 그렇지만 그런 거물이 대체 왜…… 우리 헤드를?”

“설마, 황후 전하가 아빠에게 반했어요?”

케이크를 먹던 미레이가 역대급 바보 소리를 했다…….

내가 딱하게 보았다.

그러자 미레이가 아쉬운 얼굴로, 자기가 먹던 포크에다가 큼직한 덩어리를 찍어서 내밀었다.

“……알았어요. 드세요.”

“너나 많이 드세요.”

“큰맘 먹고 양보했는데!”

나는 미레이는 놔두고 간부들에게 말했다.

“6황후는 너희들에게 전혀 관심이 없을 거다. 그냥 너희들을 저격하고 다니는 화살의 주인이 누구인지 캐내려는 생각일 거야.”

“그럼 토르랑 님은 무사하신 겁니까? 또 무사하시면 어디에 계신 겁니까?”

“저희들이 제칼에서 의심되는 창고나 건물들을 이 잡듯이 뒤져 봤습니다만.”

간부들이 하소연하자 내가 손가락을 꼽았다.

“창문이 없고 사람이 많은 곳, 그리고 밖에 나오지 않아도 대다수의 일을 해결할 수 있는 곳.”

“……설마!”

쉔카가 알아듣고는 입을 떡 벌렸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마 정령무희는 토르랑을 카지노 안에 감금하고 정보를 털어 내고 있을 거다. 그리고 더 쓸모없다 싶어지면 그냥 미끼로 쓰거나 내다 버리겠지.”

“하지만 이 도시에 크고 작은 카지노는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거기다 공공 기관이라서 저희들이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갈 수도 없어요.”

“VIP실이라면 저희들의 정보망이 미치지도 않을 텐데요…….”

간부들은 이제 매달리는 시선으로 오르카를 바라보았다.

오르카는 잠시 난감해하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카지노는 문화청 산하입니다. 저희들에게도 정보가 들어오지 않습니다만.”

“카지노 직원은 그렇지만 경비는 다를 거다.”

“예?”

“카지노는 국가 소속이지만 그 카지노를 경비하는 건 외주를 주게 되어 있어.”

내가 그리 조치했다.

긴 전쟁을 마치고 퇴역한 제국군의 재취업 알선 겸 해서.

“물론 경비업체도 내부 기밀을 시시콜콜하게 말하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최근에 경비가 삼엄해진 카지노 정도는 나올 거다. 일단 그쪽으로 후보를 추려 봐.”

“알겠습니다. 2시간만 주시면 해결하겠습니다.”

오르카는 내게 정중하게 머리를 숙여 보이고는 물러났다.

사석에서는 아버지와 아들이지만, 지금은 공공 자리라는 걸 의식하는 것이다.

세탄도 골똘히 생각하다가 말했다.

“제가 아는 제국군 출신의 몇몇 인간들이 이쪽으로 취업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들을 잠깐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고 오겠습니다.”

“밖에 나가는 건 위험하다. 제대로 변장해라. 미레이, 네가 좀 해.”

“예, 이것만 다 먹고요.”

“……나중에 하나 더 사 줄 테니까 지금 당장 해.”

“진짜요? 아싸!”

미레이는 통통 튀는 걸음으로 일어나서는 세탄의 팔을 잡아끌었다.

……쟤는 상대가 1황자인데도 하나도 안 어려워해.

쉔카가 머리를 숙여 보였다.

“……리젠 리브라타가 뛰어난 인간, 걸물, 시릭 카라카스의 환생이라는 소문까지 돈다고는 들었습니다만. 실제로는 명불허전이군요. 감복했습니다.”

“틀릴 수도 있어. 100%는 아니야. 다만…….”

정령무희와 토르랑이 카지노에 잠복해 있다는 내 추리.

앉은 자리에서 추론한 거지만 거의 확실하다.

일단 사도가 저격하지 않을까, 신경 써야 하니 보안이 철저한 곳이어야 한다.

큰돈이 매일 오가는 카지노만큼 보안에 신경 쓰는 곳은 없지.

거기다가 이 저격은 민간인의 피해가 없게 이뤄지고 있었다.

거의 확실하다.

“그리고 너희 애들 준비시켜.”

“……예? 뭘 하시려고요?”

“토르랑 주변에 스텔라 애들이 둘러싸고 있을 거다. 곱게 통과 안 시켜 줄 테니까 니들이 한바탕 설쳐라.”

“그냥 경찰을…….”

“싫은데?”

나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너 자꾸 국가기관에 의존하려는데 그러면 안 되지. 너희 엘프들이 마피아 놀음 하는 거…… 내가 이래저래 넘기고 있긴 한데, 그거 사실 국법을 위협하는 거다?”

“패밀리는 전통…….”

“그래, 종족의 전통이라서 넘어가 주긴 하는데. 통치자 입장에서는 꽤 눈꼴시거든?”

일단 확 밀어붙인 나는 풀어 주었다.

“야, 애들 보고 무작정 입대하라고 하면 바로 하겠어? 자기들 두목을 구출하기 위해서 한바탕 패싸움을 했고, 감옥 가는 대신에 군대를 택했다는 강렬한 동기부여를 해 주라고, 동기부여.”

“도, 동기부여…….”

쉔카는 탄복한 얼굴로 나를 보았다.

뭐 적당히 힘 좀 쓴다 싶은 놈들 잡아다가 제국군에 밀어 넣는 거야 내가 하루 이틀 해 본 것도 아니다.

언제나 인재 부족이지.

“카지노 확인되면 준비하고, 지시는 내가 내린다.”

“예, 그러면 바로 준비 들어가겠습니다.”

간부 셋 다 일어나려고 하자 나는 쉔카에게 눈짓했다.

쉔카는 알아듣고는 다시 앉았다.

둘만 남자 나는 대뜸 말했다.

“말해 두는데, 나는 너희들 두목 구출에 별 관심이 없다.”

“예, 이렇게 알려 주시는 것만으로…….”

“그게 아니야. 내가 토르랑의 구출에 관심 있는 척을 하면 6황후도 크게 관심을 갖게 된다고.”

쉔카의 얼굴이 변했다.

“나와 미레이가 결혼 허락 받으러 왔다는 소리는 들었지? 그런데 내가 구출하려고 들면 6황후는 토르랑을 인질로 잡아서 온갖 요구를 할 거다. 그러면 안 되지.”

“……아, 그래서 일부러 관심을 안 가지는 척을 하시겠다는군요.”

“그래. 이제 이해되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내가 6황후가 기다리고 있는 카지노로 들어가지 않는다. 녀석이 밖으로 알아서 나오게 만들 거다.”

“예. 그러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냥 내가 미레이랑 이거저거 하면서 놀러 다닐 거다. 그리고 너희들이 스텔라 쪽에 소문을 흘려라.”

나는 픽 웃었다.

“자기가 머리 좋다고 생각하고 무시당하면 발끈하는 공주님이니까. 특히…….”

내가 무시하면 절대 못 참으시지.

알아서 뛰어나올 거다.

* * *

카지노 폴라리스.

제칼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초대형 카지노다.

미니멈 베팅이 1천만부터 시작하는 VIP실.

엘프 남자가 신음하고 있었다.

“또, 또 지다니…….”

남자의 이름은 토르랑.

제칼을 양분하는 범죄 조직 조커즈의 헤드, 두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전 재산이 날아가고, 거액의 차용증까지 썼으니까.

“그, 그만하겠습니다! 일어나겠습니다!”

“…….”

마주 앉은 세 명의 엘프들은 침묵했다.

그들에게는 결정 권한이 없으니까.

토르랑도 그걸 알고는 고개를 돌리고 애타게 외쳤다.

“제, 제발! 공주님!”

안락한 의자에 앉아서 테이블을 지켜보는 엘프 여성을 향한 외침.

공주님이라고 불린 여자.

가녀린 미모.

피부가 너무나 하얘서 병약하다는 인상, 지금 토르랑의 목숨을 쥔 장본인이었다.

6황후 정령무희였다.

황후가 빙긋 웃었다.

“세상에서 가장 바보짓은 도박이랍니다? 자기는 이길 수 있다고 착각을 하지만 그건 꿈이랍니다. 당신도 처음에는 기세등등했지만 이제야 깨달았나요?”

“그, 그게…….”

토르랑이 더듬거렸다.

돈을 따면 풀어 주겠다니 어쩔 수 없이 한 거잖은가.

하지만 상대, 세 사람이 합심해서 덤비는데 뭐 어쩔 수가 없었다.

황후는 웃는 얼굴로 말했다.

“깨달아 봤자 내일이면 까먹겠지만요. 이래서 인생무상이랍니다.”

토르랑이 애타게 외쳤다.

“저, 저는 정말 결백합니다! 공주님! 저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제 부하들도 죽어 가고 있잖습니까!”

“예, 알아요. 당신은 저격 사건과는 관계없습니다.”

황후는 생글생글 웃는 채로 말했다.

토르랑이 얼빠진 얼굴을 했다.

“예? 아, 아신다고요? 그런데 대체 왜…….”

“본래는 풀어 줄 생각이었지만 새로운 정보가 들어와서요. 당신의 딸이 선을 넘었답니다.”

웃던 황후가 정색했다.

“황실의 혈통에 엘프는 하나면 족하답니다. 한데 주제도 모르는 것이 어디서 감히…….”

“공주님.”

딜러복을 입은 엘프가 다가와서는 머리를 숙여 보였다.

정보가 들어왔단 의미.

황후는 토르랑에 대한 흥미를 접고는 말했다.

“예, 말씀하세요.”

“조커즈 놈들이 카지노의 경비업체를 확인하고 있답니다.”

황후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과연 그 사람답습니다. 오자마자 바로 상황을 파악하고 파고들어 가는군요. 자, 이제 저희도 준비를 해야겠군요.”

“근데 그게…….”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2대 황제 후보는 토르랑에게는 별 관심이 없다고 합니다. 본인이 그렇게 말하는 걸 조커즈의 간부, 졸개들이 들었다고 합니다.”

황후는 대수롭지 않게 넘겨 버렸다.

“허세랍니다. 그 사람도 지금 난국을 정리하려면 토르랑이 필요한 걸 알 겁니다. 또 주제도 모르고 꼬리를 친 그 천한 것의 아비기도 하니…….”

“그게 저…….”

“……뭐가 또 있나요?”

황후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감정적으로.

딜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서로 손을 잡고 다닌다고 합니다.”

“…….”

황후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부들부들 떨던 황후는 애써 웃었다.

“괘, 괜찮아요. 허세입니다. 그 사람답군요. 나를 낚으려고 되도 않는 수를 쓰고 있어요. 아하하, 전 어린애도 아니에요. 서로 손을 잡는 정도야 너그럽게 넘어가 줄 수 있습니다. 그래요, 팔짱도 아닌데…….”

“……예물용 반지를 알아보고 다닌다고 합니다.”

“어디서 감히!”

황후가 정색했다.

“정도가 있지! 당장 그 주제도 모르는 여자를 내 앞으로 데려오세요! 지금 당장!”

“그게…… 처음 말씀드린 대로 계속 손을 잡고 다니셔서요. 2대 황제 후보가 모르게 납치하는 건 무리입니다. 거기다가 미레이란 여자도 제법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밤에는 각방을 쓰지 않습니까? 밤에 처리하세요.”

“…….”

대답이 없자 황후의 얼굴이 새하얘졌다.

“……지금 같은 방을 쓴다는 겁니까? 그 소리입니까?”

“스위트룸에서 황자들과 더불어서 같이 지낸다고…….”

“아니, 그 아이들은 그런 만행을 그저 보고만 있답니까? 황실을 위해서 알아서 협조해야죠!”

“…….”

어린애 같은 억지를 쓰네.

보고하던 엘프들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입을 다물었다.

이 가련한 공주님은 이 사안에 대해서만큼은 유치해진다는 걸 아니까.

황후는 이마를 짚고는 신음을 흘렸다.

“제칼에 제가 있다는 걸 알았을 텐데요. 이셀렌이 보고했을 테니까. 그런데도 출신도 모르는 마피아의 딸과 놀아나고 있다고요? 지금 제 앞에서?”

“아, 아니. 그게…….”

“그 사람은 제가 대체 뭘 잘못했다고 이러는 거죠! 너무합니다!”

그야 여자의 아버지를 납치하셨죠.

딜러는 물론이고 다른 엘프들도 그리 생각했지만 입을 다물었다.

분하게 떨던 황후가 억지로 입을 열었다.

“조, 좋아요. 그, 그럼 2대 황제 후보에게 사, 사람을 보내세요. 보내서 제가 있다는 걸 알리고…… 정중하게 모셔 오세요. 제가 따로 사과드릴 것도 있고, 또 옛날의 오해에 대해서 제대로 말씀 올리겠다고요.”

“옛날의 오해라시면…….”

“그냥 그렇게 전하면 아실 겁니다, 얼른요!”

딜러는 망설이다가 말했다.

“송구하지만 이미 은밀하게 말씀을 넣어 봤습니다만…….”

“……그런데요?”

“……정말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씨근거리던 황후는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딜러가 매우 작게 말했다.

“공주님은 귀찮으니까 같이 안 놀겠다고 하셨습니다…….”

“…….”

벌떡!

황후가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갑작스러운 동작에 머리가 핑 돌고 몸이 비틀거린다.

측근들이 놀라서 부축하려고 했지만 황후는 뿌리쳤다.

“지금 시릭은 어디에 있습니까? 어디에?”

“……호, 호텔 수영장에서 놀고 계신다고 합니다.”

황후는 크게 외쳤다.

“내가 직접 가겠습니다! 지금 당장 준비하세요!”

“고, 공주님. 밖은 위험합니다. 저격수가 어디에 있을지…….”

“그럼 병력을 준비하면 됩니다! 시릭과 만나서 담판을 지을 겁니다!”

6황후 정령무희.

카지노에 온갖 방비와 함정을 파 놓고 의기양양하게 기다렸지만.

본인이 그물에 뛰어드는 물고기가 되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