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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고인 황제놀음-119화 (118/230)

두 번 고인 황제놀음 (119)

하늘이 두 쪽 나느니 놈들을 두 쪽 낸다

원탁회의 2일 차.

정오의 테라스.

나는 최종 점검을 하고 있었다.

1시간 뒤에 다시 원탁회의가 열린다.

오늘 12가문의 결론을 내고, 그걸 세간에 공표한다.

12가문의 대표자들이 무력으로 결판을 내고 황제 후보로 추대한다고.

“이 사실이 알려지면 황도의 들끓던 민심도 잠잠해질 겁니다. 좀도둑과 강도, 각종 중범죄도 확 줄어들겠죠.”

“허허허……. 설마 민심을 수습하는 용도로 원탁회의를 쓰실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마주 앉은 노인, 월레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본래 용도에 맞게 쓰는 겁니다.”

12가문과 원탁회의.

황후들이 내 유언이라고 날조해서 만들어 낸 거다.

하지만 내 죽음으로 혼란했던 민심을 수습하고, 내전을 막기에는 적절한 조치였다.

월레스는 차를 마시면서 연신 감탄했다.

“참으로 이상하군요. 본부장님은 황제가 되고 싶은 야심은 전혀 없으신 것 같습니다. 한데 민중을 위해서 일을 거듭하실 때마다, 황제의 자리에 다가가고 계십니다.”

“권력은 목적이 아니라 세상을 위한 수단이니, 세상을 위해 움직이는 자에게 권력이 가까워지는 법이죠.”

“허허허허, 이 늙은이가 이 나이에 새롭게 세상의 이치를 알게 된 기분입니다.”

나는 말을 돌렸다.

“그래서 남은 가문들의 문제는 없습니까?”

“하하, 염려 붙들어 매시죠. 저만이 아니라 여기 이 친구도 훌륭하게 해냈습니다.”

월레스의 옆에 앉은 남자.

우렌 사지타리.

사지타리 가문의 장남이었다.

“그동안 격조했습니다, 본부장님.”

“아니다. 너야말로 고생 많았다.”

나는 우렌의 오른팔을 새삼 보았다.

디에르크에게 잘려 나갔던 팔, 뒤늦게 붙이고는 1급 치료약을 먹었다.

하지만 다르갈이 슬쩍 말하기로는, 조치 과정에서 시간이 오래 걸려서 아직 불편하다고 한다.

“아, 팔은 문제없습니다. 하하하하.”

우렌은 천천히, 아주 느릿하게 오른팔을 테이블 위에 올려 보였다.

동작이 느리다.

도중에 덜덜 떨고, 우렌의 얼굴이 굳어지는 게 뜻대로 잘 안 되는 모양이었다.

일상생활에서는 불편한 정도겠지만…… 우렌은 무인이다.

칼을 쥐고 싸우는 자가 오른팔이 마음대로 안 움직인다? 치명적이다.

“무리하지 마라.”

“아닙니다. 오른팔을 반드시 옛날처럼 되돌리겠습니다. 하지만 만약…… 되지 않는다면 왼팔로 검을 휘두르겠습니다.”

우렌이 나를 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여윈 얼굴, 예전과 다르게 목소리는 작았지만 눈은 번쩍거리고 있었다.

“본부장님, 사실 꼭 한 번 뵙고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니, 오히려 내가…….”

“메즈린은 마지막에 자기를 보지 말라고 했습니다.”

우렌은 왼손으로는 자기 오른팔을 쓰다듬었다.

“메즈린은 내 팔을 자르려던 게 아닙니다. 그냥 나보고 물러나라고 휘둘렀던 거죠. 정말 나를 죽일 생각이었다면 목을 노렸을 겁니다.”

메즈린, 사도 디에르크가 우렌의 아내로 위장하면서 쓰던 이름.

우렌은 나직하게 말했다.

“메즈린은 가끔 쓸쓸한 표정을 하고 나에게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그게 어떤 미안함인지는 앞으로도 알 수 없습니다만…….”

“…….”

“다른 감염자들은 다 조종당했을 때 기억이 없다던데, 전 약간 남아 있습니다. 우연인지, 메즈린이 일부러 그런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우렌은 애써 웃었다.

“그래요, 모르는 것투성이입니다만 하나는 확실합니다. 그때 본부장님이 아니었다면 저는 그 자리에서 미쳐 버리거나 제 손으로 아내를 죽여 버렸을 겁니다. 뒤쪽도 결국 미쳐 버렸겠군요.”

“…….”

“감사합니다. 그때, 본부장님께서 지금은 안 해도 된다고 말씀해 주신 덕분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우렌은 젖은 눈으로 나를 보았다.

“침대에 누워서 계속 생각했습니다. 메즈린에 대해서 생각을 아무리 해도 결론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생각을 거듭할수록 하나는 확실해졌습니다.”

“…….”

“저는 제국군입니다. 황제 폐하의 오른팔로서 명예와 충성을 다하고자 합니다. 비록 군복을 벗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마음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사지타리는 천년제국의 평화를 위해서라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우렌은 오른팔의 자유를 잃고, 사랑했던 아내를 잃고, 명예롭게 여기던 군복마저도 벗게 되었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남자.

하지만 제국을 위한 마음 한 조각을 움켜쥐고 일어났다.

예전처럼, 아니 그때보다 훨씬 헌걸차고 당당하다.

“그래.”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세운 나라는 이런 영웅들이 있기에 버티는 거고, 지킬 가치가 있는 거다.

“고맙다. 우렌.”

“아닙니다. 저에게 이런 두 번째 기회를 주신 본부장님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지켜본바, 본부장님이 제국을 지키기 위해서 누구보다 앞장서고 계십니다.”

우렌이 고개를 숙여 보였다.

“본부장님은 원탁회의를 통해서 2대 황제가 되고자 하신 게 아니라 오로지 민심을 위한 길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그릇과 도량! 제국이 아무리 넓다고 해도 둘도 없을 겁니다. 저, 우렌 사지타리는 앞으로 리젠 리브라타를 주군으로 모시고 평생 따르겠습니다!”

“나야말로 잘 부탁한다.”

나는 우렌의 오른손을 맞잡았다.

우렌도 나를 보면서 손에 힘을 주었다.

느리고 약하지만, 오른손에 분명히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하하하, 두 분을 보고 있으니 늙은이 피가 끓는군요. 좋습니다. 아주 보기 좋아요!”

월레스가 호쾌하게 웃었다.

내가 돌아보며 웃었다.

“그러면 이제 저에게 충성할 겁니까?”

본래 월레스는 강단 있는 인물이라서, 내가 황실을 능멸한다고 여기고 머리를 쪼개 버릴 각오로 왔다.

그러다가 나를 옆에서 관찰하라고 설득해서 계속 써먹는 중이고.

“이 늙은이가 보기에도 당신은 일대의 영웅, 어지러운 제국을 통합하는 데 더할 나위 없는 분입니다. 하지만 하나,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야심이 부족하십니다.”

월레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당신이 제국을 걱정하고, 국민을 아낀다는 건 이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사람은 야욕이 있어야 하는 법입니다. 보다 치고 나가겠다, 세상을 호령해 보겠다는 패기 말입니다.”

“내가 패기가 없단 말입니까?”

“다른 능력은 다 갖추셨지만 그것만 왠지 좀 아쉽습니다. 모르겠어요. 모르겠군요.”

“그야 뭐…….”

황제를 한 번 해 봤으니까.

월레스가 진지하게 물었다.

“단도직입적으로 여쭤보겠습니다. 황좌에 앉으실 용의가 있으십니까?”

“내가 하려는 일에 필요하면 하겠지만, 하더라도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방식은 아닐 겁니다.”

“……제위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는 말씀입니까?”

“내가 하려는 일은…….”

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분열된 제국을 하나로 모으고, 제국의 안위를 위협하는 적들을 물리칩니다. 그리고 보다 안정적이고 굳건한 통치 체제를 갖추는 겁니다. 내가 황제가 된다면 애들이 좀 더 말 쉽게 듣게 하는 옷 하나 걸치는 거죠.”

“허허허허……. 제위를 그리 말씀하시는 분은 처음 봤습니다. 제 생각이 짧았군요. 첫째도 백성, 둘째도 백성이시라니.”

월레스는 무릎을 치고는 말했다.

“좋습니다! 길지 않을 목숨, 리젠 리브라타 님을 위해서 바치겠습니다! 하하하, 오래 산 보람이 있습니다. 제가 황제를 모시고 싸울 수 있게 되다니!”

“두 사람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잘 해 보겠습니다.”

이제 사지타리와 스코피오의 충심도 얻어 냈다.

남은 건 1시간 뒤에 다시 재개될 원탁회의.

최종 마무리다.

1시간 뒤.

회의실.

다시 12가문의 대표들이 모였다.

진행자, 파르메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

“어제 리브라타의 의제에 대해서 다들 생각하고 오셨을 겁니다. 이견이 있으신 분은 자유롭게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

조용한 침묵.

우렌이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 사지타리는 리브라타의 제안에 찬성합니다.”

“우리 스코피오도 리브라타의 제안에 찬성하오.”

월레스가 따른다.

“케, 케드릭도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끄응, 우리 아리에드는 대세에 따르겠습니다. 찬성합니다.”

적장자들이 사라지고, 먼 친척이 급히 대통을 잇게 된 두 가문도 찬성했다.

“프리콘도 리브라타에 찬성합니다.”

“크와리아도 찬성!”

“시피즈도 받들겠습니다.”

“미니아도 따릅니다.”

의견들이 줄줄 이어진다.

진행자인 파르메도 고개를 끄덕였다.

“바르고나도 리브라타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이제 남은 건…….”

“나도 동의한다. 단, 구체적인 방식이 문제겠군.”

타루스의 사가르도 조건부로 찬성했다.

다들 의아하게 보자 사가르가 말했다.

“지금 칼로 결판내자는데 나서려는 이가 셋뿐인 것 같은데? 짝수라면 토너먼트라도 하지만 홀수잖아? 어떻게 싸우지?”

“…….”

침묵.

다들 시선을 교환했다.

어제도 확인했지만 지금 후보는 셋이다.

나와 사가르, 키릭.

침묵하던 키릭이 말했다.

“레오가도 칼로 결판을 내자는 데 동의한다. 단, 조건이 있다. 내가 두 번 싸운다.”

“뭐?”

“너희 둘 다 죽여 주겠단 의미다. 죽을 순서는 알아서 골라라.”

키릭이 나와 사가르를 보면서 말했다.

사가르는 어이없어하다가 화를 냈다.

“이 새끼가. 건방도 정도껏 떨어야지. 네놈이 그렇게 강하다고?”

“그래.”

단호한 대답.

키릭은 나를 보며 말했다.

“그리고 내가 둘 다 없애 버려야 민중들이 보다 수월하게 납득하겠지. 안 그래?”

“너처럼 말하는 놈이 황제면 누구도 납득을 못 할걸?”

내 말에 키릭은 담담하게 말했다.

“세상 모든 건 힘으로 쟁취하는 거다. 그게 진리야. 그 진리를 제국민들에게 다시 보여 줄 때가 온 거다.”

“리브라타, 나도 조건이 생겼다. 내가 먼저 저 새끼 대가리를 깨야겠다. 넌 뒤로 빠져라.”

사가르는 키릭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게 타루스가 이 방식에 동의하는 조건이다.”

“……어쩌시겠습니까?”

파르메가 물었다.

나는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가문이 동의해야 하니, 조건부 동의도 받아 줘야 했다.

그리고 셋이 뒤엉켜 싸우는 것보단, 이게 사람들이 보기 좋은 그림이다.

지금 내 목표는 민심 수습과 사도 색출.

이 두 놈이 먼저 붙으면 단서가 나오리라.

“그렇게 하지. 키릭과 사가르가 먼저 싸우고, 그 승자와 내가 겨룬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100년 만에 원탁회의가 결론이 났습니다. 이제부터는 싸움의 일시와 세세한 과정을 논의하겠…….”

파르메가 말하는데…….

쾅!

그때 문이 세차게 열렸다.

다들 깜짝 놀라서 돌아보았다.

황성, 그것도 12가문이 황제의 자리를 놓고 논의하는 자리에 누가 이리 무례하게 군단 말인가?

검은 차광안경, 선글라스를 쓴 여성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 들어왔다.

짧은 상의, 배를 내놓고 쇼트 팬츠도 짧아서 허벅지가 다 드러난다.

시원시원한 차림새.

머리에 호랑이 귀가 달려 있는 걸 보니 호랑이 수인…….

“응?”

내가 혹시나 싶어 하는데, 여성은 대뜸 원탁 위에 엉덩이를 걸치고는 앉았다.

나와 우렌 사이에.

“뭡니까?”

“누, 누구냐!”

다들 당황해서는 삿대질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상을 하지는 않았다.

일단 이 회의를 주도하는 내가 가만히 보고 있기도 하고.

또 이 호랑이 수인은 묘한 카리스마가 흐르고 있었다.

자기가 남들 위에 서고, 일을 팍팍 진행할 수 있다는 자신감.

대중을 휘어잡는 힘.

“흐으으음…….”

호랑이 수인은 자리에 앉은 인간들을 쭉 둘러보았다.

“괜찮은 인간이 있나 싶었는데 순 쭉정이만 있네.”

그리 말한 여자는 나를 돌아보며 선글라스를 살짝 내렸다.

비로소 얼굴 윤곽을 본 나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역시 둘째 애잖아!

내 둘째 딸, 메이호가 갑자기 원탁회의에 난입한 것이다.

얘가 무슨 생각이지?

반갑지만 이렇게 마구잡이로 굴 애는 아닌데?

나를 빤히 보던 메이호는 선글라스는 벗더니 티셔츠 목에 걸었다.

그러자 셔츠가 살짝 내려가면서 가슴 윗부분이 드러난다.

“오…….”

좋아하는 놈 누구냐.

나는 정색하고는 남자들을 노려보았다.

메이호의 드러난 피부를 보던 남자들은 내 시선에 멈칫하고는 눈을 피했다.

내가 왜 이렇게 험하게 쏘아보는지는 이해를 못 하겠다는 투로.

아니, 근데 나는 지금 당황스럽다.

얘가 무슨 생각으로 여기에 왔지?

메이호가 말했다.

“내가 누군지 다들 모르지? 나는 시릭 카라카스의 둘째 딸, 메이호야.”

“……아. 호선랑의 따님?”

“2황녀…….”

왠지 메이호는 기분이 좀 나빠 보이는 얼굴이다가 불쑥 말했다.

“원탁회의 결론은 나왔어?”

“……어.”

“…….”

파르메가 나를 보았다.

밝혀도 되는 거냐고.

나는 헛기침을 하고는 말했다.

다들 보는 앞이니까 정석적으로 대응해야지.

“아직 뭐라고 말씀드릴 단계는 아닙니다. 그러니까…….”

“나 바보로 보는 거? 거짓말을 하네? 곧 결론이 나온다고 성안에 소문이 파다한데?”

메이호가 나를 싸늘하게 보았다.

귀여운 딸이 아빠 일하는 데 와서 이러니 나도 좀 당황스럽다.

메이호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자질구레한 이야기는 됐어. 그냥 결론만 간단하게 말할게. 이번 원탁회의에서 나온 후보랑 내가 결혼해 줄게.”

“……뭐?”

“예!”

다들 당황하는데 메이호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정치한다면 무슨 의미인지 알겠지?”

원탁회의에서 황제 후보를 선출하고, 그 후보가 황제가 되어서는 내 자식과 결혼한다.

이게 바로 인간과 이종족들이 한데 모여서 그리는 큰 그림이었다.

한데 메이호의 제안대로라면?

복잡하게 이종족의 허락을 일일이 구할 필요도 없는 거 아닌가?

바로 황제 직행 코스, 일이 엄청나게 빨라진다.

“오오오.”

“그래 주시면야…….”

다들 기뻐했다.

내 편인 우렌은 고개를 크게 끄덕이고, 월레스는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2황녀가 공식적으로 원탁회의의 등을 밀어준다는 거니까.

각 가문의 대표들이 다들 나를 본다.

이렇게 좋은 일이니 얼른 기뻐하자고.

“…….”

하지만 나는 입이 떡 벌어졌다.

나는 자식들을 위해서는 목숨도 아깝지 않다.

하지만 나랑 결혼하는 건 말도 안 되지.

그렇다고 사가르나 키릭이 내 딸하고 결혼하게 놔둬?

하늘이 두 쪽 나도 안 되지!

내 딸은 세상에서 제일 잘난 놈을 만나서 결혼해야 하니까!

다들 보는 앞이니 이걸 설명할 수 없다.

일단 받아들이는 척하고 나중에 다 설명을…….

“거절하겠습니다.”

“뭐?”

“……예?”

아, 입이 멋대로 움직였다.

아니, 이게 옳다.

각 가문의 대표들이 깜짝 놀라서 나를 보았다.

이렇게 정치적으로 좋은 제안을 왜 거절하는 거냐고.

받아들이는 게 당연하다고.

앞으로 황제가 되려면 이종족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황녀의 말을 거절해서 좋을 게 뭐냐고.

다들 그리 생각하는 게 보였지만 나는 마음을 정했다.

내가 왜 일하는데?

첫째로 가족을 위해서다.

내 자식은 자기가 좋아하는 상대랑 결혼해야지!

나는 키릭과 사가르를 돌아보았다.

“내가 저 두 놈의 대가리를 깨 버리고 황제 후보로 등극하는 건 기정사실입니다. 그러니 미리 말씀드리죠.”

“……뭐를?”

딸아이의 물음에 나는 돌아보면서 말했다.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이랑 하는 거다.”

나중에 다 설명해 주자.

아빠랑 결혼한다는 소리는 다섯 살까지만 하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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