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 번 고인 황제놀음-97화 (96/230)

두 번 고인 황제놀음 (97)

군권 다음에는 민심

쿠데타의 밤이 지났다.

쿠데타를 일으킨 제국군은 각개격파 당하고, 항복했다.

하지만 상당수의 지휘관, 병사들은 황도 곳곳에 은신하거나 탈출을 도모했다.

그러나 탈영병을 붙잡는 건 헌병대고, 도주자를 추적하는 건 경찰이다.

일은 빠른 속도로 수습되었고, 놀랍게도 제국군도 적극 협력했다.

제국군과 헌병대, 경찰이 서로 손을 잡고 쿠데타를 수습하는 초유의 상황.

불안에 떨던 황도의 시민들에게 이 기적적인 연합을 가능하게 만든 남자가 누구인지 알려졌다.

12가문 리브라타의 막내.

리젠 리브라타.

리젠의 명을 따르는 이들 덕분에 쿠데타는 빠르게 수습이 되었지만…… 새로운 문제가 생겨났다.

지원사령부, 황실 보호를 명목으로 1만 군사로 황성을 점령한 이들은 계속 머무르고 있었다.

쿠데타는 끝났지만 새로운 대립이 시작되었다.

오후의 황성.

밀실.

백금발의 아름다운 천족 여성이 다시 물었다.

5황후, 천리정후였다.

“그 말이 사실입니까, 길로엘?”

“예, 예, 그렇습니다.”

길로엘은 제국군과 헌병대에게 말을 전하러 갔던 사자였다.

천리정후는 나직하게 말했다.

“이 사실을 누가 더 알고 있습니까?”

“비장군님에게는 이미 보고 올렸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입을 조심히 해 주세요. 아주 중요한 시국입니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길로엘은 머리를 깊이 숙여 보였다.

상대가 비단 황후라서가 아니다.

천리정후는 본래 천족 안에서도 높은 품계의 여성이었다.

“그래요, 이만 나가 보세요.”

“예.”

혼자 남은 천리정후는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러고는 테이블에 이마를 박아 버렸다.

제국에서 제일 우아한 여성이라 칭송받는 그녀답지 않은 행동, 남들 앞에서는 절대 보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아…….”

다 관두고 싶다.

천리정후는 눈앞이 캄캄했다.

제국군의 쿠데타를 헌병대가 제압한다? 원래 그러라고 만들어진 조직이다.

한데 제국군과 헌병대가 서로 협력해서 쿠데타를 진압했다고?

세상에서 가장 사이 나쁜 두 단체가 하나가 되어서 일을 처리하다니.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하아아아…….”

이제 답이 없다.

만에 하나, 저들이 불측한 마음이라도 품는다면?

이 황성을 넘보려고 한다면?

“지원사령부의 군대는 현재 들어온 게 1만, 다 동원해 봐야 5만…….”

반면 제국군은 중앙군만 쳐도 30만이다.

싸움이 안 된다.

“비공식적인 제안은 이게 한계, 공식적으로 명령할 수 없어…….”

제국군을 역적으로 보겠다는 건 최대한의 위협.

정말로 그럴 수는 없다.

제국군이 천리정후의 말에 코웃음 쳐 버린다면, 그녀가 상황 통제를 못 한다는 사실만 만천하에 드러나니까.

제국 전체가 무너진다.

“결국 리젠, 리젠 리브라타인가…….”

요즘에 급부상한 이름.

대테러 수사본부를 만든다고 하더니만, 순식간에 온갖 일들을 해치웠다.

심지어 지금 제국군과 헌병대를 사이좋게 만든 것도 그의 작품이란 평가다.

말도 안 되지만.

그냥 아르센과 레릭이 제국을 집어삼키고자 하는 야욕에 불타서 서로 손을 맞잡았다는 게 훨씬 더 가능성이 컸다.

“그래도 열쇠는 리젠 리브라타. 대체 원하는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만나서 담판을 지어야 하나…….”

문제는 갈 수도, 부를 수도 없다는 거다.

그녀가 직접 가면? 제국군에게 감금당할 수도 있다.

반대로 리젠보고 황성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면? 지원사령부에게 죽임당할 수도 있는데 들어오겠는가?

“일단 후자로, 어떻게든 설득을 해 봐야 하는데……. 명분이라도 만들어서……. 그러면 랑에이를 통해서 연락을…….”

문득 천리정후는 울컥했다.

랑에이가 미리엘을 안전하게 데려와 주기로 약속했는데 왜 소식이 없단 말인가?

천족의 치료약을 내어 주는 문제 때문에, 랑에이와 지원사령부 사이에서 실랑이가 있었다.

그래도 천리정후 자신이 보증해 줘서 랑에이를 보내 주었거늘.

“……약속을 어길 사람은 아닌데.”

똑똑.

노크 소리.

천리정후가 대답하자 시녀가 들어왔다.

“보고드립니다. 테러 수사본부에서, 리젠 리브라타라는 자가 연락을 해 왔다고 합니다.”

“주세요.”

천리정후가 손을 내밀자 시녀가 곤혹스럽게 말했다.

“그것이…… 편지가 아닙니다.”

“…….”

천리정후가 눈살을 찌푸리자 시녀가 면목이 없다는 듯이 말했다.

“사람이 와서…… 말로 전하라고 했습니다.”

“구술이라고요?”

예법에 없는 일이다.

그자는 황후를, 황실을 대체 뭐로 보는 건가?

천리정후는 노여움이 치솟았지만 동시에 약간의 호기심이 들었다.

“그럼 긴 문장이 아니겠군요. 뭐라고 했습니까?”

“그게…….”

“편하게 말하세요.”

천리정후가 재촉하자, 시녀는 몇 번을 머뭇거리다가 마지못해서 입을 열었다.

“졸려서 자는 중이니까 괜히 이리저리 머리 굴리고 귀찮게 굴지 말고 얌전히 기다려라……라고 했습니다.”

“…….”

뭐 하는 인간이지.

천리정후가 기막혀하는데 시녀가 다시 말했다.

“추신, 농담 아니고 진짜로 잔다고…… 합니다.”

“…….”

머리가 어질어질해졌다.

* * *

겨우 눈이 떠졌다.

“으으음…….”

상황 수습이 됐다 싶자, 정신력을 보충하려고 바로 잠들었다.

호텔 스위트룸에서 푹 잤는데도 노곤하네.

상반신을 일으키던 나는 깜짝 놀랐다.

침대 옆의 소파, 리세라와 미리엘이 잠들어 있었다.

곤하게도.

“이런…….”

나는 얼른 이불을 들어서는 두 사람을 덮어 주었다.

바로 앉은 리세라와 그 무릎을 베고 자는 미리엘의 모습은 정말 사랑스러웠다.

흐뭇하면서도 좀 염려된다.

이제 나는 황도 안에서 대놓고 주목받는다.

물론 이 아이들은 내 딸들이지만, 좋지 않은 오해를 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따로 위층을 쓰게 했는데…….”

내가 계속 잠만 자니 보러 온 모양이었다.

두 딸을 실컷 본 나는 응접실로 향했다.

지금 여기는 황도의 최고급 호텔, 스위트룸이었다.

내가 향후 수습 겸 해서, 일부러 사용 중이다.

호텔에 내놓으라고 했냐고?

아니, 돈을 주고 빌렸다.

향후 내 방침을 황도 전체에 알리는 퍼포먼스였다.

1. 쿠데타를 해결한 내가 권위적으로 통제할 마음이 없다는 것.

2. 호텔에 돈을 주고 묵었다. 즉, 앞으로의 황도의 경제는 평소대로 돌아갈 거라는 메시지.

3. 나는 제국군이나 중앙경찰, 헌병대. 그 어디를 중점에 두고 활동하는 게 아니라는 것.

이런 이유로 스위트룸을 쓰는 중이다.

응접실로 가니 이셀렌이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 시릭.”

“그러니까 누가 들을까 봐 무섭다니까.”

내가 하품을 하면서 자리에 앉자 이셀렌은 바로 일어나서 부산을 떨었다.

내 앞에 최근의 신문들을 내려놓고, 그다음에는 모닝롤과 커피를 가져온다.

나를 잘 알아서 나오는 반응.

나는 신문을 확인하면서 물었다.

“내가 얼마나 잤지?”

“이제 37시간.”

“황성에서 별다른 움직임은?”

“지원사령부도 큰 움직임은 없어. 하지만 계속 이렇게 대치 국면을 유지할 순 없겠지.”

이셀렌은 마주 앉아서 커피를 마셨다.

나는 빵을 먹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쿠데타 잔당 소탕하겠다고 제국군하고 헌병대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으니까. 아, 거기 잼 좀 줘.”

“딸기지? 여기. 탈영한 병사들, 그리고 황도 안에 은신하는 병사들도 많이 검거했어. 다만 전사자도 있으니까 아직 정확한 통계는 못 내고 있어. 정말 모든 일이 다 끝나려면 넉넉잡아도 몇 개월은 걸릴 거야.”

“너, 커피에 프림 넣지? 여기. 랑에이는?”

“고마워. 네가 자기 전에 말한 대로 시내를 순찰하고 있어. 제국민들은 랑에이를 보기만 해도 안심하니까.”

“그래, 그러면…….”

나는 잠깐 생각하고는 말했다.

“지원사령부를 칠 준비를 해야겠다.”

“어떻게 하게? 지원사령부는 5만 병력이야. 당장 1만이 황성 근처를 빈틈없이 에워싸고 있고.”

“무조건적인 물리적 충돌은 자제해야지. 이 경우에는 먼저 움직이는 쪽이 명분이 없다.”

지금 지원사령부가 황성을 점령한 명분은, 쿠데타에서 황후를 보호한다는 거다.

그런데 쿠데타를 수습하는 우리들을 선제공격한다? 정치적 자살이다.

반대로 내 쪽에서 지원사령부, 황성을 대놓고 공격하면?

역적이 되어 버린다.

애당초 황도에서 더 많은 피가 흐르는 건 내가 바라는 바도 아니고.

“그리고 황성은 난공불락이야. 내가 설계에 참여했거든.”

“그건 그렇지만…….”

나는 커피를 마시면서 말했다.

“저쪽이 먼저 움직이게, 낚아서 꼼짝 못 하게 해야지.”

“어쩌려고?”

“쿠데타는 결국 정권 장악을 위한 수단이다. 지원사령부는 쿠데타를 막겠다는 명분으로 정권을 장악하려고 했는데, 내가 막아 버렸지. 놈들은 결국 나도 쿠데타군이라고 몰아가고 싶을 거다.”

“꼬투리를 잡으려고 하겠지.”

“그럼 반대로 해야지. 쿠데타의 기본 루트는 의회 해산, 집회 금지, 언론통제, 정부 장악, 신체제 수립이지? 우린 이걸 모조리 다 반대로 한다.”

내가 설명했다.

“귀족원 회의 열라고 해. 시민들 집회도 마음대로 하라고 하고. 우리가 쿠데타와 완전히 반대로 행동하면 지원사령부는 결국 참지 못하고 돌출 행위를 할 거다. 그때 내가 역으로 쳐서 정리한다.”

“이런 말은 좀 그런데…… 지원사령부를 아예 범인으로 점찍은 것 같은데? 물증이 없지 않아?”

나는 이셀렌을 물끄러미 보았다.

남들 앞에서는 도도한 얼음여왕이 눈을 내리깐다.

“……왜 그래, 시릭?”

“니들 내 유언 날조했지?”

“뭐?”

이셀렌이 눈을 깜빡거렸다.

정말 꿈에도 몰랐다는 얼굴.

거짓이 아니다.

나는 이마를 누르고 말했다.

“반응 보니 너는 관여를 안 했군. 랑에이도 모를 테고.”

“……잠깐, 유언장이 가짜였다고?”

이셀렌은 정말 생각도 못 했다는 투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황당하긴 해도 이해의 범주에는 든다. 12가문, 황제 뽑기. 제국의 혼란을 수습하고자 하는 방책이었겠지. 너그럽게 봐줄 순 있어.”

“아, 아니. 그게…….”

이셀렌은 신음을 흘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일단 말을 아낄게. 그래서?”

“하지만 지원사령부는 이야기가 다르다. 그건 내가 하려다가 너무 난잡하다 싶어서 폐기했어. 그런데 5황후가 만들었다면 남다른 속셈이 있는 거라고 봐야지.”

“천리정후는…….”

“이런저런 이야기는 됐다. 어차피 직접 만나 보면 알 일이고.”

나는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레릭하고 아르센 오라고 해. 당장 급한 일부터 처리하게.”

1시간 뒤.

레릭과 아르센이 내 앞에 마주 앉았다.

이셀렌은 좀 떨어져서 지켜보는 중이다.

레릭이 주눅이 들어서 내 눈치를 살폈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폐하?”

“머리 박고 싶어서 낑낑거리네?”

“……죄송합니다.”

레릭은 고개를 푹 수그렸다.

축 처진 늑대 꼬리, 아르센이 보다 못해서 거들었다.

“폐하, 조금만 노여움을 거두시죠. 그래도 레릭은 최선을 다해서 사태를 수습했습니다. 레릭의 지도력이 아니었다면 더 많은 부대들이 돌출했을 겁니다.”

“서로 사이좋아지셨네? 좋아, 앞으로도 사이좋은 척해라.”

“……예?”

내가 말했다.

“니들 기자회견 좀 해라.”

“예?”

“네?”

둘이 눈을 끔뻑거렸다.

나는 하품을 하면서 말했다.

“제국의 모든 신문기자들 불러 놓고 니들 둘이 악수도 하고, 어깨동무도 하고 그러라고.”

“폐하! 제가 책임지고 물러나겠습니다!”

레릭이 절규했다.

아르센과 악수하느니 차라리 대장군 관두겠다고.

아르센도 굉장히, 아주 싫은 얼굴이었다.

“저기, 폐하……. 저도 그건 좀…….”

“그건 좀?”

“……그게 좀 그렇습니다.”

“내가 말했는데도 하기 싫으시다?”

내가 으름장을 놓자 두 놈은 나란히 입을 다물었다.

그래도 하겠다곤 안 하네.

“와, 그래? 그럼 이제 내가 니들에게 막 부탁하고 그래야 해? 헌병대장님하고 대장군님하고 서로 사이좋게 지내면 조께쪄염~ 손편지라도 써 드려?”

“야, 아르센. 머리 박자.”

레릭이 아르센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쳤다.

아르센은 짜증스럽게 밀쳐 내면서 말했다.

“조용히 좀 해, 이 눈치 없는 놈아!”

“너 때문에 폐하가 화나셨잖아. 얼른 해서 기분 풀어 드리자고.”

“아오. 진짜 속 터져.”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두 놈의 머리를 잡고는 서로 부딪쳤다.

쾅!

웅장한 소리가 나더니 두 놈이 휘청거렸다.

이 와중에도 둘 다 마력을 쓰셨어!

서로에게 좀 더 타격을 주겠다고 반사적으로!

둘이 머리를 감싸자 내가 쏘아붙였다.

“황도 민심 수습하게 둘이 사이좋은 척하라고! 어깨동무하고! 이빨 씩 드러내면서 웃고! 어색해도 웃어! 분위기 박살 내지 말고!”

“……폐하, 죄송하지만 레릭의 연기력으로는 무리일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할 수 있습니다! 저 웃는 거 잘합니다!”

레릭이 아르센을 노려보면서 입꼬리를 끌어 올리는데…… 이빨이 꽉 맞물려서 떨어질 줄 몰랐다.

누가 봐도 씹어 먹으려는 얼굴이다.

아르센은 혀를 찼다.

“저거 보십쇼.”

“니들 둘 다 수준급 발연기니까 따지지 마. 대중적인 어필만 하면 된다.”

나는 쏘아붙이고는 두 놈을 노려보았다.

“지금 당장 어깨동무해 봐.”

“…….”

“으으으음.”

둘 다 아주 이상한 괴성을 내더니만 어깨를 붙였다.

진짜 붙이기만 했다.

“머리 제대로 가까이 안 하냐? 서로 반대쪽을 보고 있네?”

“……으으음. 노력하겠습니다.”

우드드득!

아르센은 레릭의 어깨에 얹은 손에 힘을 잔뜩 주었다.

악력으로 짓이겨 버리겠다고.

물론 레릭도 으르렁거리면서 아르센의 어깨를 꽉 잡았다.

“어깨동무를 하라니까 부위 파괴를 하고 계시네.”

“하하하, 아닙니다. 사, 사이…….”

“으으으. 우리는 친, 친합니…….”

내가 한숨을 쉬자 이셀렌이 다가왔다.

“시릭, 내가 서포트할게. 황도 여론에 잘 보일 정도로.”

“그래. 그냥 네가 해라. 둘 다, 이 건에 대해서는 이셀렌 말 잘 들어라.”

“으으음…….”

“나중에 내가 검사한다? 아니, 내가 선생님이야! 다 큰 놈들 일기장도 검사해 줘야 해?”

내가 성질을 부리자 레릭이 히죽 웃었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눈을 의심했다.

“웃어? 방금 웃었냐?”

“……아, 아닙니다. 안 웃었습니다.”

“입을 확 찢어 줘? 평생 웃는 얼굴 되기 전에 말해라?”

“……폐하에게 혼나고 있으니까 정말 좋아서요.”

“…….”

사람 살려.

현기증이 나.

내가 어질어질한 이마를 누르는데 아르센이 말했다.

“폐하! 아닙니다. 레릭이 폐하를 노엽게 하려는 게 아니라 옛날 생각도 나고 그립고, 폐하가 이래 주시는 게 뿌듯하다는 의미입니다. 추억에 잠긴 겁니다!”

“예! 제가 바로 저 소리를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르센이 제 마음을 어떻게 아는 겁니까?”

“사실 나도 그렇거든.”

“너도?”

두 놈이 드디어 서로에게 따뜻한 소통의 시선을 보냈다.

“나는 속 터지거든!”

쾅!

나는 또 두 놈의 머리를 잡고 서로에게 박았다.

이번에도 서로 머리에 마력을 발휘하시네?

내가 노려보자 두 놈은 고개를 숙이고 내 시선을 피했다.

그래도 실실거리면서 좋아하네.

“아오, 진짜. 내 속 터지게 할 때만 죽이 딱딱 맞아!”

내가 화를 내자 레릭과 아르센은 의기소침해졌다.

덩치 산만 한 두 놈이 주인님 눈치 보는 애완견처럼 시무룩해지니 더 말도 안 나온다.

나는 화제를 전환했다.

“이셀렌, 네가 책임지고 이 두 얼간이 기자회견 잘 시켜. 그리고 레릭, 제국군 내부 정리 아직이지?”

“예? 쿠데타 일으킨 놈들은 죄다 가둬 놨고 지금 재판 준비 중입니다만. 또 인사이동 준비 중입니다.”

“그거 말고. 제국군 안에 인간 놈들의 파벌이 세 개 있다며.”

사지타리 가문.

그리고 쿠데타를 시도한 아리에드 공작.

둘 다 어느 정도는 정리했다.

내가 물었다.

“마지막 남은 파벌, 수장이 누구야?”

“12가문의 하나, 스코피오입니다. 호걸이라는 평인데…… 워낙 강골이라서 저도 함부로 못 다룹니다.”

“강골?”

“자기가 생각해서 아니다 싶으면 장군에게도 덤벼듭니다. 대쪽 같은 데가 있어서 저는 꽤 마음에 듭니다만.”

“그런 놈이 파벌질이라고?”

나는 잠깐 생각하고는 말했다.

“우렌 사지타리와 다르갈 사지타리가 쿠데타 수습에 협조했었지?”

“예, 병원 쪽이 무사한 건 그 둘과 칼비나 리브라타 덕입니다.”

“그럼 마지막 남은 파벌, 스코피오보고 당장 여기로 오라고 해. 오지 않으면 그걸 빌미로 제대시킨다.”

레릭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오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얼굴 보고 제대시켜야지. 그리고 다르갈 불러와.”

황도의 군권은 내가 잡았으니 민심까지 장악하면, 지원사령부의 처리가 쉬워진다.

먼저 제국군 내부를 마무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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