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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고인 황제놀음-89화 (88/230)

두 번 고인 황제놀음 (89)

속전속결로

내 선언.

눈치를 보던 제국군 둘이 검을 뽑더니만 슬슬 다가왔다.

문간을 밟고 있던 나는 한 발 뒤로 물러났다.

고급 술집도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복도는 좁게 설계한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걸을 수 있는 폭, 하지만 동시에 덤비기에는 좁다.

“흡!”

천부장이 앞서더니 내 턱을 노리고 예리하게 찌르기를 날렸다.

마력검.

술에 막 깬 것치고는 날랜 솜씨다.

나는 양손으로 문설주를 잡고는 재주를 넘어 피하면서 섬머솔트로 반격했다.

빠아악!

턱뼈가 부서지는 소리.

“카아악!”

“마력검하고 마력방어 동시에 하는 건 기본 아니냐? 이 새끼들, 빠진 거 봐라.”

“비켜!”

두 번째 놈이 어깨로 밀고 들어오면서 검을 크게 그었다.

하지만 나는 문설주를 삼각점프로 차고 올라 피하고는 떨어지면서 무릎으로 내리찍었다.

막 검을 휘두른 놈의 정수리를.

빠가아악!

머리통이 깨지는 소리.

“크으으. 어어억!”

두 번째 놈은 휘청거리면서 뒤늦게 마력방어를 켰다.

하지만 나는 놈의 팔을 잡고는 낮은 궤도로 홱 던져 버렸다.

퍼어억!

“억!”

“윽!”

나를 향해서 슬금슬금 다가오던 제국군 두 놈이 무릎을 얻어맞고는 벌렁 넘어졌다.

순식간에 넷이 나가떨어지자 실버가 당황해서 소리쳤다.

“한 놈이야! 저놈만 잡으면 돼! 그냥 다 같이 쑤셔!”

“으아아아!”

부장, 검장할 것 없이 십여 명의 제국군이 앞뒤를 다투어서 나에게 덤벼 들어왔다.

같은 편을 찌르더라도 무작정 나를 잡겠다는 기세.

“빤히 보이는데 내가 정면으로 싸워 주겠냐?”

타다다닥!

나는 가볍게 벽으로 뛰고는 내달렸다.

마력질주.

벽 달리기는 균형 감각이 필요한 고급 스킬이지만 난 눈감고도 한다.

내가 벽을 차고는 순식간에 한 바퀴 돌아서 반대편으로 이동하자 다들 홱 고개를 돌렸다.

착!

단숨에 적진을 돌아서 파고든 내가 실버의 뒤로 떨어졌다.

“어어어어!”

뒤에서 지휘하던 실버가 당황하면서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나는 몸을 숙여 피하고는 가볍게 주먹으로 쳤다.

퍼벅! 꽈악!

타격 직전에 놈이 발등을 찍어서 빠지는 걸 막는다.

“크으윽!”

그러자 놈은 마력질주까지 쓰면서 뒤로 빠졌다.

인성과 별개로, 전투 판단은 제법 되는 놈이다.

탁!

뒷걸음질한 실버가 견제하겠다고 검을 두어 차례 휘두르자, 나는 식탁에 굴러다니던 술병을 잡아 던졌다.

“윽!”

놈은 반사적으로 얼른 검을 휘둘러서는 내가 투척하는 술병들을 자르고, 쳐 냈다.

싹 다 반 토막이 나긴 하는데…….

내가 이어서 의자까지 휙휙 던지자 실버의 손발이 어지러워졌다.

“그냥 피하면 될 걸 착실하시네? 복무를 이렇게 했으면 얼마나 좋아?”

퍽!

내가 템포를 바꿔서 던진 음식물 접시가 실버의 얼굴에 처박혔다.

토마토 파스타 소스가 안면에 진득하게 흘러내린다.

“이, 이놈이…….”

실버는 얼른 얼굴을 훔치면서 뒤로 물러났다.

“뭘 보고만 있어! 얼른 해치워!”

“어어어어…….”

나와 실버의 공방을 지켜보던 제국군들이 주춤거리면서 나섰다.

내가 실버조차도 갖고 논다는 게 이제 슬슬 파악이 된 낌새.

하지만 나는 다시 탁, 뛰어서는 벽을 내달리며 실버의 뒤로 떨어졌다.

마력질주로 벽을 달려서 적진의 후방으로 파고드는 이건 난이도가 있지만…… 제대로 싸우려면 필수다.

백부장 진급시험에도 필수과목인데?

하지만 이놈들은 전혀 못 하는 눈치였다.

“큭!”

실버가 허둥지둥 물러나면서 내가 했던 대로 의자를 집어 던졌다.

하지만 나는 의자를 잡아서는 바로 돌려주었다.

원래 이런 보복 투척은 되잡고, 힘의 방향을 전환하는 데 딜레이가 걸린다.

캐치볼도 그런데 의자는 무겁고 던지라고 만든 물건도 아니다.

하지만 나는 염동력으로 관성과 중력을 조작해서 반사 수준으로 튕겨 낼 수 있었다.

뻑! 뻑!

“억!”

즉각 돌아온 의자에 얻어맞고 실버의 코에서 코피가 터졌다.

나하고 던지기 싸움을 하면 안 되지!

나는 손에 잡히는 대로 의자를 잡아서 홱홱 던지고, 이어서 염동력으로 끌어 올렸다.

“어어어어?”

“뭐, 뭐야!”

의자 다섯 개가 총알처럼 날아간다.

실버는 물론이고 그 옆에 있는 제국군 놈들도 몸을 웅크렸지만 사정없이 날아간 의자가 놈들의 머리를 찍었다.

“이것도 못 피하고 막아? 꼬라지 봐라!”

제국군의 질적 수준 저하가 한심하기 짝이 없다.

나는 이어서 술병을 연속해서 던지고, 포크에 나이프에 촛대까지 손에 잡히는 대로 던지고, 염동력으로 잡아 던졌다.

물론 하나하나 전부 마력을 감은 게 아니다.

하지만 손으로 던지는 건 느리고 궤도가 일정하고, 염동력은 빠르고 궤도가 제멋대로다.

직구와 변화구를 변화무쌍하게 섞으면서 두들기자 놈들이 몸을 웅크리고 막기 급급했다.

“컥! 크윽!”

“마력방어 풀리지? 적을 모르겠으면 전신 방어 해야 하고. 머리하고 가슴 방어는 필수라는 건 훈련병 시절에 안 배웠냐!”

우드드득.

마력으로 완력을 강화한 나는 식탁을 잡고 들어 올렸다.

“어어어?”

“저, 저게…….”

기겁하는 제국군들.

식탁을 엎어 버리는 것과 잡고 휘두르는 건 필요한 힘이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나는 염동력까지 이용하면서, 길이 10m짜리 식탁을 꽉 잡고는 횡으로 크게 휘둘렀다.

“으아악!”

퍼버버벅!

내가 휘두른 식탁에 제국군 여섯 명이 얻어맞아 쓰러지고, 나가떨어졌다.

마력방어라도 제대로 했으면 괜찮았을 텐데 그것도 못 하나?

나는 이어서 식탁을 내던졌다.

제국군 십검장이 얼른 칼을 휘둘러서 쪼개 버리겠다고 나섰지만…….

“으아악!”

식탁의 3분의 1도 못 자른 놈이 얻어맞고 튕겨 나갔다.

염동력으로 던지면 총알처럼 날아가는데 그걸 뭐 칼로 어쩌겠다고?

“으으으.”

끙끙거리는 신음들.

머리가 깨지고 팔이 부러진 제국군들은 엉덩방아를 찧고는 나를 두렵게 바라보고 있었다.

뭐 해 보지도 못하고 일방적으로 깨졌으니까.

“괴, 괴물이다.”

놈들이 한다는 소리에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제국군의 상대는 원래 괴물, 신의 종복 아니었나?

나는 한숨을 쉬고는 아직 서 있는 실버를 노려보았다.

부하들이 당하는 동안 물러나 있던 실버는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뭐, 뭐야? 뭘 그렇게 휙휙 던져? 각성 능력? 너 대체 어디서 나온 괴물이야?”

“너 스스로 팔다리 부러트려라. 그러면 곱게 데려간다.”

내 제안에 실버는 마른침을 삼키더니만…… 갑자기 품에서 폭탄을 홱 꺼냈다.

“가까이 오지 마!”

“…….”

아니, 저거 폭렬탄이잖아?

전에 철도 테러에서 차량 하나를 날려 버린 위력.

여기서 터트리면 사용자인 실버는 무사할지언정 다른 제국군은 죄다 폭발에 휩싸일 텐데?

주춤거리면서 일어나던 제국군 일곱 놈도 기겁했다.

“시, 실버 님!”

“그, 그걸 터트리면…….”

“너희들, 지금 상황을 몰라서 그래! 이놈을 잡지 못하면 우린 어차피 다 죽은 목숨이야! 다 죽는다고!”

“그걸 터트리면 너 빼고 다 죽는데?”

내가 어이없어서 물어보자 실버는 침을 튀기면서 고래고래 소리쳤다.

“대의를 위해서 난 살아야 해!”

“야, 제국군.”

나는 아직 움직일 수 있는 놈들을 보고는 말했다.

“나갈 거라면 얼른 나가라.”

“……어?”

실버가 멍한 얼굴을 했다.

하지만 제국군 장교 열 명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슬금슬금 복도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어, 어디 가! 이 미친놈들아!”

실버는 기막혀했지만 당연했다.

폭탄을 깐 자기야 무사하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싹 휩쓸리잖은가?

실버는 다들 자길 위해 기꺼이 죽을 거라고 여겼나 본데, 다들 전혀 그리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실버를 보면서 말했다.

“그거 까 봐야 일 수습 안 된다. 어차피 이 건물은 이미 포위했다.”

내가 장교들을 괜히 보내 준 게 아니다.

어차피 이 술집은 중앙경찰이 완전히 포위하고 있다.

오늘 전원 체포다.

나는 새삼 실내를 둘러보았다.

나한테 맞고 기절한 장교들이 아직 남아 있었다.

“그거 내려놔. 터트려 봐야 네 죄만 더 커진다.”

“웃기는 소리 하지 마. 널 인질 삼아서 빠져나갈 거야!”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냐? 된다고 치고, 그다음에는 어쩌시려고?”

나는 기가 막혀서 물었다.

“제국군 장교라는 놈이 헌병대원을 폭탄으로 위협하고, 인질 삼아서 경찰 포위망을 뚫어? 그다음이 있다고 생각하냐?”

“…….”

원래 나는 단순한 술집 시비를 명분으로 실버를 체포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놈이 황도 한복판에서 폭탄까지 꺼내 든 순간, 그 수준을 훌쩍 넘어 버렸다.

실버는 마른침을 삼키면서 말했다.

“아빠, 아빠가 다 처리해 줄 거야. 어차피 우린 대의를 위해서 거병할 테니까…….”

“아들놈이 술집에서 밀린다고 폭탄 꺼내 드는 쿠데타가 퍽이나 성공하겠다. 애당초 폭탄 유출만 해도 너는 중죄인이야.”

“……닥쳐!”

그 순간 실버가 나를 향해서 폭탄을 집어 던졌다.

하지만 나는 바로 염동력으로 폭탄을 휙 창밖으로 던져 버렸다.

콰아아아앙!

하늘을 뒤흔드는 폭음, 벽이 날아가 버렸다.

홱 들어오는 밤바람에 실버는 얼이 빠져서 눈을 깜빡거렸다.

“……뭐, 뭐야? 방금 어떻게 한 거야?”

“너 패 주려고 준비운동 한 거야.”

내가 달려들자 실버는 당혹해하면서도 마력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나 역시도 검을 휘둘러서 받아 내고는 발로 실버의 정강이를 차고, 손으로는 뺨을 쳤다.

“컥!”

얼이 빠져 있던 덕에 놈은 마력방어를 못 했다.

그래도 훈련한 대로, 반격이랍시고 재차 검을 휘둘렀다.

나는 몸을 숙여 피하면서 놈의 발등을 향해서 검을 떨어트렸다.

투검의 응용.

검을 놓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던진 거고, 마력을 실었다.

푸우우욱.

검이 실버의 발등을 꿰뚫고 바닥에 꽂혔다.

“크아아악!”

실버가 몸부림을 쳤지만 발등이 바닥에 꿰인 이상, 자기 발을 찢어 버리기 전에는 꼼짝 못 한다.

나는 놈의 턱을 가볍게 쳐서는 골을 흔들었다.

“컥!”

검을 놓치고 비틀거리는 놈의 몸뚱어리.

쯔즈즉! 발등 쪽에서 아주 끔찍한 소리가 났다.

나는 놈의 멱살을 잡고는 앞뒤로 흔들었다.

“쿠데타 계획에서 대해서 아는 대로 말해.”

“몰라. 나는 몰…….”

“모르면 알 때까지 맞아야지.”

나는 놈의 발등을 꿰뚫은 검을 가볍게 걷어찼다.

“끄아아아악!”

놈이 목이 터져라 울부짖었다.

하지만 이놈이 일으키려고 했던 혼란, 쿠데타가 불러올 인명과 재산 피해를 생각하면 전혀 불쌍하지 않았다.

“네놈의 어디가 대의냐? 술 처먹고 사람 짐승 취급 하는 거? 파벌놀이 하다가 폭탄 까고 다 같이 죽자는 거?”

뻐억!

내가 사타구니를 걷어차자 놈이 입을 쩍 벌리고는 몸을 덜덜 떨었다.

아득한 고통에 몸은 수그려지는데, 움직이려고 할 때마다 발등이 쪼개지는 고통이겠지.

나는 놈의 발등을 뚫고 바닥에 파묻힌 칼자루를 발끝으로 눌렀다.

“어, 어어어. 하, 하지 마…….”

놈이 애원하자 나는 재차 물었다.

“말해.”

“이, 이미 쿠데타는 바로 하기로…….”

“어떻게?”

티이이잉!

내가 힘을 주었던 발을 떼자 칼자루가 앞뒤로 흔들린다.

“커어어억! 사, 사도. 사도! 사도가 지원사…….”

울부짖던 놈이 고통에 이를 악물었다.

사도.

칠죄신의 종복 이야기다.

사도 토구로가 이놈 근처에…….

휘리리릭.

그 순간, 아까 폭탄으로 박살 난 벽을 통해서 사람이 뛰어 들어왔다.

검은 후드로 얼굴을 감춘 놈이 들고 있던 폭탄을 뿌렸다.

폭렬탄이…… 세 개!

“…….”

모골이 송연해졌다.

반사적으로 염동력으로 치울까 싶었지만 아니다.

이놈은 실버하고 다르게, 딱 공중에서 터지게 시간을 재고 던진다!

나는 얼른 뒤로 뛰면서 염동결계를 펼쳤다.

퍼어어어엉!

연회장 천장을 날려 버릴 정도의 강력한 폭발.

염동결계로 막은 내 몸도 뒤로 퍽 날아가서 벽에 부딪혔다.

자욱한 흙먼지.

나는 얼른 투시력을 발휘하면서 정황을 살폈다.

내가 검을 꽂아 넣었던 실버는 폭탄을 피하지 못하고 상반신이 완전히 날아가 버렸다.

기절해 있던 장교들도 다 휩쓸려 버렸고.

하지만 뛰어 들어온 검은 망토는 아직 있다!

“흡!”

나는 마력질주를 쓰면서 놈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그런데 놈 역시도 마력질주로 퇴보를 밟는다!

아니, 마력질주로 뒤로 달리기는 진짜 어려운데?

그렇게 거리를 벌린 놈이 또 손을 뿌리자…… 나는 얼른 염동결계를 발휘했다.

퍼어어엉!

또 폭렬탄이 터지고 내 몸이 날아갔다.

지근거리에서 폭렬탄 네 발을 얻어맞다니.

보통 사람이라면 진즉 죽었다.

내 정신력, 초능력이 이전보다 강해져서 어떻게 막고 있긴 한데…… 내장이 진탕되고 입가에서 피가 흘러나온다.

마력으로 방어했는데도 피부가 화끈거리는 게, 익어 버린 것 같다.

구석에 몰린 내가 몸을 가다듬고 있자…… 검은 망토가 천천히 전투도끼를 잡고 들어 올렸다.

“토구로냐?”

“그렇다.”

묵직한 대답.

전에 철도 테러에서 오르카를 잡으려다가 나한테 깨졌던 오크였다.

그때는 준수한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엄청난 강적인데?

“설마 칠죄신에게 힘을 추가로 받았냐?”

“그렇다.”

오싹.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오크는 침묵할지언정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싸우는 적에게도.

부우웅.

토구로가 정신을 집중하자 몸에서 푸른 마력이 흐른다.

5계위, 흘러나오는 압박감은 마력장.

거기다가 여차하면 폭렬탄을 펑펑 뿌리는 놈이다.

“……실버를 죽였군?”

“그렇다.”

“아니, 왜 죽였냐고.”

“방해니까.”

“목적을 달성했다면 물러가야 할 텐데?”

나는 놈의 틈을 엿보면서 말을 걸었다.

싸우는 것도 싸우는 건데…… 놈이 품에 폭탄을 얼마나 가지고 있을지 모르겠다.

황도 한복판에서 이런 폭탄오크와 정면충돌했다가는 민간인 사상자가 나올 수도 있다.

“…….”

아니다. 그래도 이놈은 잡아야겠다.

칠죄신에게 힘을 추가로 받았다? 이놈은 총애받는 놈이다.

디에르크 이상으로 위험하다.

한데 토구로는 묵직하게 말했다.

“내 목적은 너다.”

“…….”

“강한 인간, 너와 싸우려고 준비했다.”

폭탄을 준비한 것도 나를 대비했단 이야기다.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물었다.

“……너 설마 나를 잡겠다고 실버를 미끼로 삼았냐?”

“그렇다.”

쿠데타를 준비하는 실버가 허술하게 술집에서 노닥거린 까닭.

토구로는 경찰이나 다른 움직임을 파악하고, 실버를 노리고 내가 오면 잡으려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철도 테러로 오르카를 끌어내서 노린 것처럼.

이번에는 나를 노린 것이다.

토구로가 내 손을 보더니 뒤로 물러났다.

“싸우자, 칼을 잡아라.”

“…….”

내 검은 연회장 한복판.

하반신만 남은 실버의 발등을 여전히 꿰뚫고 박혀 있었다.

그리고 칠죄신의 종복은 나와 일대일 승부를 바라고 있었다.

……시간을 끌면 경찰 병력이 올라올 거다.

하지만 폭탄을 펑펑 뿌리는 놈이 상대면 숫자가 의미 없지?

나는 검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면서 말했다.

“좋아, 싸워 주지. 단, 조건이 있다.”

“말해라.”

“이건 네가 원한 승부다. 승패가 어떻게 나건, 너희들의 노림수를 말해라.”

“쿠데타다.”

“그거 말고.”

침묵이라는 선택지도 있는데 토구로는 순순히 밝혔다.

이미 실버가 잡힌 순간, 다 들통났다고 여긴 것이리라.

그러니 살인멸구라는 극단적인 수까지 쓴 거겠지.

즉, 아리에드의 쿠데타 계획은 이미 목전, 오늘내일하는 상황이다.

나는 머릿속으로 짜 맞추면서 말했다.

“너희들이 노리는 건 칠죄신의 재림이겠지. 그걸 어떻게 하려는 건지 말해라.”

“…….”

보통 사람이라면 말 안 하고, 말해도 진짜라고 믿을 수 없다.

하지만 오크는 다르다.

그들은 비록 칠죄신에게 굴종했을지언정, 거짓을 말하면 영혼이 죽는다고 믿는 전사들이다.

토구로는 잠시 뒤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하겠다. 단, 내가 이겨서 네가 죽으면 네 시체에 말하겠다.”

“그럼 이거, 너만 유리한 장사잖아? 난 널 살려서 설명을 들어야 하는데?”

“그렇군. 난 내가 불리해지면 폭탄을 뿌려서 달아날 거다. 하지만 그래도 너에게 말은 하겠다.”

자기 전술을 술술 말해 주네.

하지만 진짜일 거다.

실제로 저러면 엄청나게 강력해지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굳건하게 바닥에 박혀 있던 칼자루를 잡았다.

“그럼 빨리 해 볼까.”

적 우두머리와의 단판 승부.

이겨서 적의 속셈을 캐내고, 내친김에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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