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 번 고인 황제놀음-75화 (74/230)

두 번 고인 황제놀음 (75)

사공이 둘인 배가 더 빠르다

오후의 헌병대 중앙본부.

헌병대장실.

나는 아르센에게 지시를 마쳤다.

“일단 중앙경찰을 동원하겠지만 너희들도 병력 오십 명 뽑아 두고 대기해라. 상황 불안하면 출동하고.”

“……3황후를 도발하시는 건 너무 위험하지 않았습니까?”

아르센이 우려하며 물었다.

“그냥 폐하의 정체를 밝히시죠. 그러면…….”

“먼저 이셀렌의 진의를 확인하는 게 우선이다. 애당초 나는 지금 그 여자 못 믿어.”

황후가 제국을 포기하려고 하다니.

대통령이 나라가 망하건 말건 자기 가족만 무사하면 그만이라고 말한 걸 본 기분이다.

너무 실망스럽다.

물론 다크엘프들이 자기 종족의 존속만을 위해서 살아오긴 했다.

하지만 함께 칠죄신을 쓰러트리고, 제국을 만들면서 달라졌다고 여겼는데…… 내가 죽었다고 바로 마음 바꾸네?

아르센이 주저하자 내가 토를 달았다.

“그리고 설사 이셀렌이 내가 시릭이라는 걸 알면 태도가 바뀐다고 해도…… 말할 상황이 전혀 안 나와.”

“예?”

“일단 밝히려면 우리 둘만 있어야 하고. 좀 진득하게 설명해야 해. 정보 다루는 여자가 바로 믿을 리가 없잖아. 그런데 그 환경을 만드는 게 지금 불가능해.”

애당초 이셀렌은 이렇게 전면에 나서는 여자가 아니다.

암살여왕.

자기 위치를 꽁꽁 숨기고, 드러나지 않게 일을 획책하기에 붙은 별칭이다.

내가 만나서 이야기하려고 해도, 어디에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자, 이제 눈앞에 나타났으니 끝?

“둘이서만 이야기하려고 해도 수락할 리가 없다. 설사 수락해도 주변에 자기 수하들을 깔고, 함정을 파서 나를 죽이려고 할걸. 나 볼 때마다 눈에서 불길이 일어나더라.”

“……아니, 그야 폐하께서 좀 지나치셨습니다. 3황후 앞에서 그렇게 막 나가는 사람은 없었을걸요. 수사본부 애들이 폐하의 안전을 우려할 정도입니다.”

“내가 내 여자 눈치 보면서 말해야 하냐?”

아르센은 입을 다물고 내 눈치를 보았다.

나는 조금 뒤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 네 말이 뭔지 알아. 지금은 리젠이니까 좀 조심하라 이거겠지. 그런데 나도 이셀렌에게 좀 많이 실망했다. 제국은 망할 거라고 하지, 기껏 와서는 국사보다 자기 사감을 우선시하고 판을 깨려는데, 이런 여자였나 싶더라.”

“……저도 3황후께서 그럴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거의 뵙기도 힘들고 뵙더라도 굉장히 냉철하신 분이던데.”

아르센이 황후들을 이르는 태도는 많이 공손해져 있었다.

내가 전에 선을 딱 그어 버린 게 효과가 있던 모양이다.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이셀렌이 무력이 그리 강한 여자는 아니야. 내 걱정은 안 해도 돼.”

“그러니 더욱 주의하셔야 합니다. 테오도라의 카지노, 분명 함정일 겁니다.”

“그걸 알고 가는 거야. 그러니까 같이 가게 만든 거고. 잘하면 이셀렌의 진의를 확인할 수도 있을 테고 또…….”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경찰들에게 은밀하게 연락해서 케드릭 가문이 열었던 파티, 거기 들락거린 인원 목록 싹 다 추리라고 해라. 수상한 녀석, 그리고 참가 횟수 같은 거 뽑아 두고 쭉 정렬하라고 해. 참가자는 물론이고 공연한 애들, 음악가, 시종들까지 모조리 조사해 봐라.”

“예? 파티 한 번에 삼백 명이 참가한다 치고 시종들까지 넣으면…… 당장 만 명이 훌쩍 넘을 텐데요?”

“그러니까 시키는 거지. 밤새워서 최대한 빨리 끝내라고 해.”

컴퓨터가 있으면 Ctrl+F로 처리되겠지만 카라카스에는 그런 거 없다.

일일이 노가다 해야 한다.

내가 짚었다.

“중앙경찰의 말이 일리가 있어. 테러범이 자금이 풍족한 것도 아닐 텐데 왜 파티를 열었지?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

“알겠습니다.”

“다크엘프들의 정보망에 안 걸리게 처리해라.”

아르센이 고개를 끄덕였다.

똑똑.

노크 소리.

문을 열고 오렌지색 머리카락의 엘프가 들어왔다.

이관 미레이,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파티용 드레스, 가슴골이 상당히 파여서 흉부를 강조한 게 매력적이긴 한데…….

지금은 오후 3시, 다들 발바닥에 땀나게 근무할 시간이다.

미레이가 나를 보고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자, 어떤가요, 특관님!”

“감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관님.”

“예! 왜죠!”

미레이가 울먹거렸다.

“좀 더 섹시하게 입어야 하나요? 하지만 저도 힘냈다고요!”

“그 힘으로 일하세요. 다들 근무하시는 시간에 왜 드레스 갈아입고 보여 주러 와?”

“오늘 밤에 카지노에 잠입한다고 옷 맞춰 오라고 하셨잖아요. 이거 큰마음 먹고 빌려 온 건데요?”

“……아, 골 때려.”

나는 노골적인 한숨을 쉬면서 아르센을 돌아보았다.

“미레이가 왜 이관이냐? 황도에서 이관 하면 잘나가는 거 아니냐? 요즘 헌병대는 얼굴만 예쁘면 관리직 시켜?”

“저래 보여도 근속 88년입니다.”

“…….”

음, 80년 넘게 일했다니 어쩔 수 없지…….

미레이가 억울해하자 나는 혀를 차고는 설명했다.

“공식적인 카지노라면 몰라도 우린 뒷골목의 불법 카지노에 잠입하는 거야. 그런데 그런 화려한 파티 드레스가 말이 되냐?”

“그럼 뭘 입어요?”

“적당한 뒷골목 패션으로……. 야, 아르센. 내가 이런 거 가르쳐야 해?”

“당장 시정하겠습니다!”

아르센은 벌떡 일어나서는 미레이를 밖으로 몰아내 버렸다.

문을 닫은 아르센은 나를 돌아보았다.

“……그냥 다른 애를 준비시킬까요?”

“아니, 미레이 정도로 눈치 없는 게 딱 좋아. 암살여왕에게 주눅 들거나 너무 노골적으로 의식하면 오히려 쓸모가 없다.”

미레이는 저래도 엘프, 자기 몸 지킬 정도는 된다.

거기다가 미레이는 의외의 재능이 있었다.

친화력.

쟨 누가 상대건 좀 눈치 보다가 금방 엉겼다.

당장 아르센만 해도 까마득한 최상급자인데 무슨 동네 아저씨처럼 대하고.

리세라나 미리엘에게도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건다.

나? 좀 어려워하다가 또 저렇게 엉기잖아.

“달라붙는데도 밉지 않게 보이는 것도 재주야. 귀중한 재주.”

“혹시 여자로서 마음에 드신다면…….”

“나한테 미레이를 부담시킬 생각 하지 마라. 영원한 헌병대의 마스코트로 남겨 놔.”

“……죄송합니다.”

“좋아, 오늘 밤에 제대로 하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지노.

제국에서는 도박이 합법이다.

칠죄신과의 싸움은 너무 험난했고 병사들에게는 오락거리가 필요했다.

카드 게임도 그중 하나였고.

그 외의 여러 이유로 카지노는 국책 사업이 되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굳이 불법 카지노를 찾는 이들은…… 건전한 이들이 아니었다.

건물 3층의 VIP석.

푹신한 소파에 앉은 나는 거만하게 양팔을 쭉 뻗고 있었다.

미레이는 내 왼쪽에 앉아서는 태평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배를 드러낸 짧은 티셔츠에 허벅지를 시원하게 드러낸 핫팬츠, 맞춰 입고 왔다.

반대로 내 오른쪽에 앉은 다크엘프, 이셀렌은 완전히 감췄다.

딱 붙는 검은 드레스, 목까지 갑갑하게 감싸서 노출이 하나도 없지만 몸의 라인이 선명하게 드러나서 요염하다.

“자, 포카드.”

“…….”

내 선언에 맞은편에 앉은 딜러가 식은땀을 흘렸다.

VIP로 입장했으니 딜러를 내 자리로 불러서 게임하는 중이었다.

케이크를 먹던 미레이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와! 또 이겼어요? 사랑해요!”

“…….”

진짜 성의 없게 말하네.

내가 이기면 그럴듯한 제스처를 취하라니까, 아까부터 계속 저 소리다.

케이크 열두 접시를 앞에 늘어놓고 먹는 엘프가 사랑 운운해 봐야 얼마나 의미가 있겠어.

“또 시시하게 이겼군.”

대신 이셀렌이 제대로 해 주었다.

그녀는 내 앞의 카드를 검지와 중지로 잡더니 가볍게 돌려 보였다.

그 요염한 손길에 지켜보던 관중들이 침을 꼴깍 삼켰다.

이들은 지금 눈앞의 요염한 다크엘프의 정체를 모른다.

원래 이셀렌은 공식 석상에 잘 나서지 않았고, 내가 죽은 뒤에는 더욱 꺼려했으니까.

거기다가 화장법을 바꾸고 가발까지 썼으니 누구도 몰라본다.

착.

이셀렌은 흔들거리던 카드를 가소롭다는 듯이 딜러 앞에 던진다.

오만하면서도 요염한 자태.

“……졌습니다.”

딜러는 얼굴이 흙빛이 되어서는 고개를 푹 수그렸다.

밑장도 뺐는데 왜 안 통하는지 몰라서.

나는 지금 17연승을 했고, 눈앞의 딜러는 네 번째 교체된 놈이었다.

딴 돈은 5억이 넘었다.

물론 딜러들도 날 털어먹으려고 작정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상대가 타짜라고 해 봐야 나한테는 염동력과 투시력이 있다.

상대 손 패를 다 보는데 어떻게 지겠냐?

거기다가 나도 간단한 사기 기술은 쓸 줄 알고.

내가 몇 게임 더 하면 이 카지노는 문을 닫아야 한다.

“자, 다음 딜러가 나오시나?”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딜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보나 마나 안쪽에 가서 이야기하겠지.

절대 나를 이길 수 없다고.

그동안 구경꾼들이 나를 흘끔거렸다.

나는 보란 듯이 이셀렌과 미레이의 목에다가 양팔을 둘렀다.

“……대체 누구야?”

“으으음.”

“엘프와 다크엘프라니…….”

외야의 남자들이 부러움을 감출 수 없는 시선을 보내왔다.

두 여자 다 외모만 보면 절색이기도 하고.

엘프와 다크엘프니까.

엘프 여자는 인간 남자를 선호하지 않고, 다크엘프 여자는 아예 눈길도 주지 않는다.

엘프와 다크엘프는 서로 사이 나쁜 종족, 남자 하나가 양옆에 끼고 있는 건 비상식적이다.

이래서 미레이를 데려온 거다.

암살여왕도 경거망동 못 할 테고, 또 내가 대단한 놈이라는 걸 바로 보여 줄 수 있으니까.

“…….”

이셀렌도 일단 감정을 누르고 맞춰 준다.

그녀가 외야를 쓱 훑어보자 구경하던 남자들이 움찔하고는 시선을 피했다.

여왕으로 군림하던 기질은 숨길 수 없다.

정체를 숨기고 불법 카지노의 소파에 앉아 있다고는 하나…… 그녀는 3천만 명이 넘는 다크엘프들을 말 하나로 다스리는 수장이었다.

“으으음.”

근데 미레이가 갑자기 눈에 힘을 팍 주고는 남자들을 둘러보았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말렸다.

“그러다가 눈 튀어나온다.”

“이상하네요. 왜 저한테는 겁을 안 먹죠! 저 다크엘프가 보면 다들 지리는데.”

“…….”

참고로 미레이도 이셀렌이 암살여왕이라는 걸 모르는 상태다.

근데 알았어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을 것 같아…….

미레이는 금방 지친 얼굴을 했다.

“헉헉, 이빨 꽉 악물고 노려보니까 턱이 아파요.”

“넌 그냥 이제부터 입 다물고 있어라.”

“이빨 아픈데요!”

“테오도라가 오면 내가 정리한다. 너는 가만히 지켜보고 있어라.”

이셀렌의 말.

나는 으쓱거리고는 이셀렌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짝!

한데 이셀렌은 발끈하고는 내 손등을 쳤다.

“…….”

움찔.

이셀렌은 자기가 해 놓고는 놀란 기색이었다.

지금까지 연기해 온 게 깨지게 생겼으니까.

물론 남들이 보기에는 그냥 도도한 다크엘프가 사람들 앞에서 만지지 말라고 투정을 부린 셈이지만…….

나는 그녀에게 속삭였다.

“얼른 어루만져 줘야지?”

“…….”

“방금 그걸 보고 누가 의심이라도 하면 어쩌려고? 설마 겨우 만들어진 판을 깨려고?”

이셀렌은 입을 꽉 다물고는 방금 때렸던 내 손등을 살살 누르고 어루만져 주었다.

그래 봐야 얼굴에 싫은 티를 숨기지 못하지만.

“응? 고작 그 정도야? 입도 맞춰 주고 미안하단 얼굴도 해 줘야지.”

“…….”

이셀렌은 무표정하게 내 손등에 입을 맞추고는 쓰다듬어 주었다.

구밀복검.

감정을 숨긴다고 해 봐야 훤히 드러난다.

하지만 주변의 관객들은 다크엘프 미녀에게 위로받는 나를 부러움과 질시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나는 고개를 기울여서 이셀렌의 귓가에 입을 가져갔다.

남들이 보기에는 다정한 연인이겠지만…….

“괜히 오자고 한 건 아닐 테고. 아주 큰 함정이 있나 본데, 뭘까?”

“…….”

“사도와 나를 한 세트로 처리할 생각이신가? 양패구상을 바라고? 그거야 상관이 없는데 디에르크의 정체나 좀 알려 주시지?”

오가는 건 말의 칼날이다.

이셀렌은 차분하게 말했다.

“최종 확인 중이다.”

“거의 확신하고 있는 것 같은데? 뭔데?”

“그건…….”

이셀렌은 막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일단의 무리를 거느린 거구의 남자가 테이블로 다가온 것이다.

“이거 참으로 아주 부러운 광경이로군요.”

“테오도라, 사람을 물려라.”

이셀렌은 대뜸 말했다.

이 불법 카지노의 주인장, 테오도라는 잠시 멈칫했다.

자길 바로 알아본 거나, 말하는 위압감이 보통 다크엘프가 아니라는 걸 알아차린 눈치였다.

잠시 셈하던 테오도라가 뒤쪽의 부하들을 향해서 턱짓했다.

그러자 종업원들이 움직이면서 구경꾼들을 물리고, 또 덩치 좋은 인간들이 몰려와서는 인파의 벽을 만들었다.

물샐틈없는 포위망.

테오도라는 느린 동작으로 내 맞은편에 앉았다.

“이거 아무래도 보통 분들이 아닌 모양이로군요. 그저 부럽기만 한 분이 아닌가 봅니다.”

말은 여유롭지만 긴장된 표정이었다.

우리가 누군지 탐색하는 얼굴.

이셀렌이 말했다.

“루크 케드릭이 이 카지노에 왔었지?”

“…….”

이건 나나 경찰들도 모르던 정보인데?

테오도라는 한참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걸 대답해 주면 나에게 뭐가 좋습니까?”

“살려 주지.”

“대답하지 않는다면?”

“고통스럽게 살게 해 주지.”

테이블을 포위한 부하들의 얼굴이 험악해졌지만 테오도라는 조용하게 웃었다.

“이거 참, 고마우신 말씀이로군요. 뭐가 됐건 죽지는 않을 테니 말입니다. 예, 왔습니다.”

테오도라는 상대가 다크엘프 요원, 그것도 고위직이라는 걸 가늠하고는 꼬리를 말기로 한 것이다.

이셀렌이 다시 말했다.

“누구와 같이 왔나?”

“혼자 왔습니다.”

“하지만 같이 게임을 한 사람이 있었을 텐데. 유달리 자주 같은 테이블에 앉은 친구.”

“……무슨 말씀이 하고 싶은 겁니까?”

테오도라는 이건 양보할 수 없는지 발뺌을 했다.

이셀렌이 눈살을 찌푸리는데 내가 입을 열었다.

이런 심문은 번갈아서 치는 게 효과적이니까.

이셀렌의 의도도 알았고.

“너희들을 중간 거점으로 삼아서 돈세탁을 했군.”

“…….”

“같은 테이블에서 누군가가 돈을 잃고, 루크 케드릭이 딴다. 그런 식으로 자금이 전달된 거지? 간단하지만 어지간하면 걸릴 일이 없겠군.”

그러면 루크 케드릭과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놈이 제국해방군의 윗선.

즉, 테러범이었다.

“물론 너희들도 전후 사정까지는 몰랐을 거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일정의 인건비, 수수료는 받았겠지. 한데…… 사실 계속 이러는 건 너무 번거롭거든? 그냥 만나서 돈을 건네받으면 될 걸 왜 이런 간접적인 방식을 취했을까?”

“…….”

“그런데도 이 방법을 고집한 건, 만에 하나 들킬 경우를 대비해서였을 거다. 자금의 출처를 댈 때는 도박장에서 땄다, 잃었다로 처리하면 되니까. 또 같이 있는 걸 보이면 안 된다는 걸 신경 썼으니까…….”

나는 짧게 말했다.

“루크 케드릭에게 돈을 건넨 건 12가문의 일원이군. 맞나, 테오도라?”

“…….”

테오도라는 귀신에 홀린 것처럼 나를 보았다.

범죄자도 나름의 감이 있다.

내가 지금 즉석에서 추리한 걸 깨닫고는 경악한 것이리라.

“이미 다 아신 것 같으…….”

우뚝.

테오도라의 눈이 홱 뒤집혔다.

흰자위만 보이는 눈깔.

―……다시 뵙게 되는군요. 리젠 리브라타.

간드러진 목소리.

칠죄신의 종복인 디에르크.

찾던 놈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