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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고인 황제놀음-57화 (57/230)

두 번 고인 황제놀음 (57)

얕은 수작이었다

3층 복도.

리세라의 손에 이끌려 나온 미리엘은 멍한 표정이었다.

이상했으니까.

“……방금 나간 사람 누구야?”

“우리들을 도와주러 오신 분이에요.”

리세라가 말했다.

미리엘의 여동생이지만 하프엘프라서 육체, 정신의 성장이 빠르다.

리세라가 부드럽게 말했다.

“언니, 이제 안심하셔도 돼요. 다 끝났어요. 저랑 같이 가요.”

“……으, 으응.”

리세라는 앞이 거의 안 보인다고 한다.

미리엘은 리세라의 손을 잡고 조심조심 걷다가 말했다.

“나, 저 사람이 어떻게 하는지 보고 싶어.”

“예?”

리세라는 난감해졌다.

아직은 어린 언니가 미성년자 관람 불가 영화를 보고 싶다는 소리를 들으면 이럴까?

리젠이 오기 전에 말한 대로 대단히 폭력적인 사태일 것이다.

가녀린 천사 같은 언니에게 차마 보여 줄 수 없을 정도로.

“보고 싶어. 리세라.”

“이유가 뭔가요?”

“나도 몰라. 그냥, 그냥…….”

미리엘은 우물쭈물했다.

그 사람이 어깨를 두드려 줬을 때.

애는 우는 걸 참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를 해 줬을 때.

아련한 옛 기억이 떠올랐다.

“……아빠 같아.”

“…….”

“아, 아냐. 나도 알아. 이제 아빠 없는 거 알아. 그런데…….”

미리엘은 지금 기분을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몰랐다.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 자리를 떠날 수는 없다.

“도망치고 싶지 않아.”

“…….”

“날 도와주러 온 사람이라면서. 그런데 그 사람만 놔두고 어떻게 나만 가? 아빠는 절대 안 그랬잖아.”

미리엘의 주장에 리세라는 웃으면서 말했다.

“예, 그렇죠.”

“혹시 모르잖아.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고. 그리고…… 혹시 엄마가 화낼 수도 있잖아? 그러니까 내가 남아서 설명해 줘야 해. 응?”

“그럼 제가 눈 가리면 치우시면 안 돼요?”

“……응, 그럴게.”

리세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응? 뭐가?”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리세라는 빙긋 웃었다.

* * *

1층 연회장.

내가 정황을 살피는데 제이드가 머리를 흔들면서 고래고래 소리쳤다.

“공격해! 저놈을 죽여 버려!”

케드릭의 기사들이 슬금슬금 나를 포위하려고 했다.

그러자 나는 가볍게 몸을 날리면서 손바닥을 내질렀다.

“응?”

정면으로 다가오던 기사는 별생각 없이 그냥 받았다.

난 그냥 손바닥이고 자기는 갑옷을 입고 있으니까.

하지만…….

“꾸웨에엑!”

기사가 비명을 지르며 밀려나면서 구토했다.

염동장.

갑옷 정도는 뚫어 버리고 내장을 뒤흔든다.

나동그라진 동료를 부축하던 케드릭의 기사들이 경악했다.

“사, 사술!”

“이이익!”

기사 넷이 일제히 검을 뽑아 들었다.

이제야 좀 정신을 차렸나 본데 아직 멀었다.

“긴장했다면 마력검까지 쓰셔야지.”

내가 손을 털면서 접근하자 앞의 기사가 내 손을 노리고 검을 휘둘렀다.

염동장을 경계하라고 낚시하니 바로 걸리네?

나는 상반신을 숙여 피하면서 기사의 팔을 잡고는 들어 올렸다.

가볍게 마력을 쓴 것만으로 상대가 부웅 떠오른다.

근접 전투에서 이런 잡기, 던지기를 대비하는 게 기본인데…… 이놈들은 모자라네.

“어어어!”

“받아라!”

나는 기사의 몸통을 칼로 삼아서 적에게 휘둘렀다.

“으아아!”

다른 둘은 동료를 찌를 수도 없어서 얼른 몸을 숙여서 피했다.

슥.

그 순간 내가 휘두르던 손을 놓았다.

“커어억!”

동료를 몸으로 깔아뭉개고, 포개진 기사 셋이 헛바람을 들이쉬었다.

이어서 내가 놈들의 등짝을 밟으면서 염동장을 썼다.

“꾸에에엑!”

“으아악!”

샌드위치 신세인 세 기사는 내장이 진탕되는 고통에 몸을 뒤틀었다.

나는 마지막 남은 기사를 돌아보았다.

“니들 진짜 약하다?”

“……으, 으으.”

“아니, 내가 너무 강한가?”

남은 기사가 주춤 물러났다.

나를 당해 낼 수 없다는 걸 직감하고.

제이드가 고래고래 소리쳤다.

“얼른! 얼른 저놈을 죽여! 저놈을 못 죽이면 너는 해고다!”

“…….”

그래도 기사는 물러날 따름이었다.

낭패한 제이드가 파티의 참가자들을 돌아보았다.

“누구라도 좋다! 저놈을 죽이기만 한다면 내가 5억! 아니, 50억을 주겠다! 케드릭의 이름을 걸고 맹세한다!”

파티에 참가했던 귀족들, 기사들의 안색이 변했다.

탐욕스러운 시선.

나는 목을 주무르면서 웃었다.

“내 목에 50억은 너무 싼데? 병원비 있는 놈만 들어와라.”

눈치를 보던 기사, 귀족들이 나를 향해서 다가온다.

나는 혼자, 적들은 열인데…….

“고작 열 명? 너무 적잖아!”

나는 선회해서 가장 좌측 놈에게 달려들었다.

“조별 과제 조장 당첨되셨고!”

“윽!”

맨 왼쪽이던 중년 남자는 반사적으로 전신을 마력으로 방어했다.

일단 막고 보겠다고.

하지만 나는 가볍게 염동권을 질러서 뒤로 밀쳐 냈다.

“어!”

쭈욱 밀려난 남자.

그 몸이 두 번째 적에게 닿아서 멈춘다.

지체 없이 마력질주로 따라붙은 내가 다시 염동권을 질렀다.

“크억!”

연이어 맞은 귀족 남자는 비명을 질렀고, 둘이 한 덩어리가 되어서 밀려난다.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고 또 따라붙어서는 주먹을 내질렀다!

“어, 어어어!”

햄버거의 패티처럼, 하나하나 겹쳐지는 적들.

그리고 뒤에 있는 놈들은 이제 자기편에게 시야가 가려져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고 있었다.

세 놈, 네 놈을 동시에 밀어서 포개는 나한테도 피로가 쌓인다.

놈들이 넘어지지 않게 힘 조절 하는 것도 손이 가고.

하지만 이건 퍼포먼스.

내가 어떤 놈인지 세상에 제대로 보여 주는 날이다!

“하아압!”

적들을 일렬횡대로 포개 버린 나는 주먹에 마력을 두르고.

땅을 차는 발끝부터 허벅지, 허리, 팔을 순차적으로 강화하면서.

열 명의 적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염동발경(念動發勁)!

뻐어어억!

“크, 크아아악!”

차곡차곡 겹쳐진 적들이 도미노처럼 우르르 무너진다.

가장 앞에서 계속 얻어맞았던 귀족은 진즉에 기절했고 나머지도 피를 토하고 게워 내고 난리도 아니었다.

“……저게 뭐야?”

“가, 각성 능력인가?”

“리브라타는 약한 가문 아니었어?”

차력, 묘기에 가까운 일에 지켜보던 이들이 다들 경악했다.

뭐 그러라고 한 거다.

내가 압도적인 강자니까 기어오르지 말라고.

다들 놀라던 중에 신장 190cm는 됨 직한 기사가 나섰다.

“보통 도련님이 아니시군! 나와 싸워 보자!”

“타루스 기사단, 3기사의 하나인 칼렉스다!”

“4계위에 도달한 강자!”

외야의 설명은 둘째 치고 척 봐도 나름 실력이 있어 보인다.

놈은 호전적인 미소로 나를 보았다.

“이 자리의 누구든 덤비면 상대해 주겠다고? 오만함이 넘치는군! 난 그런 놈을 좋아하지!”

“그냥 싫어해도 돼. 난 엄청 겸손하게 말한 거라서.”

“하하하, 더 마음에 들잖아!”

칼렉스는 마력질주를 쓰면서 나를 향해 덤벼들었다.

양손으로 들어 올린 대형 망치, 돌격해서 내 머리를 수직으로 내리찍겠다는 선전포고다.

겁나면 피하라는 오만한 도발!

하지만 나는 외려 놈에게 마력질주로 돌격해 들어갔다.

계위가 같더라도, 마력을 다뤄 본 경험과 익숙함에 따라서 실력 차이가 난다.

같은 4계위라도 내가 더 빠르고 강하다!

파아아악!

“으응!”

칼렉스는 공격을 포기하고는 무기를 내려서 방어하려고 했다.

내 공격이 사람도, 갑옷도 뚫어 버리는 걸 봤으니까.

하지만 나는 공격하던 주먹을 펴고는…… 전투망치의 긴 손잡이를 잡고 바닥을 찼다.

휘리릭!

봉을 잡고 춤추는 것처럼 나선으로 올라가는 내 몸.

염동력으로 관성과 자세를 제어하기에 가능한 묘기다.

칼렉스가 급히 몸을 틀었지만 나는 놈의 무기를 놓으면서 킥을 날렸다.

부우우웅!

황급히 물러나던 칼렉스가 털썩 무릎을 꿇었다.

“……으음, 피했나 싶었는데 맞았군. 정말 겸손했군. 리젠 리브라타.”

“끝이지?”

“그래, 감히 상대를 못 하겠군.”

칼렉스가 순순히 패배를 인정했다.

4계위의 강자마저 꺾은 나는 군중을 한번 돌아보았다.

“자, 더 있냐?”

“…….”

정적.

기사들, 귀족들이 움찔하면서 썰물처럼 물러났다.

판을 장악한 나는 본래의 표적, 제이드를 돌아보았다.

제이드는 멍한 얼굴이었다.

“……뭐야? 대체 왜 이러는 거냐? 너 같은 괴물이 왜 나를 잡으려는 거냐?”

“술 다 깼냐? 마력 쓸 수 있지? 그럼 이제부터 맞자.”

나는 막 마력을 일으키려다가 시선을 느끼고 올려다보았다.

계단 층계참.

리세라와 미리엘이 서서 1층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손을 꼭 맞잡고는.

자매 사이에 무슨 대화가 오갔을지, 대강은 짐작이 갔다.

그러면 아빠가…… 그 기대에 부응해 줘야지!

“네가 지금부터 죽도록 맞는 이유? 난 말야. 애가 우는 게 싫어.”

“……뭐?”

“애가 우는 게 싫다는 게 아니야. 애가 우는데 아무것도 못 하는 내가 한심해진다고.”

우는 아이를 보면 부모는 속이 새카맣게 탄다.

황제였던 나도 다를 게 없었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분노로.

“그것보다 더 싫은 건 우는 걸 억지로 참아야 하는 애를 볼 때다. 넌 미리엘을 그렇게 만들었고 난 그게 절대 용서가 안 돼!”

“가, 가져.”

“…….”

귀가 의심스러운 소리.

제이드는 비굴한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

“……너, 너 가져.”

“이 개새끼가!”

나는 바로 마력질주로 달려들면서 염동권을 내질렀다.

제이드는 얼른 마력방어를 했지만 상관없다.

“으아악!”

얻어맞은 놈이 비명을 지르면서 휙 뒤로 밀려났다.

구경하던 인파의 벽을 향해서.

“꺄아아악!”

“이쪽으로 오지 마!”

기겁한 인파들이 제이드의 몸을 손으로 밀고 발로 찼다.

혹시 자기들에게 해가 미칠까 봐.

내 쪽으로 알아서 돌아오는 제이드. 나는 다시 안면에 주먹을 날렸다.

뻑!

“커어억!”

제이드는 마력으로 방어했지만 염동권으로 타격하면 어느 정도는 전달이 된다.

부우웅.

“크으악!”

코피가 터진 놈이 마력검을 휘두르자 나는 가볍게 위빙으로 피했다.

그리고 바로 원투!

퍼벅!

“커억!”

나는 스텝을 밟으면서 안으로 파고들며 주먹을 파바박 날렸다.

염동권으로 배가된 위력, 놈의 몸이 공중에 살짝 떠오른다.

이어서 크게 스텝을 밟으면서 스트레이트!

뻐어어억!

“카아아악!”

집중력이 깨졌는지 마력방어가 풀리면서 정통으로 들어갔다.

쭉 뻗어 나간 제이드가 인파 속으로 날아가고 사람들은 또 밀어낸다.

퍼버벅!

제이드의 몸이 돌아오자 나는 다시금 주먹으로 두드렸다.

이제 마력방어도 풀렸다.

그러면 좀 더 많이 팰 수 있게, 나도 마력 안 쓰고 팬다!

“으아아!”

얼굴이 뭉개진 놈은 허우적거리면서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저 발악, 내가 가볍게 몸을 뒤로 빼서 피하자 자기 힘을 이기지 못하고 비틀거린다.

퍼버버벅!

나는 다시 파고들어서는 놈의 가슴과 어깨, 복부를 순차적으로 치고, 이어서 로우킥을 날렸다.

“꺽!”

제이드가 무릎을 꿇자 나는 바로 안면에 무릎을 먹였다.

퍽! 퍽!

상쾌하게 들어가는 소리.

“끄어어억!”

안면이 피투성이가 된 놈이 비명을 지르면서 팔을 휘두른다.

하지만 이쯤이면 발악하겠다 싶었던 나는 뒤로 물러난 뒤였다.

차기 딱 좋은 위치.

뻑!

나는 축구공을 차듯이 놈의 머리를 걷어찼다.

“커어억!”

이빨이 날아가고 입으로 피를 토한다.

부어오른 눈, 박살 난 코뼈.

안면이 뭉개진 제이드가 간절하게 빌었다.

“사, 살려 줘…….”

“아직은 안 죽여. 아직은.”

뻐어어억!

나는 수직으로 놈의 턱을 올려쳤다.

부우우웅.

나가떨어진 놈의 몸이 연회장 테이블 위로 떨어진다.

와자차앙!

요란한 소리가 들리면서 접시가 깨지고 테이블이 무너졌다.

“꺄아아악!”

근처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후다닥 물러난다.

제이드는 거품을 물고 기절했다.

나는 손을 털면서 다가갔다.

제이드의 머리맡에 선 적.

다들 물러났는데 유일하게 혼자 남은 남자를 향해서.

“자, 이제 본게임 들어가야지?”

“뭐가 말입니까?”

제이드의 동생, 루크는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이거, 약속하고 정반대로 해 주시네요. 형님은 아직 살아 계시고…… 또 그걸 다들 보는 앞에서 공표하시다니.”

“그래서 다크엘프 공증은 안 찍었잖아?”

다크엘프의 공증이 찍힌 계약은 진짜 어지간하면 지켜야 한다.

하지만 그게 아닌 계약이라면 상관없지.

애당초…….

“살인 청부 계약 같은 게 법적 효력이 있을 리가 없지.”

내가 그때 계약서를 만든 건 이놈의 반응을 떠보기 위해서였다.

나는 루크를 노려보았다.

“제이드가 왜 굳이 파티를 열었을까? 얼간이라도 조용한 게 낫다는 건 알 텐데?”

협박은 남들이 몰라야 의미가 있다.

즉, 제이드가 치료약의 비밀을 움켜쥐었다면 은밀하고 조용하게 일을 진행해야 했다.

“옆에서 부추긴 놈이 있다는 거지. 천족 황녀님과 결혼하시려면 자주 파티를 열고 초대하시죠. 그러면 제가 사교계에 소문을 퍼트려 주겠습니다, 형님~.”

“…….”

“제이드는 귀족 사이에서도 평판이 나쁜데 너는 마당발이네? 제이드는 술에 취해서 위에서 자고 있었는데 네가 오늘 다 진행하더라.”

“지금 절 의심하시는 겁니까?”

“처음부터 안 믿었는데?”

나는 코웃음을 쳤다.

“미친놈아. 대뜸 존속살해와 차도살인을 제안하는 놈을 누가 믿어?”

“리브라타의 막내로 괄시당하던 당신이라면 믿어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또라이는 남들도 다 자기 같은 줄 알더라.”

테러범, 제국해방군은 물 흐르는 계획을 짰다.

1. 크로셀 후작이 북부의 혼란을 만든다.

2. 그걸 제압하려고 출동한 제국군의 철도 차량을 폭발, 더 큰 혼란을 만든다.

세 번째는?

“테러범들의 목적이 정권 탈취, 혹은 신체제 성립이라면 내세울 사람이 필요하지. 그게 바로 너였다, 루크 케드릭.”

“갑자기 무슨 말씀이신지…….”

“하지만 앞의 두 개가 뭉개졌지. 그래서 세 번째도 급히 변경해야 했다.”

내가 크로셀 후작의 음모를 막았다.

그리고 철도 차량 폭파는 오르카의 암살 시도로 바뀌었다.

“본래 네가 제이드를 처리하고, 황녀를 위협에서 구한 영웅이 되려고 했을 거다. 하지만 계획은 변경되었고…… 너는 전부 제이드에게 뒤집어씌우고 뒤로 빠지려고 했지. 테러범에게 폭탄을 넘긴 놈아.”

술렁.

지켜보던 관중들이 동요했다.

이게 파티를 망치는 결투가 아니라 테러범의 체포라는 걸 비로소 알고.

루크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흥미로운 주장이지만 증거는 있습니까?”

“애당초 제국 철도 폭탄 이야기를 꺼낸 건 너잖아? 첫째, 폭탄 이야기는 그냥 순 뻥이었다. 둘째, 사실 네가 해 놓고 제이드에게 뒤집어씌우려고 했다.”

“…….”

“어느 쪽이건 취조실로 데려가면 그만이다. 거기서 돌려 보면 결론이 나오겠지.”

루크의 얼굴이 굳어졌다.

“아, 영장 이야기하지 마라. 긴급조치 8조, 제국의 존치를 위협하는 이는 누구라도 긴급체포할 수 있다.”

“…….”

“자! 그냥 맞고 갈래, 아니면 부질없이 저항하다가 처맞고 갈래?”

“리젠 리브라타가 생각 없이 사는 망나니라는 게 헛소문인 줄 알았는데…… 진짜였군요.”

창!

검을 뽑은 루크의 몸에서 마력이 올라왔다.

녹색, 4계위다.

젊은 나이에 이룬다면 신동 소리를 듣기 충분한 경지.

하지만 루크는 마력전승을 받은 것도 아닐 텐데?

루크는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이래도 힘으로 해 보겠다고?”

“야, 아까 4계위 기사가 나한테 당한 거 못 봤냐?”

나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아, 하긴 자신만만하게 세운 계획이라는 게 박살 났으니까 이젠 최후의 발악을 하셔야지.”

“…….”

“발끈하셨어? 머리 나쁘다는 소리는 못 참나 봐?”

나도 검을 뽑았다.

“얼간아, 난 처음부터 이 집안 씨를 말리려고 왔다.”

자, 2차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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