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고인 황제놀음 (50)
나다
웰링 저택.
나는 오렌지색 머리칼의 엘프와 만났다.
미레이 이관.
철도헌병대 소속, 내가 헌병대장에게 보낸 답변을 가져왔을 텐데…….
먼저 방에 있던 그녀는 제복 재킷을 풀고 케이크를 냠냠 먹고 있었다.
생크림 조각 케이크 위의 딸기를 쿡, 쿡 찌르면서 헤실헤실 웃는 게 너무 행복해 보였다.
“아으으으. 맛있어엉. 헤헤헤.”
“실례하겠습니다.”
“……후끼약!”
내가 들어온 걸 뒤늦게 안 미레이는 깜짝 놀랐다.
몸을 틀다가 허벅지로 테이블을 올려치고.
포크로 갖고 놀던 딸기가 뿅~ 하고 공중으로 뛰어오른다.
“안 돼!”
미레이는 조건반사적으로 고개를 내밀어서 공중에서 딸기를 입으로 삼켰다.
홈비디오에서나 나올 묘기다.
미레이는 부딪친 데가 아픈지 표정은 울상, 허벅지를 문질문질하면서도 딸기를 꼭꼭 씹었다.
나는 그녀의 앞에 앉아서는 테이블 위의 냅킨을 내밀었다.
“턱이나 닦아요.”
“아, 예?”
묘기 대행진을 벌이다 보니 턱에 생크림이 묻어 있었다.
미레이는 무심코 턱을 문지르다가 생크림이 묻자 그걸 입으로 쪽 빨아 먹었다.
“…….”
아이고, 이 아가씨야.
내가 기가 막혀서 보는데 미레이는 착각했는지 급히 재킷 앞섶을 여미고는 단추를 채웠다.
그야 앞섶 열고 대화하는 건 예법이 아니니까.
한데 너무 급하게 하려다 보니 가슴 쪽 단추가 부욱 떨어졌다.
데구르르.
굴러온 단추가 내 앞에서 멈췄다.
전에도 좀 어리버리했는데 오늘은 판타스틱하다.
“돈 주고 못 볼 이벤트가 종합선물세트네요.”
“어, 으, 으으으…….”
미레이는 얼굴이 빨개져서는 얼어 버렸다.
보통 사람은 시켜도 못 할 짓을 10초 만에 연이어서 펑펑 터트리니 민망하겠지.
나는 잠자코 손을 내밀었다.
“……죄, 죄송합니다! 실례했습니다!”
미레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는 자기 케이크 접시를 양손으로 내밀었다.
아니, 세상에 딸기만 쏙 빼먹은 걸 날 주네?
나는 어이없어하면서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케이크는 먹고 재킷은 벗어서 줘요. 단추 달아 줄 테니까.”
“예? 예?”
“얼른.”
미레이는 긴가민가하면서도 재킷을 벗어서 날 주었다.
나는 품에서 바느질 세트를 꺼냈다.
미레이는 신기하게 보았다.
“……바느질도 할 줄 아세요?”
“기초적인 건 합니다.”
난 처음부터 황제, 제국군 총수가 아니었다.
세력을 규합하려고 방랑하던 시절이 있어서 자질구레한 일도 할 줄 안다.
미레이는 구경하면서도 케이크를 먹었다.
“그게 그렇게 맛있어요?”
“예! 아멜리아 씨가 케이크를 엄청 맛있게 잘하더라고요. 막 월급 다 꼬라박고 싶을 정도인데 올 때마다 공짜고 계속 줘요! 그래서 매일 출근 도장 찍었어요!”
밝은 목소리가 진심이다.
내가 시선을 들자 미레이는 급히 손을 저었다.
“……아, 아니에요. 그냥 놀러 온 게 아니라 리젠 도련님이 황도에 도착하셨는지 살펴보려고 온 거라고요.”
“…….”
……브래지어 비친다.
헌병대 규정 셔츠라면 속옷이 안 비치는데 사제 셔츠였다.
“멋쟁이셨네.”
“예?”
“아니, 됐고, 본론 들어갑니다. 철도헌병대 안에서 지금 의견이 두 가지죠?”
나는 바느질을 하면서 말했다.
“내가 철도 안에서 헌병을 때려잡은 일로 처벌해야 한다는 쪽, 그리고 반대로 테러 진압의 공이 있으니 상을 주고 헌병대의 우군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쪽.”
“……!”
“별로 어려운 추측도 아니니까 놀란 얼굴 하지 마요. 어느 쪽이 우세합니까?”
“모, 모, 모르는데요!”
미레이는 케이크를 꿀꺽 삼키고는 정색했다.
내가 턱을 괴고 빤히 보자 미레이는 입술을 꼭 깨물고는 나를 노려보았다.
제 딴에는 위협인가 본데 예쁜 고양이가 노려본다고 그게 무섭냐?
“아, 그냥 좀 말해요. 매일 와서 차 마시고 케이크 먹었으면 밥값은 해야지.”
“헉! 이거 뇌물이었어요?”
“접대라고 해 둡시다. 그래서 대충 현장직 애들은 날 조지자고 할 테고, 관리직은 날 이용하자고 할 것 같은데?”
“…….”
미레이가 날 귀신처럼 보았다.
하지만 이런 갈등을 지겹게 봤던 나로선 안 봐도 훤했다.
직접 발로 뛰는 현장 실무진들은 콜레트를 박살 낸 나를 놔두면 사기가 떨어진다고 하겠지.
반대로 관리직들은 테러 사건을 해결한 나를 처벌하면 외부 여론이 안 좋아진다고 할 테고.
“내가 무슨 탕수육도 아니고 찍먹, 부먹으로 싸우고 있겠죠. 나한테 상이라도 주고 테러 해결의 공이 크다고 내세우면 다크엘프와 오르카의 활약을 축소할 수 있으니까.”
“……어, 그, 그러네요?”
미레이는 생각 못 한 얼굴이었다.
이 엘프는 관리직이지만 수뇌부 회의까지는 참석 못 한다.
그래도 내부 여론 정도는 알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 알았어요. 잘 먹은 것도 있고 다 아시는 것 같으니까 그냥 말할게요.”
미레이는 어쩔 수 없다는 투로 설명했다.
“……양쪽 다 팽팽해요. 아직 상층부의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고요.”
“내 면담 요청은 어떻게 됐는데요?”
“아르센 대장님에게 보고드렸어요. 일단 만나 보시겠다고는 하네요. 황도에 도착하면 데려오라고 하셨거든요.”
“그럼 가야겠네요. 준비합시다.”
“예? 지금요?”
“길게 끌 거 없으니까요. 내가 들를 데가 있긴 하니까 먼저 아르센에게 가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으라고 말 전하세요.”
“……저기요.”
미레이가 눈치를 보다가 살짝 말했다.
“좀 듣기 거북하실 수도 있는데 아르센 대장님을 너무 편하게 부르시는데요. 그거, 그러시면 좀 곤란하거든요?”
“…….”
내가 내 부하에게 존대하리?
하지만 미레이는 자못 용기를 냈다는 투로 일렀다.
“헌병대가 리젠 도련님에게 큰 폐를 끼쳤고 사과드려야 하는 입장이긴 하지만요. 저한테는 예의를 갖춰서 대해 주시는데 까마득하게 높은 아르센 대장님에게 그…… 친구처럼 부르시면 좀 그렇거든요. 아니, 저야 괜찮은데 다른 대원들 앞에서도 그러시면 문제 될 수 있어서요.”
“오, 조직에 충성하네요.”
“당연하죠. 우리는 황제 폐하의 왼팔, 자랑스러운 철도헌병대니까!”
미레이는 즉답했다.
자기 가슴을 탁, 탁 치면서 자못 의기양양해하는데…….
“다크엘프가 사전에 정보를 줬는데도 그걸 무시하고 괜한 횡포나 부리다가 테러를 허용했는데요?”
“…….”
“그리고 셔츠는 사제 말고 정복 착용합시다. 속옷 비쳐요.”
미레이는 가슴을 치던 그대로 딱 굳어 버렸다.
붉게 달아오르는 뺨.
내가 단추를 단 제복을 건네주자 그녀는 허둥지둥 입었다.
“물론 이 모든 게 아르센의 잘못이라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결국 조직의 문제는 총책임자의 문제고요. 사실 지금 아르센은 자진 사표를 내고 물러날 각오를 해야 정상인데?”
“그, 그게…….”
“그게 내가 미레이 이관에게는 존대하면서 아르센에게는 반말하는 이유라고 해 두죠.”
“……예.”
“그리고 외출하는 데 한 가지 협조해 주셔야겠습니다. 그냥 무조건 수긍하세요.”
시무룩.
미레이는 눈에 띄게 기운이 빠진 얼굴이었다.
나는 테이블 위의 종을 울려서는 아멜리아를 불렀다.
아멜리아는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지 바로 들어왔다.
“케이크를 더 드릴까요?”
“예!”
미레이가 눈을 반짝이면서 접시를 내밀었다.
“이번에는 쇼콜라하고 치즈로 부탁드릴게요. 아, 너무 맛있어요!”
“계속 먹으면 제복 단추 또 떨어져요.”
“……윽, 괘, 괜찮아요. 내일은 참을 테니까.”
“오늘부터 참읍시다. 아멜리아, 미레이 이관하고 밖에서 데이트할 테니까 간단하게 준비해 줘.”
내 말에 아멜리아는 멈칫했다가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알겠습니다. 리젠 도련님, 바로 외출 준비를 하겠습니다. 일단 옷부터 준비하죠.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아멜리아는 빠르게 나가 버렸다.
빈 접시를 한스럽게 보던 미레이가 뒤늦게 멈칫했다.
“어? 잠깐만요? 데이트? 그게 무슨 소리예요? 서, 설마 저, 저를…….”
“그냥 외출 핑계 대는 거예요. 같이 나가고 미레이 이관은 헌병대 본부로 가서 아르센에게 보고하세요. 나는 한 오후 4시쯤? 그때 헌병대장 집무실에서 보자고요.”
“일단 보고는 드리겠지만요. 헌병대장님도 바쁜 분이라서 장담할 수는…….”
“케이크 나중에 싸 줘요?”
“……해 볼게요.”
알기 쉬운 여자네.
나는 턱을 괴고는 웃었다.
은행 한번 들르고 간다.
아르센 이놈아, 기다려라.
* * *
철도헌병대 중앙본부.
헌병대장실.
푸른 피부의 남자가 앉아 있었다.
의자가 좁아 보이는 2m의 거구.
흰자위가 검게 물들고, 머리에는 뿔, 허리에는 꼬리가 달려 있었다.
카라카스의 일곱 이종족 중 하나, 마족이었다.
“그래서 미레이 이관, 지금 뭐라고?”
“시, 시정하겠습니다!”
미레이는 바짝 기합이 들어서는 정면만 보고 우렁차게 대꾸했다.
지금 그녀의 앞에 앉은 마족 남자는 철도헌병대의 톱, 헌병대장 아르센이니까.
아르센은 이마를 누르고는 말했다.
“입가에 붙은 생크림은 뭔가?”
“……어. 그.”
미레이는 얼른 혀로 입술을 핥아서 떼어 내려고 했지만 실패.
그러자 그녀는 손으로 떼고는 먹어 버렸다.
“…….”
우물우물.
미레이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정면만 보았다.
아르센은 어이가 없어서 뭐라 할 마음도 나지 않았다.
“……미레이 이관, 자네가 이번 임무에 맡은 역할이 뭔가?”
“옙! 이번 철도 테러 사건의 조사! 리젠 리브라타와 2황자 오르카가 어떤 관계인지! 또 4황녀 리세라의 진의가 뭔지 알아내는 겁니다!”
“그런데 알아낸 건 하나도 없고, 무작정 상대에게 요구만 듣고 왔나?”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먹을 생크림은 있고?”
“케이크가 맛있었습니다!”
아르센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자네, 대체 이번 임무에 왜 차출됐나?”
“드와이트 삼령께서 저를 고르셨습니다! 리젠 리브라타에게 이야기를 끌어내라고 말입니다!”
“그래, 옆의 드와이트 삼령은 할 말 있나?”
아르센이 미레이의 옆에 선 인간 남자에게 물었다.
삼령(三令), 헌병대의 수뇌부 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고위 간부다.
드와이트는 날카롭게 말했다.
“굽건 삶건 리젠이라는 인간을 꽉 잡고 이용해야 합니다, 대장님.”
“그런데 왜 미레이 이관을 보냈지? 보다 나은 인재가 있을 텐데?”
“보기 드문 미녀니까요. 리젠 리브라타는 여자를 밝힌다고 소문이 자자하니 효과를 기대했습니다.”
아르센은 어이없이 드와이트를 바라보았다.
“자네 지금 제정신인가? 하다 하다 부하에게 이런 저급한 미인계를 쓰게 해? 대체 누구 허락을 받고?”
“충분히 제정신입니다. 지금 다른 곳에서는 헌병대 폐지론까지 나오고 있단 말입니다.”
“그저 떠도는 말이야. 황제 폐하께서 직접 만드신 우리 헌병대를 뭘 어쩌겠다고?”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자체가 위험한 겁니다. 아르센 대장님, 당신이 사임하고 물러날 생각인데, 그래서는 안 됩니다. 이건 간악한 암살여왕이 꾸민 모략이 틀림없습니다! 여기서 백기를 들면 우린 갈가리 찢어집니다!”
드와이트가 부르짖었다.
아르센은 눈살을 찌푸렸다.
드와이트의 논리는 엉망진창, 재고할 가치도 없다.
하지만…… 이게 헌병대의 내부 여론이라는 것도 사실이었다.
원래 조직은 조직 수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법이니까.
“이대로 책임을 인정하고 물러나면 벼르던 제국군에게 우리 애들이 당합니다! 맞서야 합니다! 리젠 리브라타를 구슬리는 미인계는 실패로 돌아갔으니 이젠 납치해서 고문이라도 해야죠! 마침 제 발로 오고 있다잖습…….”
퍽!
아르센은 책상 위의 명패를 잡고는 드와이트에게 던져 버렸다.
드와이트는 잽싸게 몸을 수그려서 피했다.
“…….”
아르센은 성난 눈으로 노려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더는 말하기도 싫네. 둘 다 나가 보게.”
“……제 의견이 탐탁지 않아도 다들 이 생각이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모두 똘똘 뭉쳐서 대항해야 한다고요.”
드와이트가 쏘아붙이고는 나가 버렸다.
미레이는 머뭇거리다가 경례했다.
“황제 폐하 만세! 미레이 이관, 임무로 복귀하겠습니다!”
두 사람 다 나갔다.
아르센은 저 멀리 뒹구는 명패를 보고는 한숨을 푹 쉬었다.
주워 올 마음도 안 든다.
“정신머리들 하고는…….”
드와이트는 이게 전부 다~ 다크엘프, 암살여왕의 자작극이라고 하지만 헛소리다.
앞뒤 정황, 들어오는 정보만 좀 맞추면 안다.
“그냥 거짓말이라도 하자는 거지. 헌병대 하나 살리겠다고…….”
물론 아르센은 헌병대장, 그도 조직을 보호하고 싶었다.
하지만 명백하게 헌병대의 잘못인데 눈감고 넘어가?
아르센은 서랍을 열고는 내려다보았다.
사표.
이미 써 뒀다.
“내가 책임지고 물러난다고 해도…… 그걸로 끝나지 않겠지.”
이때만을 기다리던 제국군, 그리고 이종족들이 헌병대를 물고 뜯고, 권한을 축소하려고 난리를 칠 것이다.
드와이트의 주장도 괜한 게 아니었다.
잘못을 인정하면 죽을 테니까, 헌병대의 존속을 위해서 뻔뻔하게 뻗대자는 거다.
“……후우우.”
하지만 그렇게 버티기로 들어간 다음에는?
다시 철도 테러가 벌어지기라도 한다면?
그나마 이번에는 승객의 피해가 없었지만 다음에는?
생각하면 아득해진다.
결국, 철도헌병대는 다른 조직과 힘을 합쳐서 이번 일에 맞서야 한다.
하지만 그 다른 조직들은 헌병대를 살려 둘 생각이 없겠지.
진퇴양난이다.
“폐하…….”
아르센은 한숨을 푹 쉬었다.
세상을 떠난 황제 폐하를 나중에 어떻게 뵐까?
똑똑.
노크 소리.
“들어오게.”
문이 열리고 들어온 건 인간 남자.
검은 머리카락에 푸른 눈.
곱상하게 생긴 소년, 아니 청년이었다.
미레이의 보고대로 만든 몽타주와 비슷한 인상.
알아본 아르센은 의자에서 일어나면서 손을 내밀었다.
“자네가 리젠 리브라타인가? 이야기는 많이 들었네. 내가 바로 헌병대를 통솔하는 아르센이라고 하네.”
상대는 악수 요청을 무시하고는 방 안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명패 바닥에 굴러다니는 거 봐라. 헌병대 말아먹으려고 대장까지 했냐?”
“…….”
여러 종족이 섞인 카라카스의 예의범절은 한마디로 규정할 수가 없다.
그래도 이 새파란 인간 놈은 너무 건방진데?
하지만 상대, 리젠은 들고 온 서류 봉투를 책상 위로 적당히 던졌다.
“가져왔으니까 확인이나 해 봐라.”
“……아니, 뭔가?”
“…….”
털썩.
소파에 양팔을 벌리고 앉은 인간 남자가 빤히 본다.
자기가 위고 너는 아래라는 시선.
산전수전 다 겪고 헌병대장까지 오른 아르센으로선 어이가 없었다.
아르센의 한마디면 전국의 철도헌병대가 움직인다.
황후들도 그에게 이리 노골적으로 무례하게는 못 구는데?
‘……뭐지?’
더 이상한 건 아르센도 화가 안 났다는 점이다.
리젠이 혀를 찼다.
“너 대체 언제쯤 철들래? 내가 이렇게 불시에 기습 점검을 해야 해?”
“무슨 소리지?”
“애들 관리 안 하지?”
리젠이 손을 뻗는 순간…….
부우우욱.
아르센의 정복에 달려 있던 계급장, 헌병대장의 상징이 뜯겨 나갔다.
옷에서 떨어진 계급장이 리젠의 손으로 쭈욱 빨려 들어간다.
“이딴 식으로 하라고 내가 계급장 달아 줬냐?”
리젠의 손 위에 살짝 떠서는 빙글빙글 도는 계급장.
아르센은 귀신에 홀린 얼굴로 상대를 보았다.
이 상황.
저 능력.
아르센은 알고 있었다.
세상에서 이럴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
“서, 설마…….”
“그래, 나다.”
100년을 넘은 재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