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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고인 황제놀음-44화 (44/230)

두 번 고인 황제놀음 (44)

여기도 터지고 저기도 터지네

나는 콜레트의 머리를 벽에다가 박고는 염동력까지 동원했다.

그러고는 꽉 누르면서 밀고 나갔다.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끄아아아아악!”

안면으로 벽을 닦게 된 콜레트는 마력을 일으키려고 했다.

하지만 토하던 중이라서 정신 집중도 안 될 테고…….

쾅! 쾅!

나한테는 투시력이 있다.

나는 놈이 마력을 발동하기 직전에, 놈의 머리를 벽에다가 부딪쳐서 집중을 방해했다.

마력을 발동하고 유지하려면 집중이 필수.

일단 내가 이렇게 제압하고 나면 얼마든지 갖고 놀 수 있었다.

“꺼어어억!”

내가 쭉쭉 밀고 나가자 벽에 일자의 핏자국이 쭈욱 그어졌다.

“미, 미친!”

“저거 뭐하는 거야!”

헌병대원들은 기겁하면서 내게 달려들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쓱 돌아보고는 마력을 일으켜 보였다.

녹색 마력.

“……4, 4계위!”

덤비려던 헌병대원들이 반사적으로 멈춰 섰다.

세상이 말하기를, 마력은 7계위까지 존재한다.

인간이 내 나이에 3계위라면 천재고.

4계위면?

하늘이 내린 신동이다.

물론 마력전승을 잘 받은 인간도 가능하지만.

여하튼 어지간한 잡졸들은 덤빌 엄두를 못 낸다.

“야, 아직 안 죽었지?”

나는 콜레트의 이마를 벽에다가 꽉 누르고는 위아래로 박박 문질렀다.

“칙칙폭폭~ 벗겨져라, 머리, 머리~~.”

“으아아악!”

이마가 새빨개진 콜레트가 사정했다.

“카아아악! 그만, 그만해! 잘못했다!”

“그럼 다음 역에서 헌병대원 다 내리라고 해.”

“……아, 알겠다! 다들 내려라!”

콰앙!

콜레트가 말한 순간 나는 놈의 이마를 다시 벽에다가 박았다.

막 긴장을 풀었던 놈은 결국 거품을 물고 기절해 버렸다.

정리한 나는 헌병대원들을 돌아보았다.

“일사님 말 잘 들었지? 다음 역에서 다들 내려라?”

“이, 이놈이…….”

“대, 대체 어쩌려고? 귀족이랍시고 우리 헌병대를 능멸하고도 무사할 줄 아느냐!”

나는 기가 막혀서 말했다.

“헌병대라는 놈들이 기강 봐라? 감히 덤비지는 못하겠으니 협박이나 하네. 니들도 싹 머리 벗겨 버릴까?”

“…….”

“이 한심한 놈들아! 내 마력을 봤으니 겁먹고 끝이냐? 열차에서 소동이 벌어졌으면 목숨을 던져서 제압해야지! 너희들이 왜 특권을 받았는지 잊어버렸냐!”

내 일갈에 헌병대원들의 얼굴이 붉어졌다.

최소한의 수치심은 있나 보네.

그래도 덤비는 놈이 없으니 더 기대할 것도 없고.

“됐다. 너희들 같은 게 백 명 와도 쓰레기니까, 윗줄 데려와. 최소한 관리직으로.”

“…….”

다들 조용해졌다.

마침 열차가 감속하는 게 다음 역이 가까워진 모양이다.

나는 오르카에게 눈짓을 했다.

“다 내리는지 감시해. 혹시 열차에 헌병대원들 숨어 있는지 색출하고.”

“……아, 알겠다.”

오르카는 얼른 다크엘프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우르르.

다크엘프들이 헌병대원을 열차 밖으로 몰아낸다.

나는 오르카 옆에 남은 군터에게 말했다.

“야, 마력제어장치 갖고 있지?”

“그게…….”

“니들이 계속 개발하는 거 다 알거든? 얼른 내놔 봐.”

마력제어장치.

마력을 각성한 상대를 제압하고 구속할 때 쓰는 물건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마력을 발동하려면 정신 집중이 필요하다.

그러면 정신 집중을 못 하게 만들면 된다.

군터는 품에서 손바닥만 한 고리를 꺼냈다.

알아본 나는 식겁했다.

“야, 그거 사타구니에 채우는 거잖아?”

“아, 알아보시는군요? 오래전에는 손가락에 채웠는데, 손가락 한두 개쯤은 포기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요. 열 개쯤 있으니까 하나쯤 사라져도 된다? 그러면 딱 하나밖에 없는 걸 인질로 삼기로 했죠. 여기 안쪽에 철제 가시가 촘촘하게 돋아난 거 보이시죠? 마력 발동을 감지하는 즉시 이 고리가 꽉 조여들고, 남성기를 가시가 찢어발깁니다.”

“…….”

“단숨에 잘라 버리면 또 안 되니까요. 살살 찢어발길 수 있도록 고안을 했습니다.”

Deep darkelf fantasy!

내가 알아봐 준 게 기쁜지 군터는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아, 여자를 고문할 때는 어떻게 하냐고요? 물론 있습니다. 그건 삽입형인데…….”

“그래, 요원 놈들이 툭하면 고문질 했다는 게 새삼 기억났다. 얼른 채워.”

“예?”

“그럼 내가 채우랴?”

나는 콜레트에게서 물러나서는 턱짓했다.

군터는 똥 씹은 얼굴로 콜레트를 내려다보았다.

토하고 기절한 아저씨의 바지를 벗기고 싶진 않겠지.

군터는 옆의 다크엘프에게 철제 고리를 내밀었다.

“채워라.”

“……예?”

내리갈굼의 현장을 뒤로한 나는 오르카에게 다가갔다.

오르카는 곤혹스러운 표정이다가 내 팔을 잡아끌었다.

다른 다크엘프들에게서 떨어진 오르카가 말했다.

“대체 무슨 생각이지? 철도헌병대와 척을 졌다가는…….”

“그냥 오는 족족 대가리 깨 버리지 뭐.”

“젊은 인간인 네가 4계위라는 건 놀랍고 대단하다. 그래도 헌병대 관리직에도 4계위, 5계위가 있는데? 또 헌병대장은…….”

“나한테 대책이 있다.”

난 철도헌병대에 특권을 주면서도 제어장치를 만들어 뒀다.

당연한 일이다.

내 뒤를 이은 황제가 제대로 통제 못 할 수도 있으니까.

일단 그걸 꺼내면 헌병대 전체가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

내가 만들어 놓고 내가 쓰게 됐지만.

“관리직이 나오면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넌 신경 꺼라. 저딴 더러운 꼴 보느니 그냥 위부터 아래까지 싹 다 갈아 버리련다.”

나는 자식들에게 겸손하고 예의 바르게 살라고 했지, 모욕을 참으라고 하진 않았다.

아니, 설사 참는다고 해도 내가 못 참겠다.

선이라는 게 없어.

헌병대를 싹 물갈이해 버려야겠다.

오르카는 날 이상하게 보았다.

“네 기량이 대단하다 해도 결국 개인이다. 헌병대는 집단이고. 대체 어떻게 하려고?”

“오면서 들었는데, 헌병대 대장이 아르센이라며? 그럼 더 쉽지.”

내가 직접 계급장을 달아 줬던 놈이다.

놈은 감동해서 펑펑 울었고.

거기다가 제어장치까지 쓰면? 금방 처리된다.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진짜 그럴 것 같군.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냥 넌 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르카는 한숨을 쉬었다.

나는 빠르게 말했다.

“어차피 일은 벌어졌다. 헌병대 본부에 소식이 들어갈 거고. 움직임이 있기 전에 범인을 잡는다.”

“그래야지.”

“우리가 철도를 폭파하려는 범인을 잡는다면 헌병대의 수치, 망신 중의 망신이다. 그놈들은 감히 콜레트의 일을 따지지도 못할 거다.”

물론 그놈들이 모른 척한다고 해도 나는 안 넘어가겠지만.

나는 오르카를 보며 말했다.

“암살여왕도 이번 일로 널 문책할 수 없을 거다. 알았냐?”

“……그래.”

내 호언장담에도 오르카의 안색이 어두운 건 다크엘프의 수장, 자기 어머니에게 문책당할까 우려하는 거겠지.

친아들도 어려워하는 여자니까.

오르카는 잠깐 망설이다가 말했다.

“정보가 추가로 들어왔다. 이미 테러범이 이 열차에 탑승했다는군. 폭발물도 같이 들어왔다고 한다.”

“흠.”

다크엘프답게 엄청 빠른 정보 전달이다.

물론 헌병대는 믿지 않는 모양이지만 나는 믿는다.

내가 이 정보 전달로 군대를 움직이고, 온갖 일들을 처리했으니까.

나는 지시를 내렸다.

“자! 그럼 폭탄이 어디쯤에 설치되었는지, 범인이 있는지 수색해 봐.”

“맡겨 둬라. 그게 우리 다크엘프의 장기니까.”

오르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 머뭇거린 오르카가 말했다.

“……날 위해서 화내 줘서 고맙다, 리젠.”

“아닌데? 난 그냥 여자 밝히고 생각 없이 막 들이받는 얼간이라서 받아 버린 건데?”

“……진짜로 고맙다니까.”

내가 능청을 떨자 오르카는 거듭 말했다.

“솔직히 속 시원했다.”

오르카가 웃자 나도 씩 웃었다.

로열 클래스.

일단 수색에 나섰던 오르카가 돌아와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미안하다. 별 소득이 없군.”

“테러범이 탑승한 건 확실해? 적들이 계획을 포기한 건 아니고?”

“아니, 이건 어머니가 보내신 정보니 확실하다. 제국해방군은 24시간 안에 이 차량을 폭파하려고 할 거다.”

“그럼 아직 설치를 안 했거나…….”

내가 투시력으로 수색해 봐?

하지만 투시력을 계속 켜고 있으면 정신력 소모가 빠르다.

그리고 지금 설치되어 있단 보장도 없고.

오르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객실을 중심으로 다시 한 번 수색해 보겠다.”

“그래, 몸조심하고.”

나는 일행들을 불러 모아서 상황을 설명했다.

다들 놀란 얼굴, 나는 테이블 위에 철도 지도를 깔았다.

“범인을 잡으면 모두 다 해결된다. 그러니까 의견들을 내 봐라. 범인이 이 차량을 노린다는 건 확실하다. 그럼 언제, 어떻게 터트리려고 할까?”

“테러라면 사람들이 많이 보는 앞에서 터트리고 싶겠죠. 역에 정차하고 있을 때 아닐까요?”

하인켈의 의견.

가룰이 덧붙였다.

“그러면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역을 특히 더 조심하면 되겠군요.”

“한 가지 의문점이 있습니다.”

리세라가 말했다.

“테러범이 탔다고 하는데…… 폭탄은 어떻게 들여왔을까요?”

“다크엘프들이 수색하는데 소득은 없었습니다.”

“그럼 승객이 갖고 타지 않을까요?”

가룰의 말에 리세라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철도헌병대에 대해서 평판은 나쁘지만 그들도 100년 이상 철도를 경비한 이들입니다. 오르카가 경고를 한 이상, 테러에 대비해서 탑승객들의 짐을 수색했을 겁니다.”

“아, 저번 검문이 그래서였나? 하지만 뇌물을 주고 넘어갈 수도 있잖아.”

“안 넘어갈 수도 있어요.”

리세라의 대답.

꼬투리 잡기가 아니라 다른 의미다.

나는 생각하곤 말했다.

“그래, 철도헌병대는 황자를 모욕할 정도로 안하무인이야. 그런 놈들이 일반 승객을 살살 다룰까? 수색한다면 정말 탈탈 털어 버릴 거야.”

실제로 사람을 속옷만 입게 하고 수색하지 않았던가?

나는 단언했다.

“그러니 제국해방군은 승객으로 위장해서 들어오지 않았다.”

“예? 왜 그렇게…….”

가룰의 물음에 내가 설명했다.

“후작을 포섭하고 변란을 일으키고 철도를 폭파하려는 놈들이다. 물 흐르듯이 짜 둔 계획이다. 하지만 검문을 통과할 때 뇌물이 통할 수도 있지만 안 통할 수도 있잖아? 그런 운에 기대는 수단은 안 쓸 거야.”

“예.”

리세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계속 말했다.

“그리고 만약 승객이 갖고 탄다면…… 다크엘프들이 이미 발견했을 거다. 제국해방군이라는 놈들이 차량을 폭파하려고 한다면 철도헌병대의 검문과 다크엘프의 수색, 두 개의 벽을 넘어야 해. 그놈들 입장에서는 발각될 위험이 너무 높다.”

리세라가 말을 받았다.

“우리들이 오늘 이 차량을 이용할 거라고 예상할 수 없으니 며칠 전에 설치해 둔 것도 아닙니다. 설사 설치해도 다크엘프들이 찾아냈을 거고요.”

“그래, 그러니까…….”

나는 지도를 내려다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적의 입장에서.

내가 만약 제국해방군이라면 어떤 루트로 철도 차량을 노릴까?

승객이 불가능하고, 미리 차량에 설치할 수도 없다면?

“내가 철도헌병대를 두들겨 놨으니까, 뿔이 난 철도헌병대들이 대거 몰려올 거다. 제국해방군 입장에서도 그 전에 저지르고 싶을 텐데…….”

테러범이 일을 저지르는 건 코앞이다.

그러면…….

“젠장, 당했다.”

“예?”

나는 가룰에게 말했다.

“가룰, 저기 냉장고를 옆으로 치우면 문이 나올 거다. 그게 특수 쉘터니까 리세라와 함께 안으로 들어가서 피해 있어.”

“예?”

“명령이다! 얼른 해라.”

최악의 경우에도 딸은 안전하게 보호해야지.

리세라가 의아하게 내 쪽을 보지만 설명할 시간이 없다.

나는 하인켈에게 지시를 내렸다.

“너는 여기서 대기하다가 오르카가 돌아오면 내 말을 전해라. 그리고 만약의 사태가 발생하면 기관사를 최우선으로 지켜!”

“뭐라고 전할까요?”

“승무원이라고!”

나는 그렇게 외치고는 앞으로 달려 나갔다.

로열 클래스는 차량의 선두 쪽이다.

바로 다음 차량으로 넘어가면 승무원들 전용 공간이다.

관계자 외 출입 금지라는 플레이트.

쾅!

마력을 발동한 나는 대뜸 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갔다.

앉아서 쉬던 승무원 셋이 깜짝 놀라서 일어난다.

“뭐, 뭐야?”

“당신 누구야!”

셋을 살핀 나는 헤아렸다.

“이 차량의 승무원은 총 몇이지?”

“뭐?”

“상주하던 헌병대원들은 다 내렸다. 그러면 몇 명이냐고!”

포효.

내가 윽박지르자 다들 움찔하고는 몸을 움츠렸다.

마력도 없는 일반인들.

하지만 폭탄은 연습만 하면 누구나 다룬다.

“너희 승무원들은 자연스럽게 차량을 오갈 수 있지. 검표도 하고, 또 음식도 팔아야 하니까. 말해! 몇 명이냐고!”

그리고 철도 승무원과 철도헌병대는 한집안 식구다.

철도헌병대가 검문하는 방식쯤은 이미 알고 있으리라.

즉, 승무원이라면 여유롭게 폭탄을 반입한 다음에…… 적당히 상황을 봐서 터트릴 수 있다!

인간 남자가 오들오들 떨면서 말했다.

“여, 여섯 명입니다. 이 차량의 승무원들은 우리 말고 세, 셋이 더 있습니다!”

“그럼 셋은 지금 어디 갔지?”

“그건…….”

남자가 대답하는 순간.

콰아아아아앙!

폭음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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