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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고인 황제놀음-30화 (30/230)

두 번 고인 황제놀음 (30)

Life Will Change

저택 옥상.

슬슬 약속 시간이다.

밧줄을 굴뚝에 고정한 나는 마지막으로 점검했다.

밧줄 길이 적절하고.

2단 분리도 가능하고.

신발도 밑창에 고무를 깔아서 소리 안 나고.

허리에 밧줄 매듭까지 확인한 나는 발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투시력, 적외선 시야.

건물 안에 움직이는 열원들이 보인다.

집무실의 의자에 앉아 있는 인영, 그리고 둘러싸고 있는 것들이 여섯.

형국을 보니 의자에 앉아 있는 게 백작, 나머지들은 엘프이리라.

그리고 지금 복도를 통해서 접근하는 게 멜리우스고.

“…….”

사람들은 엘프의 청력에 놀라워하고 경원한다.

하지만 나는 엘프들을 병사로 다루면서 많은 것들을 알고 있었다.

첫째, 엘프는 청력을 줄일 수 있다.

실내에서 집 밖의 대화 소리까지 들리는 청력.

24시간 이러면 너무 불편하지 않겠는가?

집 밖에서 모기가 앵앵거리면 끔찍하지.

그래서 엘프는 스스로 자기 청력을 줄일 수 있었다.

단, 줄이면 줄이는 대로 번거롭고, 먹먹해진다고.

그래서 보통 엘프들은 줄이고 사는 걸 달가워하진 않았다.

둘째, 엘프는 자기들의 청력을 너무 믿는다.

청력이 뛰어나니 기습당할 일은 없다고 자신한다.

엘프를 기습하는 게 어려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방심한 적을 요리하는 게 쉬운 것도 사실이고.

“…….”

좋아, 멜리우스가 방 안에 들어갔다.

나는 멜리우스가 약속대로 직선으로 접근하는 상대를 확인했다.

짐작대로 의자에 앉아 있는 게 백작이다.

탁!

확인한 나는 그대로 지붕을 달려서는 아래를 향해서 뛰었다.

번지점프, 추락 도중에 염동력으로 방향을 전환한다.

휘이이익!

내 몸이 진자의 운동을 하면서 빨려 들어간다.

집무실의 창문을 통해서.

유리창을 맨몸으로 깨면 피범벅이 되지만 마력으로 방어하고!

쨍그랑!

“큭!”

“억!”

내가 유리창을 깨고 들어간 순간 일제히 비명들이 튀었다.

셋째, 엘프들은 기습적으로 큰 소리를 들려주면 인간 이상으로 패닉에 빠진다.

귀를 잡고 고통스러워하는 엘프 여섯.

나는 바로 로프를 분리하면서 몸을 날렸다.

“비켜!”

“크악!”

가장 앞에 있는 놈에게 대뜸 주먹을 꽂은 나는 그 두 번째 놈에게 달려들었다.

“흡!”

귀울림에 괴로워하면서도 상대는 마력을 불러일으켰다.

패닉 상태니 일단 전신 방어, 기본은 된 놈들이다.

“합!”

하지만 미리 예상한 나는 놈의 팔을 잡고 확 옆으로 던져 버렸다.

가드 굳힌 놈이야 잡으면 그만이지.

거기다가 지금 엘프들은 패닉 상태라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컥!”

미리 청력을 줄인 멜리우스도 둘을 붙잡아 두고 있었다.

내가 백작의 의자에 접근한 순간, 백작이 내 등 뒤를 보고 외쳤다.

“뒤!”

나는 손으로 책상을 짚고는 그대로 돌려 찼다.

마력을 휘감은 발차기.

뻑!

다리와 다리가 맞물리면서 충격이 울린다.

상대, 붉은 머리카락의 엘프가 놀라더니 크게 웃었다.

“강한데, 인간!”

우리 둘 다 충격에 비틀거리지만…… 책상을 짚고 염동력을 쓴 내 균형 회복이 더 빠르다!

내가 책상을 손으로 치면서 쇄도하자 놈은 자세를 낮추고는 팔로 커버했다.

뻑! 퍽!

나는 하단을 노리고 로우킥을 날린 직후에, 마력을 실은 주먹을 갈겼다.

마력 없는 공격부터 날리면 종종 낚여서 가드를 푸는데…… 놈은 묵묵히 상반신을 방어했다.

그러고는 반격해 온다.

휙!

빠르고 묵직한 주먹.

나는 몸을 틀어 흘리면서 반격하려다가…… 그냥 물러났다.

놈의 눈빛을 보고.

“…….”

내가 반격하겠다고 손을 뻗으면 그걸 잡아챘을 것이다.

실내에서 적이 다수인 상황, 붙들리면 내가 지는 거다.

“하하, 촌구석에 이런 놈이 있네!”

호기를 잡은 놈이 뛰어 들어오자 나는 제자리에서 재주를 넘어 피하며 올려 찼다.

리젠의 몸은 근력이 부족하지만 유연성은 괜찮은 편이다.

섬머솔트킥이 깔끔하게 들어간다.

“컥!”

턱을 정통으로 얻어맞은 놈이 비틀거린다.

“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왜 왔니~.”

나는 손을 뻗어서 백작이 앉았던 의자를 잡아서는 던져 버렸다.

“윽!”

놈이 반사적으로 머리를 팔로 보호하자 나는 이어서…… 책상을 꽉 잡았다.

2계위의 마력으로도 얼른 들어 올릴 수 없는 철제 책상, 그러면 염동력까지 쓴다!

“어어어어!”

콰아앙!

책상에 얻어맞은 빨강 머리가 비명을 지르면서 벽으로 밀려났다.

“그만!”

그때 비명 같은 외침이 울렸다.

하지만 집에 쳐들어온 마피아 새끼들 두들기는데 말을 듣겠냐?

거기다 이 빨강 머리는 졸개가 아니다.

여기서 패 둔다!

“맞으려고 왔단다~ 왔단다~. 왔단다~.”

콰아앙!

나는 책상에 맞고 비틀거리는 놈의 머리를 붙잡고는 벽에다가 처박았다.

뇌가 흔들리는 충격, 정신을 차릴 시간을 주지 않고 짧게 연타!

쾅! 쾅! 콰앙!

“컥!”

계속 골이 흔들린 빨강 머리는 기겁하고는 전신을 마력으로 방어했다.

그러자 나는 손에 마력을 두르고는 염동력까지 쓰면서 놈의 머리를 꽉 눌렀다.

“크아아악!”

벽이 부서지지 않을 정도로.

그리고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절묘하게 압력을 조절한다.

제압 완료.

“커, 어어억…….”

마력방어는 마력을 담은 공격에 뚫린다.

거기다 나는 놈의 안면을 벽에 꽉 눌러서 호흡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

물론 이놈도 마력을 쓰면 떨치고 나올 수 있겠지.

하지만 그러면 머리 방어가 약해지고…… 계산 잘못하면 두개골이 박살 난다.

“그만하라고 했다!”

“그래서 아직 안 죽였잖아.”

빨강 머리 엘프의 머리를 꽉 잡은 나는 차분하게 돌아보았다.

보란 듯이 노란색 마력을 불러일으키면서.

3계위, 내가 만만찮은 상대라는 걸 보여 주는 거다.

소리치는 건 검은 머리카락의 엘프, 멜리우스가 잡아 놓던 놈이었다.

“야, 웨인! 뭘 그만해. 나 아직 한창 하는 중…….”

우득.

빨강 머리가 괜한 소리를 하자 나는 발로 놈의 발목을 꽉 눌렀다.

아스팔트를 박살 낼 정도로.

“커흑!”

머리 방어에만 집중하던 빨강 머리가 비명을 질렀다.

얻어맞고 밀려났던 엘프들이 멈칫하고는 나를 본다.

나는 빠르게 말했다.

“일단 백작부터 내보내.”

내가 난투를 벌이자 백작은 얼른 멜리우스의 뒤로 물러나 있었다.

흑발 엘프가 즉각 말했다.

“다들 비켜서라.”

“…….”

내가 붙든 놈을 제외하고 다른 엘프들은 군말 없이 뒤로 물러났다.

나는 백작에게 일렀다.

“나가셔서 로데릭을 찾으시죠.”

“그래, 조심해라.”

백작은 가타부타 않고 자리를 피했다.

가문의 수장인 그가 이 자리에 있으면 리브라타에 이로울 게 없다.

또 내 행동의 폭이 좁아진다.

그걸 알고 주저 없이 결단한 것이다.

백작이 나가자 멜리우스가 내 쪽으로 와서 섰다.

“자, 그럼 정산 시작할까?”

나는 빨강 머리를 놓아주고는 물러났다.

계속 붙잡아 두려면 마력이 그만큼 소모된다.

난 마력 분배를 잘하는 거지, 마력 자체는 적은 편이다.

인질을 계속 잡아 두면 나만 피곤하다.

“……뭐야, 저거?”

비틀거리면서 물러난 빨강 머리가 입가를 훔치면서 나를 보았다.

나는 무시하고 손님용 의자를 끌어와서 앉았다.

하는 김에 다리까지 꼬고.

“이 집 막내, 리젠 리브라타다.”

“…….”

상대는 정장을 쫙 빼입고 온 엘프 여섯이다.

복장 통일, 위압감 조성하는 거지.

하지만 나는 여유롭게 앉아서 받아쳤다.

허세라 여길 수도 있겠지만 내가 방금 보인 전적이 있다.

엘프들도 좀 긴장한 얼굴이었다.

내가 보통 인간이 아니라는 걸 몸으로 겪었으니까.

흑발 엘프가 내게 목례했다.

“실례하지. 나는 4황녀 전하를 호위하는 엘프, 웨인이라고 한다.”

“그쪽, 빨강 머리는?”

“베르크다.”

웨인과 베르크.

척 봐도 다른 엘프보다 급이 높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는데 웨인이 말했다.

“뭔가 상호 간에 오해가 있던 모양인데…….”

“아, 바람의 가호까지 쓰고 온 놈이 지랄할래?”

내가 날카롭게 말했다.

“엘프들이 갑자기 집주인의 방에 들이닥쳐서 포위하는 게 최대한의 무례함이라는 걸 내가 모를 줄 아냐?”

“……그저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을 뿐이다.”

“지랄, 계속하면 끝장 보자는 걸로 안다?”

내가 으르렁거리자 웨인이 당황해서는 멜리우스를 쳐다보았다.

멜리우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우리 문화에 아주 해박하다. 괜한 수작은 부리지 마라.”

“……좋아, 실례했다.”

웨인이 사과했다.

리브라타는 엘프의 후원을 받는다지만 그게 종속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엘프로서도 대놓고 인간의 귀족들을 함부로 대할 순 없다.

원론적으로는 양자는 동격, 사업 파트너인 셈이다.

주도권을 잡은 나는 빠르게 말했다.

“근자에 갑작스럽게 방문한 엘프들이 패악스럽고 무례한 일을 저질렀다. 집주인의 가족들이 밥을 먹는데 대뜸 모욕하고 음식에 흙을 뿌렸지. 이는 엘프의 법에 따르면 죽어도 할 말 없을 텐데?”

“…….”

“거기에 더해서 초대 황제를 모욕하는 중한 죄까지 저질렀다. 황녀를 수행한다는 엘프들의 정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

웨인은 멈칫하고는 베르크를 보았다.

베르크는 날름 혀를 내밀어 보였다.

척 봐도 한 집단에 머리가 두 개군.

웨인은 난감해하면서 말했다.

“……지금 그건 리브라타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우리 쪽에서 확인해 보겠다.”

“교과서적인 대답이네. 그럼 버르장머리를 고쳐 드린 엘프들의 증언이라면 믿을 거냐?”

패트릭이야 달아났지만 아직 엘프 넷은 남아 있었다.

나는 책상을 가볍게 치며 말했다.

“거기에 더해서 방금도 무례하게 굴었지? 인간이라고 해도 갑자기 단체 손님이 찾아와서 안방을 포위하면 위협적으로 느끼거든.”

“…….”

“아, 너무 고민하지 마. 손해배상으로 퉁 쳐 줄 테니까.”

나는 웨인을 보며 씩 웃었다.

“말로 미안하다고 해서 끝날 지점은 지났다. 한 30억 내놔라.”

“……미쳤나?”

“이거 많이 깎아 준 건데?”

그러자 웨인은 멜리우스를 노려보았다.

“멜리우스 님, 당신은 리브라타에 머물더니만 완전히 인간들하고 정신이 묶여 버린 겁니까?”

“왜 나한테 화살이 돌아오지?”

“네가 엘프들 시선 끌어 준 덕에 내가 창문 깨고 들어오는 게 성공했잖아.”

설명해 줘도 멜리우스는 진짜 모르겠단 얼굴이었다.

“방문의 예의를 어긴 건 너희들이다.”

“리브라타는 인간의 가문입니다. 우리가 굳이…….”

웨인의 말에 나는 정색했다.

“이 새끼들 보소? 니들은 니들 편할 때는 엘프의 예법을 적용하고, 불편하면 인간 집이냐? 여기가 뷔페인 줄 알아? 마음대로 골라 먹게?”

원래 엘프들은 자기들의 예법, 문화를 고집하면서도 불리할 때는 지들 멋대로 구는 경향이 있었다.

뭐 사람이라면 다들 그러지만 엘프는 좀 심했다.

황제 시절의 기억까지 올라오니 짜증 난다.

나는 베르크를 보며 말했다.

“야, 너 패트릭 시켜서 우리 집안을 쑥밭으로 만들라고 했다며?”

“그런 적 없는데?”

“패트릭이 불었고, 나머지 네 놈도 이미 증언했는데?”

“허튼소리, 그놈들에겐…….”

베르크가 멈칫했다.

단순한 유도였는데 빈틈을 보인 것이다.

“왜? 패트릭에게만 내린 특별 지시라고?”

“…….”

“이야, 이게 알려지면 아주 큰 스캔들일 것 같은데? 넷째 황녀의 호위들이 12가문인 리브라타를 엎어 버리라는 밀명을 내렸다니 말이야.”

나는 은근하게 말했다.

“다른 이종족들에게는 크로셀의 음모보다 이쪽이 훨씬 더 흥미로울 것 같은데?”

“…….”

웨인은 크게 한숨을 쉬었다.

보아하니 패트릭의 일은 베르크의 단독 결정. 하지만 책임자는 웨인이다.

“……원하는 게 뭐냐?”

“말했잖아, 30억. 얼른 내놔.”

개인에게야 큰돈이지만 종족은 충분히 지불할 수 있다.

웨인은 엄숙하게 말했다.

“우리 엘프들에게 그만한 돈은…….”

“지랄, 제국 철도 건설할 때 니들에게 보상금은 넉넉히 나갔다.”

내가 만든 제국 철도.

엘프들이 오래 살았던 근거지를 직통해야 했고, 보상금을 넉넉하게 쥐여 줬다.

그걸 100년 만에 날렸다는 건 개소리지.

“…….”

웨인은 잠시 셈하는 눈치였다.

돈을 주고 내 입을 막을까, 아니면 칼로 막아 볼까.

결국 웨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비록 패트릭의 독단이었다고는 하나 아주 불미스러운 사건, 불문에 부치는 대가로 소정의 보상금을 지불하도록 윗선에 이야기를 해 보겠다.”

“말은 됐고, 계약으로 하자.”

나는 오기 전에 만들어 둔 계약서를 꺼내 들었다.

엘프어로 써 두고, 공증인에 하인켈의 서명까지 받아 뒀다.

엘프 엿 먹이는 일이라니 하인켈은 신나서 동참했다.

“아, 다크엘프 공증인이니 마음에 걸린다고? 걱정하지 마라. 거기 특약 사항 적어 뒀잖아? 계약이 성립하면 공증인도 이 일을 발설치 않겠다고.”

“야, 웨인. 정말 할 거야?”

베르크는 어이없어하는 얼굴이었다.

웨인은 한숨을 푹 쉬었다.

“조용히 해라. 이는 황녀님의 체면과도 연관된 일이다.”

“아니, 뭐 이런 미친…….”

“내가 알아서 한다.”

웨인은 딱 잘라 끊고는 사인했다.

계약서를 챙긴 나는 씩 웃었다.

“좋아, 30억을 받는 순간 우리 리브라타 가문은 패트릭의 난동을 머릿속에서 지워 주지. 이제 다음 용건은?”

집무실을 급습했던 일을 따져 봐야 정치적으로 둘러댈 것이다.

일단 본론으로 들어간다.

웨인이 말했다.

“4황녀님께서 제국의 앞날을 늘 걱정하시던 차, 크로셀 후작 사건의 중대함을 알고 살펴보려고 하신다. 증인 알리시아 크로셀을 인도하기 바란다.”

“이상하네.”

“무슨 소리냐?”

“알리시아를 받겠다고 황녀가 직접 행차해?”

나는 벽에 걸려 있는 그림을 가리켰다.

리브라타의 상징, 저울이 그려진 그림.

“한쪽에는 황녀, 다른 쪽에는 후작의 딸, 서로 무게가 안 맞는데?”

“……난 전후 사정을 모른다.”

“정말 모르냐? 패트릭을 보내서 쑥밭으로 만들라고 했던 이유는 뭔데?”

내가 웃자 베르크가 노려보았다.

“야, 노려보지 마. 돈 받으면 잊어 준다니까? 아직 안 받았다? 애당초 너희들이 황실의 권위를 존중했던가?”

내 넷째 딸은 사정상 엘프들 사이에서 발언권이 작다.

패트릭을 보낸 베르크, 백작을 인질 삼으려고 했던 웨인.

둘 다 독단이겠지.

그러면 알리시아를 확보하려는 것도 다른 엘프들의 결정이라고 봐야지.

반역을 도모한 크로셀 후작과 엘프들이 거래한 게 드러날까 봐.

입막음.

그게 바로 엘프들이 유달리 빠른 결정을 내린 이유.

그리고 베르크와 웨인은 그 밀명을 받았을 테고.

황녀는 어디까지나 얼굴마담이다.

“이게 황녀의 지시야, 아니면 더 위야? 너희들은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명령받고 이러냐?”

나를 보는 베르크의 눈이 달라졌다.

살의.

내가 너무 파고드니 입막음을 하겠다고.

마피아다운 놈들이다.

물론 나는 그러라고 의중을 내비친 것이지만.

베르크를 잡고 그걸 빌미로 엘프들을 콱 찍어 누른다.

황제로서 일곱 종족을 휘어잡기 위해서 숱하게 해 본 일이었다.

팽팽해진 공기.

일촉즉발의 순간, 갑자기 밖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황녀 전하가 도착하셨습니다!”

“…….”

베르크가 나를 노려보던 시선을 천천히 깔았다.

그러자 나도 몸에서 힘을 뺐다.

싸움은 잠깐 미루고.

그보다는 다른 마음이 앞섰다.

딸을 다시 본다.

그리움과 반가움, 약간의 두려움이 들었다.

나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서 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앞머리도 정리하고.

거울을 볼 틈이 없으니 멜리우스에게 물어봤다.

“나 좀 어때 보이냐?”

“서 있군.”

“…….”

이놈도 좀 많이 아니야.

달칵.

그 순간 문이 열렸다.

내 넷째 딸.

리세라 카라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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