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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고인 황제놀음-28화 (28/230)

두 번 고인 황제놀음 (28)

보다 확실한 쪽으로

다음 날 오전.

리젠의 침실.

일어난 나는 트럼프 카드를 바닥에 늘어놓았다.

“자, 이제 두 번째 초능력을 써 볼까.”

트럼프를 바닥에 뒤집어서 깐 나는 정신을 집중했다.

간단한 게임이다.

트럼프를 뒤집어서 짝을 맞추는 게임.

보통 사람은 상당한 시행착오를 거쳐야겠지만…….

“좋아.”

정신을 집중하자 하나하나 또렷하게 보인다.

내 두 번째 초능력, 투시력(透視力).

휙! 휙! 휙!

염동력으로 카드들을 파라락 넘겼다.

단숨에 모든 카드 맞추기 성공.

투시력이 있으니 당연하다고? 투시에도 여러 가지가 있고 그중 하나를 골라서 유지하는 건 집중력이 필요하다.

보통 초능력, 투시력이라면 음흉한 상상을 하기 마련이다.

속옷이나 알몸을 훔쳐보는, 뭐 그런 거.

하지만 난 주로 적의 몸 내부를 들여다본다.

적의 몸속, 마력 전달과 근육 수축을 보는 거다.

“사람은 몸을 움직이기 전에 뇌에서 신호를 보낸다. 마력도 마찬가지지.”

보통 마력은 한정된 자원이다.

마력검을 쓸지, 아니면 전신에 마력을 둘러서 방어할지, 특정 부위만 마력으로 강화할지, 지금 자기 마력은 얼마가 남았고 적은 얼마쯤 남았는지.

일일이 고려하면서 분배해야 한다.

그걸 못 하는 패트릭 같은 놈은 그냥 맨손으로 으깨 버릴 수 있다.

마력으로 방어 안 하는 부분만 골라 치면 되거든.

“물론 패트릭이야 그냥 얼간이지만.”

숙련된 전사들은 적절하게 마력을 쓰면서 싸움을 풀어 나간다.

그리고 나는 투시력으로 적이 어디에 마력을 집중할지 사전에 읽을 수 있었다.

또 칠죄신의 종복들, 처음 보는 괴물들의 약점도 꿰뚫어 볼 수 있고.

“건물 꿰뚫어 보는 건 아직 흐릿한가. 음, 적외선 시야는 되고.”

나는 여러 가지 투시력을 시험해 보았다.

투시력은 사람만이 아니라 벽을 뚫고, 그 너머도 볼 수 있었다.

열원으로 생물을 감지할 수도 있고.

지금 수준을 가늠한 나는 다시 연습으로 돌아갔다.

파라라락!

52장의 트럼프 카드가 일제히 솟구쳐 오른다.

어지럽게 떨어진 카드들이 단숨에 가지런한 덱이 된다.

착! 착! 착!

다시 카드들을 바닥에 깔고 짝을 맞춘다.

이 과정에서 손가락은 하나도 까닥하지 않았다.

염동력과 투시력의 동시 사용이다.

초능력은 단련할수록 성장하니 틈나면 연습이다.

“문제는 내 딸이…… 알던가?”

나, 시릭 카라카스는 초능력에 대해서 가급적 숨겼다.

하지만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내 아내들은 알게 되었고.

“또 자식에게 말해 주었을 수도 있지. 으음…….”

아무튼 초능력은 가급적 감추면서 싸우는 게 나았다.

만에 하나 내가 시릭이라는 게 알려지면 일이 복잡해질 테고.

“넷째 딸이라…….”

내가 집무실에 일하고 있으면 몰래 숨어들어 오던 녀석.

숨바꼭질이라면서, 내 책상 아래 빈 공간에 숨어서는 눈을 반짝거리던 딸.

재잘거리다가 잠들어 버린 모습이 몹시도 사랑스러웠다.

“보고 싶다.”

문득 그리운 마음이 솟구쳐 오른다.

안아 주고 싶고, 뽀뽀해 주고 싶고, 업어 주고 싶고…….

물론 이제는 어엿한 황녀 전하, 리젠인 내가 그랬다가 주변에서 보면 난리 나겠지.

그래도 아버지 마음이라는 게 참…….

똑똑!

“도련님.”

노크 소리, 아멜리아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는 무심코 돌아보았다가 멈칫했다.

아직 투시력을 켠 상태.

아멜리아의 옷 아래가 보였다.

“…….”

보통 애송이라면 호들갑을 떨겠지만 난 다르다.

여덟 번 결혼한 미친놈이 고작 이 정도로 당황할까?

그저 민망하지.

“리젠 도련님? 왜 눈을 피하세요.”

“오늘따라 예쁘네, 아멜리아.”

“……예?”

아이고.

나오는 대로 말했던 나는 아멜리아를 돌아보았다가 얼른 다시 시선을 돌렸다.

투시력 끄는 걸 깜빡했어.

아멜리아는 얼굴이 붉어져서는 굳은 채로 서 있었다.

“……백작님이 찾으세요.”

“아, 그래. 갈게.”

“백작님은 아직 모르시는 것 같은데…… 괜찮겠어요?”

아멜리아가 걱정했다.

내가 패트릭을 비롯한 엘프들을 패 버리고, 가둬 놓은 사실.

아직 리브라타 백작은 모르는 상태였다.

난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아멜리아가 걱정할 거 없어, 내가 말씀드리고 해결할게.”

“예, 그럼…….”

아멜리아는 왠지 바로 나가지 않고 머뭇거렸다.

“……여자에게 그런 말씀 함부로 하시면 안 돼요.”

“뭐?”

내가 무심코 돌아보았지만 아멜리아는 대답 않고 나가 버렸다.

그 뒷모습을 봤던 나는 얼른 고개를 숙였다.

아, 투시력 좀 끄자!

백작의 집무실.

내가 찾아가자 백작이 일어나면서 맞아 주었다.

“그래, 왔느냐?”

“예.”

“내가 할 말이 있어서 불렀다. 다름이 아니라…… 머지않아 황도로 올라가기도 할 테고. 네게 제대로 된 검이 필요할 것 같아서 말이다. 네 생각은 어떠하냐?”

검이라…….

당연히 필요하다.

사람마다 마력파장이 조금씩 다르다.

마력검을 그냥 아무 검에나 쓰면 못 버티고 깨져 버린다.

제대로 쓰려면 사용자에게 맞춘, 커스터마이징 된 검이 필요하다.

황제 시절에 쓰던 검들이야 이제 못 쓰고.

“필요하긴 합니다. 다만 지금 당장은 좀 아니네요.”

“그래? 상인을 불러서 주문할 생각이었는데.”

“아, 그게 돼요? 도시에 나가서 주문하는 게 아니라요?”

“이 녀석아, 대체 언제 적 소리냐? 연락을 넣으면 마녀가 와서는 측정해 줄 거다.”

백작이 웃음을 터트렸다.

내가 살던 시절보다 이런 건 발전했군.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전 좀 각별한 검이 필요한데요. 아주 비쌀 겁니다.”

“녀석, 아들에게 검 하나 못 해 주겠느냐?”

“아니, 그게…… 진짜 비쌀 텐데요?”

마력의 수준이 올라갈수록 그걸 버텨 내는 검도 정성 들여서 만들어야 한다.

그만큼 비용도 올라간다.

내 지금 수준은 3계위, 머지않아 4계위에 도달할 것이다.

4계위의 마력검은 10억이 훌쩍 넘는다.

그것도 100년 전 시세, 지금은 더 비쌀지도 모르지.

백작은 그저 웃기만 했다.

“됐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너는 걱정 말고 측정이나 하면 된다. 그럼 그렇게 알고 연락을 넣어 두마.”

“예.”

에라, 어차피 검 자체는 필요하니 받자.

또 백작이, 아버지로서 아들에게 검을 선물해 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갔다.

괜히 물리고 싶지 않았다.

가격 비싸게 때리면 내가 흥정하면 되겠지.

“그리고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응? 무슨 일이 있느냐?”

나는 일련의 사태를 설명했다.

백작의 얼굴이 심각해지더니 탄식했다.

“그래, 엘프들이 그랬다고?”

“죄송합니다. 좀 참기 힘들었습니다.”

“아니, 음식 귀한 줄 몰랐으니 나라도 화를 냈을 거다. 잘했다. 잘했다만…….”

“말씀드렸지만 멜리우스가 우리 편을 들어 줄 겁니다. 또 제가 따로 생각한 교섭 방법도 있습니다.”

백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 뜻이 그러하다면 알아서 해라.”

“지금부터 설명드릴 생각이었는데요. 괜찮으십니까?”

“이 녀석아, 너와 로데릭이 힘을 합쳐서 이번 난관을 잘 극복하지 않았느냐? 내가 뭘 더 말할 게 있겠느냐?”

백작은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형제가 서로 힘을 합쳤으니 그걸로 충분하다. 엘프의 후원 따위는 잃어도 되니 너희 둘이서 마음껏 활개를 치거라.”

“감사합니다. 그러면…….”

“다만 하나 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데 말이다.”

백작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리젠, 알리시아는 지금 이 저택에 머무르고 있다. 그녀와 파혼할 마음은 여전하냐?”

“예.”

나는 1초의 유예도 없이 즉답했다.

백작이 난감한 신음을 흘리자 내가 웃었다.

“크로셀 후작의 딸이라고는 하나, 우리를 도와줬는데 파혼하면 내치는 모양새가 되어 버린다. 내가 파혼하면 주변에서 그런 식으로 보지 않겠냐고요?”

“남의 시선은 아무래도 좋다. 하지만 네 결정이라 해도 은인을 저버리는 것 같아서 내키지 않는구나.”

“저와 결혼한다고 그게 구원이겠습니까? 인생의 무덤으로 깔쌈하게 슛이지.”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따로 생각해 둔 게 있습니다.”

“음, 방법이 있느냐?”

“알리시아는 후작의 딸이 아닙니다.”

알리시아 본인이 그리 말했고, 하인켈의 정보도 있으니 확실하다.

백작의 안색이 변했다.

“……지금 그게 무슨 소리더냐? 확실한 거냐?”

“예.”

“무슨 그런 일이…….”

백작은 곤혹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약혼한 리브라타도 모를 정도로 내밀한 이야기였다.

나는 잘라 말했다.

“엘프들은 보통 결정이 늦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4황녀라는 거물을 바로 보냈어요. 평소와 다르게 신속한 반응,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단 겁니다.”

“그 이유가 알리시아라는 거냐?”

“예. 알리시아는 하프엘프, 부모 중 하나는 엘프죠. 그럼 크로셀 후작과 엘프 사이에 거래가 오갔고, 엘프들은 지금 그걸 덮으려는 겁니다.”

내가 단정했다.

“사건의 증인이랍시고, 알리시아를 내놓으라고 할 공산이 큽니다. 우리를 압박하기 위해서 황녀라는 거물을 보낸 거예요.”

백작은 한참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 설명을 따라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귀가 맞구나. 그럼 어떻게 할 것이냐?”

“적의 약점을 휘어잡아서 우리 말을 듣게 해야죠.”

“그럼 약혼을 유지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 파혼해 버리면 우리가 알리시아 양을 보호할 명분이 사라지는데?”

“그런 명분이야 만들면 그만입니다. 애매한 약혼 따위가 아니라 보다 확실한 관계 말이죠.”

나는 씩 웃었다.

“집에 사람 일할 자리 하나만 만들어 주시죠.”

“뭐?”

“세상에 고용 관계보다 확실한 게 어디 있겠습니까?”

마음보다야 돈이 오가는 게 확실하지.

* * *

부르작 후작의 임시 처소.

부르작 후작은 무릎을 꿇고 덜덜 떨고 있었다.

알라카스 산맥 부근을 호령하는 귀족인데도.

“그러니까 네놈은 크로셀 후작이 꾀한 일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다?”

“……어, 없습니다. 아무것도 모릅니다!”

부르작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조아렸다.

그를 냉랭하게 쏘아보는 뾰족한 귀의 남자.

상대는 엘프였으니까.

물론 이종족이라도 제국의 귀족에 대해서 무작정 막 대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 부르작은 필사적이었다.

“크로셀이 역모를 꾸몄다니! 전혀 몰랐습니다!”

“흐으음.”

역모, 제국에 대한 반역.

여차하면 가문 전체가 멸족을 당하고 영지가 몰수당할 수도 있었다.

부르작은 눈물, 콧물을 흘리면서 손을 싹싹 빌었다.

“사, 살려 주시죠! 황녀님! 저는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고…….”

“일개 인간 놈이 어디서 함부로 황녀님을 부르는가!”

뻐억!

심문하던 엘프는 칼집을 휘둘러서 부르작의 머리를 후려쳤다.

부르작은 나동그라져서는 벌벌 떨었다.

그걸 혐오스럽게 내려다본 엘프 남자가 재차 내려치려고 했다.

아예 때려죽일 심산으로.

“그만.”

휘장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

엘프 남자는 멈칫하고는 돌아보았다.

“이자가 거짓말을 하는 걸 수도 있습니다. 좀 더 쥐어짜야 합니다. 황녀님.”

“그만하세요, 웨인. ……명령입니다.”

“…….”

엘프 남자, 웨인은 험하게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뒤로 물러났다.

부르작은 덜덜 떨면서 휘장을 바라보았다.

어렴풋이 비치는 사람 그림자.

천년제국의 초대 황제, 시릭 카라카스의 피를 이은 고귀한 혈통.

“크로셀의 딸, 알리시아는 리브라타 저택으로 갔다고요?”

“……예, 예. 저는 아는 대로 다 말했습니다. 틀림없습니다.”

“그럼 우리도 그쪽으로 출발하죠. 웨인, 방문의 예를 취하세요.”

“예, 그럼 이만 물러가서 준비하겠습니다.”

웨인은 부르작의 덜미를 붙잡고는 방을 나왔다.

부르작이 덜덜 떨면서 눈치를 보자 웨인은 한숨을 쉬고는 놓아주었다.

“혹여 다시 물어볼 게 있을지도 모르니 얌전히 대기해라. 알았냐?”

“아, 알겠습니다!”

부르작은 머리를 조아리고는 부리나케 빠져나갔다.

웨인이 눈살을 찌푸리고 보는데 다른 엘프 남자가 다가왔다.

“안 죽이고 풀어 주다니. 마음도 참 넓네?”

“베르크.”

“리브라타 좀 밟아 놓으라고 패트릭을 보냈는데 맞고 왔다. 인간들이 제법 대가 센데?”

베르크가 유들거리자 웨인은 눈살을 찌푸렸다.

“누가 마음대로 그러라고 했지? 거기에는…….”

“내가 네 명령을 들어야 하냐? 우린 같은 1급 전사라고.”

“…….”

웨인은 눈살을 찌푸렸다.

엘프는 네 개의 부족으로 나뉘어 있고, 서로 거리가 있었다.

웨인은 검은 백합, 베르크는 회색 코스모스.

서로 명령할 수 없다.

베르크는 방 안을 바라보면서 휘파람을 불었다.

“하여간 황녀도 참 쓸데없이 우유부단하다니까. 인간을 팍팍 죽여 나가면 일이 팍팍 풀릴 텐데.”

“황녀님의 결정에 토를 달다니, 불경하다.”

“불경해? 뭐가? 나는 코스모스고 방 안에 계신 분은 장미인데? 우린 서로 다른 부족인데 왜 존중하지?”

베르크가 코웃음을 쳤다.

황제의 권위는 제국민이라면 응당 인정하는 것.

하지만 엘프 내부에서는 이야기가 달랐다.

황제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는 건 삼가지만, 그 피를 이은 딸을 대하는 태도는 여러 가지로 복잡했다.

그걸 감안해도 베르크는 막 나가고 있었지만.

“시릭 카라카스는 대단해. 그래, 인정해. 소문이 부풀려진다는 걸 감안해도 정말 대단한 인간이었지. 하지만 그게 그 딸까지 존중해 줘야 할 이유가 되나?”

“베르크, 지금 네 언동은 도를…….”

“뭐가 틀렸지? 우린 엘프고 저 방 안에 있는 건 잡종이라고.”

“베르크!”

웨인이 칼자루를 잡자 베르크는 턱짓했다.

뽑아 보라고.

“…….”

웨인이 이를 꽉 악물자 베르크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등신아, 저 방 안의 잡종도 지금 우리 대화 정도는 들을 수 있어. 내가 이러는 것도 알고 있다고. 하지만 뭐다?”

베르크가 자기 목을 엄지로 그어 보였다.

마력을 담은 손가락, 피가 주르륵 흘러나온다.

베르크는 눈을 번뜩거리면서 말했다.

“내 목을 칠 힘도! 권위도! 용기도 없다! 아무리 위대한 자의 딸이라고 해도 저딴 장식물에 복종하나? 그건 개나 말이나 하는 짓이야!”

“…….”

“웨인, 정신 차려. 왜 호들갑인데? 저 잡종이 듣는 게 무서워? 왜?”

베르크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 맞아. 황녀는 존중해야지. 우리 엘프도 황제 자식이 하나 있어요. 그러니까 다크엘프나 천족에게 뒤떨어지지 않아요. 명분, 장식품으로 필요하지. 나도 그래서 선은 안 넘잖아?”

“…….”

“하지만 딱 그 정도면 된다. 정신 차려. 나보다 약간 나은 놈이 땅바닥 벅벅 긁는 거 보면 짜증이 난다.”

베르크는 코웃음을 쳤다.

“장로들이 저 여자 호위로 우리 둘을 골라서 붙인 이유도 좀 생각해 보고. 현재 날리는 1급 전사들 중에서 약혼도 안 하고 배우자도 없는 게 우리 둘이지.”

“…….”

“제발 정신 좀 차리자. 우린 여차하면 다 묻어 버려야 해. 그러려고 왔잖아. 난 널 믿고 있는데 넌 날 안 믿어 주네?”

“…….”

“왔으니까 일이나 잘하자, 잘해.”

베르크는 휘파람을 불면서 돌아섰다.

전투 능력만 치면 웨인이 위.

하지만 웨인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리젠이 자기 딸을 만나기 하루 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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