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고인 황제놀음 (23)
주도권은 우리가
리브라타 가문의 장남.
로데릭 리브라타는 이마를 누르고 침대에 앉아 있었다.
그는 부상자, 허벅지의 자상으로 안정을 취해야 하는 몸이다.
하지만 의사의 만류에도 그는 잠을 미루고 있었다.
“리젠.”
그의 옆 침대에 누운 막냇동생.
불타는 저택 속에서 그와 함께 나온 리젠은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의사는 화재의 유독가스를 들이마신 바람에 의식불명 아닌가…… 하고 말끝을 흐릴 뿐.
“돌팔이 놈.”
로데릭은 저도 모르게 욕지거리를 뱉었다.
동생을 내려다본 로데릭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대체 어쩌자고 그런 일을 했는지 모르겠다.
“내가 미쳤지. 미쳤던 거야…….”
그가 후회하는 건 기사장 우로스를 사주해서 동생을 손봐 주려고 했던 일이었다.
대체 왜 그랬을까?
리젠이 자기 자리, 장남인 자길 제치고 아버지 눈에 들려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엘프어를 익혔다는 건 다년간의 계획이었던 거고.
동생에게 당했다.
배신감이 들었다.
“난 대체……. 이놈이 그럴 리는 없었는데.”
로데릭은 눈을 가리고 뼈저리게 후회했다.
리브라타는 약소 가문, 스스로도 2대 황제가 될 거라고는 꿈도 꾸지 않았다.
그래도 백작의 아들, 장남으로서 명예롭게 행동해야 한다고 결의했다.
그 결심은 작년 황도에서 산산조각 났다.
세상 모두가 자길 비웃는 것 같았다.
불안하고 초조했다.
실추된 명예를 복구해야 한다고, 무슨 수라도 써야 한다고 강박적으로 생각을 반복했다.
몇 달이고 계속 그 생각만 반복하다가 리젠이 자기 등을 찔렀다고 오해했다.
직접 알아보지도 않고 무작정.
우리는 형제였는데.
“그깟 작위가 뭐라고…….”
후회된다.
함께 불길을 헤쳐 나온 동생.
버리고 가란 말도 듣지 않고 끝까지 이끌어 준 동생이 의식불명 상태.
이 후회를 사과할 기회는커녕 영영 없을지도 모른다.
“로데릭 도련님.”
“……아멜리아.”
로데릭이 고개를 들었다.
리젠의 침대 옆, 의자에 앉은 늑대 수인이 나직하게 말했다.
“제대로 주무셔야 부상이 낫습니다.”
“하지만 리젠이…….”
“제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깨울 테니 쉬세요.”
아멜리아는 딱 잘라 말했다.
“무리하시다 로데릭 도련님까지 상처가 덧나시면 제 일이 늘어납니다.”
“으, 음…….”
“얼른 누우세요.”
정론.
로데릭이 엉거주춤하자 아멜리아는 시선으로 재촉했다.
3남매를 업어 키운 이 메이드에겐 로데릭도 몇 수 접어준다.
결국 로데릭은 침대에 누워서 한숨을 쉬었다.
“아멜리아, 이러다가…….”
“리젠 도련님은 반드시 깨어나십니다. 로데릭 도련님은 평소처럼 근엄하고 무뚝뚝한 얼굴을 하고 있으세요.”
“……내가 그런가?”
“예, 함부로 말 걸기 어려운 얼굴이니까요.”
로데릭이 어색한 쓴웃음을 흘리자 아멜리아는 조용하게 말했다.
“로데릭 도련님이 위엄을 갖추기 위해서 택하신 것, 제가 뭐라 할 부분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게 무뚝뚝한 얼굴이라도 리젠 도련님은 살갑게 말을 걸어 주실 거예요.”
“무뚝뚝한 건 아멜리아도 만만찮아. 우리에게 쌀쌀맞기까지 하잖아.”
“공과 사를 구별하는 겁니다. 하지만…….”
아멜리아는 나직하게 말했다.
“두 분 다, 아니 세 분 다 제겐 무엇보다도 소중한 분들입니다. 부디 몸을 돌봐 주세요.”
“…….”
“그러니 로데릭 도련님, 푹 쉬고 주무세요. 리젠 도련님이 일어나시면 평소처럼 대해 주시고요.”
“그래, 그렇게 하지…….”
침대에 눕자 잠이 몰려온다.
하긴, 그는 중상을 입고 회복하는 중이었지.
로데릭은 눈을 감았다.
그가 깨어나면, 리젠이 깨어나면 반드시 사과하리라 다짐하면서.
* * *
스승님의 마지막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
긴 잠의 끄트머리에서 나는 눈을 떴다.
보이는 건 텐트.
나는 시릭 카라카스, 그리고 지금은 환생한 리젠 리브라타다.
좋아, 정신과 기억에는 이상이 없다.
초능력을 한계 이상으로 쓰면 기억상실을 비롯한 각종 부작용, 심각하면 폐인이 될 수도 있었다.
“으음…….”
이어서 몸을 점검한 나는 슬그머니 눈을 굴려 보았다.
은회색 머리카락의 메이드.
아멜리아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눈을 감은 게 자는 모양이었다.
“…….”
이거 전에도 본 광경 같은데?
내가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옆 침대에 누운 남자가 보였다.
인간 청년, 로데릭이었다.
“일어났냐?”
“안 죽었네요?”
“치료받는 중이다.”
로데릭의 허벅지에 붕대가 둘둘 감겨 있었다.
“나는 둘째 치고, 너는 정말 걱정 많이 했다. 의사가 네가 깨어나지 않는 이유를 전혀 모르겠다고 하던데.”
“그냥 좀 피곤했어요.”
정신력이 바닥났으니까 자연 회복할 시간이 필요했던 거지.
일종의 동면, 가사 상태다.
보통 이러면 열흘, 심하면 한 달은 의식불명인데…….
“지금 며칠 지났죠?”
“3일이다.”
엄청 빨리 일어났네?
나는 새삼 로데릭의 얼굴을 보았다.
“……뭘 그렇게 보냐?”
“그냥 걱정 많이 해 줬구나 싶어서요.”
“나는 됐고, 아멜리아나 어떻게 해 봐라.”
로데릭의 목소리가 왠지 나직하다 싶었다.
아멜리아가 깰까 봐 두려운 거지.
나도 목소리를 죽였다.
“……어떻게 했는데요?”
“지금 저 자세로 3일째다. 제대로 먹지도 않았어.”
“…….”
내가 정신력이 다해서 가사 상태에 빠지면 자연 회복을 한다.
그리고 주변의 정신력도 알아서 흡수하고.
일종의 자동 긴급 수혈인데, 이때도 상대를 가린다.
즉, 아멜리아와 로데릭이 날 많이 걱정해서 평소보다 훨씬 빨리 깨어난 거다.
나는 소곤소곤 물었다.
“그래서 상황은요? 여긴 어떻고요?”
“일단 아버지가 오셔서 정리 중이다. 부르작 후작의 저택은 완전히 불타 버렸다. 여긴 저택 부근의 임시 막사고.”
“크로셀 후작과 그 기사 놈의 시신은요?”
혹시 빠져나간 건 아니겠지?
로데릭은 고개를 끄덕였다.
“시신 확인됐다. 둘 다 죽은 게 확실하다.”
“……후우.”
혹시나 살아서 도망갔나 싶었는데.
나는 반사적으로 긴장을 풀었다가 쓴웃음을 지었다.
아니, 맡긴다고 해 놓고, 기절했다가 깨어나자마자 정황부터 확인하네.
황제 시절의 이런 습관은 정말 하나도 안 변했구나.
어쩌면 평생 못 버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둘 다 살았네요.”
“그래, 정말 다행이지.”
로데릭은 풀어진 얼굴로 말했다.
침묵.
“이번 일은…… 네가 없었으면 절대 해내지 못했다, 리젠.”
“좀 더 칭찬해. 진심을 담아서!”
“…….”
“앞으로는 부를 때는 반드시 님을 붙여! 자서전에는 꼭 나에 대한 찬사를 써 놓고! 유산은 전부 다 날 주고!”
“진지하게 말하는 거다.”
로데릭은 나직하게 말했다.
“……리브라타의 백작이 되고 싶으냐?”
“히이이익.”
“리젠, 난 진지하다.”
“아니까 이러는 건데요. 절대 안 합니다.”
로데릭은 헛기침을 하고는 말했다.
“이 녀석아. 리브라타의 작위를 받으면…….”
“이런 산골짜기 영민들의 복지를 걱정하고 세금 계산하고 행정 처리 하라고요? 절대 안 합니다.”
“이번 일 처리에서 보여 준 네 재기와 판단력은 나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우수했…….”
“난 불타는 저택에 못 들어갑니다.”
나는 딱 잘라 끊었다.
“설사 들어가더라도 계산하고 들어갑니다. 내가 살아 돌아올 수 있다고 판단되면 들어가죠.”
“…….”
“근데 형은 무작정 들어와서 불길에 몸을 날리면서 구했죠. 그걸로 충분합니다.”
로데릭은 나직하게 말했다.
“리젠, 너한테 사과할 일이 있다. 나는 옹졸한 마음으로 기사장에게…….”
“그건 없던 일로 치자니까요. 나 구하러 왔으니까 됐습니다.”
침묵.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서로 천장만 올려다보았다.
……아, 술 마신 것도 아닌데 이런 소리는 얼굴 보면서 못 해!
쪽팔리잖아.
나는 웃으며 말했다.
“담에 술이나 사고 여자나 소개해 주고 내 대신에 보증도 서 주고 그래요.”
“알리시아도 네 걱정 많이 했다.”
“파혼할 거고 파혼할 수밖에 없는데요?”
전자는 내 희망 사항이고 후자는 정치적인 문제다.
크로셀의 사건이 밝혀지면 필연적으로 알리시아의 처리도 논의되겠지.
그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극형, 혹은…….
“아, 그냥 놔둘 순 없겠네.”
“음?”
“그 여자는 이번 일에 나한테 협력했습니다. 날 도와준 상대가 죽게 내버려 둘 순 없죠.”
일종의 사법 거래다.
내 방침이기도 하고.
로데릭이 대꾸했다.
“백작님도 많이 고심하시더라. 네가 일어나면 의견을 들어 보려고 하신다.”
“그러면…….”
덜커덩!
갑자기 뭔가 쓰러지는 소리.
“도련님.”
그리고 차가운 목소리.
전망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던 나는 얼어붙었다.
내가 살짝 반대편을 돌아보았다.
의자를 박차고 일어난 아멜리아가 나를 보고 있었다.
놀란 표정.
안도와 걱정이 섞인 눈.
천하를 평정한 황제인 나도 순간 오금이 저렸다.
……무서워.
엄마에게 학원 간다고 거짓말하고 PC방 갔다가 현장에서 걸린 초딩이 된 기분이야!
침묵.
아멜리아는 정말 아무 말도 안 하고 나를 쏘아보기만 했다.
내가 도와 달라고 로데릭을 돌아보니 눈을 꾹 감고 있었다.
“여보세요? 로데릭 씨? 방금 전까지 멀쩡히 대화하던 분 어디 갔지?”
“…….”
“야, 눈썹 꿈틀거리잖아! 어디서 자는 척이야!”
불길을 헤치고 나온 형제애도 화난 아멜리아 앞에서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우리 둘 다, 어린 시절부터 업어 키운 아멜리아에게는 강할 수가 없었다.
결국 내가 포기하고 돌아보자 아멜리아가 조용히 불렀다.
“도련님.”
“……응.”
“괜찮으세요?”
“이제 괜찮아.”
나는 가볍게 상반신을 일으켜 보였다.
그러자…… 아멜리아는 소리 없이 울기 시작했다.
투명한 눈물이 새하얀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어, 으…….”
참으려고 입술을 꼭 깨물었지만 눈매가 누그러지더니 어깨가 위아래로 들썩거린다.
나는 화들짝 놀라서는 얼른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멜리아는 우는 중에도 내가 일어나려는 걸 막으려고 했지만 나는 그 손을 꼭 잡고는 일렀다.
“아, 걱정시켜서 미안해. 착하지? 울지 말고. 아니, 그냥 울어. 속 풀릴 때까지 울어.”
“…….”
“내가 잘못했어. 다시는 안…… 아냐, 솔직히 약속은 못 하겠네. 하지만 갈수록 날짜가 줄고 있잖아? 전에는 5일이었는데 이젠 3일이잖아? 이젠 괜찮다니까, 엄마.”
아멜리아는 눈물을 참으려 애쓰는데, 그럴수록 어깨가 들썩거린다.
그러자 나는 그녀의 어깨를 누르고 다정하게 일렀다.
“엄마, 괜찮아. 괜찮다고. 좀 무리한 거야. 나보다 형이 더 다쳤잖아? 형을 더 혼내야지!”
“……리젠, 이놈이!”
“자는 척하던 장남은 찌그러져!”
“아무리 그래도 나를 팔다니! 난 이미 잔뜩 혼났단 말이다!”
로데릭이 억울하다고 포효했다.
나는 그냥 침대 위의 베개를 냅다 로데릭에게 집어 던졌다.
얻어맞은 로데릭이 나에게 던졌지만, 나는 다시금 반격했다.
격전의 베개 싸움.
쓱쓱.
우리 둘이 그렇게 놀고 있자 아멜리아는 손등으로 눈가를 훔쳤다.
좀 진정한 모양이다.
백 마디 말보다 이렇게 멀쩡하다는 걸 보여 주는 게 효과 직빵이지.
내가 많이 쓰러져 봐서 안다.
“이제 괜찮으신 거죠, 리젠 도련님?”
“응, 멀쩡하다니까. 전에 해 줬던 그 샌드위치 맛있었는데. 또 해 줘. 배고프다.”
“그건 저택에 소스가 있어서 지금은 못 해 드려요. 돌아가면 바로 해 드릴게요.”
아멜리아가 몸을 돌렸다.
“그럼 백작님을 불러오겠습니다. 두 분 다 무리하지 말고 쉬고 계세요.”
“으, 응.”
“그리고 리젠 도련님, 전 엄마가 아니에요.”
아멜리아는 똑 부러지게 말하고는 나가 버렸다.
나와 로데릭은 시선을 교환했다.
“……이제 괜찮나? 화 안 난 거지?”
“모르겠는걸. 하지만 설사 화가 안 풀렸어도 나 때문은 아니다.”
“아니, 장남이 책임 회피를 하네! 장남답게 좀 해결해 봐!”
“그러니까 아멜리아 걱정시키지 말라고 했잖아.”
로데릭은 장난꾸러기처럼 웃었다.
“네가 확 변했다 싶더니만 아멜리아한테는 여전히 꼼짝 못 하는구나. 아버지에게도 대드는 놈이 아멜리아가 꾸중하면 주둥이만 쭉 내밀고 아무 말도 못 하지.”
“그런 장남분은 아멜리아에게 강하시고?”
“못 이기지. 우리 셋을 업어 키운 사람인데 뭘 어떻게 해? 나도 엄청 혼났다. 맏이가 돼 가지고 너 하나 못 지켰다고.”
“아니, 그건…….”
로데릭은 정말 죽을 각오까지 하면서 날 구했는데?
로데릭은 손사래를 쳤다.
“됐어, 됐어. 아무튼 아멜리아에겐 나도 나중에 따로 말해 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라.”
“진짜지? 약속?”
“그래, 인마.”
나는 침대에 앉아서 쓴웃음을 지었다.
한바탕 소동이었지만 사실 편하고 즐거웠다.
날 이리도 걱정해 주는 아멜리아가 있고, 불길을 마다 않고 뛰어 들어오는 형이 있고.
그냥, 그냥…….
행복하다.
조금 뒤.
리브라타 백작이 들어왔다.
그는 나를 보고는 놀란 얼굴로 다가왔다.
“리젠, 이제 괜찮으냐?”
“아, 사실 정신적으로 지쳤던 거라서 멀쩡합니다. 그런데 이거…….”
나는 침대 옆, 서랍 위의 검을 들어 보였다.
백작이 내게 채워 줬던 검.
마력검을 쓰는 바람에 완전히 산산조각이 나서 자루만 남았다.
“죄송합니다. 이거…… 박살이 나 버렸네요.”
“됐다. 됐어.”
백작은 양팔을 벌리더니 나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네가 일어났고, 로데릭도 무사하니 그걸로 충분하다. 자식이 무사히 돌아오는 게 전통, 이걸로 충분히 됐다!”
“…….”
“장하다, 리젠!”
마음을 떨쳐 울리는 소리.
내가 머뭇거리는데 지켜보던 로데릭이 손짓을 해 보였다.
망설이던 나는 백작을 마주 끌어안았다.
아버지를 안아 주는 아들의 심정으로.
“그래. 됐다, 됐어. 무사하니 잘됐어.”
포옹을 끝낸 백작은 나를 보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젖어 버린 눈가.
나는 조금 뒤에 말했다.
“상황은 어떻습니까? 부르작 후작 저택이 완전히 타 버렸다고 하던데요.”
“그래, 부르작은 이번 일로 큰 손해를 보겠지.”
“우리 병사들도 데려오셨죠?”
“음? 물론이다. 하지만 부르작도 더는 소동을 일으킬 생각은 없을 거다. 그도 이번 일로…….”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후 수습 문제입니다. 백작님, 병사를 시켜서 저택의 잔해를 좀 찾아보세요. 은밀하게요. 부르작 후작이 반발해도 잘 달래면서요.”
“뭘 찾아야 하는 게냐?”
“저택을 불태운 건 그냥 화재가 아니었습니다.”
나는 단서를 달았다.
“제국군의 폭탄, 그것도 아마 작렬탄일 겁니다. 찾으면 잔해가 나올 겁니다.”
“…….”
백작의 얼굴이 굳어졌다.
내 말대로라면 제국군 내부의 병기가 빼돌려졌단 이야기니까.
“이번 일은 끝났습니다. 하지만 수습 과정에서 여기저기서 간섭이 들어올 겁니다.”
“그래, 엘프들이 조사관을 파견한다는구나.”
“크로셀 후작이 죽었다는 걸 알면 귀족원에서도 나올걸요? 제가 보기에는 이번 사건은 정말 보통 일이 아닙니다.”
크로셀 후작의 죽음, 그리고 12가문의 하나인 리브라타가 엮였다.
제국 100년의 평화를 깨트리는 초대형 사건이다.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제국 내부의 드러난 권력, 숨은 권력들이 이 사후 처리를 자기 입맛대로 풀고자 달려들 겁니다. 하지만 그들의 입맛대로 요리될 수는 없습니다.”
나는 백작, 로데릭을 한 번씩 돌아보았다.
그리고 이번 일에 함께한 사람들을 떠올렸고.
“주도권은 우리가 잡습니다.”
나를 생각해 주고 걱정해 주는 사람들.
외부의 적으로부터 지켜 내야 했다.
그냥 그러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