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로드(The Lord)-248화 (248/250)

248. 칼슈타인 ― 2

* * *

쾅!

아무렇지도 않은 칼슈타인의 한마디.

하지만 그 한마디로 인해 생긴 강력한 압력은 나와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컥!!”

콰과광!

그 강력한 압력에 의해 난 순간 땅바닥에 처박혔다.

물론 재빨리 마력을 이용해 압력을 튕겨내고 다시 일어났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격(擊).]

츠리릿!

이번엔 무지막지한 충격파가 우리를 뒤덮었다.

쩌저정!

이번에도 역시 간신히 막아낸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너무나 빨리 연속해서 이루어지는 공격은 우리를 너무 힘들게 했다.

“뭐…… 이딴…….”

황당함을 표현하려고 해도, 그럴 시간조차 없었다.

[……뇌(雷).]

번쩍!! 콰과과광!

이번엔 하늘에서 마구 쏟아지는 뇌전 공격.

정말 정신이 없었다.

난 재빨리 뇌전의 공격권에서 벗어나며 생각을 정리했다. 이것은 분명…… 내가 익히 아는 권능이었다.

용언의 한계를 뛰어넘는 신언(神言)의 영역.

놀랍게도 칼슈타인은 몇몇 상급 신들만이 사용할 수 있다는 신언의 권능을 사용하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칼슈타인은 이 능력을 사용할 수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신언의 권능은 오로지 신에게만…… 그것도 오랜 세월 신성을 쌓은 특별한 신들에게 허락된 권능이었다.

칼슈타인은 절대 신이 아니었다.

그는 신의 힘을 이어받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초월자의 영역에 속하는 존재였다.

그런 그가 어떻게 이 신언의 권능을 사용하는 것일까?

나는 재빨리 주변을 둘러보며 특이점을 찾았다.

그리고 이내 그 이유로 보이는 것을 찾을 수 있었다.

칼슈타인의 머리 위에 생겨난 작은 검은색 구체. 그 구체에서 내가 익히 알고 있는 이의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둠의 여신 닉스.

놀랍게도 그녀의 기운이었다.

‘그런가? 전이는 아예 신언이 권능까지 칼슈타인에게 전해준 건가?’

물론 아주 완벽한 신언의 권능은 아니었다.

진짜 완벽한 신언의 권능이었다면 우린 벌써 첫 명령에 한 줌의 재가 되어 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완벽하지 않다고 해도 신언의 권능은 강력한 힘을 발휘했고…… 그 결과 우리는 제대로 공격 한 번 하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질 것만 같은 상황에 빠져 버렸다.

‘신언의 권능을 막지 못한다면…… 우리가 이길 가능성은 제로(0)다.’

신언의 권능은 말 그대로 신의 힘.

당연히 칼슈타인의 마력이 얼마가 남았든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신언의 권능 특성상 틈이 존재할 일도 없었다.

그저 말 한마디로 우리 모두를 억압할 수 있었기에…… 우리는 계속 이렇게 막고 또 막다 쓰러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방법은 단 하나.

바로 이 신언의 권능을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해답은…… 저 닉스의 기운인가?’

다른 사람은 느끼지 못할지 몰라도, 난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비록 빛의 신으로서 가졌던 모든 능력을 잃었지만 그때의 기억과 감각은 아직 생생히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난 정확하게 이 위기를 빠져나갈 해답을 알 수 있었다.

[……폭(爆).]

콰과광!

“크윽! 이건 뭐 어떻게 하라는 거야?”

“젠장!! 벌써 자이언트의 방어력이 한계를 보이고 있어!”

“아우…… 피할 수도 없는 공격이라니…….”

“미치겠다, 미치겠어!”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만 봐도 현재 우리들의 상황이 얼마나 위태로운지 알 수 있었다.

‘그래…… 방법은 하나!!’

난 결정을 내렸다.

이것이 가능할지 안 할지는 나도 모른다.

그저…… 내 감을 믿고 결행할 뿐이었다.

스킬 융합, 상급 보조 마법 블링크(Blink)+중급 주술 은월몽(隱月影)+상급 주술 축지(縮地)+중급 보조 마법 일루젼 섀도우(Illusion Shadow).

퀵 블링크(Quick Blink).

파팟!

퀵 블링크로 놈에게 최대한 가까이 간다.

[……압(壓).]

놈은 내가 접근하는 것을 보고 또 한 번의 신언을 날리지만 난 곧장 그걸 막을 수 있는 ‘신의 방패’ 스킬을 사용했다.

쩌저저정!

그렇게 아주 잠깐의 시간을 번 나는 다시 또 하나의 스킬을 활성화시켰다.

스킬 융합, 기문둔갑의 술 음양팔괘(陰陽八卦)+ 유령보법(幽靈步法)+쉐도우 스텝(Shadow Step)+상승 인법(忍法) 그림자 숨기.

연계 발동, 최상급 은신법(隱身法) 스텔스(Stealth).

일루젼 팬텀(Illusion Phantom).

신언의 권능을 사용하는 놈의 눈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잠시, 아주 잠시 놈의 시야에서 벗어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럼 됐다.

그 잠깐이면 충분했다.

스킬 융합, 축지법(縮地法)+패스트 워크+정령빙의 실프.

고속전진(高速前進)!

고오오오!

곧장 칼슈타인의 머리를 향해 내달렸다.

몇 번의 연속된 스킬 사용으로 이제 남은 거리는 단 40m.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칼슈타인이 나를 발견하고 곧장 입을 열었다.

[……폭풍(暴風).]

나를 향해 몰아치는 매서운 바람의 기운.

이 기운을 막을 수는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또다시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돌파가 불가능한 상황. 조금만 더, 정말 조금만 더 가면 닉스의 기운이 뭉쳐 있는 검은색 구체에 접근할 수 있었건만…… 난 마음속으로 간절히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그 간절함이 효과를 발휘했다.

띠링, 우라노스의 마지막 축복에 숨겨져 있던 비밀의 옵션이 활성화되면서 레드 크로우에 소울 에너지가 100%로 충전됩니다.

띠링, 모든 조건을 만족시켜 영혼 가속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띠링, 탑승자의 의도대로 영혼 가속이 바로 적용됩니다.

콰앙!

소울 에너지가 급상승하며 레드 크로우가 곧장 영혼 가속을 작동시켰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한계.

남은 거리는 40m. 하지만 영혼 가속이 적용되는 그 순간…… 난 단 0.001초도 걸리지 않아 그 거리를 한 번에 이동했다. 영혼 가속의 위용이었다.

콰과과과과!

폭풍은 나를 휩쓸고 지나갔지만 이미 난 그 자리에 없었다.

영혼 가속을 이용해 거리를 한순간에 좁힌 난 그대로 그 검은색 구체를 향해 돌진했다.

어떻게 될지는…… 솔직히 나도 모른다.

단지 난 이 검은색 구체야말로 칼슈타인이 가진 모든 힘의 원천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원천을 공격하면…… 뭔가 해답이 나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을 뿐이었다.

“으아아아!!”

엘레멘탈 블레이드를 휘두르며 그 검은색 구체를 관통했다.

아니, 관통했다고 생각했다.

하나 아쉽게도 공격이 통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내 의도가 실패한 것은 아니었다.

공격과 함께 변화하는 세상…… 난 단순히 신언의 권능을 발휘하고 있는 어둠의 구체를 공격했건만 그 순간 모든 것이 변화했다.

레드 크로우를 타고 있던 난 더 이상 그것을 타고 있지 않았고, 칼슈타인과 맞서 싸우고 있지도 않았다.

내가 서 있는 곳은 온통 검고 붉은 기운이 일렁이는 세상.

붉은색 머리칼을 지닌 남자가 조용히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 세상이었다.

“……어떻게 이곳에 들어올 수 있던 거지?”

나를 보며 일그러진 표정을 짓는 남자.

난 그가 누군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칼슈타인…….”

그렇다.

이곳은 바로 그의 정신세계였다.

예상대로 검은색 구체는 그가 가진 힘의 원천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가 지닌 정신의 집합체이기도 했다.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그가 다른 드래곤보다 훨씬 오랫동안 소멸되지 않았던 이유는 육체와 정신을 따로 관리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관리하며 육체에는 온갖 비술을 적용시키고, 정신은 신언의 권능과 하나로 합쳐 영원불멸의 삶을 살아가고 있던 것이었다.

“이런 것이었나? 이렇게까지 해서…… 영원한 삶을 살고 싶었던가?”

“그, 그게 무슨…….”

칼슈타인은 당황하고 있었다.

내가 자신의 정신세계에 침투한 것만으로 크게 놀랐던 그였다. 그런데 마치 자신의 비밀을 모두 알고 있다는 것처럼 얘기하니 더욱 크게 놀라고 있었다.

사실 내가 그의 정신세계에 들어올 수 있었던 건 굉장한 우연이었다.

영혼 가속 효과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남들과 다른 특별한 영혼을 지녔던 난 검은색 구체를 통과하며 그 구체에 깃들어 있는 또 하나의 세상에 자연스럽게 남아 있을 수 있게 되었다.

아마 밖에는 덩그러니 서 있는 레드 크로우만 남아 있을 것이다.

즉…… 이곳이 정신세계인만큼 나 역시 영혼으로만 존재한다는 뜻이었다.

“뭘 그리 당황하지? 벌써 나를 잊은 건가?”

나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그는 나를 기억할 수 있다.

내가 빛의 신일 때도 그는 초월자로서 세상에 존재하고 있었다.

“……너는 도대…… 서, 설마!!!”

나를 똑바로 바라보던 칼슈타인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지, 진! 빛의 신 진?!”

“이제야 알아보는군.”

아마 지금은 영혼만 남은 상태였기에 더욱 잘 알아볼 수 있었을 것이다.

“어, 어떻게?”

“글쎄. 오랜 잘못된 운명의 매듭을 풀기 위해서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이젠…… 더 이상 그녀의 폭주를 보고만 있을 수 없다.”

난 천천히 칼슈타인을 향해 걸어갔다.

“그럴 순 없다!! 주인님의 바람은 단 하나! 이 세상이 모두 하나가 되는 것이다!!”

칼슈타인은 발악하듯 소리치며 나를 향해 강력한 기운을 쏘아냈다.

이곳은 그의 정신세계.

당연히 그의 의지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그만의 세상이었다.

정상적이라면…… 그 누구도 그를 해칠 수 없었다.

오히려 그에게 제압당할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상적이 아니었다.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힘은 정신력.

당연히 자신의 정신세계에서 가장 강한 정신력을 발휘하는 건 자기 자신.

하지만 예외라는 건 늘 존재했다.

나.

나는 예외였다.

고대의 신이었던 기억을 모두 되찾은 나는 특별했다.

신의 기운은 없지만 신의 기억은 모두 가진 나.

그런 나의 정신력은 무한했다.

칼슈타인의 정신력?

그따위 것은 나를 능가할 수 없었다.

“멈춰.”

파팟!

내 말 한마디에 멈춰서는 모든 기운.

이곳이 정신세계가 아닌 현실 세계였다면 이러한 위엄을 보여줄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정신세계.

즉, 현재로서 내가 가장 강력해질 수 있는 세상이라는 뜻이었다

“……칼슈타인, 이제 그만 너의 추악한 삶이 끝나도록 도와주마.”

난 칼슈타인을 바라보며 천천히 얘기했다.

이렇게 그를 끝낼 것이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더 이상 좋을 방법이 없을 정도로 최고의 방법으로 놈을 끝낼 수 있게 되었다.

“……안 돼……. 이럴 순 없어!! 이럴 순 없단 말이다!!!”

칼슈타인은 본능적으로 오랫동안 이어왔단 자신의 삶이 마지막을 맞이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자 갑자기 그는 미친 듯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된 이상 모두가 함께 마지막을 맞이하는 거다! 그렇게 되는 거야!! 크하하하하하!!”

칼슈타인의 폭주.

이건 나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설마!!”

그의 정신세계가 점점 사라져 간다.

이건……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었다.

무조건, 무조건 막아야 했다.

난 재빨리 그의 정신세계를 빠져나왔다.

다시 레드 크로우로 돌아온 나. 예상대로 밖의 상황은 최악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칼슈타인의 폭주…… 그 폭주로 쏟아져 나온 마력은 고스란히 어둠의 화로로 쏟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더 절망적인 것은 그 마력들을 흡수한 어둠의 화로가 조금씩 닫히고 있다는 것이었다.

“안 돼!!”

이것은 최악의 결말이었다.

절대…… 이대로 이렇게 끝낼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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