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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로드(The Lord)-247화 (247/250)

247. 칼슈타인 ― 1

* * *

린, 마가레타, 클레타, 천위강, 에스카, 가웨인, 한림, 꼰정, 폴우, 붉은하늘, 붉은장미, 페티, 네버다이, 킬링타임, 이나, 천음마후, 백검무제, 아콘, 부동명왕, 힐링머신, 그리고 나.

총 스물한 명.

이 스물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 프로젝트 S의 유저들은 전원 자이언트를 소환했다.

이세리노의 강력한 브레스 공격을 막기 위한 선택이었다.

64명의 자이언트 소환.

그 힘은 대단히 강력했다.

온 세상을 꽁꽁 얼려 버릴 것 같은 이세리노의 얼음 숨결도 이 64명의 자이언트가 한꺼번에 시전한 방어 기술을 뚫지 못했다.

물론 이세리노의 힘이 이게 전부는 아니었다.

그는 분명 대단히 강력한 드래곤이었고 그를 쓰러뜨리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게 분명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스물한 명의 특공조였다.

남은 시간이 별로 없는 지금의 상황에서 자칫 이세리노와 전투를 치르며 시간을 빼앗길 경우 죽도 밥도 안 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아예 스물한 명의 유저를 뽑아 특공조를 만들었다.

남은 64명의 유저는 이세리노를 상대하고, 스물한 명의 특공조는 곧장 어둠의 화로를 향해 돌진한다.

단순한 계획이었지만 이것보다 좋아 보이는 계획은 떠오르지 않았다.

남은 64명의 유저를 지휘하는 건 프로이드.

그가 이곳에 남아 이세리노를 상대하기로 했다.

결국 우리는 그렇게 두 무리로 나누어졌다. 이세리노를 무시하고 곧장 어둠의 화로로 진격하는 돌격조. 그리고 이세리노를 상대하는 전투조.

물론 이세리노는 돌격조가 빠져나가는 걸 가만 보고 있지는 않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는 결코 우리 돌격조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이세리노를 상대하기 위해 남은 전투조가 적극적으로 돌격조를 보호하면서 길을 터준다면…… 아무리 이세리노라고 해도 돌격조를 이 자리에 묶어두는 건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64대의 자이언트는 그걸 충분히 가능하게 만들어 줄 수 있었다.

자이언트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 계획을 짠 것이었다.

어쨌든 마지막이 가까워지며 우리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시간이 더 지나 봐야 알 것 같았다.

* * *

“더 빨리!!”

돌격조는 계속해서 달려드는 가디언들을 무시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점점 커지는 어둠의 기운.

정말 시간이 별로 없었다.

그곳에 칼슈타인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최대한 빨리 어둠의 화로가 있는 곳에 도착할 필요가 있었다.

이세리노의 발악과도 같은 저지를 뚫고 이곳으로 달려온 지 벌써 30분.

이세리노는 어떻게 해서라도 우리를 막으려고 노력했지만 남기로 결정한 전투조의 완벽한 방어는 그런 이세리노의 노력을 보기 좋게 무산시켰다.

물론 이세리노를 따돌렸다고 해서 뻥 뚫린 탄탄대로가 우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수많은 가디언은 등장하고…… 각종 함정도 존재했다.

하지만 우린 정말 엄청난 속도로 그 길을 돌파하는 중이었다.

이미 스물한 명 전원이 마갑을 소환한 상태였다.

아직 자이언트를 소환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마갑을 소환한 것만으로도 우리의 돌파 속도는 굉장히 빨라졌다.

콰광! 우드득!

정체를 알 수 없는 변종 키메라 한 마리의 목을 꺾어서 뒤로 던져 버렸다.

어둠의 화로에 가까이 갈수록 등장하는 가디언들의 숫자가 늘어만 갔다.

제대로 정리하면서 간다면 크게 문제될 게 없었지만…… 우리에겐 시간이 별로 없었다.

빠른 처리와 진격.

그것을 위해 우리는 아예 기계적으로 가디언들을 처리했다.

내가 가장 선봉에 서서 가디언들에게 큰 타격을 입혀 잠깐 행동 불가상태를 만들어 버리면 따라오던 천위강과 에스카, 그리고 린이 강력한 결정타를 날렸다.

그리고 마무리는 다시 그 뒤를 따라오던 나머지 딜러들이 하고…… 힐링은 달리면서 계속 무빙 캐스팅으로 넣어준다.

이게 우리의 돌파 방식이었다.

루팅 같은 건 당연히 하지 않았다.

달리고 또 달리고…… 우리는 무조건 어둠의 화로를 향해 계속해서 달려나갔다.

우리의 목표는 단 하나.

어둠의 화로를 파괴하는 것이었다.

“헉……헉…… 도착…… 한 건가?”

40분간의 질주.

그 질주는 우리를 한 장소에 오게 해주었다.

테르코나의 정상.

그 정상에 존재하는 거대한 어둠의 화로…… 지금 우리 눈앞에 보이는 테르코나의 검붉은 분화구가 바로 그 어둠의 화로였다.

하지만 사실 우리의 눈에 먼저 들어온 것은 그 분화구 위에서 온갖 어둠의 마력을 직접 조율하고 있는 거대한 레드 드래곤이었다.

앞서 보았던 이세리노보다도 몇 배나 커 보이는…… 정말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하는 레드 드래곤.

바로 이 모든 일을 진행시키고 있는 악의 근원, 레드 드래곤 칼슈타인이었다.

[……멍청한 이세리노…….]

그는 우리를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단순히 쳐다만 본 것이었지만 이세리노에게서는 느끼지 못한 절대적인 위압감이 풍겨 나왔다.

나는 몰라도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순간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 있던 공포감이 온몸으로 퍼져 나갔을 것이다.

그만큼 칼슈타인의 존재감은 대단히 강력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칼슈타인은 쉽사리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가 움직이지 못하는 까닭은 간단해 보였다.

역시 어둠의 화로가 급속도로 활성화된 이유는 모두 칼슈타인 때문이었다.

점점 조급해진 그는 직접 자신의 드래곤 하트에 존재하는 막대한 양의 마력까지 화로에 쏟아부으며 조금이라도 빨리 강제 융합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는 현재 자신이 가진 마력의 상당 부분을 어둠의 화로에 주입했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계속해서 마력을 쏟아붓는 중인 것 같았다.

우리가 막아야 할 것은 저것이었다.

칼슈타인의 마력 공급을 끊고 빨리 어둠의 화로가 완벽하게 활성화되어 닫히는 걸 막아야 했다.

한 번 닫히면 끝이었다.

모든 마력을 받아들인 어둠의 화로가 활성화를 시작해 더 이상 마력을 받아들이지 않고 화로의 입구를 닫으면 그때부턴 강제 융합의 시작이었다.

그걸 막지 못하면 우리의 마지막 퀘스트는 영원히 실패하는 것이었다.

“모두 자이언트를 소환해!”

눈치작전 따윈 없었다.

곧장 전력을 다한 총력전이었다.

쿠쿠쿠쿵!

동시에 등장하는 스물한 개의 자이언트들.

나의 레드 크로우를 시작으로 린의 다크 문, 천위강의 투귀(鬪鬼), 에스카의 야누스, 가웨인의 스타더스트, 한림의 무명(無名), 마가레타의 월영(月影) 등등.

모두가 자신만의 특색을 지닌 자이언트를 소환했다.

“킬링타임, 부동명왕!! 놈을 저격해!”

킬링타임과 부동명왕은 둘 다 최고의 스나이퍼였다. 그리고 그들의 자이언트는 그들의 특징과 잘 어울리는 원거리 공격에 특화된 것들이었다.

킬링타임의 자이언트는 거대한 라이플을 어깨에 메고 있는 킬링머신이었고, 부동명왕은 파괴본능이라 이름 붙여진 거대한 활을 사용하는 날렵하게 생긴 자이언트를 소유하고 있었다.

내 명령과 함께 그 두 자이언트가 들고 있던 거대한 라이플과 활이 칼슈타인을 향해 각각의 공격을 쏟아내었다.

꽈과광! 파파팟!

강력한 원거리 공격. 아무리 칼슈타인이라고 해도 가만히 맞아주기는 부담스러운 공격들이었다.

[어딜!!]

콰과광!

하지만 칼슈타인은 과연 위대한 고룡이라 불릴 만한 존재였다. 아주 간단한 정신 집중만으로 그 원거리 공격을 막아낼 보호막을 만들어낸 칼슈타인.

비록 그 탓에 어둠의 화로에 주입하던 마력의 흐름은 끊겼지만 확실히 그는 보통의 드래곤들과는 차원이 다른 느낌이었다.

[……끊임없이 발악하고, 끊임없이 부정하려는 불쌍한 너희들에게 내가 직접 이 세상의 마지막을 목격할 수 있는 자비를 베풀겠다.]

고오오!

어둠의 화로에서 떨어져 우리를 향해 날아오는 칼슈타인.

멀리서 봐도 엄청나게 커 보이던 그 몸체가 가까이 다가오자 더욱 큰 압박감이 느껴졌다.

“산개 진형으로!!”

칼슈타인의 브레스는 우리가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우린 일단 산개 진형으로 칼슈타인을 상대하는 게 제일 좋았다.

우리가 기대해야 할 것은 칼슈타인이 어둠의 화로에 상당량의 마력을 소비했다는 점뿐이었다.

만약 그가 그렇게라도 힘을 소비하지 않았다면…… 아마 우리가 이길 가능성은 굉장히 낮았을 것이다.

[……불타라.]

그의 말과 함께 우리들 모두의 발밑에서 굉장한 열기(熱氣)가 느껴졌다.

광역 플레임 스트라이크.

그것도 그냥 플레임 스트라이크가 아닌 헬 플레임 스트라이크가 확실해 보였다.

“마법 방어 스킬을 사용해!”

화르르륵!

내 말과 함께 발밑에서 솟아오르는 지옥의 불길.

자이언트의 대마법 보호진은 매우 강력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벽하게 모든 마법을 막아주는 건 아니었다.

지금과 같은 8써클 급의 마법은…… 따로 마법 방어 스킬까지 사용해 줘야 아무런 타격 없이 막을 수 있었다.

난 간단한 화염계 보호 마법을 사용해 헬 플레임 스트라이크를 무력화시켰다.

내 경우에는 워낙 다양한 스킬을 익히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돌발 상황에서도 손쉽게 반응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다른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냥 우려였을 뿐인가?

다행히도 스물한 명 모두 큰 타격 없이 칼슈타인의 마법 공격을 막아냈다.

“호오~ 시작부터 화끈한데?”

마가레타가 머리를 슬쩍 흔들며 중얼거렸다.

[호오…… 그래도 조금은 믿는 구석이 있다는 건가? 아, 어쩐지 뭔가 익숙한 기운이 느껴진다고 했더니 타이탄 일족의 힘이었군. 그래…… 우라노스가 뭘 그렇게 열심히 준비했나 했더니 이것이었어. 이제야 알겠군.]

고개를 끄덕이는 칼슈타인.

그는 자이언트를 바라보며 모든 걸 이해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래 봤자 잊힌 고신(古神)과 고대 일족의 발악일 뿐…… 너희들을 그들의 마지막 흔적으로 만들어주마.]

콰과광!

칼슈타인이 땅에 착륙했다.

그리곤 곧장 두 장의 거대한 날개를 퍼덕였다.

콰과과과과과!

사방에 몰아치는 폭풍.

상당한 무게를 자랑하는 자이언트들이건만 너무나 간단히 그 폭풍에 휩쓸려 허공으로 떠올랐다.

“크윽!”

난 재빨리 천근추의 무공을 활용해 중심을 잡았다.

바로 그 순간 이번에는 전방에서 강력한 한기(寒氣)가 느껴졌다.

“중심을 잡고 냉기 공격에 대비해!”

[……얼어라.]

쩌저저저저정!

온 세상에 내려앉는 강력한 한기! 모든 것을 얼려 버릴 것 같은 한기가 우리들을 뒤덮었다.

태우고 얼리고…… 칼슈타인은 마치 장난이라도 치는 것처럼 너무나 간단하게 우리들을 몰아붙였다.

‘이대로…… 당하고만 있지는 않는다!’

언제까지 방어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나는 곧장 냉기계 수호 마법을 온몸에 두르며 엘레멘탈 블레이드를 소환했다.

스르릉! 찰칵!

폭풍과 한기가 한꺼번에 사방에 몰아치자 이곳엔 거대한 얼음 폭풍이 불어닥치고 있었다.

‘뚫는다!!’

이 어지러운 상황 속에서 난 한 점을 응시했다.

칼슈타인의 머리!

난 그곳을 향해 검을 겨누고 곧장 내 마력을 폭발시켰다.

스킬 조합, 정령빙의 셀리스트(Salist)+정령빙의 운다인(Undain).

연계 발동, 스킬 조합, 정령빙의 노임(Noim)+정령빙의 실라페(Silafe).

특수 스킬 조합, 엘레멘탈 버스터(Elemental Buster) 데몰리션(demolition)!!!!

꽈과과광!

사방에 몰아치는 얼음 폭풍을 가르는 정령의 기운들!! 그 기운들은 나와 칼슈타인 사이에 길을 만들었다

“칼슈타인! 너의 길고 긴 유희도 오늘로써 끝난다!!”

파팟!

난 그 길을 따라 뛰어올랐다.

그리곤 곧장 놈의 머리를 향해 다시 한번 강력한 스킬을…….

[……압(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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