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4. 뒤엉키는 세상
* * *
석판에 올라섰던 프로젝트 S의 유저들은 갑작스럽게 들려온 시스템 메시지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이들은 한 번도 영혼 가속을 경험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영혼 가속이 이루어지며 받은 충격에 모두가 아주 잠깐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잃은 그들을 휘감는 하얀빛.
그들은 그 하얀빛과 함께 사라졌다.
마치 대마도사가 그들 전체를 메스 텔레포트라도 시킨 것 같은 상황.
물론 진짜 그런 상황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들 모두가 전혀 다른 장소로 이동한 것은 사실이었다.
프로젝트 S의 유저들이 한순간에 이동한 곳.
그곳은…… 절대 그들이 존재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되는 곳이었다.
대한민국.
게임 속에 존재하는 나라가 아니다.
실제 현실 속에 존재하는 그 대한민국이었다.
그렇다, 프로젝트 S의 유저들은 게임을 벗어나 현실로 이동되었다.
예전의 신이 그랬듯 그들도 현실과 부분 융합을 한 것이었다.
그들의 부분 융합은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가이아와 우라노스는 아주 오랫동안 빛의 신 진의 영혼 조각을 찾으며 한편으로는 그의 영혼을 각성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준비를 했었는데, 그중 마지막 안배가 바로 이 영혼 가속 마법진을 설치한 석판이었다.
진의 영혼 깊숙이 숨어 있는 기억들을 각성시키기 위해서는 일단 스스로 그 기억을 자각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가이아와 우라노스는 진을 게임, 아니, 이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들였고 시간을 두고 계속해서 자극했다.
자신의 기억이 사라졌다고 자각하기 시작한 진은 계속해서 예전의 기억을 찾으려 노력했고…… 그 결과 점점 영혼 깊숙이 숨은 기억들도 표면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진은 이곳 테르코나까지 오게 되었고, 그곳에서 마지막 안배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도플갱어 로드 디아콘 제르미냐를 만나게 되었다.
디아콘 제르미냐는 스스로 테르코나 밑에 봉인된 것이 우연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사실은 이것 역시 가이아와 우라노스가 심혈을 기울여 이루어낸 하나의 안배였다.
진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그 자신을 이겨낼 때 각성의 모든 준비가 끝날 것이라 예측한 그들은 어렵게 도플갱어 로드까지 끌어들여 이런 안배를 만든 것이었다.
그리고 진짜 마지막 안배.
바로 프로젝트 S의 유저들이 올라탄 그 거대한 석판이었다.
영혼 가속.
그것은 바로 영혼과 영혼을 합일시키는 일종의 융합 기술이었다.
전이와는 또 다른 융합 기술. 이것을 만든 건 우라노스였다.
그는 가이아의 전이에 대항하기 위해 또 다른 융합의 공식을 만들어냈는데, 그것은 전이와 같은 1+1=1이 되는 한 가지로의 합일이 아닌 1+1=1.5가 되는 두 세계의 공존을 만들어내는 융합이었다.
실제로 프로젝트 S는 게임의 세계에서 이곳 현실의 세계로 넘어왔지만 그렇다고 현실에서 살아가는 그들과 게임 속에서의 캐릭터가 하나로 합쳐진 것은 아니었다.
단지 임시로 게임 속 캐릭터가 현실 세계에 발을 디뎠을 뿐이었다.
모든 능력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고…… 심지어 시스템 메시지까지 전달받을 수 있었다.
한마디로 현실과 가상현실이 공존한다는 얘기였다.
어쨌든 이 영혼 가속은 영혼과 영혼을 합일시키되 서로 다르게 공존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기술이었다.
그렇기에 남들과 다른 특별한 영혼을 지닌…… 단 한 번도 윤회도 경험하지 않은 영혼.
너무나도 오랜 세월을 경험한 영혼이었기에 영혼 가속으로도 그 영혼을 어떻게 변화시키지 못했다.
단지…… 과거와 현재를 빠르게 이어주며 진의 각성을 도와주는 역할을 할 뿐이었다.
가이아와 우라노스는 이것을 알고 있기에 진이 모든 준비를 끝내고 각성의 전 단계에 다다랐을 때…… 이 영혼 가속을 이용해 진의 빠른 각성을 도와준 것이었다.
물론 이것은 진에게만 해당되는 얘기였다.
진과 함께 석판에 올라탄 다른 이들은 원래의 영혼 가속 효과라고 할 수 있는 부분 융합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가이아는 조금이라도 칼슈타인을 저지하기 위해 그가 간신히 뚫어놓은 퓨전홀의 위치를 파악하고 그곳으로 프로젝트 S의 유저들을 보냈다.
퓨전홀이 뚫린 곳은 대한민국의 서울.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서울 한복판에 있는 북한산 안이었다.
북한산은 결코 외딴곳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이 찾는 서울의 명소 중 하나였다.
당연히 이곳저곳에 보는 눈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곳에 퓨전홀이 뚫렸다.
사실 퓨전홀은 겉으로는 별로 표시가 나지 않았다.
그저 어두운 그림자가 한곳에 몰려 있는 것 같은 느낌? 더욱이 퓨전홀이 생긴 곳이 우거진 숲속의 한가운데였기에 아무도 그것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프로젝트 S는 달랐다.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도 아니고, 땅에서 솟은 것도 아닌데…… 숲속 한가운데 하얀빛과 함께 나타난 사람들.
생김새는 물론이고 복장까지 매우 독특한 그들은 당연히 근처에 있던 모든 사람의 관심을 받았다.
모두가 당황했다.
갑자기 현실 세계로 부분 융합된 프로젝트 S의 유저들도, 그리고 그런 그들을 바라보던 현실의 사람들도…….
하지만 그들이 당황하며 정신을 놓고 있던 시간은 별로 없었다.
퓨전홀.
그 누구도 제대로 신경 쓰지 못했던 그곳에서 가상현실에서나 느낄 수 있었던 강력한 몬스터의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그그그그!
띠링, 차원과 차원을 연결하는 어둠의 통로가 뚫렸습니다.
띠링, 여러분은 선택받은 영웅들입니다. 다소 혼란스러울지 몰라도 여러분을 선택한 것은 저이기에…… 여러분에게 작은 힘을 나누어 드리겠습니다.
띠링, 레아의 축복을 받았습니다.(모든 능력치 +10% 지속시간 네 시간)
띠링, 히든 퀘스트(S급) ‘어둠의 진출을 막아라.’를 받으셨습니다. 본 퀘스트를 해결할 경우 큰 보상과 함께 ‘진정한 영웅’(S급) 호칭을 받게 됩니다.
모두에게 들려온 시스템 메시지.
그 메시지와 함께 아주 조금씩 어둠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비록 아직은 크지 않은 문이었지만…… 이대로 시간이 지난다면 정말 감당하지 못할 만큼 커질 수도 있었다.
가뜩이나 어안이 벙벙했던 프로젝트 S의 유저들은 갑자기 느껴지는 몬스터의 기운에 더욱 당황스런 표정을 지었다.
현실 세계에서 들려오는 시스템 메시지라니?
도대체 이곳은 현실인가, 아니면 가상현실인가?
마치 얼음이라도 된 것처럼 얼어버린 그들.
게임 속이었다면 그 누구보다 빨리 반응했겠지만…… 당황스러운 현실이 그들의 행동력을 제한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그들보다 아주 조금 늦게 그가 도착했다.
신.
이제는 진이라 불러야 할지도 모르는 그.
모든 기억을 되찾은 그가…… 다시 프로젝트 S의 유저들 사이로 복귀했다.
* * *
모든 기억을 되찾고 다시 원래의 자리로 복귀했다.
너무나 많은…… 너무나 오랫동안 쌓였던 기억들을 모두 되찾아서일까?
이 모든 것이 마치 꿈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난 더 이상 빛의 신 진도, 무적자 신도 아니었다.
진.
그냥…… 오랜 세월을 방황했던…… 나와 얽혀 있는 모든 운명의 끈들을 무시하고 아주 오랫동안 방랑자의 삶을 살아온 존재일 뿐이었다.
기억이 돌아왔다고 해서 달라진 것은 별로 없었다.
지금까지 쭉 그래왔듯이 난 또다시 ‘아드리안’의 영혼에게 안식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사랑? 이제는 사랑이라고 말하기도 힘들 만큼 너무 오랜 세월이 흘렀다.
그저…… 그녀를 한시라도 빨리 편안하게 해 주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어쨌든 현실로 부분 융합된 나는 일단 감당하기 힘든 진실을 정면에서 맞닥뜨린 유저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움직였다.
이대로 놔뒀다간 퓨전홀에서 튀어나온 몬스터들에게 학살당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그들을 진정시켜야 했다.
난 일단 가장 말이 잘 통할 것이라 예상되는 몇몇 사람들에게 귓속말을 전달했다.
내가 있는 곳은 현실이었지만 게임 속의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었기에 귓속말 역시 가능했다.
천위강, 프로이드, 그림자 남매, 이나, 린, 꼰정 일행…… 일단 내가 가장 믿을 수 있고, 가장 잘 알고 있는 이들에게 진짜 진실을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
천위강은 막상 진짜로 현실 세계로 나오게 되자 약간 충격을 받았지만 이미 나에게 대부분의 진실을 들은 상태라 가장 빨리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그 밖에 다른 사람들은 내 말을 듣고 한 번 더 큰 충격을 받아 제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건 명백한 현실이었다.
그들은 이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고…… 이겨내야 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도움은 그들에게 진실을 알려주고, 격려해 주는 것밖에 없었다.
나머지는 모두 스스로가 감당해야 하는 것들이었다.
물론 난 내가 직접 고른 프로젝트 S의 유저들을 믿었다.
아니, 423298차원의 신인 레아가 선택한 그들을 믿었다.
남들보다 특별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그들의 정신력이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었고, 그렇다면 이 믿기 어려운 현실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아쉽게도 그들이 고민하고 괴로워할 시간은 별로 없었다.
이미 퓨전홀을 통해 몬스터들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려고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몬스터들과 싸워야 했다.
어차피 나 역시 지금 당장 이 현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라고 진실을 얘기해 준 건 아니었다.
단지…… 조금이나마 정신을 차리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한 것뿐이었다.
점점 커지는 어둠의 기운.
내가 이미 한 번 경험했던,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현실에서의 전투가 다시 한번 시작되려는 중이었다.
* * *
“점사로 처리해!!”
북한산에 쩌렁쩌렁 울리는 외침.
퓨전홀에서 튀어나온 한 무리의 강력한 몬스터들을 하나하나 처리하는 유저들.
현실의 사람들과는 매우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그들은 마찬가지로 현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괴물들을 침착하게 상대하고 있었다.
이미 북한산엔 큰 난리가 난 후였다.
갑자기 등장한 이상한 사람들…… 그것만으로도 상당히 관심을 끌 사건이었지만 그 뒤를 이어 나타난 커다란 괴물들은 관심을 넘어 난리를 만들었다.
물론 처음엔 사람들도 무슨 영화 같은 것을 촬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만큼 비현실적인 모습이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영화 촬영 같은 가짜가 아니라는 걸 깨닫는 데에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머리가 두 개 달린 커다란 오우거가 나타나 북한산의 나무를 뽑아 사방으로 던져 버린 그 순간 그곳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모두 동시에 예전에 뉴스에 나왔던 광화문에서의 큰 난리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진짜 괴물.
가짜가 아닌 진짜…… 한마디로 이곳이 엄청 위험한 곳이라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은 미친 듯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들의 비명 소리를 들어서일까?
오히려 유저들은 더욱 침착해졌다.
게임 속에선 마치 생활처럼 상대했던 몬스터들.
그렇기에 그들은 본능처럼 몬스터에게 맞서기 시작했다.
빠르게 현실을 직시하기 시작한 프로젝트 S의 유저들.
그들은 완벽하게 모든 것을 이해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름 빠른 속도로 컨디션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어쨌든 그렇게 정신을 차린 우리는 퓨전홀에서 꾸역꾸역 밀려 나오는 몬스터들을 빠르게 정리하기 시작했다.
비록 초기 대응이 늦어 이미 퓨전홀이 상당히 커진 후였지만 이 차원의 신인 레아가 내려준 강력한 버프와 그동안 꾸준히 맞춰온 호흡의 힘으로 거의 완벽하게 몬스터들 막아냈다.
오히려 문제는…… 현실 쪽에 있었다.
이미 소란은 커질 대로 커진 상태였고 이대로라면 어떤 이들이 이곳으로 몰려올지는 뻔했다.
이미 광화문 사건으로 가뜩이나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는 이곳이었기 때문에 반응도 그만큼 빠를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그걸 잘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몬스터들을 방치할 수는 없었다.
현대의 군대가 몬스터들을 처리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일단 퓨전홀을 임시로라도 막기 위해선 프로젝트 S의 마법사 유저들이 힘을 써야 했다.
즉, 화력은 군대 쪽이 더 강할 수도―사실 몬스터를 잡는 데 특화된 건 유저들 쪽이라 화력이 더 강하다고 말하기도 힘들었다―있었지만 문제는 마무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무조건 우리가 이놈들을 마무리해야 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안팎으로 신경 써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레타! 빨리 내가 말한 지점에 진법 강침을 모조리 설치해!!”
나는 또 한 번 진법의 힘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진법이 아닌 다른 방법을 사용하면 불가피하게 무력 충돌이 일어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애꿎은 피해자가 나올 수도 있었다.
충돌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예 서로 만나지 않는 것이었다.
일단 프로젝트 S가 몬스터들을 압박하는 걸 확인한 난 몇 명의 유저와 빠르게 뒤로 빠졌다.
그리곤 퓨전홀을 중심으로 넓게 큰 원을 그리며 하나의 진법을 설치하는 중이었다.
당연히 물리적인 힘을 행사하는 진법은 아니었다.
예전에 드래곤을 잡을 때 한 번 사용한 적이 있었던 진법.
환계회회(幻界回回).
난 그것을 살짝 개량해 사람들의 접근을 최대한 저지할 생각이었다.
솔직히 이 진법이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지는 나도 모른다. 단지 막연한 기대감으로 최대한 많은 시간을 벌어주길 빌 뿐이었다.
“빨리 끝내자. 그리고 중간에 사람들하고 마주치면 강제로라도 끌어내고…….”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다.
바로 게임 속 능력치를 그대로 가지고 나온 유저들이 현실의 사람들보다 몇 배, 아니, 몇백 배는 더 강하다는 사실이었다.
현대식 무기?
그들에게 그런 무기가 있다면 유저들에겐 각종 아이템이 있었다.
직접 실험한 건 아니지만…… 아마 보통의 소총으로도 유저들이 입고 있는 마법 아이템을 뚫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등급이 낮은 아이템들의 경우는 현대식 무기들보다 안 좋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유니크급 이상의 아이템들은 분명 현대식 무기보다 더 좋거나 비슷한 성능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유저들은 각종 스킬을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현실에서 거의 초능력자라고 봐도 될 정도로 강력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저들이 무적이란 소리는 아니었다.
현대의 무기들은 매우 화려했고…… 어떤 것은 단 한 방에 이 북한산 근처를 모두 날려 버릴 정도로 강력한 것도 있었다.
물론 그런 무기를 함부로 사용할 일은 절대 없었지만 그래도 모르는 것이었다.
“……근데 형, 진짜 이 세상이 사라질 수도 있는 거예요?”
내가 시킨 대로 진법 강침을 설치하러 가려던 클레타가 잠시 멈춰 서서 나를 바라보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너무나 엄청난 것들을 겪어서 그런가? 녀석의 안색이 그다지 좋지 않아 보였다.
“……그렇게 되지 않게 하려고 모은 사람들이 프로젝트 S의 유저들이다. 걱정 마라.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거다.”
사실이었다.
프로젝트 S는 실제로 그런 의도로 만들어진 팀이었고 난 무조건 이 팀을 이끌고 칼슈타인의 융합 의도를 막아낼 생각이었다.
물론 그걸로 끝은 아닐 것이다.
칼슈타인의 뒤에는 전이라는 무시무시한 힘이 존재한다.
닉스…… 그녀가 오랜 잠에 빠지며 생겨난 강력한 어둠의 힘.
그 힘이 남아 있는 이상 차원의 융합은 계속 진행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걱정할 부분은 아니었다.
그것은 어차피 나중에 내가 나서서 해결할 부분이었고 지금은 일단 칼슈타인을 먼저 막아야 했다.
그래야 그 뒤에 뭔가 시도라도 해볼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그렇죠? 그런 거죠?”
“너 자신을 믿어라. 그럼 된다. 그럼……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을 거다.”
누구 한 명의 힘으로 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프로젝트 S의 유저들 전원.
이것은 그 모든 사람이 모두 노력해야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네, 믿을게요!!”
아까보다는 훨씬 나아진 표정을 지으며 밝게 웃는 클레타.
머릿속이 복잡할 텐데도 저런 웃음을 지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녀석의 강한 정신력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빛이군.’
빛의 신이었던 기억을 되찾으며 원래의 신성을 되찾거나 새로운 힘을 얻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빛에 대한 익숙한 감각은 되찾을 수 있었다.
내가 볼 때 클레타가 지닌 기운은 빛에 매우 가까웠다.
밝고 자유롭고 따뜻한…… 녀석은 그런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난 열심히 뛰어가는 클레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작게 미소 지었다.
“……꼭 막아주마.”
이것은 약속이다.
클레타와의 약속.
나와의 약속.
아드리안과의 약속.
빛과의 약속.
난 이 약속을 꼭 지킬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