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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로드(The Lord)-231화 (231/250)

231. Start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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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내가 생각하는 이 세상과 이들이 생각하는 이 세상과의 차이는 엄청나게 크다.

하지만 이들도 조만간 진실의 일부분을 깨닫는다면 내가 지금 말한 이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알게 될 것이다.

“이 세상을 구원한다고요? 그렇다면…… 이대로 놔두면 이 세상이 멸망이라도 한다는 건가요?”

내 말에 깜짝 놀란 한 사람이 당황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나에게 미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들었던 이들이지만 그래도 설마 이 세상이 멸망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 같았다.

“네, 멸망합니다. 사태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합니다. 모두 어느 정도 알고 계시겠지만…… 몬스터들은 단순히 이벤트를 위해 움직인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우리들의 근원이자 영혼이라 할 수 있는 소울 스톤(라이프 스톤)을 노렸습니다. 그건 즉…… 이 세상에서 유저들을 모두 몰아내겠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유저들이 그렇게 쉽게…….”

답답하게도 유저의 힘이라면 몬스터를 몰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여기 있었다.

물론 지금이라면 충분히 가능할지 몰랐다.

특히 자이언트와 마갑이 풀리며 몇 배는 더 강해진 유저들이었기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무리가 아닐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 죽음의 산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안다면 그 소리는 절대 하지 못할 것이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그렇다면 한 가지 사실을 알려드리죠. 어차피 출발하며 말해주려고 했던 것이었는데 잘됐군요.”

난 고개를 끄덕이며 프로젝트 S의 멤버들을 둘러보았다.

“여러분은 제가 보스 몬스터인 발록에게서 드래곤의 작전 계획서라는 문서를 탈취했다는 걸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우리가 이렇게 모인 것도 그 문서 때문이죠. 그렇다면…… 여러분은 그 문서에 정확히 무엇이 적혀 있었는지 아십니까?”

“…….”

“…….”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내가 이것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했기 때문에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건 오로지 나뿐이었다.

이 사실이 어설프게 세상에 알려질 경우 큰 혼란이 생길 수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비밀을 지키는 것이 중요했다.

“지금부터 말하는 것을 행여나 다른 사람들에게 누설하는 분은 피의 맹약을 맺으며 약속했던 대로 처절한 응징의 저주가 내려질 것입니다.”

물론 이렇게 얘기해봤자 오프라인에서 정보를 누설하는 건 막을 수 없다.

아니, 막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일부러 말하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이 정보를 말했다면 오프라인에서 정보가 새며 큰 혼란이 왔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혼란이 온다고 해도 그건 모든 일이 끝난 후일 것이다.

내가 원하는 건 혼란이 아니었다.

단지 약간의 ‘제물’들이 필요할 뿐이었다.

잔인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난 분명 이곳에 있는 이들 중 몇몇은 오프라인에서 정보를 흘릴 것이라는 걸 확신한다.

그리고 그 정보를 주워들은 다른 유저들은 봉이라도 잡은 듯 거침없이 이곳 죽음의 산맥을 향해 달려올 것이다.

아마 한두 명이 아닐 것이다.

원래 이런 건 연쇄적으로 반응을 일으키며 퍼져나가기 때문에 아마 꽤 많은 이들이 죽음의 산맥으로 들어올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제물’이 될 것이다.

그들이 그렇게 ‘제물’이 되어 적들의 시선을 끌어준다면 내가 계획한 프로젝트 S의 성공률은 더욱 올라간다.

그리고 그 유저들은 어차피 욕심에 눈멀어 찾아온 이들이기에 불쌍해할 필요도 없었다.

물론 너무 많은 정보가 한꺼번에 유출되면 혼란이 더 빨리 올 수 있기에 적당히 정보 유출을 제지하는 발언을 해주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조금 강도가 높은 발언이 있었기 때문일까?

모두가 숨을 죽이고 나를 바라보았다.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은 본능적으로 내가 말하는 정보가 ‘One’의 판도를 좌우할 엄청난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 정도의 눈치도 없다면 이 자리에 있을 수가 없었다.

“……현재 죽음의 산맥을 장악한 건 드래곤 일족, 최강의 종족이자 매우 강력한 힘을 지닌 그 일족입니다.”

나는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그들의 최종 목적은 아까도 말했지만 유저들의 말살입니다. 특히 그들이 ‘위대한 존재’라 부르는 드래곤 로드까지 등장한 상태라 드래곤들의 힘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습니다.”

정확히 드래곤 로드가 누구인지는 나도 모른다.

단지…… 그 로드라는 존재가 현재 긴 잠에서 깨어났다는 간단한 정보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드래곤들이 모두 모여 절대적인 힘인…… 암흑마력은 이 죽음의 산맥을 암흑의 대지로 만들고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그들이 모든 준비를 끝낸다면 이 땅은 암흑의 힘이 100% 적용되는 곳으로 바뀝니다. 이는 곧…… 몬스터들의 힘이 두 배로 강해지고, 유저들의 힘은 절반이 된다는 뜻입니다.”

정확히 측정하지 않았지만 현재는 대략 몬스터의 힘이 +40% 되고 유저들의 힘이 약 20% 정도 줄어든 것 같았다.

그리고 이 수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 올라가고 있다.

“더 무시무시한 건…… 암흑의 힘이 100%가 되는 순간 이 암흑의 대지가 점점 넓어질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헉!!”

“으윽!!”

순간 모두가 크게 놀랐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암흑의 대지 안에선 유저들이 몬스터들에게 절대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는데, 그 영역이 넓어진다면…… 그건 정말 동대륙과 서대륙의 파멸을 부를 수도 있는 엄청난 사실이었다.

“이제 좀 실감이 나십니까? 그런데……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겁니다. 우리가 흔히 암흑지대라고 부르는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아십니까? 테르코나…… 고대어로 세상의 중심이란 뜻을 가진 거대한 산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우리가 상상도 하지 못할 괴물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테르코나는 드래곤들의 성지였다.

그리고 그곳은 모든 암흑 마력이 집결되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변종 키메라. 유저들이 자이언트와 마갑을 얻었다면 몬스터들은 변종 키메라라는 강력한 변형 능력을 얻었습니다.”

정확한 정보를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작전 계획서에 나와 있는 내용만 보아도 그것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건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놈들은 어지간한 보스 몬스터들보다 강력하다고 합니다. 비록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작전 계획서에 적혀 있는 내용만 보아도 놈들은 거의 하이 마스터 급의 보스 몬스터들과 비슷한 능력을 지녔을 것이라 예상됩니다.”

변종 키메라는 그냥 키메라가 아니었다.

드래곤들이 가진바 모든 마력을 쏟아부어 만드는 특별한 키메라. 덕분에 현존하는 거의 모든 드래곤들이 몇백 년은 수면기를 거쳐야 할 정도로 대단한 작업이라고 나와 있었다.

“자이언트와 마갑을 가졌다고 몬스터들을 우습게보면 안 됩니다. 놈들도 놈들 나름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유저의 힘을 믿으라고요? 하지만 아쉽게도 몬스터의 힘이 더 강합니다.”

난 단언하듯 말했다.

적어도 이것만큼은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유저는 절대 몬스터들을 이길 수 없다.

애초에 룰에서 벗어난 존재인 드래곤들이 대거 개입한 이상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는 곳이 바로 그 ‘테르코나’인 건가요?”

누군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네, 맞습니다. 프로젝트 S의 최종 목적은 ‘테르코나’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입니다.”

난 고개를 끄덕이며 정확한 답변을 해주었다.

“하지만…… 상대는 드래곤입니다.”

드래곤의 무서움은 그 어떤 유저들보다 이들이 잘 알고 있었다. 여기 있는 이들 중 80%가 내가 예전에 계획한 드래곤 레이드 열풍에 휩쓸렸었다.

그렇기에 이들은 드래곤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잘 알고 있었다.

“드래곤이 아니라 드래곤들이겠죠. 하지만 이 와중에도 긍정적인 소식은 있습니다. 바로…… 드래곤들이 이 강력한 암흑 마력을 계속해서 만들기 위한 작업에 대거 투입되어 실제로 활동할 수 있는 이들은 거의 없다는 사실이죠. 그건 곧…… 우리가 상대해야 할 드래곤은 한정되어 있다는 뜻이기에 충분히 테르코나를 공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정보 역시 완벽하게 확인된 건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분명 어느 정도는 맞을 것이다.

만약 아니라면? 그건 그때 가서 고민하는 게 좋았다.

모든 것을 알려주었다.

침묵이 내려앉은 이곳…… 현실을 알게 되자 모두 더 이상 웃을 수 없었다.

진짜로 위험한 임무.

그리고 진짜로 세상을 구하는 임무.

그 무거운 짐이 여기 있는 모든 유저의 어깨 위에 얹어졌다.

“후후…… 심각하게 생각할 것 없습니다. 여러분은 그동안 ‘One’의 세상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많은 모험을 겪고 그 모험 속에서 수많은 위기를 헤쳐나온 베테랑입니다. 그렇기에 여러분을 선택한 것이고요. 이번 일 역시 그러한 모험의 연장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세상을 구하는 영웅! 멋지지 않습니까?”

단순히 게임 속 세상이 아닌 진짜 세상을 구하는 인류의 영웅이겠지만…… 어쨌든 순식간에 가라앉은 분위기를 조금 띄울 필요가 있었다.

“위험이 크면 얻을 수 있는 보상도 크다. 이 말은 ‘One’에서는 만고불변의 진리입니다. 이번 일을 성공시킬 수만 있다면 여러분은 많은 것을 얻을 것입니다.”

분위기를 띄우는 데 제일 좋은 건 희망이다.

희망이 크다면 아무리 그 앞의 과정이 힘들다고 해도 버틸 수 있는 게 인간이다.

특히…… 이 ‘One’이란 세상에 완벽히 중독된 이들에겐 이것만큼 좋은 희망은 없었다.

점점 풀어지는 얼굴.

아마도 이들의 머릿속엔 앞으로 있을 짜릿한 모험과 그 모험이 끝나고 얻을 멋진 보상이 떠오르고 있을 것이다.

“자~ 이제 대충 모든 설명이 끝났으니 출발하도록 하죠.”

난 가볍게 박수를 치며 큰소리로 외쳤다.

“일단 제가 미리 가볍게 조를 편성했습니다. 클레타가 빠르게 조를 나누어 드릴 테니 모두 잠깐만 집중해 주세요.”

98명의 유저를 일곱 명씩 열네 개의 파티로 나누었다.

파티를 연합했을 때 합칠 수 있는 최대 파티 숫자가 열두 개였기에 일단 열두 개의 파티를 한 개의 커다란 연합으로 나누어 나머지 두 개 파티는 따로 뺐다.

대신 따로 뺀 두 개의 파티엔 나를 포함한 이곳에 모인 유저들 중에서도 좀 특별한 최정예 유저들만 포함시켰다.

그렇게 꾸려진 열네 개의 파티.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 남은 건 하나.

바로 테르코나로의 진격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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