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로드(The Lord)-230화 (230/250)

230. Start ― 1

* * *

‘One’의 세상에 불어닥친 마갑과 자이언트 열풍.

유저들은 너도나도 그것을 얻기 위해 동분서주했고, 그 결과 그들은 자신들을 크게 위협했던 몬스터 군단에 대해서는 어느새 까마득히 잊게 되었다.

물론 아직도 무림맹과 서유연은 죽음의 산맥에서 양 대륙으로 이어지는 입구를 틀어막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지만 예전과 비교한다면 그 존재감 자체가 무척 떨어진 상태였다.

많은 유저들이 무림맹과 서유연에서 이탈해 다시 예전의 자리로 돌아갔기 때문에 그 두 단체가 가지고 있는 힘 자체도 많이 줄어들었다.

유저들은 더 이상 죽음의 산맥의 몬스터들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아예 몬스터들이 더 이상 대륙을 침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하는 유저들도 대거 등장했다.

또한 설사 몬스터들이 대륙을 침공하더라도 다수의 유저들이 마갑과 자이언트를 얻었기 때문에 예전처럼 위험한 상황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았다.

어찌 됐든 위험한 시기는 가고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고 믿게 된 많은 유저들 덕분에 ‘One’의 세상은 예전의 모습 그대로 돌아갔다.

몬스터 대군이라는 공통의 적이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 지금…… 어쩌면 이렇게 옛날로 돌아가는 것이 정상일지 몰랐다.

하지만 모든 유저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아직까지도 몬스터 대군이라는 공통의 적을 잊지 않은 유저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 유저들 중에서는 특별한 한 가지 임무를 위해 반년(게임 시간)이 넘는 시간을 준비하며 기다려 온 유저가 있었다.

그 유저가 직접 모은 100명의 특별한 유저들.

오랜 준비 시간이 끝나고 드디어 그들이 움직일 때가 되었다.

프로젝트 S의 시작.

그것은 바로 전설의 시작이었다.

* * *

죽음의 산맥.

이제는 그 누구도 찾지 않는 진정한 죽음의 땅.

최초 ‘One’의 세상이 열렸을 때 유저들은 동대륙과 서대륙의 연결 지점에 놓여 있는 거대한 산맥을 죽음의 산맥이라 부르며 들어가길 꺼렸다.

아무래도 당시 유저들의 실력으로는 상대하기 힘든 강력한 몬스터들이 존재했고, 산맥 자체도 매우 험난해 도저히 유저들이 뚫을 수 없는 곳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그러한 이름이 붙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유저들의 실력이 늘어나고 여러 가지 정보가 공개되자 어느 순간 유저들은 죽음의 산맥을 더 이상 죽음의 산맥이 아니게 만들었다.

공개된 죽음의 산맥.

여전히 위험한 곳인 것만은 사실이었지만…… 유저들은 그 위험을 실력으로 극복했다.

그렇게 계속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욱 진입이 쉬워졌던 죽음의 산맥.

하지만 일명 ‘대이동’이라 불리는 몬스터들의 반란이 시작되며 그곳은 다시 예전의 명성을…… 아니, 예전보다 훨씬 더 무시무시한 악명을 되찾았다.

어떤 유저들은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죽음의 산맥이야말로 최상급 유저들의 사냥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그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고 있었다.

죽음의 산맥, 그곳은 더 이상 사냥터 따위의 공간이 아니었다.

온갖 어둠의 힘이 몰려들어 비이상적인 왜곡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는 그곳.

그곳은 태초의 악(惡)이 꿈틀거리기 시작한…… 진.정.한. 죽음의 땅이었다.

일주일 전 나는 프로젝트 S의 발동을 알렸다.

그리고 프로젝트 S를 위해 나와 피의 맹약을 맺은 100명의 유저에게 좌표 하나를 알려주었다.

그 좌표가 가리키는 지점은 죽음의 산맥의 한 장소였다.

죽음의 산맥에서는 그나마 조금이라도 덜 위험한 장소였던 그곳은 내가 오래전부터 생각해두었던 집결지였다.

물론 죽음의 산맥 안에서 덜 위험하다고 해봤자 다른 지역들에 비교하면 엄청 위험한 곳이었지만, 적어도 내가 선택한 유저들이라면 충분히 올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사실 이건 일종의 테스트였다.

만약 나와 피의 맹약을 맺은 유저 중 이곳에 일주일 안으로 도착하지 못한다면…… 그 유저는 과감히 버릴 생각이었다.

어차피 퀘스트는 일주일 전에 발동시켰다.

퀘스트가 발동된 이상 또 한 번의 기회 따윈 없었다.

단 한 번의 기회를 잡아 결정을 내야 했다.

그런 상황이었기에 능력이 되지 않는 동료는 일찌감치 배제하는 게 좋았다.

100명의 유저는 다들 나름의 방법으로 이곳으로 올 것이다.

내가 원하는 건 단지 결과뿐이었다.

그들이 어떻게 이곳에 오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시간에 맞춰 이곳에 올 수 있느냐가 중요했다.

프로젝트 S의 발동을 알리고 일주일이 지난 현재.

이곳으로 와야 하는 100명의 유저 중 정확히 94명의 유저가 도착한 상태였다.

제일 먼저 도착한 건 천위강과 에스카였다.

그들은 거의 동시에 이곳에 도착했는데, 혼자임에도 단 4일 만에 도착했다.

그 뒤를 이어 꼰정 일행과 마가레타 일행, 헬 레이드 팀 등이 차례로 도착했다.

그렇게 일주일 동안 꾸준히 하나둘 모여 94명이 되었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유저는 여섯 명.

난 앞으로 딱 하루만 더 그들을 기다려 줄 생각이었다.

오지 않는다면?

과감히 버려야 했다.

나와 피의 맹약을 맺은 이상 아예 출발하지 않았거나 계약을 깨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섯 명의 유저는 아마도 죽음의 산맥에 들어와 위기에 빠져 사망했거나 아니면 실력이 모자라 제때 오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마지노선은 딱 내일.

내일까지 오지 않는 유저는…… 아쉽지만 이번 일에서 제외할 예정이다.

“이제 올 만한 사람은 다 온 것 같군요.”

정확히 하루가 더 지나고 난 결단을 내렸다.

그나마 다행히 하루 동안 네 명의 유저가 더 늘어났다. 총 100명 중 98명의 유저가 무사히 첫 합류 지점에 도착했다.

두 명의 유저는 안타깝지만 버려지게 되었다.

웅성웅성.

내 앞에 서 있는 98명의 유저들…… 이들은 명실상부한 ‘The One’의 최강자들이었다.

모두가 서로 알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서로의 이름 정도는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는 이들이었다.

그래서일까?

분위기는 상당히 경직되어 있었다.

동물의 세계에서 강자(强者)가 강자를 만나면 서로를 의식해 긴장하듯 이곳도 비슷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굳이 따로 소개 같은 건 하지 않겠습니다. 어차피 계속 함께하다 보면 서로에 대해서는 자연스럽게 알게 되겠죠. 뭐…… 이미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개인적인 악연이나 원한 같은 건 적어도 여기 프로젝트 S에서만큼은 잊어주시길 바랍니다.”

대략 100명의 인원을 선발할 때 최대한 그들 서로 간에 문제가 없는지 살폈다.

아무래도 팀을 이루어 해결해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팀워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내가 꼼꼼히 살폈다고 해도 알려지지 않은 사연 같은 게 있을 수 있었다.

난 혹시나 모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아예 처음부터 서로의 충돌을 원천적으로 막을 생각이었다.

“그런 건…… 이번 일이 끝나고 개인적으로 해결하시는 게 좋으실 겁니다. 이건 부탁이 아닌, 이번 프로젝트 S의 마스터로서 내리는 첫 명령입니다.”

이들은 내가 누군지 잘 안다.

그리고 내가 허튼소리를 하지 않는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그렇기에 아마도…… 아무리 원한 같은 것이 있다고 해도 대놓고 싸우지는 않을 것이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어차피 원한이 있다고 해도 앞으로 겪을 일들을 생각하면 그 원한에 대한 생각이 절대 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았다.

“이제부터는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이 한 팀이 됩니다. 전에 어디에 소속되어 있었든 간에…… 적어도 이번 일이 끝나기 전까진 무조건 프로젝트 S의 일원일 뿐입니다.”

어설프게 계획한 프로젝트 S가 아니었다.

치밀하게 계산하고, 연구하고, 분석해서 만들어낸 프로젝트 S.

그렇기에 시작부터 확실하게 할 생각이었다.

“이곳은 여러분도 잘 알고 있는 죽음의 산맥 안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앞으로 가야 할 곳은…… 죽음의 산맥에서도 가장 위험하다고 알려진 ‘암흑지대’입니다.”

암흑지대란…… 그 어떤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그리고 그 어떤 유저도 가보지 못한, 죽음의 산맥에서도 가장 안쪽에 존재하는 일정 지역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죽음의 산맥이 포함된 현존하는 모든 지도는 그 지역을 둥근 검은 원으로 표시하고 ‘암흑지대’ 또는 ‘다크에리어’라고 적어두었다.

그 무시무시하다는 죽음의 산맥에서도 가장 신비롭고 위험한 곳으로 알려진 암흑지대.

내, 아니, 프로젝트 S의 목적지는 바로 그곳이었다.

“암흑지대!”

“허…….”

“그 저주의 땅에…….”

“으음…….”

이들에게 매우 위험한 일이 될 것이고, 모든 건 죽음의 산맥 안에서 이루어질 것이라 미리 말해놓았지만…… 암흑지대에 대한 얘기는 처음으로 꺼냈다.

물론 미리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것 같은 표정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다수의 사람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더 정확한 건 차차 얘기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일단 우리에게 주어진 1차 과제는 지금까지 그 어떤 유저도 성공하지 못한 ‘암흑지대’를 탐험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위험합니다. 그리고 어떤 것이 그 안에 존재하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이미 다들 느꼈겠지만 이곳도 예전의 죽음의 산맥이 아닙니다. 암흑의 기운이 넘쳐흐르는 이곳에선 몬스터들이 거의 배는 강해집니다. 우리가 강한 건 사실이지만…… 몬스터들 역시 강하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곳에 모인 유저들의 힘은 지금까지 존재했던 그 어떤 길드나 연합보다 강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방심할 수는 없었다.

우리의 상대는 ‘One’의 모든 유저들을 위협했던 몬스터 군단.

당연히 긴장감을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

“자~ 그럼 일단 간단하게 질문을 받고 조를 나눈 후 출발하겠습니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 남은 건 출발뿐. 나는 그 전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줄 생각이었다.

“흐음…… 그런데 정확히 이번 프로젝트의 목적이 뭔가요?”

서대륙의 에볼루션 레이드 팀을 이끄는 다크오크는 신중한 표정으로 제일 먼저 질문했다.

“목적은…… 이 세상을 구원하는 겁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