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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로드(The Lord)-229화 (229/250)

229. 자이언트의 비밀 ― 2

* * *

[언제까지 도망갈 수 있을 것 같은가!]

적갈색 자이언트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

상당한 분노가 느껴지는 목소리…… 확실히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도망이라…….”

충격파 때문에 뒤로 살짝 밀려난 난 가볍게 웃으며 적갈색 자이언트를 바라보았다.

“그 말…… 아마 후회할 거야.”

자이언트 소환!! 레드 크로우!!!!

난 마음속으로 내 자이언트인 레드 크로우를 불렀다. 아수라에 내장되어 있던 드래곤 하트가 순간적으로 마력을 폭발시키며 차원과 차원의 틈새에 존재하던 자이언트를 불러들였다.

번쩍!!

촤르르르륵!

허공에 튀어나오는 검붉은 색의 쇳덩어리들.

이것이 바로 레드 크로우였다.

[헉!! 자이언트!!]

적갈색 자이언트의 G 라이더는 내가 자이언트 유저일 것이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크게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그러면서도 본능적으로 나를 향해 공격을 시도했다.

하지만…… 자이언트를 소환할 때 생기는 강력한 마력장은 그 어떠한 보호막보다 강력했다.

단지 3~4초만 유지되는 짧은 보호막이었지만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G 라이더의 공격으로부터 완벽하게 보호해주었다.

쩌정!

[큭!!]

특히 내가 레드 크로우를 소환할 때 방출되는 마력은 드래곤 하트에서 뿜어져 나온 어마어마한 양이었기 때문에 그 어떤 마력장보다 강력했다.

당연히 저 적갈색 자이언트의 공격으로는 뚫을 수 없었다.

철컥, 철컥!

아주 빠르게 내 몸 주변에 뭉쳐진 검붉은 색의 쇳덩어리들.

그것들은 순식간에 온전한 형체로 변했다.

쿠쿵!!

소환 완료!! 레드 크로우!!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레드 크로우.

검붉은 색의, 다른 자이언트에 비해 머리 하나는 더 커 보이는 커다란 몸체.

한눈에 보아도 보통의 자이언트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지닌 레드 크로우는 그 모습만큼이나 강력한 기세를 내뿜고 있었다.

[크윽!!]

예기치 않은 등장이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본능적으로 레드 크로우의 강함을 읽은 것일까? 적갈색 자이언트의 G 라이더는 아주 크게 당황한 모습이었다.

스윽.

난 오른손을 들어 적갈색 자이언트를 가리켰다.

그리고…… 만고불변의 최강 도발 기술(?)인 손가락 움직이기를 시전했다.

까딱까딱.

말없는 강력한 도발.

[거, 건방진!!!!]

역시나 적갈색 자이언트의 G 라이더는 크게 흥분하며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휘이잉!

옆구리를 파고드는 커다란 양손 대검.

분명 그 속도와 위력은 평범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보통의 사람들에게 적용했을 때의 경우였다.

쩌정!

막혔다.

더 정확히는 잡혔다.

난 왼손을 뻗어 가볍게 양손 대검을 잡았다.

끼기기긱!

적갈색 자이언트는 온 힘을 다해 양손 대검을 다시 빼내려 했지만…… 난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도망가지 않는다고…….]

난 작게 중얼거리며 왼손에 마력을 집중시켰다.

파지직! 콰득!

양손 대검의 두터운 날을 파고드는 레드 크로우의 다섯 손가락.

이건 특별한 스킬 같은 것이 아니다.

그저 레드 크로우의 강력한 본연의 힘일 뿐이었다.

[컥!!]

적갈색 자이언트의 G 라이더는 크게 놀라며 재빨리 양손 대검을 뒤로 뺐다.

하지만 이미 양손 대검의 한 부분은 처참히 뜯겨 나간 후였다.

[이, 이게 무슨…….]

아마도 이런 경험은 한 번도 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단지 시작일 뿐이었다.

레드 크로우.

다른 자이언트와 궤를 달리하는 특별한 존재.

그 존재를 경험하는 건 매우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물론 그다지 좋지는 않겠지만…….

[……헉……헉…….]

거친 숨소리가 확연하게 들려온다.

약 10분간의 전투.

10분은 다소 짧은 시간에 속했지만…… 적어도 저 적갈색 자이언트의 G 라이더에게만큼은 결코 짧게 느껴지지 않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스르륵!

다시 양손 대검을 가슴 언저리로 들어 올리는 적갈색 자이언트.

이가 듬성듬성 나가고 거의 반쯤은 박살이 난 엉망진창의 양손 대검이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있었다.

적어도 그 집념만큼은 칭찬받아 마땅했다.

하지만…… 기량 차이는 이미 현저하게 난 상태였다.

난 처음부터 힘을 아끼지 않고 사용했다.

등록되어있는 무기들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맨손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기술을 사용했다.

바로 이렇게!!

스킬 발동, 천수여래(千手如來)!!

파파팟!

레드 크로우의 손이 현란하게 움직이며 적갈색 자이언트의 몸을 뒤덮었다.

천 개는 아니라도 수십 개는 족히 되어 보이는 손의 그림자들.

자이언트는 이렇게 자이언트 오너, 즉 G 라이더가 가지고 있는 모든 스킬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다.

물론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사용하기 위해선 부단한 노력과 훈련이 필요했지만 어쨌든 기본적으로는 가능한 게 맞았다.

콰득!

적갈색 자이언트의 오른쪽 어깨를 낚아채는 레드 크로우의 왼손, 그 순간 난 재빨리 오른발을 움직여 그 자이언트의 왼쪽 정강이를 쳐올렸다.

쩌정!!

[크억!!]

중심을 완전히 잃고 공중으로 떠오르는 적갈색 자이언트.

스킬 발동, 칠성권(七星拳)!!

퍼퍼퍼퍼퍼퍼펑!

섬전처럼 내뿜어지는 일곱 번의 주먹질.

그 주먹질은 고스란히 적갈색 자이언트의 가슴에 적중했다.

[커어어어억!]

콰과과광!

땅바닥에 처박히는 적갈색 자이언트.

이걸로 거의 끝난 것 같았다. 더 이상은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휘리리릭!

“헛!!”

그 순간 나를 향해 날아온 양손 대검.

난 재빨리 양손을 교차시키며 그 대검을 막았다.

쩌저정! 쨍그랑!

내 방어를 뚫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진 양손 대검. 하지만 난 상당히 놀란 후였다.

거의 끝났다고 생각한 그 순간 포기하지 않고 나를 향해 양손 대검을 날린 적갈색 자이언트.

확실히 투지가 대단한 자였다.

끼이익! 끼익!

쿠궁!!

다시 일어나는 적갈색 자이언트.

제대로 서는 것조차 힘겨워하면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으려는 저 자이언트의 G 라이더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그 투지에 걸맞은 최후를 선물하겠다.”

적갈색 자이언트의 투지가 나에게까지 전해진 것일까?

묘한 열기가 내 몸을 휘감았다.

“장비 4번.”

스르르릉! 철컥!

소울 임팩트 효과로 자이언트용으로 변한 거대한 엘레멘탈 블레이드가 허공에서 뽑혔다.

점점 뜨거워지는 몸.

그와 함께 80% 초반대를 유지하던 동화율이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했고 지연 시간은 마구 떨어져 1초대까지 급격히 하락했다.

물아일체(物我一體).

자이언트와 내가 완벽하게 하나가 되어간다.

레드 크로우가 소울 임팩트로 변형된 엘레멘탈 블레이드를 잡은 것이 아니라, 그냥 내가 평소처럼 그대로 엘레멘탈 블레이드를 잡은 것처럼 느껴진다.

완벽한 집중.

힘겹게 일어나 주먹을 날리는 적갈색 자이언트의 G 라이더가 나에게 전한 투지는 이렇게 날 변하게 만들었다.

띠링, 모든 조건을 만족시켜 영혼 가속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선명한 녹색 불이 켜지며 ‘영혼 가속 불가능’이라던 글자가 ‘영혼 가속 가능’으로 바뀌었다.

“영혼 가속?!”

본능적인 생각과 중얼거림.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띠링, 소울 에너지가 부족해 1단계 영혼 가속만 이루어집니다.

지이잉!

갑자기 느껴지는 이상한 감각.

그와 함께 세상이 마치 정지한 것 같은, 아니, 정확히는 느리게 보이기 시작했다.

띠링, 영혼 가속 종료까지 남은 시간 10초. 9초. 8초…….

‘이, 이게 영혼 가속의 정체였던 건가!!’

모든 것이 평소보다 거의 몇 배는 느려진 것 같은 세상.

덕분에 적갈색 자이언트가 나를 향해 뻗은 주먹은 마치 장난이라도 치는 것처럼 느리게 다가왔다.

난 그 주먹을 똑바로 바라보며 한 발자국을 움직였다. 놀랍게도 내 움직임은 느리지 않았다.

나를 제외한 모든 세상이 느려진 상황.

덕분에 나는 너무나 쉽게 주먹을 옆으로 흘려보냈다. 그리고 가볍게 엘레멘탈 블레이드의 칼등으로 적갈색 자어이언트의 옆구리를 밀쳐냈다.

띠링, 2초. 1초. 0초…… 영혼 가속을 종료합니다. 가속 종료로 인한 소울 데미지에 주의하십시오.

쩌저저정! 콰아아아아~!

[크아아아악!]

정말 가볍게 칼등으로 쳤을 뿐인데 적갈색 자이언트는 엄청난 충격을 입으며 멀리 튕겨 나갔다.

하지만 충격을 입은 건 적갈색 자이언트만이 아니었다.

영혼 가속 종료와 함께 갑자기 느껴지는 엄청난 피로감. 마치…… 온몸에 아주 무거운 강철 덩어리를 매달아 놓은 것 같은 느낌이 내 전신을 휘감았다.

“크윽!!”

가속 종료로 인한 소울 데미지?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괴로운 고통이었다.

당연한 것이겠지만 적갈색 자이언트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영혼 가속이라…….”

쓰러져 있는 적갈색 자이언트.

그리고 온몸에 느껴지는 피로감.

이것이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이루어진 영혼 가속이 남긴 것들이었다.

시간의 흐름을 조종하는 힘.

만약 ‘One’이 단순한 게임이었다면 말도 안 되는 능력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One’은 단순한 게임이 아니었기에 이러한 능력이 존재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았다.

“그나저나 분명 1단계라는 말이 있었는데…… 그럼 위로 단계가 더 있단 말인가?”

겨우 1단계일 뿐인데 시간을 무려 10초 동안이나 조종했다.

그렇다면 윗단계는 도대체 어떤 힘을 지닌 것일까?

단순히 조종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일까?

아니면 또 다른 능력이 발현될까?

모든 건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것이었다.

“……어쨌든 이 실전 훈련은 절대 멈출 수 없게 되었군.”

실전 훈련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너무 많았다.

그렇기에 프로젝트 S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절대 이 훈련을 멈출 생각이 없었다.

그때까지는 앞으로 대략 20일(게임 시간)이 조금 넘게 남았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

난 그 시간 동안 전력을 다해 실전 훈련을 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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