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로드(The Lord)-228화 (228/250)

228. 자이언트의 비밀 ― 1

* * *

이름: 폭주기관차

통합 랭킹: 12,651위

자이언트: 하급(어설프게 외장갑을 보강했음).

소속: 오리온 연합 측에서 상당히 큰돈을 들여 고용한 용병. 소문엔 연합의 비축 자금을 모두 사용했다고 함.

능력: 랭킹은 많이 떨어지지만 자이언트에 관해선 상당히 뛰어난 센스를 가지고 있다고 전해짐. 최소 중급 이상의 자이언트 조종 능력을 지녔음.

…….

…….

난 클레타가 넘겨준 상대방의 정보를 다시 한번 확인해 보았다.

사실 내가 원하는 건 중급 이상의 자이언트 오너였지만…… 현재 그런 오너와 제대로 싸울 수 있는 곳은 전무했다.

특히 소문이 최대한 나지 않게 하며 전투를 치르려면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했는데, 사실상 자이언트와 자이언트가 싸울 수 있는 곳은 극히 드물었다.

이곳에 오기 전 싸웠던 자이언트도 하급이었다.

그리고 자이언트 오너의 조종 능력도 너무 떨어져…… 연습이 조금밖에 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좀 다르다니까 기대를 해봐야 하나?”

비록 상대가 약하다고 해도 실전 훈련은 확실히 효과가 좋았다. 린과 수련을 할 때도 실전이라고 생각하고 최대한 치열하게 한 건 사실이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때와 실전은 또 달랐다.

현재 난 지옥 훈련을 끝내고 새로운 훈련을 계속하는 중이었다.

간단히 말한다면…… 일종의 도장 깨기라고 해야 할까?

‘실전보다 좋은 수련은 없다.’

이건 린의 주장이었다.

그녀는 지옥 훈련을 마무리하며 실전 훈련을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처음에 난 이미 린의 다크 문과 내 레드 크로우를 이용해 매일매일 실전과 다름없는 대결을 펼치는데 굳이 또 다른 실전 훈련이 필요하냐고 물었었다.

하지만 린은 아무리 실전과 비슷하게 치열하게 싸워도 대련은 대련일 뿐이라며…… 무조건 앞으로 남은 한 달(게임 시간)여의 시간은 실전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늘 그렇듯 난 린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어쩌면 수련에 관해선 그녀의 말이 늘 맞았기 때문에 조용히 따랐다고 얘기하는 게 맞을지 몰랐다.

그렇게 시작된 실전 훈련.

난 일단 무물 길드를 통해 나와 린이 자이언트와 싸울 수 있을 만한 곳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다행히 린의 경우는 워낙 드러난 게 없어서 여기저기 갈 만한 곳이 많았다.

하지만 난 미녹 대전에서의 동영상이 너무나 유명해져서 마갑 아수라도 제대로 꺼내지 못할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렇기에 린보다 더 은밀하고 조용한 전투가 치러지는 곳으로만 골라서 가야 했다.

그나마 무물 길드의 정보력이 대륙 최강이라 그런 전투가 치러지는 곳도 빠르게 알아낼 수 있다는 게 다행이었다.

그렇게 린과 난 약 한 달간의 실전 수련을 시작했다.

내 첫 상대는 명당으로 소문난 한 상급 사냥터를 독식하고 있는 비매너 자이언트 유저였다.

그는 자이언트의 힘을 앞세워 사냥터를 독식하며 다른 유저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었다.

사냥터를 빼앗긴 길드에서는 그 유저를 잡기 위해 백방으로 방법을 찾았지만 딱히 현시점에서 자이언트 유저를 상대할 만한 방법이 있을 리가 없었다.

유일한 방법은 같은 자이언트 유저를 동원하는 것이었는데…… 그 길드는 그 정도의 여력을 지니고 있지는 않았다.

그래서 내가 나섰다.

그 길드를 도와주기 위해서가 아닌, 내 개인적인 수련을 위해. 물론 겉으로는 그 길드의 의뢰를 받아 움직인 것처럼 행동했다.

그리고 깔끔하게 그 비매너 자이언트 유저를 제거했다.

사람들이 아직까지 잘 모르는 것이 하나 있는데, 자이언트는 데미지를 입으면 그 데미지만큼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자이언트의 영혼이라 할 수 있는 마나 소울이 깃들어 있는 마정석을 파괴하면 다시는 원래대로 회복할 수 없게 된다.

물론 보통의 경우 마정석이 파괴될 것 같으면 그냥 마갑과 자이언트를 모두 역소환하고 곱게 죽으면 되는 것이었지만, 아직까지는 그 사실을 잘 모르는 이들이 많았다.

나야 고대의 마도공학 지식을 공부하며 알게 된 것이었다.

아직까지도 나와 비슷한 수준의 마도공학 지식을 지닌 이가 없었기 때문에 이 사실을 아는 이는 극히 드물 것이다.

난 그래서 깔끔하게 그 비매너 유저의 마정석을 파괴해 버렸다.

아마…… 그 유저는 땅을 치며 울었을 것이다.

마치 로또 복권에 당첨됐는데 복권이 바람에 날려 멀리 날아가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어쨌든 난 그렇게 한 번의 실전 훈련을 거치며 린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실전은 조금 달랐다.

자이언트의 움직임, 호흡, 감각…… 모든 게 조금씩 달랐다.

특히!!

그동안 아무리 노력해도 알 수 없었던 영혼 가속에 대한 정보를 미약하게나마 알 수 있게 되었다.

죽음을 각오한 상대방의 필사적인 공격을 몸으로 느끼며 순간 동화율이 90%를 넘어 지연 시간이 1초대까지 내려갔을 때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완벽하게 나 자신이 자이언트가 되었음을 느꼈다.

마치 영혼과 영혼이 하나가 된 느낌?

어쨌든 그때 순간적으로 영혼 가속의 메뉴에 아주 살짝 녹색 불빛이 맺혔던 것이다.

하지만 그건 너무 찰나의 순간이었고…… 난 곧 다시 원래의 동화율과 지연 시간으로 돌아왔다.

실전에서 느낀 이 감각.

이 감각 하나만으로도 실전 수련의 효과는 충분했다.

어쨌든 그렇게 첫 번째 실전 수련을 끝내고 곧장 무물 길드에서 두 번째 실전 수련 정보를 얻었을 땐 좀 웃겼다.

TOP 길드라니…….

어쩌면 이 TOP 길드와 내가 정말 인연이 깊은 것일지도 몰랐다.

“혹시 전생에 아는 사이였나?”

전생이 있다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나저나 이제 올 때가 됐는데…….”

지금 난 오리온 연합의 습격 부대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외성을 파죽지세(破竹之勢)로 뚫었다는 그들…… 난 그들을 상대하기 위해 내성 입구 안쪽에 혼자 앉아 있었다.

애초에 듀블랙과 라이지는 나에게 지원 부대를 붙여준다고 했지만 난 아예 계약 조건에 혼자 전투를 하게 해달라고 적어놓았다.

굳이 많은 사람에게 보여줄 필요는 없는 전투였다.

나 혼자 깔끔하게 정리할 생각이었다.

꽈광!

바로 그때 굉음 소리와 함께 내성 입구가 뚫렸다.

“왔군.”

난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적이 도착한 이상 이제 남은 건 이들과 한바탕 신나게 싸우는 것뿐이었다.

“아수라 소환.”

방심은 없다.

적은 최상급 길드를 무너뜨리기 위해 투입된 정예 습격조였다.

촤아아아! 철컥! 철컥!

내 주변으로 모여드는 어둠.

그리고 그 어둠은 이내 하나하나의 조각이 되어 내 몸에 달라붙었다.

파아아앗!

아수라 소환 완료!!

강대한 마력이 샘솟는다.

이것이 바로 마갑이 만들어내는 힘. 난 그 힘을 곧장 내 양손으로 유도했다.

“장비 4번.”

스르릉, 철컥!

양손에 잡히는 엘레멘탈 블레이드.

“자~ 시작해보자!”

스킬 조합, 정령빙의 셀리스트(Salist)+정령빙의 운다인(Undain).

연계 발동, 스킬 조합, 정령빙의 노임(Noim)+정령빙의 실라페(Silafe).

특수 스킬 조합, 엘레멘탈버스터(Elemental Buster) 데몰리션(demolition)!!!!

꽈과과과과광!

화끈한 조합 스킬을 선물하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제일 먼저 눈에 보인 적갈색의 자이언트는 광역 방어 기술로 보이는 한 가지 기술을 사용하며 내 공격을 막았다.

하지만 그래도 모든 방위를 막지는 못했기에 내 엘레멘탈버스터 데몰리션에 오리온의 정예 습격 부대 유저 몇 명이 큰 타격을 입었다.

“크악!”

“커억!!”

물론 게임 아웃이 될 정도의 타격은 아니었다.

말했지만…… 이건 인사일 뿐이다.

진짜는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 * *

자이언트는 각각 가지고 있는 특성이 있었다.

그 특성은 기본적인 것부터 자이언트 오너에 따른 개별적인 것까지 다양하게 존재했다.

예를 들자면…… 린의 다크 문과 같은 경우는 보호 장갑이 허술한 대신 스피드가 뛰어난 레인져(헌터) 계열 자이언트였다.

하지만 린이 그 자이언트를 얻자 가벼운 몸체를 이용해 뛰어난 회피 능력과 빠른 공격 능력을 가진 근접 전투 계열의 자이언트가 되었다.

이런 식으로 자이언트는 그 오너의 특성에 따라 변화한다. 물론 그 변화 속에서도 자신이 가진 기본 특성은 거의 변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모든 자이언트는 이렇게 자신만의 고유한 색을 지닌 게 정상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이 적갈색의 자이언트는 전형적인 돌격형 자이언트였다.

커다란 대형 쌍수검을 들고 모든 것을 파괴해 버릴 것 같은 기운을 내뿜는 자이언트.

외부 장갑을 보고 유추하건대 방어 능력은 대략 중급.

스피드는 좀 처지는 중하급.

대신 공격력 하나는 무척 뛰어나 보였기 때문에 상급.

종합 평가는 중상급.

무물 길드의 정보는 정확했다.

우우웅!

꽈과과과광!

놈이 휘두른 양손 대검이 땅바닥에 내리꽂혔다.

당연히 나를 노린 공격이었지만 난 재빨리 퀵 블링크를 이용해 놈의 공격을 회피했다.

콰광! 주르륵!

“큭!”

완벽한 회피였건만 단지 땅바닥을 때린 것만으로도 강력한 충격파가 발생해 나를 덮쳤고, 덕분에 난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흐음, 결국 자이언트는 자이언트로만 상대할 수 있는 건가?”

난 전투가 시작된 지 대략 20분이 흘렀지만 아직도 자이언트를 꺼내지 않고 있었다.

대신 마갑으로 20분 만에 자이언트를 제외한 대략 40명의 오리온 정예 유저를 깔끔하게 정리했다.

어쩌면 그래서 적갈색의 자이언트를 타고 있는 저 G 라이더가 더 흥분하고 있는 건지 몰랐다.

솔직히 이 상태에서 장기전으로 유도한 후 버티고 또 버텨서 저 자이언트의 구동 시간을 모두 소비하게 만들려고 한다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렇게 한다면 마갑만으로도 자이언트를 상대할 수 있다.

하지만 나의 실험은 마갑으로 자이언트와 정면 대결을 해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무리’였다.

실험이 끝났으니 이제 남은 건…… 실전 훈련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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