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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로드(The Lord)-224화 (224/250)

224. 확실한 준비 ― 2

* * *

수련에 집중하자 3개월(게임시간)의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나도 린도 3개월 동안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수련에 집중한 결과, 모든 부분에서 큰 성장을 할 수 있었다.

물론 아무래도 거의 힘을 완성 시켜가고 있던 나보단 완성되지 않은 힘을 지닌 린이 더 크게 성장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성장이 결코 미약하지는 않았다.

특히 마갑에 관해서 더 많은 걸 이해하게 된 나는 이제 어렴풋이 자이언트의 존재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덕분에 요즘은 마갑 수련과 함께 명상 수련의 시간을 대폭 늘려 집중적으로 그 부분을 연구하는 중이었다.

다른 마갑은 몰라도 아수라는 자아(自我)가 있는 마갑이었다.

그렇기에 난 명상을 통해 짧게라도 아수라와 교감을 나눌 수 있었다.

물론 대화를 하는 건 아니었다.

단지 아수라의 존재를 느낄 뿐이었다.

바로 그 아수라의 존재가 자이언트를 얻을 수 있는 결정적인 열쇠인 것 같았다.

자이언트를 얻기 위해선 먼저 맹약의 진을 그려야 했다. 그런데 이 맹약의 진은 마갑마다 전부 달랐다.

마갑이 천 개가 있다면 천 가지의 맹약의 진이, 만 개가 있다면 만 가지 맹약의 진이 존재한다는 뜻이었다.

그렇기에 일단 최초로 선행되어야 하는 건 마갑에 숨겨져 있는 맹약의 진을 찾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누구도 이 맹약의 진을 찾는 법을 모른다.

나도 모른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명상을 통해 차근차근 아수라를 살피는 것이었다.

그렇게 아수라를 살핀 지 3달.

드디어 뭔가 실마리를 잡은 느낌이 확실히 왔다.

그리고 그 느낌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집중하고 또 집중하는 중이었다.

“명상수련을 좀 더 하실 거예요?”

린은 나보다 먼저 명상 수련을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원래 명상 수련보단 몸을 움직이는 걸 좋아했던 린이었다. 난 그런 그녀에게 억지로라도 하루에 한 시간 이상은 명상 수련을 시켰다.

물론 처음엔 잘 적응하지 못 했지만 이제는 한 시간 정도는 집중해서 명상을 잘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그녀는 몸을 움직이고 싶어 했다.

“난 좀 더 할 테니, 넌 그 무식한 수련을 해라.”

“무식한 수련이 아닌데요.”

린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얘기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녀가 부정해도 그녀가 하려는 수련은 분명 무식한 수련이었다.

무게가 무려 500kg이 나가는 연습용 강철대검을 들고 총합 무게가 1,000kg이 나가는 방어구를 착용한 상태에서 올려 베기 3천, 가로 베기 3천, 사선 베기 3천을 하고 마보 자세로 한 시간을 버티는 수련이 무식한 게 아니라면 도대체 무슨 수련이 무식한 것일까?

그녀의 수련방식은 육체를 한계까지 몰아쳐서 잠재력을 격발시키는 매우 무식한 수련이었다.

“그래 알았다.”

본인이 아니라는데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남들은 린을 보고 철혈마후니 검은마녀니 하고 떠들지만 내가 볼 때 린은 괴력미인이라는 별호가 더 어울릴 것 같았다.

어쨌든 린은 그 무.식.한 수련을 하기 시작했고 난 계속해서 명상하며 마갑 아수라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명상을 시작하고 얼마의 시간이 흐르자 내 머릿속에 흐릿한 이미지가 그려졌다.

상당히 복잡해 보이는 한 개의 이미지.

난 이게 맹약의 진과 관계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설사 이게 진의 모습이 아니라도 뭔가 맹약의 진을 그리는 데 도움을 주지 않을까 생각 중이었다.

시간이 흐르며 난 점점 그 이미지 속으로 빠져들었다.

며칠 전 드디어 그랜드마스터급까지 올라간 명상 스킬이었기 때문에 내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모든 생각이 굉장히 생생하게 느껴졌다.

이것이 바로 명상 스킬이 그랜드마스터 등급이 되며 새로 생긴 추가 보너스 효과 ‘무아지경(無我之境)’의 효능이었다.

말 그대로 명상을 통해 무아지경으로 빠져들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에 난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상상을 할 수 있었다.

집중…….

집중…….

끊임없는 집중…….

이상하게 오늘은 다른 날보다 오랫동안 집중을 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인가?

갑자기 지금까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마치 유체 이탈이라도 되는 것처럼 점점 몸과 의식이 분리되는 기분.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어!!’

뭔가 정말 이상한 느낌을 느낀 그 순간!!

갑자기 강한 빛이 나를 휘감았다.

번쩍!!!!

* * *

‘으음…….’

난 천천히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광활한 초원.

그리고 그곳에 나열한 엄청난 숫자의 인간, 아니 거인(巨人)들.

커다란 뿔과 엄청난 덩치는 저들이 결코 인간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난…….

마치 유령과 같은 모습으로 초원 위에 둥둥 떠 있었다.

‘이게 도대체…….’

[뿌우우우우우우!]

갑자기 들리는 묵직한 뿔 나팔 소리.

그 소리와 함께 다른 거인들보다 좀 더 앞에 나와 있던 한 거인이 강하게 발을 구르며 뒤를 돌아보았다.

쿠궁!!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무엇을 망설이는가! 우리는 위대한 거인 일족 타이탄!! 지금이야말로 우리의 강력한 힘을 보여줄 때다!!”

검붉은 색 갑옷, 그리고 검붉은 색 투구. 거기에 검붉은 색 망토까지. 다른 거인들과는 그 생김새부터 달랐던 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아주 큰 목소리로 외쳤다.

“타이탄의 아들들이여 나를 따르라!!”

철컥!

손에 들고 있던 투구를 쓰며 다시 뒤돌아서는 거인.

그의 눈빛은 활활 타오르고 있었고, 그를 따르는 수많은 거인 역시 강력한 투기(鬪氣)를 내뿜고 있었다.

앞에 존재하는 모든 걸 깡그리 밀어버릴 것 같은 위용.

하지만 그런 위용은 오래가지 못했다.

[크어어어엉!]

긴 울부짖음과 함께 거인들 앞에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한 또 다른 존재들.

거인들만큼이나 커다란 덩치를 지닌 이들은 나 역시 잘 알고 있는 존재였다.

바로 드래곤.

중간계의 절대자라는 드래곤이었다.

각양각색의 드래곤. 그들은 떼를 이루어 타이탄들 앞에 나타났다.

[어리석은 놈들…….]

그리고 그 드래곤들 중 가장 특별하게 보이는 한 드래곤. 다른 드래곤들보다 훨씬 덩치가 큰 붉은색 드래곤은 거인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중얼거렸다.

“빠드득! 저 망할 도마뱀…… 오늘밤 축제의 메인 요리는 도마뱀 통구이로 결정했다!!”

“우어어어어어어!”

“우워어어어어!”

괴성을 지르며 달려 나오는 거인들.

그들은 실제로 드래곤들을 잡아 통구이를 해 먹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돌진은 결코 오랫동안 이어지지 않았다.

[……이렇게 무식하니 그분께서 너희를 버린 것이다.]

스으으으!

거대한 레드 드래곤으로 모여드는 엄청난 양의 마력.

[이게 바로…….]

드드드드드!

땅이, 아니 온 세상이 울릴 정도로 강력한 힘이 느껴졌다.

[너희가 얻지 못한 그분의 힘이다.]

파아아아아아앗!

콰과과과과과과과광!

천지개벽(天地開闢)!!

땅이 뒤집히고 하늘이 갈라졌다.

그 많던 거인들은 한순간에 마력의 파동에 휩쓸려 갈기갈기 찢겨나갔다.

단 한 번의 공격.

그 공격 한 번으로 모든 게 결정되었다.

쿠쿠쿠쿠쿠쿠쿵!

드래곤들에게 돌진하던 거인들 중 살아남은 건 오로지 한 명뿐이었다.

다른 거인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던, 다른 거인들을 인솔하던 그 검붉은 색의 갑옷을 걸친 거인이었다.

“크윽…… 쿨럭…… 쿨럭…….”

하지만 그 역시 상태는 별로 좋지 않았다.

[호오~ 그래도 명색이 그분의 제1사도였다는 건가? 그분이 나에게 단 한 번만 허락하신 이 절대적인 힘을 이겨내다니…… 대단해.]

레드 드래곤은 피를 토하며 온몸을 떨고 있는 그 거인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칼슈타인…….”

[크크, 타이탄 로드 카이얀. 너의 선택은 틀렸다.]

“그렇겠지……. 하지만 칼슈타인…… 너도 이걸 잊지 말아라…… 세상은…… 차원은…… 본래 존재하는 곳에 계속 존재해야 한다는 것을…….”

[멍청한 소리!! 너에게 그만 안식을 내려주마.]

칼슈타인은 타이탄 로드 카이얀을 향해 입을 벌렸다.

화르르륵!

그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강력한 화염.

카이얀은 그 화염을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난…… 틀리지 않았다…….”

콰과광!

그 말을 마지막으로 카이얀도 다른 거인들처럼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거인들의 패배.

드래곤들의 승리.

난 허공에서 이 모든 일을 지켜보고 있었다.

‘도대체 이게 뭐지?’

마치 신화의 한 장면을 엿본 것 같은 느낌이었다.

바로 그 순간, 다시 한번 강한 빛이 나를 덮쳤다. 그나마 이번에는 정신을 잃지는 않았다.

단지 강한 빛이 나를 휘감고 사라지자 내가 서 있는 곳이 변한 게 전부였다.

‘여긴 어디지?’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텅 빈 하얀 공간이었다.

[여긴 맹약의 방이다.]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

난 놀라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 방향엔 하얀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누구시죠?’

이런 경험은 워낙 많이 해봤기 때문에 별로 당황하지는 않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일단 당황해서 뭘 어떻게 할지 몰랐겠지만 난 침착하게 일단 정체를 물어보았다.

[난…… 우라노스 님의 의지를 이어가는 소울마스터(Soul Master)…… 너와 나 사이에 고대로부터 내려온 맹약의 끈이 이어져 이렇게 만나게 되었다.]

“소울 마스터? 그럼 혹시…… 마나소울과 연관이 있는 건가요?”

[그렇다, 난 모든 마나 소울을 관리하는 관리자. 우라노스 님에게 받은 권능으로 지금까지 계속 마나 소울을 모아 관리하고 있었다.]

“아!!!!”

드디어 만났다.

자이언트에 대한 나의 간절한 열망이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일까?

어쨌든 명상 수련은 대성공이라 할 수 있었다.

[오랫동안 이어져 온 벽을 깨고 나에게 찾아온 그대여…… 그대는 맹약의 진언(眞言)에 따라 그대의 마나 소울을 찾을 것인가?]

“네, 찾겠습니다.”

[알겠다. 그렇다면 맹약의 진언에 의거해 그대에게 맹약의 진을 사용하는 걸 허락한다.]

츠츠츠츠츳!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맹약의 방이 변하기 시작했다.

사방에 그려지는 이상한 문자와 도형들. 이것은 분명 마법진이었다.

기이잉!

아주 빠르게 그려진 그 마법진은 이상한 울림을 사방으로 내뿜으며 붉게 빛났다.

[다가가라……. 그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난 소울마스터의 말을 듣고 곧장 마법진, 아니 맹약의 진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 진 위로 올라섰다.

번쩍!

그러자 강하게 빛나는 맹약의 진.

그와 동시에 그 진에서 검붉은 색의 오러가 솟아올랐다.

[반갑게 맞이하라! 그대를 찾아온 마나 소울을 받아들여라! 첫 번째로 해방되는 마나 소울…… 그 소울의 주인은 그대가 되었다.]

내 몸을 휘감으며 빠르게 흡수되는 검붉은 색의 오러.

[이로써 드디어 모든 벽이 사라졌다. 이제 우라노스 님의 마지막 안배는 온 세상으로 퍼져나갈 것이다.]

우우우우우웅!

점점 더 강해지는 오러의 힘.

바로 그 순간 그 오러의 힘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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