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로드(The Lord)-219화 (219/250)

219. 모여드는 실력자들 ― 2

* * *

털썩.

무슨 기술인 것일까?

아마도 마지막으로 몸에 있는 모든 힘을 한 번에 짜내서 사용한 것 같았다.

“졌습니다.”

생기(生氣)를 잃어가며 패배 선언을 하는 에스카.

난 재빨리 그런 에스카에게 그레이트 힐링과 큐어 마법을 사용했다.

조금씩 회복되는 체력.

하지만 내가 회복 마법을 사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무척 더딘 속도였다.

“고맙습니다. 이 정도면 죽지는 않을 테니 그만하셔도 됩니다. 어차피 디버프 때문에 회복이 거의 안 됩니다.”

에스카는 손을 들어 괜찮다는 의사 표현을 했다.

“수고하셨습니다.”

난 가볍게 에스카에게 인사를 건넸다.

에스카는 진짜 강했다.

단지, 상대가 안 좋았을 뿐이었다. 에스카 정도라면 거의 투신 천위강이나 린과 비슷한 수준일 것 같았다.

과연 천무칠성이란 호칭을 얻을만한 자격이 있었다.

“휴~ 너무 강하시네요. 진짜 넘을 수 없는 벽과 싸운 기분입니다.”

에스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나를 바라보았다.

“아닙니다. 단지 남들보다 좀 많이 재수가 좋았을 뿐입니다. 순수하게 전투능력만 본다면 에스카 님이 더 위인 것 같네요.”

이건 겸손이나 아부 같은 것이 아니다.

실제로 내가 확실하게 느낀 부분이었다.

에스카는 강하다.

만약 에스카가 나와 동등한 힘을 얻었다면 아마 나는 에스카에게 졌을지도 모른다.

물론 길고 짧은 건 진짜로 대봐야 아는 것이겠지만 그만큼 에스카의 전투 능력이 굉장히 뛰어나다는 뜻이었다.

“힘을 얻는 것도 능력 중 하나입니다. 완벽하게 졌습니다. 이제 미련이 없네요. 하하하!”

에스카는 시원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이제 할 일을 해야죠. 그 피의 맹약이라는 거…… 어떻게 하면 되는 거죠? 참! 이번 퀘스트의 선봉엔 제가 서겠습니다.”

무척이나 든든하게 들리는 에스카의 선봉 선언.

확실히 에스카와 같은 능력자가 진심으로 날 도운다면 그만큼 이번 퀘스트의 성공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고맙습니다.”

난 에스카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중요한 전력이라 할 수 있는 에스카. 그는 이렇게 나와 피의 맹약을 나누었고, 프로젝트 S에는 매우 훌륭한 ‘선봉’이 생겨났다.

에스카는 시작이었다.

난 내가 알고 있는 또는 여러 루트를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서대륙에서 소문난 유저 몇 명을 찾아다녔다.

에스카를 프로젝트 S에 참여시킨 후 그다음으로 찾아간 유저는 매우 유명한 마법사 유저인 가웨인이었다.

에스카와 헤어진 후 곧장 서대륙의 최남단에 위치한 마법의 도시 코스타카에 날아가서 만난 대마법사 가웨인.

천무칠성의 일원이자 서대륙에서 유일하게 마탑의 탑주가 될 자격을 얻은 유저.

하지만 정작 마탑은 만들지 않고, 자신이 만든 마법을 직접 스킬북으로 만들어 여러 마법사 유저들에게 나누어 준 기인.

그렇기에 마법사들 사이에서 더 존경을 받는 그런 유저가 바로 가웨인이었다.

워낙 유명한 유저였기에 만나는 과정까지는 별로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프로젝트 S에 참여시키는 건 매우 까다로웠다.

특히 평소에도 기행을 일삼기로 유명한 가웨인이었기에 절대 순순히 프로젝트 S에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가 나에게 제시한 조건은 마법 대결이었다.

그는 이미 내가 마법에도 상당한 조예가 있는 유저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나와 마법 대결을 하길 원했다.

그것도 단순한 결투 같은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마법의 능력을 겨루는 그런 대결이었다.

덕분에 난 무려 사흘 동안 가웨인과 마법 대결을 펼쳤다.

이번에도 역시 한 명의 구경꾼도 없는 한적한 장소에서 이루어진 대결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 난 아주 아슬아슬하게 가웨인을 이길 수 있었다.

물론 당연히 정말 순수하게 마법적인 능력만으로 대결을 했다면 난 졌을 것이다.

하지만 난 이미 시작하기 전에 술법과 정령술, 진법 그리고 그밖에 몇 가지 능력들 역시 큰 범위로 따지면 마법의 한 종류라고 인정받고 시작했기에 간신히 가웨인을 꺾을 수 있었다.

약간은 억지였지만 가웨인은 의외로 순순히 인정했다.

어쩌면 그 역시 마법과 함께 정령술을 굉장히 높은 수준으로 익히고 있었기 때문에 그랬을지 몰랐다.

어쨌든 그렇게 대마법사 가웨인도 프로젝트 S에 합류시켰다.

이로써 프로젝트 S에 참여하기로 한 천무칠성의 유저들은 나를 포함해 에스카, 가웨인, 프로이드, 그리고 얼마 전에 길드 채팅을 통해 확실히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린까지 총 5명이었다.

동대륙 유저인 투신 천위강과 불사마군 한림을 끌어들일 수만 있다면 천무칠성이 한 팀으로 묶이게 될 수도 있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그 상징성만으로 굉장한 파장을 만들 수 있었다.

천무칠성.

그들은 그만큼 대단한 이름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유저들이었다.

에스카에이어 가웨인까지 프로젝트 S에 참여시킨 나는 그 여세를 몰아 대륙의 네 바람 중 한 명인 란슬롯을 찾아갔다.

그는 앞선 두 사람과 다르게 매우 흔쾌히 그 자리에서 프로젝트 S에 들어오겠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화려한 걸 좋아하는 유저였는지라 이런 대단한 퀘스트엔 꼭 끼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나머지 둘…….

한 명은 사은자(四隱者) 중 한 명인 백은(白隱)이었고 또 한 명은 힐링머신 또는 신의(神醫)라고 불리는 네버다이였다.

네버다이와 같은 경우는 특별한 연고지도 없이 서대륙을 떠돌며 엄청난 수준의 힐링 능력을 보여준 능력자였다.

오죽했으면 네버다이만 있다면 두려울 게 없다는 말이 생겨났을까?

그는 확실히 회복에 관해서는 대단한 능력을 지닌 유저였다.

그리고 백은의 경우는 소문은 많이 났으나 제대로 정체를 확인하지 못한 유저 중 한 명이었다.

물론 그렇기에 대륙의 사은자 중 한 명이 된 것이겠지만 어쨌든 내가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정보망을 풀로 가동해도 백은의 정체나 그가 있는 위치를 찾는 건 거의 불가능할 정도였다.

덕분에 난 어쩔 수 없이 일단 네버다이를 먼저 만났다.

네어다이 역시 연고지 없이 떠돌아다니는 스타일이었기에 만나는데까지 꽤 시간이 걸렸지만 그래도 백은보단 100배는 나았다.

어쨌든 그렇게 만난 네버다이는 매우 특이한 유저였다.

전투능력 제로(0).

도주능력 제로(0).

생산능력 제로(0).

심지어 가벼운 철검 하나를 못 들 정도의 근력에 모든 종류의 방어구(심지어 천 종류의 방어구까지)를 입을 수 없는 패널티를 지닌 특이한 직업을 가진 네버다이.

그가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은 오로지 회복 계열의 능력뿐.

한 가지에만 모든 능력이 집중되어서였을까?

그의 회복능력은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내가 볼 땐 거의 평범한 회복계열 유저 20명분의 능력을 발휘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난 더욱 그가 마음에 들었다.

며칠간의 대화 끝에 네버다이 역시 프로젝트 S에 참여하게 되었다.

정말 다행히도 가웨인이나 에스카처럼 힐링 대결이라도 펼치자고 하진 않았다.

다른 건 몰라도 회복계열 스킬은 정말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대결을 펼쳤으면 나의 필패(必敗)였을 것이다.

이렇게 5명 중 4명이 합류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끝끝내 백은은 찾지 못했다.

난 며칠을 백은을 찾으며 시간을 보내다 결국 포기했다.

언제까지 백은을 찾아 헤맬 수는 없었기 때문에 난 곧장 바람의 이동 스킬을 이용해 다시 미녹성으로 돌아왔다.

어쨌든 백은의 영입에는 실패했지만 일단 프로젝트 S에 참여할 100명 중 69명을 모을 수 있었다.

이제 나머지 31명은 동대륙의 유저로 채워놓을 생각이었다.

물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다시 동대륙으로 건너가야 했다.

그리고 그 중간엔 죽음의 산맥이 버티고 있었다.

내가 몬스터 몰이를 할 때보다 더 상황이 안 좋아진 죽음의 산맥.

이제는 아예 유저들의 출입을 불허(不許)하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죽음의 산맥에 들어섰던 유저들은 모두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그 넓은 죽음의 산맥 전체에 우글거리는 몬스터들.

난 그걸 뚫고 지나가야 했다.

그동안 그 누구보다 많이 죽음의 산맥을 지나다녔지만 이번이 최고로 위험할 것 같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프로젝트 S를 완벽하게 완성하려면 동대륙의 유저들도 필요했다.

그렇기에 난 또 한 번 죽음의 산맥을 돌파해야 했다.

마음 같아서는 서대륙에서 받은 프로젝트 S의 유저들과 함께 죽음의 산맥을 통과하고 싶었지만 괜히 그렇게 했다간 놈들…… 드래곤들의 의심을 살 수 있었다.

괜히 풀을 두드려 뱀을 놀라게(타초경사: 打草驚蛇) 할 필요는 없었다.

프로젝트 S의 활동은 정확히 8개월(게임시간) 후…….

놈들이 먼저 움직이면 그때부터 시작될 것이다.

그때까지 프로젝트 S의 존재는 절대 알려지면 안 된다.

나와 피의 맹약을 맺은 이들은 맹약의 절대 조건 중 하나에 의해 그걸 지킬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결국 앞으로 그 세 달 동안 프로젝트 S에 관련된 일을 할 수 있는 건 나뿐이었다.

시작도 내가 했고, 마무리도 내가 해야 하는 그런 상황.

모든 건 8개월 후, 최후의 일전을 통해 결정될 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