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로드(The Lord)-215화 (215/250)

215. 서대륙 유저 연합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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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그스톤은 미리 제작을 위한 재료 수집에 나섰고 이나는 아예 미녹에 용문상회의 본점을 차리고 전문적으로 최상급 유저들만을 상대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실시하는 중이었다.

처음엔 그저 모험만 즐기던 이나가 이젠 아예 장사꾼이 되어 있었다.

환경이 사람을 만드는 건가?

확실히 이나는 나를 만나 가장 크게 변화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대략 세 달(게임시간)이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특히 현실로 튕겼다가 다시 복귀한 후, 죽음의 산맥에서 거의 미치기 직전까지 몬스터들과 혈투를 벌이고 마지막엔 발록이 이끄는 엄청난 대군마저 막아냈다.

정말 기적적으로(너무나 아까운 엘릭서 한 병까지 마셔가며) 발록을 잡아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어쨌든 성공은 했다.

그 뒤 미녹으로 복귀해서 썩어있던 반몬연을 해체하고 다시 서유연을 만들기까지 하루하루가 힘들었다.

“딱…… 일주일만 쉬자. 그러니까 일주일 동안은 나 찾지 마.”

영화에 등장하는 히어로들도 나와 같은 마음일까?

진짜 단 일주일(게임시간)만이라도 쉬지 않으면 이러다 게임 속에서 쓰러질 것 같았다.

“크큭, 알았어요.”

“이야~ 오빠의 이런 모습 처음이에요.”

웃는 클레타와 놀라는 마가레타.

“그럼 내가 무슨 로봇이라도 되는 줄 알았냐?”

난 슬쩍 마가레타의 머리를 헝클이며 천천히 밖으로 나갔다.

일주일간의 휴식.

이 휴식이 끝나면 아마도 또 바쁘게 움직여야 할 것이다.

몬스터와의 전쟁은 사실상 지금부터 시작이었고 난 이 전쟁을 기필코 승리할 생각이었다.

난 미녹성을 빠져나와 한적한 곳으로 이동해 휴식을 취하려 했다.

하지만 막상 쉬려고 하니 또 왠지 어색했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천천히 몸을 풀었다.

“쉬는 게 뭐 별거 있나…… 수련도 휴식이다.”

정말 이 정도면 무슨 병이라도 걸린 것 같았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원래 이렇게 태어난 것을…….

일단 몸을 푼 난 죽음의 산맥에서 펼친 폐인 레이스 결과를 하나하나 정확히 확인했다.

비급(秘笈) [그림자류 비기(秘技) 섀도우 리콜.]

: 그림자 류의 세 가지 비기 중 하나인 섀도우 리콜. 매우 난해한 스킬이지만 제대로 익힐 경우 그림자의 힘을 이용할 수 있다.

마법(스킬): <섀도우 리콜>

숙련도: 0

효과: 순간적으로 상대방의 그림자로 이동할 수 있다. 단, 상대방이 이동 중엔 스킬을 사용할 수 없고 오로지 정면을 보고 마주 보고 있는 15M 이상의 거리가 떨어진 대상에게만 사용할 수 있다.

특이 사항: 없음.

등급: S급(S급)

어둠의 장막 [레전드(Legend)]<망토류>

: 어둠의 기운을 담아둔 망토. 어둠의 군주 발록의 애장품 중 하나로 특수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능력: 내구도[무한] 민첩[100] 마력[+5%]

특수능력: [어둠방출 : 어둠을 모아 강력한 방어막을 만든다. 30초간 생명력과 마력을 합친 수치의 30%까지 데미지를 흡수한다] 재사용 대기 시간[1시간]

특이 사항: 어둠의 힘으로 인해 은신 능력이 2배로 상승한다.

이 두 개는 발록에게서 얻은 알짜배기 아이템이었다. 그리고 아래의 것들은 히든 퀘스트를 해결하고 얻은 것들이다.

타이틀 [‘서대륙의 영웅’]

: 만약 당신이 없었다면 서대륙은 매우 큰 위기에 빠졌을 것이다. 당신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던 일을 가능으로 바꿔 서대륙을 구했다. 그것도 완벽하게!! 그렇기에 당신은 영웅이라 불려 마땅하다.

스킬: [영웅의 선동 : 영웅의 말이라면 모든 군중을 납득 시킬 수 있다. 스킬 사용 시 5분 간 당신의 모든 말이 강력한 설득력을 얻는다. 대상이 NPC일 경우는 90% 확률로 당신에게 설득당할 수 있고 대상이 유저일 경우는 무의식중에 당신의 말을 진실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단, 이 스킬은 서대륙에서 비전투시에만 사용이 가능하다] 재사용 대기 시간[30일]

효과: 매력[+100]

특수효과: 없음

등급: S급

드래곤의 작전계획서[히든퀘스트(SS급) 아이템]

: 발록은 드래곤들이 가장 믿는 가디언이었다. 드래곤은 발록을 내세워 몬스터들을 움직였으며 발록은 그 대가로 강력한 힘을 얻었다. 그런 발록에게서 얻은 작전계획서이기에 그것에 적혀있는 내용은 아마도 대단히 중요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제한 조건: 레벨 700이상의 그랜드마스터급 유저만 펼쳐볼 수 있음. 피의 맹약을 나눈 유저[0/100]

특수 제한 조건: 동료를 모아라. 최소 하이마스터급 유저 100명과 피의 맹약을 맺지 않는다면 퀘스트를 발동시킬 수 없다.

비급(秘笈) [완전회복(完全回復)]

: 고대의 비술로 몸을 완벽하게 회복시킬 수 있다.

마법(스킬): <완전회복>

숙련도: 0

효과: 마력을 폭발시켜 모든 상태 이상에서 벗어난다. 단, 생명력이 회복되지는 않는다. 소모마력[최대마력의 1%] 재사용 대기 시간[2분]

특이사항: 없음.

등급: AA급(AA급)

타이틀은 히든 퀘스트를 완료하고 얻은 것이고 작전계획서는 히든 퀘스트의 보상품이었다. 그리고 완전 회복 비급은 추가 조건을 달성해 얻은 추가 보상품이었다.

살짝 추가 보상품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일단 꽤 괜찮은 회복계열 스킬이었기 때문에 최악은 아닌 것 같았다.

‘서대륙의 영웅’이란 타이틀은 이미 한 번 써먹었다.

GTV와의 인터뷰 때였다. 적어도 그 인터뷰 장소에 직접 찾은 유저들에겐 통할 것 같아서 타이틀 스킬을 사용해 보았다.

그리고 생각보다 효과가 좋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물론 무식한 재사용 대기 시간 덕분에 자주 사용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특수한 스킬이었지만 어쨌든 효과를 본 건 사실이었다.

망토 역시 폴리모프 망토가 거의 필요 없어진 나에게 딱 필요한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이 보상들 중 가장 주목해야 할 보상은 바로 ‘드래곤의 전투계획서’였다.

어쩌면 히든 퀘스트가 만들어진 이유 자체가 이것 때문일지 몰랐다.

아직 정식으로 퀘스트를 받지는 않았다.

하지만 작전계획서의 내용은 읽을 수 있었다.

내가 다소 억지스럽게 반몬연을 정리한 이유는 바로 이 작전계획서 안에 적혀 있는 내용 때문이었다.

난 이미 드래곤이란 존재가 대충 어떤 놈들인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 작전계획서가 결코 허황된 게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엄청난 사실들이 적혀 있는 작전계획서. 만약에 계획이 전부 성공한다면 더 이상 ‘The One’의 세계에서 유저는 찾아보기 힘들 것 같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건 분명 ‘융합’의 단계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말 끝장이었다.

처음엔 나도 그깟 몬스터들, 현대의 최첨단 과학으로 무장한 군대가 이길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건 화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끊임없는 몬스터의 생성.

게임 속에서 유저가 몬스터를 상대할 때 유리했던 점이 라이프스톤으로 인해 절대 소멸되지 않는다는 불멸성이었다.

그런데 만약 현실과 이 세상이 융합되면 그 불멸성의 특징을 가지는 건 몬스터가 될 것이다.

죽여도, 죽여도 끝이 없는 몬스터들과 막강한 화력을 지녔지만 분명 끝이 존재하는 사람들과 싸우게 된다면…… 그 결과는 분명히 정해져 있었다.

막아야 했다.

그다지 정의롭지 않은 나조차도 이것만큼은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회는 한 번뿐…….”

계획을 꼼꼼히 살펴본 결과 이걸 저지할 기회는 단 한 번. 대략 9개월(게임시간) 후가 될 것 같았다.

그때까지 준비를 확실히 해야 한다.

동대륙과 서대륙으로 나눌 여유 따윈 없었다.

난 최대한 동대륙과 서대륙의 최상급 유저들을 전부 끌어모을 생각이었다.

치밀한 준비로 성공 가능성을 최대한 끌어올린 후 단 한 번의 승부에 모든 걸 건다.

지금으로서는 그 수밖에 없는 것 같았다.

“휴~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언제부터 내가 세상을 구해야 하는 임무를 짊어지게 된 것일까?

영웅이 되고 싶은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어버렸다.

“에이, 모르겠다.”

난 고개를 흔들며 쓸데없는 잡생각을 털어버렸다. 세상을 구한다는 거창한 생각 따윈 필요 없었다.

그저 즐기는 게 제일 좋았다.

어쩌겠는가?

이미 일이 이렇게까지 되어버린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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