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 서대륙 유저 연합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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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갑자기 들려온 반몬연의 내분 소식.
유저들은 그 소식을 듣고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현재 서대륙에서 그 어떤 세력보다 인지도가 높았던 반몬연. 비록 수많은 길드나 레이드팀이 모여 있는 연합 세력이라 결속력이 조금 약하다는 지적을 받긴 했지만 한 가지 목표(몬스터들의 침공 저지)를 위해 뭉친 만큼, 그 목표를 완벽하게 이루기 전까진 흩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그 예상이 보기 좋게 깨졌다.
그것도 아주 처참하게 깨졌다.
반몬연의 주축 세력 중 하나인 위더스가 단 하루 만에 거의 괴멸 직전의 상태에 빠져버렸다.
그뿐인가?
어설프게 위더스를 돕겠다고 나섰던 몇몇 대형 길드나 레이드팀도 차례차례 완전히 박살 났다.
단 며칠 사이에 너무나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유저들은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제대로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 단 한 가지.
모든 유저를 경악하게 만든 단 한 가지의 소식만은 또렷하게 전해졌다.
‘무적자의 재등장. 그리고 그의 응징.’
무적자는 ‘One’을 즐기는 유저라면 누구나 동경하고 꿈꾸는 그런 존재였다.
그렇기에 그의 등장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이슈가 되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단지 다시 나타난 것만이 아니라 라트마의 엠페러 이후 가장 강력한 세를 자랑했던 위더스와 그 연합 세력들을 모두 박살 내버렸다.
당연히 이번에도 그 누구의 도움 없이 홀로 이룬 업적이었다.
거기에 그가 수천만의 몬스터 대군을 가로질러 길을 만든 그 전설적인 동영상의 주인공이 확실하다는 사실까지 알려지자 유저들은 더욱 환호했다.
영웅의 귀환!
모든 하이퍼넷의 ‘One’ 관련 사이트는 게시판의 종류를 막론하고 모두 무적자에 대한 얘기로 가득 찼고 각종 게임방송들은 무적자 특집 코너를 앞다투어 만들었다.
물론 이 모든 과정에 ‘무물’ 길드가 관여되어 있고 그들이 무적자를 더욱 포장하고 또 포장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건 단지 이미 활활 잘 타고 있는 장작불에 화려한 불꽃놀이 몇 개를 집어넣은 것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어쨌든 덕분에 무적자의 재등장은 매우 화려하게 불타올랐다.
그리고 밝혀진 반몬연의 폐해.
현 통합 레벨 랭킹 공동 2위인 암흑의 성기사 에스카가 직접 밝힌 일반 유저들은 모르는 반몬연의 어두운 그림자는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특히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고의로 신규 유저들의 유입을 막았다는 부분에선 다 같이 분노했다.
결국 그러한 유저들의 분노는 위더스와 그 연합 세력에게 쏟아졌다.
가뜩이나 무적자에게 완전히 박살 나 한마디도 못 하게 되어버린 그들은 유저들의 분노가 집중되자 ‘찍’소리도 못 하고 조용히 반몬연에서 탈퇴했다.
그들은 아마 당분간은 내부 이탈자들을 막는 것만으로도 힘이 벅찰 정도로 크게 흔들린 상태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유저들은 아예 판을 새로 짜야 한다고 소리쳤다.
물론 그 과정에서 또 개인적인 욕심을 채우기 위해 몇몇 유저들을 선동해 세력을 만들려는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움직임은 단 한 사람이 나서는 것만으로 모두 부질없는 짓이 되어버렸다.
‘무적자’
그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이들이 그의 정체를 궁금해 했지만 정작 밝혀진 건 그의 매우 평범한 평소 모습 정도와, 매우 다양한 스킬을 사용하는 신기한 유저라는 것이 전부였다.
그렇기에 무적자가 이번 일에 직접 개입을 하자 모든 유저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무적자가 직접 나선 건 사실이었다.
단지 그가 자신의 정체를 확실히 밝힌 것이 아니라, 그저 늘 눌러쓰고 있던 후드 망토를 벗고 매우 평범해 보이는 얼굴을 드러낸 것이 전부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유저들은 크게 열광했다.
가장 인기가 많은 게임방송인 GTV에서 마련한 특별 생방송 무대에 등장한 무적자는 길게 말하지 않았다.
그는 매우 짧게 현재 서대륙과 동대륙의 상황을 말하고 죽음의 산맥에서 일어나고 있는 몇 가지 일을 얘기했다.
그가 말해준 상황은 상상 이상으로 심각했다.
‘죽음의 산맥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규모 몬스터 리스폰. 그리고 그들이 노리는 라이프 스톤의 가치.’
그밖에도 여러 가지 얘기를 했지만 이 두 가지만으로도 수많은 유저를 충분히 심각하게 만들 수 있었다.
무적자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정말 모든 유저들이 똘똘 뭉쳐야 할 정도로 상황이 매우 안 좋았다.
이미 유저들은 무적자의 이번 개입만으로도 크게 놀랐다.
하지만 무적자가 전해준 소식을 듣고 그 이상으로 크게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는 자신들의 제2의 인생이라 할 수 있는 ‘The One’의 세상이 자칫하면 아예 없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니…… 이건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바로 그때 정확한 타이밍에 무적자가 모든 유저에게 제안을 하나 했다.
바로 서대륙의 모든 유저가 참여하는 비영리 거대 단체를 설립하자는 것이었다.
누구라도 가입할 수 있다.
그리고 누구라도 그 단체를 대표해 몬스터와 전투를 할 수 있다.
모든 이득은 자신들이 싸운 만큼 가져간다.
단, 개인적인 분쟁으로 인한 유저들의 다툼은 인정하지만, 일방적인 PK는 당분간 금지하고 이를 어길 시 단체에 가입한 모든 유저들의 공적이 된다.
이 단체의 명칭은 서대륙 유저 연합.
줄여서 ‘서유연’이라 부른다.
이 연합은 몬스터의 위협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유지 된다.
매우 간단한 제안.
한 마디로 당분간은 유저와 유저의 대결이 아닌 유저와 몬스터의 대결에 집중하자는 얘기였다.
대부분의 유저는 무적자의 제안에 동의했다.
물론 몇몇 유저는 너무 독단적인 제안이라며 불만을 표시했지만 절대 다수의 유저가 비영리 거대 단체인 ‘서유연’의 설립에 찬성표를 던졌다.
폭풍처럼 들끓는 서대륙.
그 파장은 며칠이 지나도 좀처럼 가라앉지를 않았다. 오히려 여파가 동대륙에게까지 미쳐 동대륙의 유저들도 앞다투어 무림맹과 연을 맺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며칠이 더 지난 후.
무물 길드와 몇몇 대형 세력을 중심으로 ‘서유연’이란 비영리 거대 단체가 정식으로 만들어졌다.
‘서유연’의 중심은 예전처럼 미녹.
하지만 이번엔 예전과 완전히 다르게 누구라도 미녹성을 본거지로 이용할 수 있었으며 ‘서유연’의 유저라면 세금을 전혀 내지 않아도 되었다.
모든 것이 공개된 연합.
그렇기에 더욱 많은 유저를 품을 수 있게 된 연합.
‘서유연’의 탄생으로 이제 서대륙도 동대륙과 거의 동등한, 아니 어쩌면 더 클지도 모르는 유저들의 단합된 힘을 만들어냈다.
만들어진 지 불과 삼 일 만에 서대륙 유저의 절반 이상이 참여한 연합.
이 순간에도 ‘서유연’에 가입하고자 하는 유저는 줄을 이었기 때문에 아마 당분간 서대륙은 ‘서유연’의 천하가 될 것 같았다.
* * *
“수고했다.”
모든 건 순조로웠다.
물론 이렇게 일이 흘러가게 하기 위해, 절대 하지 않으려고 했던 방송 출현까지 해버렸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 몰랐다.
“헤헤, 뭘요~ 그저 짜인 각본대로 움직였을 뿐인데요.”
클레타는 특유의 능글능글한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휴~ 답답해. 난 진짜 사람들 많이 모이는 곳은 천성적으로 안 맞나봐. 앞으로도 쭈욱~ 레타 네가 가라.”
마가레타는 고개를 절래 흔들며 중얼거렸다.
“쳇, 귀찮은 건 꼭 나만 시켜.”
“쓰읍! 까라면 까!”
동생 클레타를 구박하는 마가레타.
이 두 남매는 악연으로 만난 인연이었지만 이제는 매우 소중한 동료가 되어 있었다.
“버그하고 이나한테는 연락해놨지?”
마갑이 본격적으로 풀리기 시작한 현재 더 이상 고스트아머를 만들지는 않았다.
물론 미리 만들어 놓았던 고스트아머는 계속 팔고 있었지만 추가로 더 만들지는 않았다.
아직까진 고스트아머가 잘 팔리고 있었지만 결국은 마갑의 짝퉁밖에 되지 않는 존재라 일찌감치 접는 게 좋았다.
대신 난 바쁜 시간을 쪼개 진짜 마갑을 설계하고 있었다.
물론 등급은 하급이 되겠지만 그래도 제대로 설계하고 제작만 할 수 있다면 고스트아머의 인기 따윈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