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 청소 ― 2
* * *
스킬 조합, 라이징 블레이드(Rising Blade) + 속검(速劍) + 뇌전검(雷電劒) + 직선 베기.
광속쾌검(光速快劒)!!
연계 발동 흉내 내는 그림자x4.
츠릿! 츠리릿! 치잉!
단 한 번의 칼질이었지만 동시에 다섯 개의 칼날이 마법사 유저의 몸을 꿰뚫었다.
연계발동 된 흉내 내는 그림자.
이 스킬은 매우 특이한 스킬이었다. 한 마디로 내가 사용한 스킬을 흉내 내는 그림자들을 생성시키는 스킬이었는데 오로지 근접 공격만 흉내 낼 수 있고, 그것도 최상급 이상은 흉내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상급까지는 완전히 똑같이 흉내를 낼 수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굉장히 유용하게 사용되는 최상급 스킬이었다.
난 최대 네 개의 그림자까지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물론 그림자가 흉내 내는 스킬은 당연히 본래 스킬보다 위력이 떨어진다.
최소 20%에서 최대50%.
그림자가 사용하는 기술의 위력을 결정짓는 건 내 집중력이었다.
당연한 것이겠지만 분심공을 극성으로 익히고 있는 내 집중력은 최상이었다.
그래서 내가 만들어낸 네 개의 그림자는 모두 50%의 위력으로 스킬을 사용했다.
단 1초도 안 되는 순간, 다섯 개의 칼날에 몸을 관통당한 마법사 유저. 당연히 그 역시 앞선 유저처럼 힘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본인이 인지하기도 전에 게임 아웃을 당했으니 아마 지금쯤 현실에서 멍하니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마법사 유저가 쓰러짐과 동시에 방어 전사가 내 앞에 방패를 들이밀었다.
시간으로 따지면 약 1초? 그 정도쯤 늦은 것 같았다.
“미안하지만 늦었어.”
화륵! 츠읏!
난 재빨리 검을 손에서 놓으며 양손에 각기 다른 두 가지 술법과 마법을 활성화시켰다.
방어 쪽으로 특화된 전사들은 특히 근접 공격에 강했다. 방패나 기타 방어 도구들이 모두 직접 타격을 하는 공격에 강한 위력을 보여주는 것들이었기 때문에 난 미련 없이 검에서 손을 땠다.
어차피 검은 자동으로 아공간에 빨려 들어갈 것이기에 잃어버릴 걱정 같은 건 할 필요가 없었다.
난 유수행을 통해 재빨리 방어 전사의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패스트가딩 스킬을 통해 황급히 달려온 방어 전사였기 때문에 완벽한 방어 자세가 갖추어지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당연히 빈틈이 있다는 뜻.
그 빈틈 중 하나가 바로 옆구리였다.
휘익! 꽈광!
“커어억!”
일단 오른손 한 방.
오른손에 뭉쳐있던 상급의 화염 술법은 고스란히 방어 전사의 몸 전체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다시 왼손 한 방.
쾅! 파지지직!
왼손은 상급 뇌전마법인 체인 라이트닝의 힘을 담고 있었다.
당연히 그 힘은 방어 전사의 온몸을 휩쓸었다.
불에 타고 전기에 감전된 방어 전사는 순간 정신을 못 차리며 휘청거렸다.
그나마 방어 전사라 생명력이 높아서 쓰러지지 않고 서 있는 것이었지, 보통의 유저라면 벌써 쓰러졌을 것이다.
“장비 6번.”
철컥! 철컥!
두 자루의 총이 손에 잡혔다. 그리고 두 개의 총구는 이미 방어 전사의 옆구리에 닿아 있었다.
꽈광! 퍼퍼펑!
불을 뿜는 두 개의 총구.
완전 무방비 상태에서 급소에 크리티컬 데미지가 들어가면 평소의 3배까지 피해 데미지가 증가한다.
앞선 두 번의 마법 공격에 의해 스턴 상태가 되어버린 방어 전사였기에 이번 공격은 그 3배의 데미지가 들어가 버렸다.
쿠쿵.
큰 덩치를 자랑하던 방어 전사도 제대로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쓰러졌다.
총 3명.
척살조원 3명이 쓰러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30초였다.
“…….”
“…….”
“…….”
회의장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휘리릭~ 철컥!
난 레드이글을 손에서 한 바퀴 돌린 뒤 각각 다른 척살조의 유저들을 향해 겨누었다.
“잊지 마. 먼저 시작한 건 너희들이야.”
기이잉!
총구에 마력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았어.”
꽈광! 꽈광!
레드이글을 쏘며 다시 전투를 시작했다.
이미 나에게 기세를 완전히 빼앗긴 척살조는 내가 쏜 두 발의 마력탄을 황급히 막았다.
퍼펑! 퍼퍼펑!
썩어도 준치라는 말처럼 하이마스터급의 유저들이었던 척살조원들은 내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연수합격이 어색한 그들은 절대 그 뒤의 상황을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어쩌면 그것이 그들이 여기서 처참히 농락당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일지 몰랐다.
스킬 융합, 상급 보조 마법 블링크(Blink) + 중급 주술 은월몽(隱月影) + 상급 주술 축지(縮地) + 중급 보조 마법 일루젼 섀도우(Illusion Shadow).
퀵 블링크(Quick Blink).
천지횡단의 술에 이어 이번엔 퀵 블링크다.
천지횡단의 술이나 퀵 블링크나 다소 긴(약 1분) 재사용 대기시간을 가지고 있어 연속해서 사용은 못 했지만 이렇게 번갈아 가며 사용하면 매우 좋았다.
파파팟!
“장비4번.”
스르릉!
드디어 내가 가장 애용하는 무기인 엘레멘탈 블레이드가 뽑혔다.
무려 레전드급의 무기.
당연히 그 위력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스킬융합, 크로스 블레이드 + 검기난무(劍氣亂舞) + 하늘 가르기 + 폭검(爆劒)
블레이드 메테오(Blade Meteor)!!
콰과과과광!
엘레멘탈 블레이드에서 뻗어 나간 수십 줄기의 불의 오러가 척살조 머리 위로 마구 떨어졌다.
“크억!”
“아아악!”
“크으윽!”
기습적인 광역공격에 미처 대처하지 못한 몇몇 척살조원들이 큰 데미지를 입었다.
하지만 역시 대부분의 척살조원들은 방어 행동을 통해 데미지를 감소시키거나 완전히 피해냈다.
아마 그들은 내 공격을 피했다는 것에 만족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 만족감은 딱 거기까지.
어차피 내가 노린 건 광역 공격을 통해 척살조 유저들을 움츠러들게 만드는 것이었다.
스킬 융합, 기문둔갑의 술 음양팔괘(陰陽八卦) + 유령보법(幽靈步法) + 쉐도우 스텝(Shadow Step) + 상승 인법(忍法) 그림자 숨기.
연계 발동, 최상급 은신법(隱身法) 스텔스(Stealth).
일루젼 팬텀(Illusion Phantom).
척살조 유저들이 움츠러든 그 순간 난 그들의 시야를 벗어났다.
흩어지는 신형.
빛과 빛의 어둠 사이로 스며든 난 완벽하게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의 인지에서 벗어났다.
보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일루젼 팬텀을 통해 난 그들이 인지하는 시야가 닿지 않는 시야의 사각으로 이동한 것이었다.
아마도 이곳에 있는 모든 이가 내가 사라졌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난 사라지지 않았다.
단지 모든 이들의 시야가 미치지 않는 사각에 존재할 뿐이었다.
일루젼 팬텀은 그러한 시야의 사각으로 움직이는 최상급 보법이었다.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나만의 발걸음.
“사, 사라졌다!”
“은신이다!! 은신감지마법을 써!!”
“투명화 마법일지도 몰라! 마법 무효화도 사용해!”
척살조의 유저들은 크게 놀라며 매우 무난한 대처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정말 무난하기만 했다.
안타깝게도 난 은신을 한 것도 아니고 투명화 마법을 쓴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들의 그러한 대처에 드러날 일이 없었다.
스읏!
난 한 명의 유저 등 뒤로 접근했다.
대충 보아도 힐러 계열 유저인 것으로 보이는 남자.
일루젼 팬텀의 단점은 나를 인지하고 있는 유저가 많으면 많을수록 내가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시야의 사각이란 계속해서 변하는 것이었기에 계속해서 움직여야 했고, 그 결과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가기 위해선 몇 번의 단계를 거쳐야 했다.
하지만 그러한 일루젼 팬텀의 약점도 이러한 난전 속에선 약점이 아닌 장점이 되었다.
어차피 난전이라면 가장 가까이 있는 놈을 목표로 삼으면 끝이었다.
굳이 번거롭게 이동을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
“장비 3번.”
촤르르르륵!
허공에서 검은색의 얇은 끈이 풀려나왔다.
세계수에 살던 누에고치가 어둠의 기운을 품어 만들어낸 묵혼사(墨魂絲)였다.
스킬 융합, 결박(結縛) + 와이어 바인딩(Wire Binding) + 억압(抑壓) + 파워 와이어(Power Wire)
와이어 본 브레이크(Wire Bon Break)!!
휘리릭!!
빛과 빛 사이의 어둠에서 튀어나온 난 곧장 목표로 삼은 유저를 묵혼사로 감싸버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묵혼사의 강력한 압박.
우드드득!
“크아아아아악!”
아무리 고통이 배제된 게임 속 공간이라지만 뼈가 통째로 부셔지는 경험은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쿠쿵!
힐러 계열 유저라 불과 몇 초 만에 생명력이 모두 소진되었다.
힘없이 바닥에 쓰러지는 또 한 구의 시체.
이로써 4명째.
아무런 힘도 써보지 못하고 죽은 4번째 척살조원이었다.
이제는 더 이상 놀랄 힘도 없었는지 그저 나를 발견하자마자 곧장 공격을 시도하는 척살조의 유저들.
하지만 그런 감정적인 공격을 맞아줄 내가 아니었다.
꽈광! 꽈과광!
애꿎은 바닥만 때리는 공격들.
이런 공격 따윈 눈을 감고도 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적의 의미…… 너희에게 그걸 알려주마.”
무적자.
그 무적자에 쓰인 무적이란 단어.
이들은 그 단어의 뜻을 모르는 거 같다.
그래서 친절히 그 뜻을 차근차근 알려줄 생각이었다. 물론 그 대가는 이들의 ‘목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