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로드(The Lord)-204화 (204/250)

204. 찰나의 만남 ― 2

* * *

스르르르.

가이아의 마지막 말과 함께 내가 서 있던 하얀 공간이 조금씩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이 공간은 마치 원래 모든 게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렇게 덧없이 사라져 가고 있었다.

[당신에게 모든 신의 축복이 함께 하기를…….]

가이아의 마지막 말이 끝나며 하얀 공간은 완전히 사라졌다.

하얀 공간이 사라지고 남은 건 내게 아주 익숙한 게임 속 모습이었다.

정확히 어디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인적이 없는 어느 산속인 것 같았다.

이 익숙한 느낌이 아니었다면 게임 속인지 의문을 가졌겠지만 이곳은 게임 속의 어느 한 군데가 확실해 보였다.

띠링, 불가능에 가까운 모든 임무를 끝낸 당신은 5번째 전직을 할 자격이 있습니다.

띠링, 축하드립니다. 5차 전직에 성공했습니다.

띠링, 5차 전직에 성공하며 그 누구도 오르지 못한 초월의 경지에 발을 디뎠습니다.

띠링, 위업 ‘최초의 그랜드 마스터(레벨)’를 달성했습니다.

띠링, 타이틀 ‘최초의 그랜드 마스터(SS급)’을 얻었습니다.

띠링, 5차 전직을 하며 몇 가지의 새로운 능력을 얻었습니다.

띠링, 레벨이 10 올랐습니다.

어지럽게 들려오는 시스템 메시지.

난 매우 기분 좋은 이 메시지를 들으며 내 주변에 현실에서와 똑같은 모습으로 쓰러져 있던 보스 몬스터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얀빛 가루가 되어 사라지는 보스 몬스터들의 시체, 그들은 당연하게도 몇 가지 아이템을 남겼다.

“거지들은 아니었군.”

난 슬쩍 웃으며 그 아이템들을 주워 담았다.

드디어 전직을 끝냈다.

특히 이번은 흔히 유저들이 ‘충격과 공포의 5차 전직’이라 고 이름 붙인 5번째 전직이었기 때문에 그 성취감이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도대체 여기가 어디지?”

난 무려 천 골드나 하는 최상급 서대륙 정밀 지도를 꺼내 들었다.

이 지도는 지금 내가 있는 위치를 중심으로 반경 100Km의 지형을 보여주는 기능이 있어 이것을 보면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도를 펼쳐도 내 좌표가 잡히지 않았다.

분명 게임 속은 맞는 것 같다.

그러나 지도에 좌표가 잡히지 않는다. 이 두 가지 사실만으로 난 내가 어디에 있는 건지 알 수 있었다.

“쳇…… 동대륙인가?”

서대륙에서 사라졌던 난 동대륙으로 돌아왔다.

난 서대륙용 지도를 집어넣고 동대륙용 지도를 꺼내 들었다.

아쉽게도 내가 가진 동대륙용 지도는 반경 10Km만 볼 수 있는 중급 지도였기 때문에 내가 정확히 어디 있는지는 알 수는 없었다.

“흐음…… 대충 남동쪽인가?”

좌표로 봤을 땐 남동쪽 지역인 것 같았다.

동대륙의 남동쪽이라면 남쪽에서 시작된 거대한 열대우림부터 이어진 밀림지형이 동대륙에서 가장 험하기로 소문난 천령산맥(天靈山脈)을 만나며 인간뿐만 아니라 몬스터까지도 접근하기 힘든 지역을 형성했다.

일명 깊은 어둠의 산맥.

그것은 지금 내가 있는 곳의 이름이었다.

“골치가 아프군.”

다른 지역은 몰라도 이 지역은 내가 잘 모르는 곳이었다. 아니 내가 아니라 그 누구라도 이 지역은 잘 모를 것이다.

일단 몬스터건 인간이건 살지 않은 곳이었기 때문에 아무도 이곳을 찾지 않았다.

간혹 모험을 즐기는 유저들이 이곳을 찾기도 했지만 그들마저도 너무 험한 지형에 혀를 내두르며 탐험을 포기하곤 했다.

이름난 모험가들도 포기한 지역.

내가 있는 곳이 바로 그런 지역이었다.

“일단 정리부터 해야겠군.”

난 몬스터들에게서 떨어진 아이템들을 하나씩 감정하며 새로 얻은 두 가지 타이틀과 히든 퀘스트의 보상으로 받은 아이템, 스킬북을 확인했다.

일단 네 마리의 보스몬스터들이 떨어트린 아이템은 총 7개였다.

하지만 그중 5개는 판매용으로나 쓰일 만한 아이템이었고 나에게 도움이 되는 아이템은 단 2개뿐이었다.

마법서(魔法書) 빛의 폭발(Flash Explosion)]

: 빛을 폭발시켜 사방을 빛으로 가득 차게 만든다. 어둠을 순식간에 빛으로 만들 정도로 강력하다.

마법(스킬): <빛의 폭발>

숙련도: 0

효과: 강력한 빛의 폭발을 일으켜 반경 50m 안에 있는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의 시야를 잠시 멀게 한다. 유지 시간은 레벨의 차이에 따라 다르다(최대 10초). 재사용 대기 시간(1시간).

특이 사항: 없음.

등급: 상급(A급).

불멸의 영웅 가슴 보호구[엘리트(Elite) 세트(Set)5/8]<판금 방어구류>

: 불멸의 영웅이라 불리는 이가 있었다. 그는 이미 전설이 되었지만 그가 사용하던 무구(武具)들은 아직도 세상을 떠돌고 있다. 분명 그 무구들을 모두 모아 그 무구들의 봉인을 푸는 이는 불멸의 영웅의 후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능력: 내구도[무한] 힘[50] 민첩[50] 방어력[+10%]

세트 효과: 2세트 효과[모든 능력치 +40]

3세트 효과[생명력, 마력 +5%]

4세트 효과[공격력 +5%, 방어력 +10%]

5세트 효과[ 스킬<영웅의 힘: 30분 동안 힘과 체력 그리고 민첩을 각각 200씩 증가시킨다.> 재사용 대기 시간 [24시간].

특이 사항: ‘불멸의 영웅이 남긴 무구’ 퀘스트를 자동으로 받습니다. 무구를 하나씩 추가할 때마다 봉인되어 있던 능력이 활성화됩니다.

재수가 좋게도 5번째 불멸의 영웅 방어구 세트를 구했다.

그리고 6서클의 마법이었지만 그 효율성이 거의 8서클과 비슷하다고 소문난 빛의 폭발 마법을 얻었다.

이 두 가지는 지금의 나에게도 매우 유용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진짜 대박들은 따로 있었다.

히든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얻은 두 가지 아이템. 이 두 가지야말로 진짜 대박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아이템들이었다.

마법서(魔法書) [엡솔루트 베리어(Absolute Barrier)]

: 마력을 이용해 모든 것을 막아내는 강력한 장벽을 만들어낸다. 이 장벽은 안과 바깥을 완벽히 차단하는 절대적인 차단막이다.

마법(스킬): <엡솔루트 베리어>

숙련도: 0

효과: 나를 중심으로 지름 5m의 강력한 방어막을 만들어낸다. 유지시간은 10초, 그 10초 동안은 모든 종류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다. 재사용 대기 시간(4시간).

특이 사항: 없음.

등급: S급(S급).

엘릭서(Elixir) [엘리트(Elite)]<영약류>

: 현자의 돌을 이용해 만든 만능수(萬能水). 전설에 따르면 장복할 경우 신선이 될 수도 있다고 알려진 전설의 물이다.

효과: 모든 상태이상과 해로운 효과를 제거하고 생명력과 마력이 완벽하게 회복된다. 또한 현자의 축복 효과로 모든 능력치가 30분 동안 +5% 된다. 단, 하루에 한 개 이상 복용할 수 없음.

특별 효과: 5개 이상 복용 시 모든 능력치가 영구적으로 +5% 된다(최대 50%<50개>까지만 적용된다).

개수: 5/5

9서클의 절대방어 마법 엡솔루트 베리어.

그리고 소문으로만 듣고 한 번도 구경해보지 못한 전설의 만능수 엘릭서.

둘 다 엘리트급 중에서도 최상급에 속하는 최고의 아이템들이었다.

엡솔루트 베리어는 내가 여러 스킬을 조합해 만들어 낸 신의 방패를 내 주변에 전 방위로 펼쳤다고 생각하면 되는 기술이었다.

유지시간은 15초밖에 되지 않았지만 1시간에 한 번씩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었기 때문에 그 효율성이 아주 좋았다.

그다음, 엘릭서.

이건 정말 대단한 아이템이었다.

회복 물약의 지존이라고도 불리는 이 물약은 단순한 소모성 아이템의 가치를 뛰어넘는 것이었다.

비록 내가 5개밖에 얻지 못했지만 사실 이 5라는 숫자만큼 내 목숨이 늘어났다고 봐도 될 정도였다.

거기에 5개를 전부 복용할 경우 모든 능력치가 5% 오른다. 그것도 영구적으로. 이것만 봐도 엘릭서가 그냥 물약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어쨌든 난 이렇게 두 가지 대박 아이템들을 얻었다.

그렇지만 사실 내가 이번 전직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이득은 바로 두 개의 SS급 타이틀이었다.

‘불가능을 넘어선 존재(SS급)’

‘최초의 그랜드마스터(SS급)’

난 이미 세 개의 SS급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그 누구보다 SS급 타이틀의 위대함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또 두 개의 SS급 타이틀을 얻었다.

가이아의 축복이 아직까지 이어지는 것일까?

난 무려 5개의 SS급 타이틀을 소유한 존재가 되었다.

남들은 단 한 개도 가지기 힘든 SS급 타이틀이었다. 사실 S급 타이틀을 가지는 이들도 드물 정도였으니, SS급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런 것을 5개나 가진 난 이미 사기 캐릭터를 넘어선 전무후무한 캐릭터가 되어 있었다.

타이틀 [‘불가능을 넘어선 존재’]

: 불가능은 말 그대로 가능하지 않다는 얘기이다. 그런데 그것을 넘어설 수 있다면? 그건 한계를 초월한다는 뜻이었다. 불가능을 넘어서 그것을 가능으로 만든 당신은 한계를 초월한 존재가 되었다. 그런 당신에게 더 이상 불가능이란 단어는 통용되지 않을 것이다.

스킬: 행운증폭[1분간 행운 수치를 10배로 증가시킨다]. 재사용 대기 시간[72시간].

효과: 모든 종류의 실패 확률을 무시한다. 당신은 아무리 희박한 확률의 도전을 하더라도 50%의 확률로 성공할 가능성을 얻는다.

특수 효과: 모든 공격을 30% 확률로 완전히 회피한다.

등급: SS급

타이틀 [‘최초의 그랜드 마스터(레벨)’]

: 당신은 흔히 말하는 초월의 경지에 발을 디뎠다. 이제부터 당신은 그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전혀 새로운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그 길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그건 아무도 모른다. 단지 당신의 끝없는 노력에 그저 박수를 칠뿐이다.

스킬: 없음

효과: 모든 능력치가 10% 상승하고 스킬 시전 속도가 20% 빨라진다. 또한 초당 회복되는 마력과 생명력의 수치가 2배로 증가한다.

특수 효과: 타이틀을 활성화시키지 않아도 타이틀 효과가 계속 적용된다.

등급: SS급

과연 SS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화려한 능력치.

‘최초의 그랜드 마스터(레벨)’의 경우는 능력치로만 보면 SS급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그 효과가 굳이 타이틀을 활성화시키지 않아도 패시브 효과로 적용되는 것이었기에 대단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타이틀 ‘불가능을 넘어선 존재’는 아무 재미있는 옵션이 붙어 있는 타이틀이었다.

행운증가.

행운이라는 능력치는 사실 아이템 앵벌이 같은 것을 즐기는 이들이나 신경 쓰는 능력이었다.

하지만 이 타이틀의 능력치는 단순한 앵벌이용이 아니었다.

모든 실패 확률을 무시하고 성공 확률을 50%로 만들어 준다는 건 내가 불가능에 가까운 강화를 시도할 때도 무조건 50%의 성공 확률을 적용시켜 준다는 얘기였고 또한 불가능에 가까운 스킬 조합을 시도한다고 해도 무조건 50% 확률로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즉, 이 타이틀은 불가능에 가까운 행위를 할 때 그 위력을 발휘하는 특이한 타이틀이었다.

두 타이틀 모두 벨런싱 파괴 등급이라고 소문난 SS급에 걸맞은 파괴력을 지니고 있었다.

“훌륭하군.”

흡족한 정도를 넘어서 너무 과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가이아가 말했듯이 좀 더 이 상황을 즐길 생각이었다.

어차피 내가 버그를 사용한 것도 아니었고 단지 남들보다 특별했을 뿐이었다.

물론 좀 많이 특별해서 문제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어쩌겠는가?

태초의 고신이라는 존재가 뒤에서 밀어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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