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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로드(The Lord)-202화 (202/250)

202. 융합 ― 2

* * *

나를 향해 돌진하는 네 마리의 보스급 몬스터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현실에서의 레이드.

이건 정말 색다르면서 살 떨리는 경험이 될 것 같았다.

4마리의 보스급 몬스터.

이놈들은 서로 교묘하게 어울렸다.

가장 앞에서 모든 데미지를 몸으로 막아버리는 어보미네이션 킹.

좌우로 갈라져 위협적인 공격을 계속해서 퍼붓는 포핸드 트윈헤드 오우거와 자이언트 키메라.

그리고 살짝 뒤에 처져서 강력한 마법 공격을 나에게 집중시키는 리치 위자드.

어찌 보면…… 내가 이들을 상대로 레이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나를 잡기 위해 레이드를 하는 것 같아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뭐가 어떻게 보이냐가 중요하지 않았다.

네 마리의 보스 몬스터가 한 가지 목표, 바로 나를 동시에 공격하고 있는 이 상황에선…… 그저 전투에 모든 신경을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꽈과광!

어보미네이션 킹의 주먹은 애꿎은 땅바닥만 파고들었다.

그와 동시에 리치 위자드의 플레임 스트라이크도 헛되이 허공에 타올랐다.

화르륵!

두 보스 몬스터의 공격을 가볍게 피한 난 자이언트 키메라의 발밑으로 파고든 상태였다.

보스 몬스터들의 생명력은 굉장히 높다.

하지만 동시에 아수라를 소환한 나의 공격력도 결코 평범하지는 않다.

“으아아압!”

난 자이언트 키메라의 한쪽 다리를 잡고 그대로 놈을 들어 올렸다.

[키에에에에!]

당황한 자이언트 키메라가 나머지 발로 나를 쳐내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휭휭!

난 자이언트 키메라를 잡고 가볍게 몸을 회전시켰다. 그리고는 놈을 어보미네이션 킹을 향해 그대로 던져 버렸다.

콰과광!

주르르륵!

자이언트 키메라를 안고 뒤로 밀려나는 어보미네이션 킹.

그 순간 포핸드 트윈헤드 오우거와 리치 위자드가 다시 나를 향해 공격했다.

하지만 이미 나는 로스트 팬텀을 이용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꽈과과광!

또 애꿎은 땅바닥만 폭발했다.

“장비 9번.”

차르르륵!

가슴 언저리에 나타나는 마법총서.

난 마법총서를 소환시키며 동시에 왼손으로는 다량의 시약을 허공에 뿌리고 있었다.

스킬 융합, 상급 빙계 마법 블리자드(Blizzard) + 상급 전격 마법 체인 라이트닝(Chain Lightning) + 북풍한파(北風寒波)의 술(術) 북해(北海)의 바람(風)

절망(絶望)의 폭풍(暴風)!!!!

고오오오오오!

요동치는 마력.

전이라면 수십 초는 캐스팅해야 완성할 수 있을 강력한 조합스킬 절망의 폭풍이 단 5초 만에 활성화되었다.

이것만 봐도 확실히 내가 강해지긴 강해졌다.

“가랏!”

키잉! 퍼퍼퍼퍼퍼퍼퍼펑!

4마리의 몬스터들을 뒤덮는 강력한 한기의 폭풍.

그들을 뒤덮은 건 절망의 폭풍만이 아니었다. 마법총서의 추가 효과가 발동되며 무작위로 선택된 마법이 절망의 폭풍과 함께 활성화되었다.

재수가 좋은 걸까?

그 추가 효과 마법마저 평범한 것이 아니었다.

지잉! 꽈과과광!

땅바닥을 헤집으며 사방을 짓누르는 강력한 힘.

무려 7서클의 광역마법인 그레비티 그라운드(Gravity Ground)였다.

[크어어엉!]

[키에에에에!]

[카아아아앙!]

아무리 보스급 몬스터들이라고 해도 절망의 폭풍과 그레비티 그라운드의 연속 콤보는 상당히 큰 타격이었다.

하지만 이 와중에서도 리치 위자드는 마나 쉴드와 블링크를 이용해 이 두 번의 공격을 막고 피했다.

그리고 역습까지 감행했다.

나를 향해 쏟아지는 거대한 불타는 돌덩어리 하나.

7서클 대인 공격 마법 중 하나인 플레임스톤이었다.

“쳇, 귀찮게 하는군.”

대인 공격 마법이었지만 나름 그 범위가 넓었기에 이미 피하기는 조금 늦었다.

난 어쩔 수 없이 장비 1번을 소환하며 최대한 몸을 웅크렸다. 터틀 가드라고 불리는 이 스킬은 볼품은 별로 없었지만 효과는 꽤 괜찮았다.

콰과과광!

“큭!”

방패로 방어를 했다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데미지를 입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문제는 이 방어 때문에 빼앗긴 공격 주도권이었다.

아주 잠깐의 틈이었지만 저놈들은 이 타이밍을 결코 놓치지 않을 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하게 적중했다.

[크앙!]

콰광! 쩌쩌저적!

어보미네이션 킹이 두 발을 구르며 강력한 충격파 공격을 감행했다.

그리고 동시에 자이언트 키메라는 커다란 입을 벌리며 강력한 화염 숨결을 뿜어냈다.

또한 포핸드 트윈헤드 오우거는 주변에 있는 커다란 나무들을 네 개의 손으로 마구 뽑아 던졌고, 리치 위자드는 내 움직임을 제한하려는 듯 광역 공격이면서 보너스로 이동 속도 제한 효과까지 지닌 6서클 마법 눈보라를 시전했다.

4가지 공격이 한꺼번에 집중된 상황.

어설프게 피하거나 막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흐압!!”

번쩍!

난 방패를 몸 가까이 붙이며 내가 개발한 특별한 조합 스킬 중 하나인 ‘신의 방패’를 활성화시켰다.

커다란 방패에서 강력한 빛의 파장이 뿜어지며 내 방패를 중심으로 정말 신이 만들어 놓은 것 같은 큰 방패가 만들어졌다.

꽝!

그 빛의 방패와 충격파가 충돌했다.

그리고 뒤를 이어 화염 숨결과 나무 투척 공격이 쏟아졌다.

콰과과광!

이 세 가지 공격은 신의 방패로 완벽하게 막았다.

하지만 눈보라는 광역 공격이라 신의 방패로 완벽하게 막는 게 불가능했다.

파파팟!

몸 이곳저곳에 꽂히는 얼음 파편.

“큭!”

살짝 따끔한 느낌이 나며 데미지를 입었다. 그나마 아수라를 입고있는 상태라 방어력이 높아져 있었기 때문에 아주 큰 타격은 아닌 게 다행이었다.

눈보라는 순간적으로 내 이동속도를 30%나 떨어트렸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회피가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이럴 땐…… 보법보단 마법이 더 효과가 있었다.

스킬 융합, 상급 보조 마법 블링크(Blink) + 중급 주술 은월몽(隱月影) + 상급 주술 축지(縮地) + 중급 보조 마법 일루젼 섀도우(Illusion Shadow).

퀵 블링크(Quick Blink).

츠리릿!

마법과 주술이 조화롭게 합쳐져 만들어진 최고의 순간 이동 기술, 퀵 블링크가 완성되는 순간 내 몸이 흐릿해지며 사라졌다.

재사용 대기시간이 40초나 되어 연속해서는 사용할 수 없었지만 모든 이동 속도 제한에서 풀려나며 50m 반경에서 원하는 곳 어디로도 이동할 수 있는 이 기술은 순수하게 내가 만들어 낸 나만의 오리지널 조합스킬이었기 때문에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특별한 기술이었다.

파팟!

내가 다시 나타난 곳은 리치 위자드의 등 뒤였다.

“어이!”

스릉!

내 양손에 아쿠아와 소울 블레이드가 잡혔다.

그리고 그 두 개의 검은 곧장 리치 위자드의 어깨와 등에 꽂혔다.

콰직!

마법형 보스 몬스터였지만 몸체는 제법 튼튼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강기가 맺혀 있는 아쿠아와 소울 블레이드를 튕겨 낼 순 없었다.

[키에엑!]

순간 리치 위자드는 매우 깜짝 놀라며 블링크를 이용해 재빨리 나에게서 도망치려고 했다.

하지만 그건 리치 위자드의 생각일 뿐이었다.

“어딜 가려고?”

난 리치 위자드의 몸에 꽂힌 두 검을 매개체로 간단한 퀵 마법 하나를 시전했다.

본래 블링크 마법을 막을 수 있는 건 8서클 마법인 광역 캔슬 마법이나 9서클 마법인 마나 동결밖에 없었다. 하지만 내가 사용한 건 그렇게 고위 서클의 마법이 아니었다.

내 손에서 아주 빠르게 그리고 정확하게 시전된 마법은 3서클의 마법인 마력 간섭이었다.

드드득!

[끼아아아아아!]

리치 위자드의 블링크가 취소되었다.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생기며 블링크가 취소되자 리치 위자드는 더욱 당황한 것 같았다.

하긴 그럴 만도 했다.

아마도…… 이런 식으로 마법이 취소된 적은 한 번도 없었을 것이다.

마력 간섭, 마력 제어 스킬이 그랜드마스터의 경지에 오르며 배운 매우 간단한 마법. 난 이 마법을 이용해 리치 위자드의 블링크를 막았다.

물론 말로는 매우 쉽게 막은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그리 쉬운 것은 아니었다.

사실 마력 간섭은 그저 주변의 마력을 살짝 흔들 수 있는 정도의 마법이었다.

당연히 이 마법으로 다른 이의 마법을 취소시킨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난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게 가능했던 건 전적으로 내가 리치 위자드의 몸에 검을 꽂아 넣었기 때문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두 개의 검을 매개체로 사용해 리치 위자드의 몸속에서 움직이는 마력을 마도안(魔道眼)을 통해 느끼고, 그 느낌을 토대로 아주 정확한 타이밍에 마력의 흐름을 비틀어 버렸던 것이다.

이 작업이 가능한 건 전적으로 내가 마력 제어 스킬과 마도공학이론 스킬을 그랜드마스터의 경지까지 수련했기 때문이었다.

“좀 더 놀아보자고.”

난 마치 리치 위자드에게 속삭이듯 말하며 두 자루의 검에 강력한 정령의 힘을 밀어 넣었다.

스킬 조합, 정령빙의 셀리스트(Salist) + 정령빙의 운다인(Undain).

연계 발동, 스킬 조합 정령빙의 노임(Noim) + 정령빙의 실라페(Silafe)

추가 연계 발동, 뇌전의 정령 썬더(Thunder)

특수 스킬 조합, 엘레멘탈 버스터(Elemental Buster) 데스(death)!!!!

광역 스킬인 엘레멘탈 버스터 데몰리션의 일인 공격 버전인 엘레멘탈 버스터 데스.

뇌전의 정령 썬더는 모든 정령의 힘을 한 점으로 모으는 역할을 했다.

그렇게 모인 정령의 힘은 상상을 초월했다.

더구나 그 모인 점이…… 리치 위자드의 몸속 한가운데라면?

그것은 아무리 리치 위자드가 보스 몬스터라고 해도 감당할 수 없는 힘이었다.

지잉!

우드드드드득!

두 검을 통해 정령들의 강력한 기운이 리치 위자드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그 순간 리치 위자드의 몸이 그 구속력을 잃으며 급속도로 팽창했다.

“이크!”

난 재빨리 리치 위자드의 몸에서 검들을 뽑으며 뒤로 텀블링했다.

파파팟!

도적 계열 기술인 4연속 백 텀블링 기술을 이용해 빠르게 리치 위자드에게서 멀어진 난 곧장 검 대신 방패를 꺼내 들었다.

[키아아아아아아앙!]

리치 위자드의 긴 외침.

이것이 마지막이었다.

꽈르르릉! 콰과과과과과광!

콰드드드득! 퍼퍼퍼퍼퍽!

엄청난 폭발과 함께 산산조각나 버리는 리치 위자드의 몸.

아무리 라이프 베슬이 몸 밖에 있는 리치 위자드라고 해도 아예 몸이 산산조각이 나버리면 더 이상 힘을 발휘할 수가 없었다.

이걸로 끝.

한 마디로 리치 위자드가 쓰러졌다는 뜻이었다.

후두드드득!

사방에 비가 내리듯 떨어지는 리치 위자드의 몸 조각.

일단 가장 귀찮은 놈은 해결했다.

이제 남은 건 세 놈.

상당히 강력한 놈들인 건 사실이었지만…… 가장 신경 쓰이고 귀찮게 느껴졌던 리치 위자드가 사라진 이상 그리 어려워 보이는 상대들은 아니었다.

폭발의 충격파를 막기 위해 빠르게 뒤로 빠지며 방패를 꺼내 들어 방어 기술을 활성화시켰던 난 폭발로 인한 데미지를 전혀 입지 않았다.

“휴우…….”

어쨌든 생각보다 쉽게 리치 위자드의 숨통을 끊어 놓은 난 작게 숨을 내쉰 후, 여전히 흥분하고 있는 것 같은 세 마리의 몬스터를 바라보았다.

놈들 역시 리치 위자드의 폭발 때문에 살짝 뒤로 물러난 상태였다.

변종 오우거, 어보미네이션 대장, 덩치 큰 키메라.

이제 남은 상대는 이 세 놈이었다.

[크어어엉!]

[키에에엑!]

[크어어어엉!]

다시 한번 크게 울부짖으며 나를 향해 달려오는 세 마리의 몬스터들.

“장비 6번!”

철컥! 철컥!

내 손에 잡힌 레드와 이글.

난 슬쩍 웃으며 그들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자~ 그럼 계속해볼까?”

한 놈이 잡혔지만 현실에서의 레이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 상황이 즐겁냐고?

아니다.

즐겁지 않다.

단지…… 피할 수 없기에 즐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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