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로드(The Lord)-195화 (195/250)

195. 대의를 위한 속임수 ― 1

* * *

“준비됐어?”

난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클레타와 마가레타를 보며 마지막으로 확인 질문을 했다.

“네, 됐어요.”

“저도 됐어요. 근데…… 오빠, 한 가지만 물어봐도 돼요?”

마가레타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향해 말했다.

“물어봐.”

“음…… 그게…… 제가 오빠의 계획을 의심하는 건 아닌데…… 정말 이걸로 유저들이 움직일까요?”

“당연히 움직인다. 그들은 무조건 움직일 수밖에 없다. 유저들은 본능적으로 꿈을 좇는 이들…… 그렇기에 이것이라면 충분히 그들을 움직이게 할 수 있다.”

“제가 봐도…… 어느 정도 가능성이 높아 보이긴 해요. 단지…… 조금 민망하다는 것만 빼면…….”

클레타도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얘기했다.

“그래, 나도 민망하다는 게 좀 걸린다. 하지만 어차피 이번 한 번뿐이니까…… 열심히 만들어보자.”

스윽.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앞에는 숲이 있었다.

문 글로우 근처에서 가장 악명이 높은 숲, 고요의 숲이었다.

“이 숲의 몬스터들은 아직 대이동에 참여를 안 한 거 맞지?”

“네, 대이동의 효과는 아직까지는 각 대륙의 북부에서 더 강력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여긴 최남단에 속하는 곳이라 그런지 아직까지는 조용한 편이에요.”

“다행이야.”

난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만약 대륙의 남부도 북부처럼 난리가 났다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을 것이다.

난 조용히 고요의 숲을 바라보았다.

절대 고요의 숲은 고요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지 않았다. 이곳은 문 글로우 근처의 최고급 사냥터답게 매우 난폭한 몬스터들이 다수 서식하고 있었다.

애초에 이곳이 고요의 숲이라 이름 붙여진 건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겨서 아무도 이 숲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었다.

너무 위험해서 고요해진 숲.

그래서 이곳은 고요의 숲이라 불리고 있었다.

내가 이곳을 찾은 건 다 한 가지의 이유 때문이었다.

그것은…….

“자,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마가레타는 절대 나를 놓치지 마. 네가 그렇게 자랑하던 달빛달리기 스킬을 이용해 무조건 나를 따라와. 그리고 클레타, 너도 나한테서 너무 멀어지면 안 되는 거 알지? 내 주변에서 최고의 각도를 잡아내. 너의 센스를 믿겠어. 계속 강조하는 거지만 무조건 한 번에 끝내야 해. 쉬는 시간 같은 건 절대 없고…… 당연히 중간에 다시 가는 것도 없어. 물론 리허설도 없고…… 한 번에 확실하게 끝내자.”

내가 이곳에서 하려는 것은 바로 한 편의 동영상 촬영이었다. 그것을 위해 난 동영상 본좌라고 불리는 몽몽이 편집한 동영상들을 몇 시간 동안 계속 돌려보며 나름의 동영상 촬영 요령을 터득했다.

그리고 그 요령을 그림자 남매에게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네네, 충분히 설명 들었으니까…… 일단 시작해요.”

마가레타는 고개를 끄덕이며 벌써 열 번 정도는 반복했을 것 같은 내 설명을 더 이상 못 들어주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 시작하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고요의 숲을 바라보았다.

아마도 내가 저 숲으로 들어가는 순간 많은 수의 몬스터들이 나를 향해 달려들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그것이었다.

“후우∼”

가볍게 숨을 내쉰 난 곧장 땅을 박차고 앞으로 뛰쳐나갔다.

파팟!

그와 동시에 내 양손엔 경매장에서 고르고 고른 유니크 등급의 한손검 두 자루가 나타났다.

스릉! 채앵!

“으아아아아아!”

강렬하게 소리를 지르며 돌진하는 나.

당연히 평소라면 이렇게 하지 않는다. 지금은 최대한 보여주는 전투를 해야 했다.

그렇기에 난 약간은 과장스러운 몸짓으로 나를 표장했다.

이 영상은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되도록 많은 이들이 볼 수 있게 아예 대놓고 여기저기 뿌릴 동영상.

그래서 난 폴리모프 망토로 내 모습을 다소 화려하게 바꾼 뒤 만병천의를 깊숙이 눌러써서 일부러 신비감을 조성했다.

준비는 완벽했다.

이제 남은 건 이 완벽한 준비를 토대로 그레이트하고 퍼펙트한 동영상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내 고함 소리가 고요의 숲에 쩌렁쩌렁 울려 퍼지자 고요의 숲에 있던 수많은 몬스터가 그 소리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먼저 튀어나온 건 야수형 몬스터의 한 종류인 그레이트울프들이었다.

레벨은 400대 수준의 몬스터.

당연히 내 상대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간단하게 처리할 생각은 없었다. 거듭 강조하지만 지금 난 그레이트하고 퍼펙트한 동영상을 만드는 중이다.

그렇기에 이 상황을 평소처럼 간단히 끝내는 건 절대 안 됐다.

‘최대한 화려하게!’

츠츠츳!

두 줄기로 뿜어져 나오는 오러 블레이드.

길이가 3m가 훨씬 넘는 최상급 오러 블레이드를 쌍검으로 만들어냈다.

남들은 검 하나에도 만들어내기 어려운 수준이었지만 나에겐 그리 어렵지 않은 것이었다.

블레이드 토네이도!!

힘차게 회전하는 내 몸.

그와 동시에 양손에 들려 있던 검에서 뿜어져 나온 오러 블레이드는 사방에 그 강력한 힘을 뿌렸다.

당연한 것이지만 블레이드 토네이도는 원래 이렇게 사용하는 기술이 아니었다.

자신을 포위한 적들에게 순간적으로 강력한 광역 데미지를 입히는 이 기술은 절대 이렇게 억지로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어내 사용하지 않는다.

물론 지금은 보여주기 위한 공격이었기에 효율성이 거의 바닥에 가까운 이 공격을 시도했다.

케엥!

기껏해야 레벨이 400 정도밖에 되지 않는 그레이트울프는 당연히 이 공격을 막지 못했다.

사실 그냥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어내 휘둘렀어도 막지 못했겠지만 확실히 이쪽에 화려하긴 했다.

퍼퍼퍽!

순식간에 블레이드 토네이도의 영향권에 휘말려 여섯 마리의 자이언트울프가 거의 걸레가 되어 튕겨 나갔다.

첫 전투부터 아주 확실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마무리까지 깔끔하게!’

오러 웨이브!!

쩌저적! 콰광!

블레이드 토네이도로 회전하는 몸을 강제로 멈추며 두 자루의 검을 땅바닥에 꽂았다.

그러자 검에 맺혀 있던 오러 블레이드가 큰 파도를 그리며 전방으로 방출되었다.

키에엥!

순식간에 열 마리가 넘는 자이언트울프가 사라졌다.

이로써 나에게 달려들었던 자이언트울프 떼는 완전히 전멸했다.

아주 훌륭한 첫 전투 영상.

하지만 진짜는 지금부터였다.

내 최종 목표는 고요의 숲 깊숙한 곳에 있다.

고요의 숲을 지배하는 준 보스몬스터 삼두흑랑(三頭黑狼). 머리가 세 개 달린 거대한 늑대인 녀석은 레벨이 600이 넘는 상당히 강력한 준 보스몬스터였다.

아마도 그 녀석을 잡는 것으로 이 동영상은 끝이 날 것이다.

그리고 사방에 뿌려질 것이다.

왜 이렇게 굳이 귀찮음을 무릅쓰고 동영상을 제작해서 사방에 뿌리냐고?

그 이유는…….

* * *

한 개의 동영상이 있다.

그것은 일종의 전투 동영상이었다. 하지만 기존의 전투 동영상들하고는 많이 다른 그런 동영상이었다.

15분 정도의 돌진.

무려 200여 마리의 몬스터를 화려한 쌍검술로 베어버린 남자는 마지막으로 남은 한 마리의 커다란 몬스터를 향해 달려들었다.

머리가 세 개 달린 커다란 검은색 늑대.

몸길이가 거의 7m는 될 것 같은 그 커다란 늑대는 자신의 영역에 들어와 휘하의 권속들을 무참히 도륙한 남자를 향해 강한 적개심을 나타냈다.

그 늑대는 마치 자신은 레벨이 600이 넘은 준 보스급 몬스터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듯 평범한 몬스터는 절대 사용할 수 없다는 브레스 계열 스킬을 사용했다.

그것도 세 개의 머리에서 각각 다른 종류의 브레스가 세 갈래로 뿜어져 나왔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강력함이 느껴지는 공격.

하지만 놀랍게도 늑대에게 달려든 그 남자는 두 자루의 검을 십(十) 자 모양으로 교차시키며 그 브레스를 교묘하게 옆으로 흘려버렸다.

그리곤 시작된 남자의 공격.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검붉은 색의 오러 블레이드.

그리고 너무나도 화려한 검술.

비록 삼두흑랑의 강력한 공격에 몇 군데 꽤 큰 상처를 입긴 했지만 그 와중에도 남자는 특유의 화려함을 자랑하며 조금씩 삼두흑랑을 압박했다.

첫 번째 머리가 남자가 몸을 반쯤 눕힌 채 허리춤에 검을 밀착시키고 빠르게 회전하며 만들어낸 반월형의 오러 블레이드에 잘렸을 때만 해도 삼두흑랑은 여전히 그 특유의 난폭함을 잃지 않았다.

어차피 머리는 재생이 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두 번째 머리가 남자의 비검술(飛劒術)에 잘려나가자 그때부턴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전설의 어검술과도 비교될 만큼 정확하고 강력한 비검술. 오러 블레이드를 유지시킨 채 날린 검이었기에 단 한 번에 삼두흑랑의 머리 하나를 날려 버릴 수 있었다.

마지막 머리는 두 번째 머리가 잘리고 몇 분 안 돼서 잘려나갔다.

폭풍과 같은 남자의 검술이 삼두흑랑의 몸 전체를 휩쓸고, 승천하는 용과 같은 모습으로 하늘로 치솟은 두 자루의 검은 마지막으로 남았던 하나의 머리를 꿰뚫었다.

그걸로 끝이었다.

삼두흑랑은 싸늘한 시체가 되어 바닥에 쓰러졌고, 곧 하얀빛 가루가 되어 허공에 흩어졌다.

전투는 끝났다.

하지만 동영상은 끝나지 않았다.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이 동영상의 진정한 백미(白眉)는 지금부터였다.

삼두흑랑을 쓰러뜨린 그 순간 남자의 몸이 강하게 빛나며 허공에서 검은색 덩어리가 나타났다.

그리곤 곧장 그것은 남자의 몸에 달라붙었다.

그러자 남자의 모습이 마치 커다란 강철 갑옷을 입은 것처럼 변했다. 순식간에 아주 단단해 보이는 검은색 갑옷을 전신에 걸친 남자.

그런 그의 두 눈이 강하게 빛났다.

두 자루의 검을 들고 아주 큰 소리로 괴성을 지르며 하늘을 올려다보는 남자.

그 남자의 전신을 덮고 있는 검은색 갑옷은 아주 기묘한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다.

허공을 향해 괴성을 지른 남자는 남자가 양손에 들고 있던 두 자루의 검을 교차하며 가로로 휘둘렀다.

휘이익!

별것 아닌 것 같은 두 번의 칼질.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놀랍게도 마치 허공이 잘린 것 같은 느낌이 들며 주변에 있던 나무들이 모두 반 토막이 나버렸다.

한순간에 주변 200m 반경이 초토화가 되었다.

단 두 번의 칼질이 만들어낸 엄청난 결과.

여기가 진짜 동영상의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이 마지막 순간 한 문장이 동영상 중앙에 출력되었다.

‘독보를 원하는가? 군림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몬스터 무리를 제거하라. 그 순간 네가 원하는 힘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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