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로드(The Lord)-194화 (194/250)

194. ‘대이동’

* * *

부자는 망해도 삼 년은 간다고 했던가?

엠페러가 아무리 침몰하는 거선이라지만 그래도 한때 최고의 길드로 불리며 엄청난 규모를 자랑했던 길드였던 건 사실이다.

그렇기에 그런 아무리 엠페러가 몰락했다고 해도 모든 힘을 집중하자 거의 10만에 가까운 유저가 모였다.

물론 그중 반수 이상은 아직 레벨이 300도 되지 못한 중급 이하의 유저들이었지만 그래도 그 머릿수만큼은 무시무시했다.

10만의 유저들이 라트마의 명령에 의해 죽음의 산맥, 환영의 숲으로 몰려들었다.

얼마 전 은밀하게 ‘무적자’라 불리는 엠페러의 천적(天敵)이 근거지로 삼고 있는 지역을 알아낼 수 있었다.

라트마는 그 정보를 접수한 즉시 신속하게 모든 엠페러 연합의 유저에게 집결 명령을 내렸다.

힘의 차이 따위는 머릿수로 극복하겠다는 라트마의 전술.

한 마디로 인해전술(人海戰術)이었다.

이번 결전에 모든 것을 건 엠페러.

그 각오는 아주 비장했다. 하지만 그들이 모르는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그들이 은밀하게 얻었다는 그 정보의 출처, 라트마는 그것을 망각하고 있었다.

* * *

“시작되었군.”

아주 짧은 메시지였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내 계획대로 엠페러는 마지막 한 수를 두었다. 그들은 그 수가 최후의 묘수라고 생각하겠지만 안타깝게도 그 수는 내가 은밀히 유도한 최악의 악수였다.

물론 내가 있는 곳은 그들이 예상한 그곳이었다.

정확히 나는 이곳에서 엠페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이곳에 있다고 해서 10만의 엠페러 연합 유저들과 정면 대결을 펼칠 생각이 있는 건 아니었다.

기억하는가, 내가 엠페러 연합을 상대하는 계획을 말하면서 일석이조의 계획이라고 했던 것을?

일단 한 달 동안 엠페러와 싸우며 그들을 거의 무너뜨렸다. 그걸로 난 한 마리의 새를 잡았다.

이제 남은 건 또 한 마리의 새였다.

그 새를 잡기 위해 난 일부러 이곳에 있지도 않은 근거지를 정성스럽게 만들고 무물 길드를 이용해 몇 번의 정보 세탁을 거쳐 아주 우연하고 은밀하게 엠페러 쪽으로 이 정보를 흘려보냈다.

내가 매우 공을 들여 이 작업을 한 이유는 일주일 전에 시작된 징조 때문이었다.

‘대이동’이 바로 코앞에 닥쳐왔음을 알리는 징조.

내가 원하는 또 하나의 새는 바로 대이동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이 죽음의 산맥에 죽지 않은 결사대(決死隊)라고 할 수 있는 유저들을 대거 투입시키는 것이었다.

물론 처음엔 아예 생각지도 않은 계획이었다.

하지만 엠페러라는 거대 길드를 떠올리는 순간, 그리고 어차피 받아야 할 빚이 있다는 게 생각난 순간 자연스럽게 짜인 계획이었다.

일단 지금까지는 대성공이었다.

무려 10만이라는 유저 결사대가 만들어졌고, 그들은 죽음의 산맥 이곳저곳에서 시작된 ‘대이동’의 포인트 중에서도 상당히 큰 규모에 해당하는 이 환영의 숲의 중심으로 마구 몰려들고 있었다.

단지 조금 걸리는 건 ‘대이동’이 조만간 시작될 것은 확실한데 정확히 언제 시작될지를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난 10만의 엠페러 연합 유저들을 대이동이 시작될 때까지 이곳에 묶어두어야 했다.

살짝은 위험한 일.

하지만 이 일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엠페러를 철저히 박살 내기 위해서, 그리고 ‘대이동’의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었다.

“뭐…… 해보자.”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10만과의 대결.

전에 있었던 2만 5천과의 대결보다 더 많은 숫자.

하지만 나 역시 전과는 달랐다.

이미 여러 가지 많은 준비를 해두었고 전보다도 더 강해졌다.

또한 10만이란 숫자 역시 오히려 2만 5천보다 못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때가 정예 2만 5천이었다면 지금은 어중이떠중이 10만이었다.

충분히 해볼 만했다.

어차피 내가 바라는 건 10만을 꺾는 게 아니라 시간만 버는 것이 아닌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단지 조금 어려운 일일 뿐이었다.

* * *

징조는 확실했다.

환영의 숲으로 몰려든 건 10만의 유저뿐만이 아니었다.

몇 시간 전에 몰려들었던 10만의 유저를 뒤따라 몰려드는 몬스터 떼.

내가 엠페러의 유저들과 정확히 두 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싸웠을 때 일어난 일이었다.

나도 단지 ‘대이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과 일어나면 엄청난 피해가 있을 것이라는 사실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정확히 그 일이 어떤 규모로 어떻게 일어날 것인지는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내 두 눈으로 확인한 그 일은 정말 엄청났다.

‘대이동’.

10만의 유저를 훨씬 능가하는 숫자의 몬스터들이 환영의 숲으로 몰려들었다.

거대한 파도라고 표현해야 할까?

온갖 종류의 몬스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엄청나게 몰려들었다.

그와 동시에 아주 친절(?)하게도 이 현상과 관련된 퀘스트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곳에 모여 있는 모든 유저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는 것으로 봐서는 나뿐만 아니라 엠페러의 유저들 모두, 그리고 아마 다른 곳에 있는 ‘One’의 모든 유저에게 공통적으로 퀘스트가 발생한 것 같았다.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던 전체 이벤트 퀘스트.

그 내용은 상당히 간단했지만 그 속에 숨은 여러 가지 것들을 알고 있는 난 전혀 간단하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띠링, 몬스터들의 대란(大亂)이 일어났습니다. 그들은 무리를 지어 다니며 모든 것을 부정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절대 물러나지 않고 오로지 전진만을 생각할 것입니다.

띠링, 몬스터들의 이동을 막으십시오. 그들을 막지 못한다면 당신들이 이룩해 놓은 모든 것이 무너질 것입니다.

띠링, 대격변의 나날이 계속될 것입니다. 만약 이 엄청난 변화를 막을 수 있는 이가 있다면 그가 바로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영웅이 될 것입니다.

띠링, 기억하십시오. 이들은 절대 타협하지 않습니다.

갑자기 떠오른 메시지 때문이 아니라도 이미 자신들을 향해 몬스터들이 달려들고 있었기 때문에 엠페러 연합의 유저들은 어쩔 수 없이 본능적으로 몬스터들과 싸울 수밖에 없었다.

순식간에 엠페러 연합 유저들의 적은 내가 아닌 몬스터들이 되었다.

물론 나도 그 순간만큼은 엠페러 연합을 공격하지 않았다.

그저 느슨해진 포위망을 뚫고 몰려드는 몬스터들을 상대하며 조금씩 환영의 숲 바깥으로 빠져나갈 생각이었다.

아, 그전에 확실히 내가 해야 할 한 가지 일이 있었다.

최대한 빨리 그 일을 끝내고 여기를 빠져나가야 했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이 몬스터 대군의 엄청난 러쉬는 막아낼 수 없었다.

꽝!

내 손에서 뿜어져 나간 염뇌는 카즈를 멀리 날려 버렸다. 데미지가 누적된 상태에서 염뇌를 제대로 맞았으니 아마 다시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

남은 건 이제 둘.

엘렌과 라트마뿐이었다.

“……징, 징그러운 놈!”

엘렌은 치가 떨린다는 표정으로 나를 향해 외쳤다.

안다, 알아.

나도 나 자신이 이들에게 얼마나 징그러워 보일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저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난 결코 먼저 시작하지 않았다.

“그러게…… 시작을 하지 말았어야지.”

파팟!

사라지는 내 몸.

일루젼 팬텀이 만들어낸 환상은 엘렌과 라트마의 눈을 완벽하게 따돌렸다.

그리고…….

파앗!

어느새 내 손에 들려 있던 두 자루의 검은 엘렌의 가슴과 목을 관통했다.

“커어억!”

어차피 내 수많은 공격에 생명력이 거의 바닥이 나 있던 엘렌은 이 한 수를 막을 수 없었다.

쿵!

쓰러져서 사라져 가는 엘렌.

이제 남은 단 한 명.

라트마뿐이었다

“…….”

말없이 나를 응시하는 라트마.

번쩍번쩍 빛이 나는 그의 최고급 갑옷과 방패. 얼핏 봐도 엘리트 급은 되어 보이는 아이템이었다.

이것만 보아도 그가 어떤 유저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늘 최고만을 영위하고 늘 꼭대기에서 모든 이를 부렸던 절대자. 라트마는 한 번도 최고가 아닌 것을 경험한 적이 없었다.

그랬던 그가 살기를 포기한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무적자라고 했던가?”

난 잠시 걸음을 멈췄다.

라트마의 유언을 들어줄 생각은 없었지만 왠지 마지막 말은 하게 해주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대단해. 정말 대단해……. 그래, 졌다. 이 라트마가…… 대명의 주익이 졌다. 하지만!!”

마지막 말에 강하게 힘을 주는 라트마.

그의 두 눈엔 붉은 핏발이 서 있었다.

“언젠간 네놈을 내 앞에 무릎 꿇려놓고 영우…….”

촤아아악.

여기까지.

더 이상 라트마의 말을 들어줄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커억.”

쿠쿵!

쓰러지는 라트마. 확실히 그는 어떤 면에서 대단한 유저였다. 하지만 그래 봤자 철없는 대기업의 후계자일 뿐이었다.

“끝났군.”

이걸로 정말 엠페러는 끝이 났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몰려들고 있는 몬스터들과 미친 듯이 싸우고 있는 10만, 아니, 나에게 1만이 줄었으니 정확히는 9만의 엠페러 연합 유저들.

아마 저들은 전멸할 것이다.

분명한 사실이었다.

아무리 그들이 발악해도 끊임없이 밀려오는 저 엄청난 몬스터 떼를 견뎌낼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굿바이 엠페러.”

나는 조용히 손을 흔들며 환영의 숲을 빠져나갔다.

적어도 난 몬스터 군단의 러쉬는 막지 못할지라도 뚫고 빠져나갈 수는 있었다.

그렇게 나와 엠페러의 전쟁은 끝났다.

엠페러의 완벽한 패배.

하지만 이 사실은 생각보다 큰 이슈가 되지 못했다.

왜냐하면 ‘One’의 세상에 전무후무한 엄청난 규모의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 * *

‘대이동’

그 무시무시한 변화는 모든 ‘One’의 유저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자신들의 경험치, 또는 아이템 창고 정도로만 생각했던 몬스터들이 엄청난 규모로 몰려다니며 자신들의 터전이라 할 수 있는 여러 마을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사실은 유저들에게 대단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더 이상 몬스터는 사냥감이 아니었다.

거대 군단 규모로 몰려다니는 몬스터. 마치 누군가의 명령을 듣는 것처럼 움직이는 그 몬스터들의 힘은 상상을 초월했다.

각종 게임 방송과 하이퍼 넷 사이트에는 ‘대이동’으로 인해 박살이 난 마을과 유저들의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몇몇 유저는 무슨 업데이트를 말도 없이 하냐고 DH 소프트에 항의했지만 내가 볼 땐 어리석은 일이었다.

이미 이 게임은, 아니, 게임이라 말하기 힘든 이것은 DH 소프트라는 일개 회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역시나 DH 소프트는 황급히 모은 정보를 토대로 새로운 업데이트 ‘몬스터의 반란’이 시작되었다고 했지만 대부분의 유저가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 내놓은 업데이트 정보는 시중에서 떠돌고 있는 정보들을 모아놓은 것밖에 되지 않았고, 결정적으로 왜 이런 일이 일어난 지에 대해서는 한마디의 언급도 없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유저들은 DH 소프트를 믿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들끼리 뭉쳐서 이번 일을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그나마 내가 미리 손을 써놓은 것 때문에 많은 수의 NPC들이 임의로 퀘스트를 발생시키기 시작했다.

유저들 사이에서 일명 ‘용병 러쉬’라고 불리게 된 이 일은 본격적으로 유저들을 ‘대이동’의 변화에 뛰어들게 만들었다.

당연하게도 유저들은 DH 소프트에서 내놓은 ‘몬스터의 반란’이란 말을 사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 스스로가 만들어낸 ‘대이동’이란 말을 더 즐겨 사용했다.

게임을 개발한 회사가 배제되어 가는 이상한 상황.

정말 ‘One’은 더 이상 게임이라 불리기 힘든 괴상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대충 어느 쪽의 피해가 가장 심해?”

대륙전도를 앞에 펼쳐 놓고 보던 난 옆에 있던 클레타를 바라보며 물었다.

“양쪽 대륙 모두 똑같아요. 죽음의 산맥과 가까운 쪽…… 서대륙은 동북부 지역이, 그리고 동대륙은 서북부 지역이 몬스터들에게 당했어요.”

“다른 지역은 괜찮은 거야?”

대이동의 시작된 포인트는 크고 작은 것들이 수십 군데가 넘었다.

그렇기에 당연히 죽음의 산맥이 아닌 지역에서도 일어났다.

“일단은요. 죽음의 산맥 근처를 제외한 다른 지역들은 다행히도 NPC들의 초기 반응도 좋고 몬스터들의 집결 정도도 낮아 피해가 미미한 편이에요.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몬스터들이 불어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상황은 장담할 수 없어요.”

“유저들의 반응은 어때?”

“적극적이에요. NPC들이 각종 퀘스트를 마구 뿌리는 중이라 많은 수의 유저가 몬스터들과의 전투에 뛰어들었어요.”

“흐음…… 그럼 혹시 죽음의 산맥 근처의 마을 중 아직 버티고 있는 곳도 있어?”

“버티고 있는 곳이라면…… 동대륙은 백호성과 청류성이 있고…… 서대륙은 미녹이 있네요. 하지만 청류성은 거의 괴멸 직전인 것 같아요. NPC들을 도와 싸우던 청류성을 기반으로 삼았던 유저들도 모두 제 살길을 찾아 도주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네요.”

“백호성과 미녹이라…….”

초반에 전방에서 조금이라도 더 많이 버텨줄수록 후방에서 준비를 하는 이들에겐 훨씬 유리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백호성과 미녹은 지금보다 더 버텨줄 필요가 있었다.

“분명 이대로 놔둘 수는 없겠어.”

내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생각이 마구 지나갔다. 미녹과 백호성. 이 두 성은 분명 이대로 무참히 무너지게 놔둘 수 없는 것들이었다.

“몬스터 무리의 규모는 확인되었어?”

“지금까지 확인된 몬스터의 무리는 총 24무리. 그중 가장 큰 무리가 대략…… 천만에 가까운 몬스터가 모여 있는 것으로 확인됐어요. 물론 무리의 숫자도, 그리고 규모도 더 늘어날 가능성은 매우 높아요.”

“제일 적은 무리는 어느 정도나 되는 거야?”

“음…… 대략 3백만? 그 정도가 제일 작은 규모인 거 같네요.”

“휴우∼ 무시무시하군.”

정말 엄청난 규모의 몬스터 떼였다.

“말도 마세요. 이건 거의 재앙 수준이에요. 도대체 그 많은 몬스터가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그게 궁금하다니까요.”

“음…… 몬스터들의 레벨과…… 전투 능력은 어느 정도지?”

“천차만별이에요. 당연히 전투 능력도 몬스터들마다 차이를 보이죠. 하지만 전체를 놓고 보면 어느 것 하나 쉽게 볼 수 있는 게 없어요. 이건 마치 누군가 군대를 조직해 놓은 것처럼 철저히 능력별로 부대가 나뉘어져 있어요. 레벨이 낮은 하급 몬스터가 선봉에 서고 중간중간 고급 몬스터가 끼어 있는 형태를 유지하죠. 거기에 원거리 공격형 몬스터들은 후방 배치가 되어있고…… 심지어 준 보스급 몬스터들은 마치 게릴라 부대처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전장을 어지럽혀요. 정말 몬스터 군대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에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열변을 토하는 클레타.

그는 이번 ‘대이동’을 조사하며 새삼 ‘One’의 인공지능에 크게 놀란 상태였다.

물론 그것들이 사실은 단순한 인공지능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것이었지만 어쨌든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하는 클레타의 입장에선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럼 백호성과 미녹이 함락되는 것도 시간문제인 건가…….”

“네, 안타깝지만 일주일(게임 시간)을 버티지 못할 거예요. 그나마 두 성을 기반으로 한 몇몇 대형 길드가 있어서 그들이 열심히 버티려고 노력하는 중이었지만…… 몬스터들의 끊임없는 공격은 새로운 유저들의 유입마저 막아버릴 정도로 무섭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예요.”

“큰일이군.”

불멸자이자 강력한 힘을 지닌 유저들이 빠져버리면 NPC들은 절대 버틸 수 없었다.

유저들이 더 적극적으로 달려들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이 난리를 진정시킬 수 있었다.

“……유저들…… 그들을 움직이게 해야 해.”

난 지도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대이동’을 막을 최대의 세력인 유저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여전히 이것이 단순한 게임이라 생각하는 그들.

그래서 그 어떤 것보다 자신의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했고 이득이 없는 일에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이 세상이 이렇게 큰 위기에 빠졌는데도 그 본질적인 태도는 절대 변하지 않고 있었다.

“……움직이지 않는다면…….”

난 슬며시 지도에 있는 미녹성에 손가락을 올려놓았다.

“……움직이게 만들어야지.”

그렇다. 어차피 아무리 유저들에게 위험을 알려도 그들은 이것이 게임인 이상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절대 죽을 위험이 뻔히 보이는 전투에 참여하지도 않았다.

결국 그들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선 죽을 위험을 감수할 수 있을 만큼 큰 보상을 안겨주어야 했다.

유저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던전을 탐험하는 건 던전에서 얻을 수 있는 보상이 죽음의 위험을 참을 수 있을 만큼 달콤하기 때문이었다.

즉, 유저들에겐 채찍 같은 도구보단 당근 같은 도구가 훨씬 더 어울린다는 얘기였다.

“당근을 주겠다.”

당근을 원한다면 당근을 줄 생각이었다.

그것도 아주 크고 맛있어 보이는 특별한 당근을!!

물론 그것이 진짜 당근인지 가짜 당근인지는 지들이 직접 구해서 맛을 보게 만들 생각이었다.

어차피 중요한 건 그들 눈앞에 당근이라 생각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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