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 복수의 시작 ― 2
* * *
유심히 나를 살피는 놈.
그놈은 분명 엠페러 연합의 유저였다.
드디어 미끼를 물었다.
이제 내가 할 것은 이 미끼를 문 놈에게 아주 자연스럽게 몇 가지 제한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난 그 길로 곧장 죽음의 산맥을 향해 이동했다.
놈은 나름대로 열심히 나를 미행했지만 내 입장에선 너무나 엉성한 미행이었다.
하지만 난 최대한 놈이 스스로 잘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며 미끼에 끼워져 있던 낚싯바늘을 최대한 깊숙이 박아 넣었다.
놈은 대충 내 목적지를 확인하고 곧장 사라졌다.
놈이 사라지고 난 기다렸다.
미끼를 제대로 물어 바늘이 깊숙이 박힌 상태였기에 분명 연락이 올 것이라 믿었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 후 곧장 연락이 왔다.
엠페러가 움직이고 있다.
엠페러뿐만이 아니었다. 엠페러가 고용한 대규모 용병 길드들도 움직이고 있었다.
전에 나와 린을 상대했던 규모보다 더 큰 규모였다.
무물 길드가 파악한 것만 대략 5만.
그중 2만이 라트마가 개인적으로 고용한 용병 길드였다.
“무식한 놈.”
진짜 무식한 돈질이 뭔지 아는 놈 같았다.
2만의 용병.
그것도 그냥 용병이 아닌 상급 이상의 유저로만 고르고 고른 용병들이라고 했다.
그런 이들을 움직이려면 엄청난 양의 골드가 필요했다.
그리고 라트마는 아마도 그 골드를 현실에서 조달했을 것이다.
이미 라트마가 현실 세상에서 누구인지는 알 만한 이는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대명(大明) 그룹의 주익.
황태자라 불리는 그가 라트마라는 사실은 이미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비밀 아닌 비밀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나와 줄수록 나는 좋지.”
5만이건 10만이건 상관없었다.
저번의 경우는 내가 손도 쓰기 전에 포위당해 당했던 것이고, 이번 같은 경우는 이미 내가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저번과는 완전히 다른 전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엠페러…… 전과는 다를 것이다.”
죽음의 숲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알고 있다. 난 이곳에서 사냥하며 레벨까지 올렸던 사람이다.
대략적인 계획은 머릿속에 있었다.
그리고 이젠 그 계획을 위해 간단한 몇 가지 준비를 할 생각이었다.
“이 싸움은 용문과 엠페러의 마지막 결전이 될 것이다.”
엠페러를 그냥 놔둘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대명 그룹의 후계자 주익이 아무리 잘났다고 해도 난 엠페러를 무너뜨릴 자신이 있었다.
뭐, 주익이 다시 길드를 세우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엠페러는 철저히 무너뜨릴 생각이었다.
“……그럼 슬슬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해볼까?”
5만을 넘는 많은 수의 손님.
하지만 죽음의 숲은 넓고 손님을 맞이할 장소는 너무나 많았다.
* * *
“휴우∼ 이 정도면 아주 훌륭한 건가?”
나는 눈앞에 떠 있는 상태창을 보며 크게 웃었다.
[이름] 신 [호칭] 더 로드(S급)
[직업] 더 로드 [성향] 중립<명성: 445700>
[종족] 인간 [체질] 천룡신체(天龍身體)
[레벨] 699 [99.999%]
[근력] 2494 [민첩] 2011
[체력] 2204 [지능] 1457
[지혜] 1085 [매력] 1305
[생명력(HP)] 32440/32440
[마력 (MP)] 27040/27040
[공격력] 1034 [방어력]: 976
[스킬(무공)] +
[속성 친화력] +
[속성 저항력] +
[특수 능력] +
[PvP 포인트] <+176744점>
[고대의 비밀: ]
길드 스킬, 능력 강화를 사용한 결과 근력이 100이 오르고 체력이 150, 그리고 민첩과 지혜가 50씩 올랐다.
근력과 체력이 오른 건 일단 최고였고 민첩 50도 훌륭했다. 아쉬운 건 나에게 가장 불필요했던 능력치인 지혜가 50이 오른 것이었지만 지혜도 아예 필요 없는 능력치는 아니었기 때문에 그렇게 실망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천룡신체라는 최강의 전설급 신체를 얻어 남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능력치를 가지고 있던 난 기본적으로 모든 능력치가 뛰어난 편이었다.
2,500에 가까운 근력은 가장 근력이 높다는 오크족 출신의 바바리안들을 훨씬 능가하는 수치였고, 체력 역시 백경혈족(白鯨血族)이라는 유니크 등급의 신체로 가디언이라는 체력 특화 직업을 가진 이들만큼이나 높은 수치였다.
그밖에 민첩 역시 거의 민첩 특화 직업과 신체를 지닌 이들과 비슷했고, 지능도 최상급은 아니라도 상급의 마법사 유저들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물론 능력치라는 것은 ‘One’의 캐릭터를 구성하고 있는 하나의 요소일 뿐이었고 충분히 다른 것들로 커버가 가능한 수치였지만 그래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임에는 틀림없었다.
“하지만 진짜 대박은 린인가?”
나도 훌륭한 상승이었지만 린은 정말 대단한 이득을 얻었다.
무려 350이란 능력이 민첩에 모두 집중된 린.
가뜩이나 민첩이 중요한 무공을 익힌 그녀였기 때문에 이번 능력 강화는 그녀에게 엄청난 도움을 주었다.
오죽하면 그 말 없던 그녀가 고맙다는 말을 길드 공지에 몇 번이고 남겼을까.
어쨌든 이번 능력 강화는 대성공이었다.
길드 스킬 특성상 두 번 사용할 수 없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그러나 진짜 내가 기대하는 건 이 능력 강화 스킬이 아니었다.
상당히 오랫동안 고민하고 또 고민한 한 가지 조합.
난 드디어 새롭게 얻었던 세 번째 SS급 타이틀 ‘위대한 제작자’의 특수 스킬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무려 세 가지 타이틀을 융합해 전혀 다른 새로운 타이틀로 만드는 이 특수 스킬.
오랜 고민 끝에 융합할 세 가지 타이틀을 결정했다.
일단 처음부터 SS급 타이틀인 ‘최초의 영웅’과 ‘최초의 드래곤 슬레이어’는 융합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세 번째 스킬이었다.
너무 많은 타이틀을 가진 게 이럴 땐 오히려 고민을 증가시켰다.
SS급의 타이틀 두 개를 제외하고 나면 그다음은 S급 타이틀을 넣는 게 맞았다.
하지만 내가 가진 S급 타이틀은 너무 많았다.
그냥 많은 것도 아니라 쓸 만한 S급 타이틀이 많았다.
일단 제일 처음 생각한 타이틀은 ‘더 로드’였다. 등급은 S였지만 실제론 SS급을 넘어서는 타이틀로 불렸던 것.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타이틀 융합에는 전투형 타이틀을 넣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고민 끝에 선별한 타이틀이 바로 ‘드래곤 슬레이어’와 ‘최강의 학살자’ 이렇게 두 가지였다.
‘최고의 모험가’나 각종 영웅 시리즈, 후예 시리즈는 전투에 특화된 타이틀이 아니어서 제외시켰다.
‘드래곤 슬레이어’ 타이틀은 아이템 드랍 확률과 경험치를 20% 증가시켜 주고 그와 동시에 생명력과 마력의 회복 속도를 두 배로 늘려준다.
한마디로 사냥에 최적화된 타이틀이었다.
반대로 ‘최강의 학살자’ 타이틀은 모든 능력이 PvP에만 적용되는 철저한 PvP용 타이틀이었다.
여기서 다시 한번 고민이 되었었다.
둘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PvE(Player VS Environment)인가?
PvP(Player VS Player)인가?
그것을 선택해야 했다.
난 이 부분에서 꽤 오랫동안 고민했다.
하지만 결국 결정했다.
몬스터와의 싸움도 중요했지만 그만큼 플레이어와의 싸움도 중요했다. 특히 ‘최강의 학살자’는 PvP만 놓고 보자면 거의 SS급의 타이틀이었기에 난 과감히 ‘최강의 학살자’를 선택했다.
어차피 융합을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런 타이틀 융합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모든 건 직접 경험해 봐야 알 수 있는 상태.
난 과감하게 모험을 하기로 결정했다.
‘최초의 영웅’, ‘최초의 드래곤 슬레이어’, 그리고 ‘최강의 학살자’ 이렇게 세 개의 타이틀을 선택했다.
“……이건 나도 좀 떨리는데…….”
아무리 지금까지 엄청난 것들을 얻으며 게임 속에서만큼은 그 누구보다 대단한 길을 걸어온 나였지만 SS급 타이틀 두 개와 S급 타이틀 하나를 융합하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살짝 떨렸다.
“타이틀 교환 ‘위대한 제작자’.”
먼저 타이틀을 교환했다.
특수 스킬 타이틀 융합.
그리고 타이틀의 특수 스킬을 발현시켰다.
띠링, 융합할 세 가지 타이틀을 말씀해 주세요.
“‘최초의 영웅’, ‘최초의 드래곤 슬레이어’, ‘최강의 학살자’.”
난 천천히 생각해 놓았던 세 가지 타이틀을 불러주었다.
띠링, ‘최초의 영웅’, ‘최초의 드래곤 슬레이어’, ‘최강의 학살자’가 선택되었습니다. 맞습니까? [Y/N]
“Yes.”
난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면 ‘Y’를 눌렀다.
띠링, 융합을 시작합니다. 융합 완료까지 남은 시간 10초, 9초, 8초, 7초…….
10초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지금만큼은 상당히 긴 시간처럼 느껴졌다.
어떤 타이틀이 나올 것인가?
난 조용히 눈을 감고 융합이 끝나길 기다렸다.
……2초. 1초. 띵!! 융합이 완료되었습니다.
띠링, 특수 타이틀 ‘
* * *
’가 완성되었습니다. 띠링, 이 타이틀은 순수 제작 타이틀이라 이름을 정하실 수 있습니다. 타이틀 이름을 등록해 주세요.
타이틀 이름까지 내가 정하는 것이었나?
생각지도 않게 타이틀 이름을 정하라고 하자 막상 떠오르는 게 별로 없었다.
‘그래, 쉽게 가자.’
굳이 이름 같은 것이 중요한 건 아니었기에 난 그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을 불러주었다.
“무적자(無敵者).”
다른 유저들이 나를 지칭하는 명칭이었지만 묘하게 마음에 드는 건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아예 타이틀 이름으로 사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띠링, 특수 타이틀의 이름을 ‘무적자’로 등록합니다. 맞습니까? [Y/N]
“Yes.”
당연히 맞았다.
띠링, 특수 타이틀 ‘무적자’가 정상적으로 등록되었습니다.
띠링,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위대한 타이틀을 얻었습니다.
띠링, 특수 타이틀 ‘무적자’는 등급 외에 존재하는 타이틀이기 때문에 등급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등급 외라…….”
나쁘지 않았다.
등급 외라는 뜻은 결국 등급을 초월했다는 뜻이고, 그건 이 타이틀이 지닌 능력이 범상치 않다는 뜻과 일맥상통했다.
“진짜 궁금하군.”
이것만큼은 정말 궁금했다.
타이틀 ‘무적자’.
도대체 어떤 타이틀인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