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로드(The Lord)-186화 (186/250)

186. 아수라 완성 ― 1

* * *

주르륵.

땀 한 방울이 내 턱선을 따라 흘러내려 와 턱 끝에 맺혔다.

‘……376번째…….’

당연히 땀을 닦을 여유 같은 건 없었다.

376개의 마나 로드를 하나하나 일일이 ‘드래곤 하트’와 연결시키는 이 작업은 아수라를 완성시키는 마지막 작업이자 가장 집중을 필요로 하는 어려운 작업이었다.

가뜩이나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얇아질 대로 얇아진 마나 로드를 376개나 드래곤 하트에 연결하자니 작업 난이도가 거의 S급은 되는 것 같았다.

특히, 드래곤 하트는 다른 마정석들과는 다르게 평상시에도 강력한 마력을 마구 내뿜고 있는 놈인지라 자칫 마나 로드를 잘못 연결할 경우 지금까지 죽을 고생을 해서 만든 아수라가 통째로 날아가는 것은 물론이고 보너스로 나도 한 방에 게임 아웃당할 수 있었다.

절대적인 집중이 필요한 상황.

그렇기에 난 무려 삼 일(게임 시간)에 걸쳐 이 작업을 천천히 진행 중이었다.

‘마지막이다!’

지금 양손에 들고 있는 작은 핀셋 같은 도구에 잡혀 있는 것이 376개의 마나로드 중 마지막으로 남은 한 개의 마나로드였다.

이것만 잘 연결하면 아수라는 99% 완성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각종 마법진이 촘촘히 새겨져 있는 이 마나로드. 난 이것을 조심스럽게 드래곤 하트에 미리 새겨놓은 376번째 마력 방출 각인을 향해 움직였다.

흐름을 읽어야 했다.

드래곤 하트의 거지같은 강제 마력 방출의 흐름을 읽고 그 흐름이 안정화가 되는 순간 재빨리 마나로드를 연결시켜야 했다.

당연히 헛손질 같은 건 용납되지 않았다.

그리고 흐름을 잘못 읽어 마력 방출이 마구 일어날 때 연결하는 것도 용납되지 않았다.

아주 찰나의 순간 재빨리 정확하게 연결하는 것.

그것이 이 작업의 생명이었다.

‘……온다.’

난폭하게 마력을 내뿜던 드래곤 하트가 점점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2초?

아니, 대충 1초 정도의 기회가 올 것 같았다.

이 기회를 놓치면 또 몇 분,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할지 몰랐다.

‘바로 지금!!’

완벽한 타이밍을 포착한 그 순간 내 오른손은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

파팟!

치릭!!

아주 미세했지만 그와 동시에 아주 정확했던 오른손의 움직임.

덕분에 그 짧은 순간에 난 마지막 남은 367번째 마나 로드를 드래곤 하트에 연결시킬 수 있었다.

“됐다!!”

이제야 입을 열고 큰 소리로 말할 수 있었다.

무려 사흘 동안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오로지 이 작업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지금 느끼는 통쾌함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사흘 동안 계속 유지하고 있던 극성의 관찰 스킬과 명상 스킬도 풀어버렸다.

아무리 내가 누구보다 능숙하게 스킬을 사용할 수 있었다지만 삼 일 내내 스킬을 활성화시키고 있는 건 상당히 피곤한 일이었다.

우우우우우웅!

드래곤 하트의 강대한 마력이 376개의 마나 로드를 통해 마갑 아수라의 곳곳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하며 점점 아수라의 장갑이 묘하게 반짝이기 시작했다.

이제 정말 거의 완성 직전이다.

마지막으로 남은 단 한 가지 작업은 메인 동력인 드래곤 하트와 보조 동력인 블러디 다이아몬드를 서로 교차시켜 연결한 후 이미 99% 완성되어있는 구동 마법진에 내 고유의 표식을 새겨 넣으면 그걸로 아수라는 완벽하게 완성되는 것이었다.

스윽.

일단 드래곤 하트와 블러디 다이아몬드를 연결하는 마나 로드 두 가닥을 조심스럽게 교차시켜서 합친 후 마력 활성화 회로에 연결시켰다.

이 작업은 그리 어려운 작업이 아니었다.

딸깍.

지이이이이이잉!

한 가닥의 마나 로드가 마력 활성화 회로에 연결되자 아수라는 더욱 강력한 존재감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이제 남은 건 아수라의 구동 마법진에 내 고유의 표식을 새겨 넣음으로써 나와 아수라 사이의 계약을 완성시키는 것뿐이었다.

스으윽!

난 손가락을 들어 구동 마법진에 조심스럽게 ‘S’ 자를 그려 넣었다.

내 이름의 약자이자 스페셜(Special)의 약자인, 그만큼 특별하다는 의미를 지닌 표식이었다.

단지 손가락으로 그려 넣었을 뿐인데 구동 마법진에는 또렷하게 ‘S’ 자가 새겨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내 오른손등에도 ‘S’ 자가 붉게 빛나기 시작했다.

[……태고부터 내려온 맹약의 진언(眞言)에 의거하여 절대 계약의 의식을 시작한다.]

갑자기 머릿속에 직접적으로 울려 퍼지는 한줄기 음성.

[우리는 신들이 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무구(武具). 당신은 나와 계약할 것인가?]

“계약하겠다.”

난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마갑과의 계약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는 몰랐지만 어쨌든 계약은 당연히 해야 했다.

[……맹약의 진언에 의해 우리의 계약은 성립되었다. 이제부터 나는 너의 영혼 속에 각인(刻印)되어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 나의 이름은…… 아수라(Asura). 너의 염원대로 난 아수라가 될 것이다.]

지이이잉!

마갑이 강하게 울며 동시에 내 손등의 문양에서도 더욱 강력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아수라!!’

예상대로 마갑은 일종의 자아(自我)를 지니고 있었다.

[……나를 원한다면 마음속으로 나를 불러라. 그 순간 너와 나는 하나가 될 것이다.]

번쩍!!

연구실 전체가 강한 빛에 휩싸였다.

그리고 그 순간 내 눈앞에 있던 마갑 아수라가 사라졌다.

“……완성된 건가?”

마갑을 소유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게 끝인지 잘 몰랐다. 하지만 그런 의문은 오래가지 않았다.

곧장 내 귓가에 시끄러운 시스템 메시지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띠링, 대단합니다!! 당신은 신들이 남긴 위대한 유물인 마갑(魔鉀)을 만들어냈습니다. 완벽한 마갑의 탄생!! 당신의 뜨거운 열정은 신의 안배마저도 뛰어넘었습니다. 이것은 위대한 업적입니다. 당신의 이러한 위업은 이 세상에 영원히 기록될 것입니다.

띠링, 위업 ‘위대한 제작자’를 이룩했습니다.

띠링, 타이틀 ‘위대한 제작자(SS급)’를 얻었습니다.

띠링, 마갑 아수라가 당신의 영혼에 각인되었습니다. 아수라는 순수 제작 마갑이기 때문에 등급을 따로 측정할 수 없습니다.

띠링, 제작 경험치로 인해 레벨이 10(제한으로 인해 8만 오르게 됩니다)이 올랐습니다.

띠링, 패시브 스킬 ‘마도공학 이론’의 숙련도가 엄청나게 오르며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습니다.

띠링, 패시브 스킬 ‘마력 제어’의 숙련도가 엄청나게 오르며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습니다.

띠링, 패시브 스킬 ‘마법진 각인’의 숙련도가 엄청나게 오르며 하이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습니다.

띠링, 패시브 스킬 ‘특수 아이템 제작’의 숙련도가 엄청나게 오르며 하이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습니다.

띠링, 699레벨이 되며 5차 전직 퀘스트를 수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띠링, 직업 특성상 전직 퀘스트는 지금 바로 자동으로 부여됩니다.

…….

…….

마구 울려 퍼지는 시스템 메시지.

메시지를 듣는 순간 난 드디어 내가 마갑을 완성했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런데 내가 얻은 건 마갑뿐만이 아니었다.

무려 위업을 하나 달성하고 거기에 SS급 타이틀을 얻었다.

그뿐인가?

하이 마스터의 경지에 올라 있던 두 가지 패시브 스킬이 순식간에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로 올랐고, 마스터의 경지에 있던 두 가지 스킬이 하이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다.

아마도 특수 수련 경험치가 적용되면서 상당한 숙련도 상승이 있었던 거 같은데 내가 타이틀 ‘더 로드’를 장착한 상태에서 상승이 있다 보니 아주 황당할 정도로 뻥튀기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또한 오른 건 숙련도뿐만이 아니었다. 숙련도와 함께 레벨도 올라 버렸다. 내 현재 레벨은 한계 레벨인 699였다.

무려 10(한계 레벨 때문에 8로 깎였지만)이 한 번에 올랐다.

“그만큼 대단하다는 건가?”

새삼 마갑이란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신이 남긴 마지막 무구라는 말을 실감한 지금 당연히 기분은 상당히 좋았다.

손등 위에 또렷하게 남아 있는 붉은색 ‘S’ 자 문양.

이것은 나와 아수라의 계약을 증명하는 표식이었다.

“신의 무구…….”

다른 이들은 그저 게임 속의 설정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넘길 테지만 난 좀 달랐다.

마갑은 신이 남긴 마지막 무구라고 했다.

그렇다는 얘기는 곧 마갑이야말로 이 요상한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한 필수 아이템이라는 소리였다.

“……뭐, 어쨌든 이걸로 확실한 히든카드 하나를 얻었군.”

‘대이동’에 대비해 아수라를 얻으려고 했던 가장 큰 이유는 그 ‘대이동’ 뒤에 숨어 있는 파충류 놈들 때문이었다.

드래곤.

그들은 강하다.

그리고 그들은 절대 유저들의 편이 아니다.

그렇다는 얘기는 결국 언젠간 드래곤들과 싸워야 한다는 뜻이었다.

난 이미 드래곤과 싸워봤기 때문에 그들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다.

내가 잡은 놈은 기껏해야 갓 웜 급에 오른 매우 어린 드래곤이었다.

그런 놈을 잡기 위해서 난 엄청난 준비를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죽을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최고 등급의 몬스터.

그들을 상대하기 위해선 이 마갑이 꼭 필요했다.

“그나저나…… 이 타이틀은 뭘까?”

너무나 갑자기 얻은 SS급 타이틀.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SS급 타이틀은 ‘최초의 영웅’과 ‘최초의 드래곤 슬레이어’였다.

두 타이틀의 사기성은 사용하고 있는 내가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두 타이틀과 동급의 타이틀이 하나 더 생겨 버렸다. 이거야말로 대박 중의 대박이었다.

난 재빨리 타이틀 목록을 출력한 후 새로 얻은 타이틀을 확인해 보았다.

타이틀 [‘위대한 제작자’]

: 누가 감히 당신이 만든 물건을 인간이 만든 물건이라고 평할 것인가? 이미 전설을 넘어 신의 경지에 도달한 물건을 만들어낸 당신의 능력은 말 그대로 ‘완벽’하다. 그런 당신은 분명 ‘위대한 제작자’라 불려도 될 것이다. 이제 당신은 그 무엇이라도 만들 수 있다. 설사 그것이 물건이 아닐지라도 가능할 것이다.

스킬: ‘타이틀 융합(融合)’[총 세 가지 타이틀을 합칠 수 있다. 단, 단 한 번만 가능하고 융합된 타이틀이 가지는 능력은 합쳐진 타이틀들의 능력을 바탕으로 결정된다. 하지만 합쳐진 세 가지 타이틀의 모든 능력이 합쳐지는 건 아니다.]

능력치: 없음.

특수 효과: 타이틀 융합이 끝나면 이 타이틀은 자동으로 소멸된다.

특이 사항: 타이틀 융합에 쓰인 세 가지 타이틀은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새로운 한 가지 타이틀이 탄생될 뿐이다.

등급: SS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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