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 수련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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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 오행강기는 나의 또 다른 주력 검술 스킬이 될 것이다.
기존의 것을 개량한 히든 조합 스킬은 이렇게 네 개가 전부였다.
하지만 사실 내가 진정 심혈을 기울인 건 이것들이 아닌 새롭게 만들어낸 히든 조합 스킬들이었다.
새롭게 만들어낸 기술은 총 여섯 가지였다.
그중 첫 번째는 최고의 결박 스킬인 천망회회소이불실(天網恢恢疏而不失), 개천(開天)이었다.
카드 마법인 마리오네트와 상급 술법인 천지조화술의 천라지망 술법, 거기에 상급 와이어 기술인 천라지망과 상급 마법인 페럴라이즈를 융합시킨다. 그 후 추가 연계 발동을 만들어내 상급 진법인 천망진(天網陣)을 가미해서 만들어 낸 이 기술은 내가 발휘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포박 스킬이었다.
활용하기에 따라 최대 수십 명까지 움직임을 제한할 수 있는 이 스킬은 목표가 줄어들수록 제압하는 힘이 강해졌다.
추가로 블리자드 바인드와 함께 사용할 경우 크리티컬 상태 이상에 걸리게도 하는 이 조합 스킬은 아마도 PvP에서 더 위력을 발휘할 것 같은 스킬이었다.
두 번째로 만든 조합 스킬은 소환 계열 스킬이었다.
그동안 너무 라르엘과 묵에만 의존하면서 소환 계열 스킬의 활용도가 낮아져 이번 기회에 제대로 된 소환 조합 스킬을 하나 만들어냈다.
내가 가진 마수 소환 기술 중 가장 효율성이 좋았던 섬전(閃電) [마수 레기우스] 기술에 상급 술법이었던 화룡포의 발동 원리를 가미해 열심히 연습한 결과 레기우스가 화염의 레기우스라는 마수로 발전되었다.
화염의 레기우스는 전력(電力) 에너지와 함께 화염 에너지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특수한 마수였다.
소환과 동시에 강력한 화염을 내뿜으며 쏘아져 나가는 한 줄기의 광채).
그 광채는 기존과 다르게 붉은색 빛깔을 띠고 있었는데 한 방 위력이 강력한 전기 에너지에 꾸준히 데미지를 입히는 도트 데미지가 강력한 화염 에너지가 합쳐진 이 광채에 제대로 맞으면 감전 효과와 연소 효과가 동시에 발동되었다.
조합 스킬 이름은 염뇌(炎雷).
이것은 내가 가진 마수 소환 스킬 중 가장 강력한 위력을 지닌 기술이 되었다.
다음으로 만든 조합 스킬은 다소 엉뚱한 실험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애초에 만들려고 했던 건 먼 거리를 정찰할 수 있는 특수한 보조 스킬이었는데 결과물은 강력한 한 방 저격 스킬이 나와 버렸다.
그랜드마스터에 오른 관찰 스킬과 거의 그랜드마스터 직전까지 수련한 명상 스킬을 조합하고 거기에 일격필살이나 저격 모드 같은 몇 가지 저격 관련 스킬을 살짝 섞어본 결과 ‘원 샷(One Shot)’이라는 초장거리 저격 스킬이 나와 버렸다.
이 기술은 거의 모든 원거리 무기로 사용이 가능한 스킬로서 제대로 적중시킬 경우 저레벨 유저는 한 방에, 고레벨 유저도 단 몇 방에 게임 아웃시킬 수 있는 강력한 기술이었다.
특히 크리티컬 판정이 날 경우 기존의 기술들과 다르게 네 배의 추가 데미지를 입히는 기술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사기 기술이 될 수도 있었다.
물론 이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무려 4분이라는 정신 집중이 필요했고 기술을 사용하고 난 뒤에서 1분이라는 글로벌 재사용 대기 시간이 적용되어 그 어떤 기술도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최대 1,000m 밖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라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조합 스킬이었다.
워낙 여러 가지 능력으로 데미지를 심하게 뻥튀기시키는 나에겐 더욱 위력이 강력해지는 종류의 기술이었기 때문에 더 사기 스킬로 보일 수도 있었다.
어쨌든 잘만 이용하면 최고의 게릴라 스킬이 될 것 같았다.
이 기술만큼이나 재미있는 기술이 또 하나 있었다.
이 조합 스킬 역시 원래는 강력한 치료 기술을 연구하다 다소 엉뚱하게 만들어내게 된 것이었다.
내가 유일하게 재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분야가 바로 치료 기술 분야였다. 물론 다양한 치료 기술들을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은 있었지만 이상하게 응용력이 떨어졌다.
그래서 이번에도 역시 치료 계열 조합 스킬을 만드는 건 포기하고 대신 강력한 버프 계열 조합 스킬을 하나 만들어냈다.
아드레날린 파워라는 조합 스킬과 최상급 버프 계열 스킬인 다크 블러드를 신성 폭발 원리로 뒤섞은 뒤 외침 종류 스킬의 발동 원리로 만들어낸 이 조합 스킬에 난 ‘영웅의 격노’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외침 종류 스킬의 발동 원리로 만들었기 때문에 뭔가 소리를 내며 활성화되었던 이 기술은 발동시킴과 동시에 10분 동안 공격 속도와 이동 속도가 50% 상승시켜 주고 물리 방어력과 마법 방어력을 두 배로 증가시켜 준다. 단, 최대 생명력이 1분에 2%씩 총 20%가 소모되었고, 다른 버프 스킬과 중첩되어 사용이 불가능했다. 재사용 대기 시간은 30분이었다.
최대 생명력의 20%라는 페널티가 다소 크게 보였지만 워낙 효과가 좋은 버프 기술이라 아마도 자주 사용하게 될 것 같았다.
특히 내가 가진 기술 중 가장 사기성이 짙은 기술이라 할 수 있는 영웅의 포효 스킬과 같이 사용할 경우 아주 훌륭한 조합이 될 것 같았다.
다음 조합 스킬은 내가 나름 신경을 많이 써서 만든 방어 계열 조합 스킬이었다.
아무래도 그동안 방어를 회피를 중심으로 하다 보니 다른 종류의 방어 기술이 매우 취약했었다.
그래서 이번에 특별히 방패를 이용한 최고의 조합 스킬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나름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카드 마법이지만 내가 가진 강력한 방어 기술인 절대 방어와 어렵게 구해서 어렵게 하이 마스터의 경지까지 익혀놓았던 최상급 방패 방어 기술인 인피니티쉴드.
이 두 가지 기술이 메인이 되어 만들어진 이번 기술의 핵심은 호신강기(護身罡氣) 시스템이었다.
나는 익히지 못했지만 몇몇 최상급 유저들이 익혔다고 소문난 최고의 방어 무공인 호신강기.
난 그 호신강기가 대충 어떤 기술인지 알고 있었다.
원래는 그 호신강기류 무공을 구해볼 생각이었지만 아쉽게도 최상급 무공답게 쉽게 구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아예 내 방식대로 그 무공을 구현해 보았다.
절대 방어는 대단한 방어 능력을 보여주지만 발동 시간이 짧다. 반면 인피니티 쉴드는 범용성이 뛰어나지만 방어 능력이 제한되었다.
그래서 난 이 두 가지 기술을 이중으로 겹쳐서 포개보았다. 그와 함께 상급 방어의 술법 중 하나인 철벽(鐵壁)의 술과 상급 소환수 철벽을 그 사이에 끼어놓고 가장 외부에는 중급 마법인 마나 쉴드를 둘러쳤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신의 방패’라는 나만의 히든 방어 조합 스킬이었다.
이 스킬은 1분 동안 내가 들고 있는 방패에 절대 방어 능력을 가진 기운이 깃들며 모든 종류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최강의 방패를 만들어내는 기술이었다.
정말 신의 방패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강력한 방어력을 자랑하던 이 기술은 기술 발동 시 제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다는 점과 오로지 방패에만 그 기운이 깃든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카드 마법인 절대 방어와 재사용 대기 시간을 공유해 12시간에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최강의 방어 기술이었다.
재사용 대기 시간이 너무 긴 것이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아주 훌륭한 방어 기술을 소유하게 되었으니 이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4개월(게임 시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그 시간 동안 난 피나는 노력을 한 끝에 여러 가지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사실 4개월의 노력 중 내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건 내가 새로 만든 여섯 가지 조합 스킬 가운데 가장 특별하고 가장 강력한 이것이었다.
화염계 마법 중 가장 강력한, 그리고 대인 멸살 주문이라고도 불리는 헬 파이어.
빙계 마법 중 최상위권의 위력을 지닌 강력한 아이스 허리케인.
이 두 가지 마법을 이용해 음양구와 그랜드 크로스를 능가하는 새로운 조합 스킬을 만든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특히 아무리 간결하게 축소시켰다고 해도 헬 파이어와 아이스 허리케인은 기본적으로 엄청난 힘을 지닌 최상위권의 마법들이었기 때문에 이 두 힘을 제어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나마 헬 파이어는 내가 가진 높은 화 속성 친화력 덕분에 어느 정도 제어가 가능했지만 아이스 허리케인은 헬 파이어보다 등급이 낮음에도 제어가 쉽지 않았다.
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두 강력한 힘의 반발력을 이용해 강력한 파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음양구나 그랜드 크로스는 모두 기본적으로 이러한 방식을 통해 만들어진 기술들이었다.
두 기운의 융합(融合), 그리고 곧장 압축(壓縮), 그러면 두 기운은 서로의 기운을 밀어내며 강력한 반발력을 발생시켰고, 그 순간 두 기운을 한 방향으로 유도해 쏘아내면 조합 스킬이 완성되는 것이었다.
말로는 간단했지만 실제로 이것을 완성시키는 건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일단 섞이지 않는 두 기운을 강제로 융합시키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들었고, 그걸 다시 압축시키기 위해서는 더 강력한 마력으로 사방을 짓눌러 줘야 했다.
마지막으로 두 기운을 한 방향으로 유도해 쏘아내는 과정은 어떻게 보면 가장 어려운 작업이었다.
특히 두 기운의 반발력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모두 방출되게 만들려면 아주 세밀한 마력 조종이 필요했는데, 이 마력 조종을 위해서는 엄청난 정신 집중이 필요했다.
그나마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까지 익혀낸 분심공 덕분에 이 모든 과정을 내 것으로 소화해 낼 수 있었다. 거기에 분심공의 그랜드 마스터 효과가 섞여 더욱 효과가 좋아진 건 분명한 현실이었다.
사실 내가 이 기술을 완성한 건 며칠 전이었다.
다른 조합 기술들은 모두 완성했지만 유일하게 계속해서 실패를 거듭하던 이 조합 기술.
이것을 완성한 건 전적으로 새롭게 적용시킨 한 가지의 무공 덕분이었다.
중급 무공 중 하나인 태극권(太極拳), 오랜 명상을 하다 아주 우연히 태극권 속에 숨어 있는 묘리가 내가 만들려고 하는 조합 스킬과 이어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난 곧장 태극권을 내가 연구하고 있던 조합 스킬에 접목시켰다.
그리고 그 결과 드디어 그것을 완성시킬 수 있었다.
감히 극강의 파괴 주문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강력한 조합 마법.
혼돈의 나락(奈落)에서 끌어올린 파멸의 주문…….
현세강림(現世降臨), 천지소멸파(天地掃滅波)!!
이 주문은 발동 시간이 30초라는 유일한 단점만 뺀다면 말 그대로 최강의 주문이라 할 수 있었다.
헬 파이어를 능가하는 위력.
그리고 헬 파이어와 다르게 대인 멸살 주문이 아닌 광역 멸살 주문이라는 점.
제대로 발동될 경우 마나 드레인 효과까지 일으키며 주변의 마력을 흡수해 더욱 강력해진다는 점.
내가 가진 최대 마력의 20%를 한 방에 소모시키는 조합 스킬인 만큼 그 위력은 절대 보장되었다.
개량 스킬 네 개, 신규 개발 스킬 여섯 개.
이렇게 내가 3개월간 수련에 매달려 만들어낸 스킬이 총 열 개였다.
이 정도면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비록 아직 아수라를 완성하지 못한 것과 전직 레벨인 699에 도달하지 못한 건 조금 아쉬운 일이었지만 난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좀 더 수련하고 싶었지만 상황은 그걸 허락하지 않고 있었다.
조금씩 구체화되기 시작하는 ‘대이동’의 조짐.
나에겐 이 ‘대이동’이 완전히 일어나기 전에 꼭 끝내야 할 일이 있었다.
그렇기에 다른 수련은 이제 그만두고 ‘대이동’이 일어나기 전까지 그 일을 무조건 끝내야 했다.
‘대이동’은 나도 그 파장을 가늠할 수 없는 대규모의 변화였다. 그렇기에 그 변화에 완벽하게 대비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물건이 꼭 필요했다.
아수라.
내가 오래전부터 계속 준비해 왔던 그 전설의 아이템.
난 조금이라도 빨리 아수라를 완성시킬 생각이었다.
그것이 내가 ‘대이동’을 대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