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로드(The Lord)-184화 (184/250)

184. 수련 ― 1

* * *

대충 GA의 생산과 판매가 안정권에 접어드는 것을 본 나는 곧장 보헤닌의 연구실로 복귀했다.

어차피 GA 활성화는 일주일에 한 번씩 바람의 이동 스킬을 이용해 버그 스톤의 작업실로 날아가 해주면 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더 이상 그곳에 있을 필요는 없었다.

보헤닌에 복귀한 난 그동안 미뤄놓았던 아수라 프로젝트를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개인적인 수련도 같이 시작했다.

너무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하다 보니 개인적인 수련 시간이 너무나 부족했다.

이렇게 계속 뒤처지는 건 좋지 않았다.

그렇기에 난 아수라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개인적인 수련을 병행할 생각이었다.

수련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었다.

첫 번째는 보헤닌 지역에 존재하는 몇 개의 고레벨 사냥터를 모두 공략해서 레벨을 올리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그동안 계속해서 미루기만 했던 나만의 히든 조합 스킬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난 지금까지 여러 가지 조합 스킬을 주력 스킬로 사용해 왔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부족함이 느껴졌다.

그나마 내가 공을 들여 만들어낸 파멸난무(破滅亂舞) 스킬이나 그랜드 크로스, 데모닉(Demonic), 그리고 엘레멘탈 버스터, 데몰리션 같은 경우는 상당히 괜찮은 조합 기술들이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난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아예 이번 기회에 나만의 히든 조합 스킬을 몇 개 만들어낼 생각이었다.

하루를 세 개로 쪼갰다. 오전엔 아수라 프로젝트를 진행시키고, 점심 무렵부터 저녁까지는 조합 스킬을 연구하며 각종 스킬 숙련도 수련을 했다.

그리고 저녁엔 바람의 이동 스킬을 이용해 미리 저장해 두었던 서대륙 최고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던전 지역인 암흑의 계곡 지역으로 이동해 미친 듯이 사냥을 했다.

암흑의 계곡 지역은 그 초입에 등장하는 몬스터의 레벨이 700이 넘었다.

최소 하이 마스터급 유저들이 풀 파티를 이루어야 간신히 사냥이 될 정도의 사냥터였기 때문에 아직까지 이곳을 찾는 유저들은 거의 없었다.

지금 단계에서는 차라리 몇 등급 아래의 사냥터에서 빠르게 사냥을 진행 시키는 것이 더 이득이었기 때문이다.

하이 마스터급의 유저라면 불의 강이나 서부 암굴 지역만 가도 이곳 암흑의 계곡보다 몇 배는 좋은 효율로 사냥을 할 수 있었는데 누가 미쳤다고 이곳을 찾아오겠는가?

이곳은 적어도 상급 유저들이 거의 그랜드마스터급에 근접해야 조금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는 최고 레벨의 사냥터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말한 것들은 모두 보통의 평범한 유저들에게 해당되는 말이었다.

나는 다른 유저와 완전히 달랐다.

다른 이들은 자신보다 낮은 레벨, 또는 거의 동레벨의 몬스터들을 사냥한다면 난 나보다 높은 레벨의 몬스터를 사냥해야 했다.

현재 내 레벨은 659.

팔열지옥을 빠져나왔을 때가 655였던 걸 생각해보면 그동안 정말 레벨을 많이 올리지 못했다.

그나마 팔열지옥에서 엄청난 속도로 레벨을 올렸기 때문에 최상위권 유저들과의 레벨 차이는 현재 최대 30 정도밖에 나지 않았다.

다른 이들은 30의 차이라면 아주 큰 차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그들에 비해 30%의 경험치를 더 떠안고 가야 하는 내 입장을 생각하면 차이는 30 이상이 되겠지만 난 충분히 그 차이를 따라잡을 자신이 있었다.

그들과 나의 차이.

그들이 아무리 최고의 효율로 사냥을 한다고 해도 결코 나를 따라올 수는 없었다.

난 혼자서 파티 사냥을 한다.

내가 잡는 몬스터는 내 레벨 대의 유저들이 풀파티를 해도 쉽게 잡을 수 없는 고레벨의 몬스터였다.

하지만 난 그런 몬스터들을 어렵지 않게 잡았다.

이것이 바로 내 직업과 내 아이템, 그리고 내 타이틀의 힘이었다.

저녁부터 새벽 늦게까지 이어지는 암흑의 계곡 탐험. 암흑의 계곡은 최고 레벨의 사냥터답게 아직 발견되지 않는 미공개 던전이 꽤 많았다.

난 그러한 던전들을 하나씩 클리어하며 차근차근 레벨을 올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아수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또한 각종 스킬의 숙련도를 올리며 나만의 히든 조합 스킬을 연구했다.

이렇게 그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이 계속되었다.

* * *

그랜드 크로스, 데모닉!!

꽈과과광!

절벽에 새겨지는 거대한 십자가 문양.

이제 그랜드 크로스, 데모닉은 어느 정도 익숙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간혹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때도 있었지만 그 정도는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정도였다.

“……별로야.”

하지만 이상하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엘레멘탈 버스터, 데몰리션이나 파멸난무 같은 경우는 조금만 더 손보면 더 괜찮은 조합 스킬이 될 것 같아 열심히 연구 중이었지만 이상하게 그랜드 크로스, 데모닉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엄밀히 따지면 위력 면에서는 가장 강력한 기술이 이것이었다. 위력뿐만이 아니라 그 발현 과정도 가장 복잡하고 마력 소모도 가장 많은 기술이었다.

그런데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기술이 마음에 들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음양구라는 특수 스킬과 그랜드 크로스라는 특수 스킬이 조합되어 만들어진 매우 특수한 조합 스킬이라 발동 시간이 오래 걸리고 발동 조건 또한 까다롭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난 아예 이 기술을 통째로 바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대마법사 가웨인의 일월구를 흉내 내어 만든 음양구.

그리고 암흑의 성기사 에스카가 마기와 신성력을 혼합해서 만든 그랜드 크로스를 재해석해서 만들어낸 나만의 그랜드 크로스.

이 두 기술은 아무래도 다른 이들의 기술을 흉내 내어 만든 것이었기 때문에 뭔가 불안했다.

그렇기에 난 이 두 기술을 완벽한 나만의 기술로 만들어볼 생각이었다.

일단 기본적인 개념은 그랜드 크로스, 데모닉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두 특수한 조합 기술의 혼합.

이것이야말로 내가 생각한 나만의 히든 조합 스킬의 시작이었다.

“이왕 만드는 거, 가장 확실한 마무리 기술을 만들어보자.”

난 한 두 개의 조합 스킬을 만들려고 수련을 시작한 게 아니었다.

여러 가지 종류의 히든 조합 스킬을 만들어 나만의 전투 기술을 더욱 빛나게 만들 생각이었다.

그 중 이 기술은 가장 강력한 마무리 기술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어떤 스킬보다도 강력한!

정말 한 방 기술이라는 명성을 얻을 만한 그런 조합 스킬이 내 목표였다.

“일단 헬 파이어(Hell Fire)…….”

그래서 아예 기본이 되는 스킬부터 아주 특별한 것으로 준비했다.

지옥의 불길이라는 헬 파이어, 그리고…….

“아이스 허리케인(Ice Hurricane).”

헬 파이어보다는 한 끗발 떨어지지만 분명 최상급 빙계 마법 중 하나인 아이스 허리케인.

난 이 두 대단한 마법을 기본 조합으로 사용할 생각이었다.

물론 이 두 마법을 있는 그대로 사용하는 건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마도공학의 지식을 이용해 이 두 마법을 최대한 간단한 마법 수식으로 변환했다.

일종의 퀵(Quick) 마법이라고 표현해야 하는 걸까?

어쨌든 위력은 거의 반 토막 났지만 대신 시전 속도가 몇 배로 빨라지는 장점이 있었다.

이 퀵 마법은 평소에 사용하기엔 소모되는 마력이 변함없다는 점 때문에 별로 효율이 좋진 않아도 그 좋지 않은 효율을 음양의 조합으로 충분히 메울 수 있었다.

음양구와 그랜드 크로스.

둘 다 모두 결국 정반합(正反合)의 원리를 가지고 있었다.

서로 반대되는 성질을 지닌 두 개의 기운이 결국 더 큰 기운인 전혀 다른 기운으로 합쳐지며 강력한 반발력을 만들어내는 이 원리는 잘만 이용하면 기존의 기운들이 가진 힘의 몇 배의 힘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일월구니 그랜드 크로스니 모두 그렇게 만들어진 특별한 스킬들이었다.

오른손에 맺힌 헬 파이어의 기운.

그리고 왼손에 맺힌 아이스 허리케인의 기운.

난 이 두 기운을 강하게 충돌시켜 아주 강력한 반발력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리고 그 반발력을 이용해 나만의 특별한 히든 조합 스킬을 완성시킬 생각이었다.

꽝!

콰과과과광!

서로 강하게 충돌하며 폭발하는 두 기운.

“크윽…….”

물론 당연히 실패였다.

시작부터 성공한다면 그건 결코 히든 조합 스킬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아마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난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직 내가 만들어야 하는 조합 스킬은 너무나 많았고 시간 역시 충분히 있었다.

“하나씩…… 하나씩…….”

차근차근 해치워 나가면 되는 것이다.

* * *

스킬 융합, 기문둔갑의 술, 음양팔괘(陰陽八卦)+유령보법(幽靈步法)+쉐도우 스텝(Shadow Step)+상승 인법(忍法), 그림자 숨기.

연계 발동, 최상급 은신법(隱身法), 스텔스(Stealth)

일루젼 팬텀(Illusion Phantom).

스으으으.

흩어지는 내 몸. 정확히는 빛과 빛의 사이의 어둠 속으로 몸을 움직인 것이다.

이것은 내가 한 달(게임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연구하고 수련해 완성시킨 로스트 팬텀의 업그레이드 버전 신법이다.

유령보다 더 은밀하고 그림자보다 더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지닌 신법.

마력 소비가 로스트 팬텀의 두 배라는 것만 제외하면 정말 흠잡을 데가 없는 완벽한 조합 스킬이었다.

수련을 시작한 지 벌써 석 달이 지났다.

하루를 삼 등분해 열심히 게임에 매달린 덕분에 난 세 부분에서 모두 큰 성과를 거두었다.

일단 아수라는 95% 이상 만들어졌다.

이제 가장 핵심 작업인 드래곤 하트 활성화 작업만 무사히 끝내면 드디어 마갑 아수라가 탄생할 것이다.

그리고 레벨 역시 매우 많이 올랐다.

현재 내 레벨은 691.

수련을 시작하기 전인 4개월 전과 비교해서 무려 32를 올렸다.

들리는 소문에 최상급 랭커들이 거의 그랜드마스터 등급 직전 레벨이 699레벨에 도달했다고 하니 그들과 나 사이의 차이는 한 자릿수로 좁혀졌다.

마지막으로 가장 공을 들였던 히든 조합 스킬 연구 역시 큰 성과를 거두었다.

이번 수련을 통해 내가 새롭게 만들어낸 조합 스킬은 모두 여섯 개였다.

그리고 기존에 있던 것을 개량한 것이 네 개였다.

로스트 팬텀은 일루젼 팬텀으로 개량되어 보다 더 완벽한 유령의 움직임을 재현해 놓았고, 엘레멘탈 버스터, 데몰리션은 그 강력한 파괴 에너지를 한 가지 타깃으로 모두 집중시키며 엘레멘탈 버스터, 데스(Death)라는 기술로 바꾸어보았다. 이 기술은 광역 파괴 기술이 아닌 대인 살상용 1 : 1 전용 스킬이었다.

아마도 상황에 따라 데몰리션과 데스를 알맞게 사용하면 그 위력이 더욱 증가할 것이다.

파멸난무는 단점이었던 짧은 사거리를 약간 개량해서 좀 더 넓은 범위를 공격할 수 있게 바꿨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다지 크게 바뀌지 않아 굳이 스킬 이름까지 바꾸지는 않았다.

마지막으로 개량한 스킬은 여러 가지 이유로 발동시키기가 까다로웠던 오행신검의 최종 비기들이었다.

난 아예 이 조합 스킬들을 한꺼번에 묶었다.

어차피 발동 조건이 까다로워 내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한다면 그건 나에겐 곧 양날의 검과 같은 위험한 존재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최대한 활성화시키기 쉬우면서 그 특성과 위력을 유지시킬 수 있는 조합 스킬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 결과 두 달이라는 시간을 투자해 결국 내가 원하던 단 한 가지의 조합 스킬을 만들어냈다.

오행신검 극한비기(極限秘技) 오행강기(五行|氣).

화, 수, 목, 금, 토의 오행의 기운이 뒤섞여 만들어진 이 강기는 오행의 힘이 조화를 이루며 각각의 힘이 더욱 강력해졌다.

내가 뜨거운 기운을 원하면 그 순간 오행의 힘이 서로 얽히며 더없이 뜨거운 화의 기운이 방출되고, 내가 차가운 기운을 원하면 수의 기운이 극대화되며 사방을 얼릴 것 같은 차가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이 오행강기의 가장 큰 힘은 바로 화, 수, 목, 금, 토의 기운을 한꺼번에 원할 경우였다.

이걸 난 오행강기 폭(爆)자 결이라 불렀는데 오행의 기운이 모두 발현되는 순간 오행강기는 대단한 폭발을 일으켰다. 그 위력은 대략 엘레멘탈 버스터, 데몰리션과 비슷했다.

단지 범위가 나를 중심으로 큰 원을 만든다는 게 조금 다를 뿐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