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로드(The Lord)-183화 (183/250)

183. 프로토타입(Prototype) 마갑 ― 2

* * *

이 GA는 단지 유저들에게만 팔고 있지 않았다.

용문의 고객은 유저와 NPC 모두였다.

특히 이젠 개척민들의 용사인 내가 직접 그들에게 용문상회를 소개해 줬기 때문에 그들의 용문상회에 대한 신뢰도는 무척 높았다.

현재 GA는 아주 큰 인기를 끌며 팔려나가고 있었다.

물론 이 인기란 소란스러운 인기가 아닌 아름아름 은밀하게 퍼진 인기를 얘기했다.

철저하게 주문을 받아 제작하는 이 GA는 최상급 유저들을 중심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일종의 추가 갑옷인 GA는 아이템 분류상 방어 구류가 아닌 기타 보조 장비로 들어갔는데 덕분에 GA는 경매장보다는 직거래로 거래가 활성화되어 가고 있었다.

어차피 모든 걸 직접 수작업으로 만들기 때문에 마구 찍어내는 건 무리가 있었다.

그동안 만들어 놓은 물량이라고 해봤자 몇백 개가 전부였기 때문에 우리는 최대한 물량을 조절하면서 GA를 팔고 있는 실정이었다.

GA 하나당 가격은 만 골드.

처음엔 버그 스톤이 다소 무리가 있는 가격 결정이라고 말렸지만 난 그대로 이 가격을 밀어붙였다.

제작비는 대략 천 골드가 들어간 것에 비교하면 다소 비싼 가격이었지만 그래도 난 자신있었다.

아이템 하나에 목숨 거는 상급 유저들의 속성을.

그리고 그런 나의 예상은 적중했다.

처음엔 너무나 비싼 가격에 엄두도 안 내던 그들이 몇몇 유저들이 사용하고 그 후기를 조금씩 얘기하자 곧장 숨겨놓았던 비상금을 꺼내기 시작했다.

각종 방어력을 큰 폭으로 상승시켜 주고 능력치까지 추가로 상승시켜 주는 것뿐만 아니라 미약하지만 마력까지 증폭시켜 주어 여러 가지 스킬 효과를 상승시켜 주는 아머!

이것을 거부할 유저는 절대 없었다.

심지어 고레벨의 NPC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었으니 GA의 인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높아질 게 뻔했다.

GA가 하나 팔릴 때마다 그 소득의 70%는 내 것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25%가 버그 스톤, 5%는 용문상회의 투자 비용이었다.

고로 만 골드 중 칠천 골드는 내 것이란 얘기였다.

사실 고생은 버그 스톤이 좀 많이 하는 것에 비해 내가 가져가는 비율이 높아서 살짝 미안했지만 이 비율은 버그 스톤이 직접 결정한 것이었다.

버그 스톤은 모든 물건에서 가장 중요한 건 최초 설계이고 그다음이 물건의 마무리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기에 그 둘 모두를 하는 내가 70%를 갖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버그 스톤이 직접 이렇게 말을 하는데 굳이 내 몫을 줄이겠다고 말할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요즘 들어 더욱 이리저리 돈 쓸 곳이 많아졌다.

특히 양 대륙을 돌며 개척민들에게 슬쩍 흘린 돈만 해도 상당히 많았다. 그뿐인가? 아수라 프로젝트는 완전히 밑 빠진 독이나 마찬가지였다.

마갑을 만드는 데 이 정도라면 자이언트는 어떨까? 벌 수 있을 때 바짝 벌어놓을 필요가 있었다.

“그나저나 작업 속도는 어때? 하루에 몇 개까지 가능하겠어?”

대충 곧 고객에게 배달이 될 물건들에 대한 점검을 끝낸 난 이 순간에도 열심히 망치를 두드리고 있는 버그 스톤을 향해 물었다.

“……흠, 이젠 좀 익숙해져서 하루에 두 개 정도는 가능해.”

버그 스톤은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처음 설계도를 줬을 때 삼 일이 넘게 걸려 한 개를 간신히 만들어낸 것에 비교하며 장족의 발전이었다.

“괜찮네.”

“근데 문제는 내가 만드는 속도가 아니라 재료다. 벌써부터 재료가 부족해지기 시작했어. 이 마갑이라는 아이템…… 그 성능만큼이나 엄청난 양의 재료가 들어가네.”

버그 스톤은 GA 이후에 다른 대단한 물건이 존재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내가 슬쩍 얘기도 해줬고 그 역시 노련한 기술자이기 때문에 이 물건이 프로토타입의 물건이라는 걸 처음부터 눈치채고 있었다.

“재료는 일단 최대한 끌어모으고 있으니까…… 보헤닌 쪽에서 물량을 더 구 할 수 있는지 알아볼게.”

이 부분은 살짝 버그 스톤에게 미안했다.

사실 보헤닌에서 생산되는 재료 중 상당량이 아수라 프로젝트로 소비되는 바람에 버그 스톤에게 원활한 재료 공급을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난 돈이 모이면 하루빨리 또 다른 재료 공급원을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 부탁한다.”

버그 스톤은 알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 망치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확실히 그는 장인이었다.

비록 나와 연관이 되며 ‘암흑의 업그레이더’가 아닌 ‘골든 해머’ 버그 스톤이라 불리게 되었지만 어떻게 불리던 그는 결국 골수 장인 유저였다.

* * *

우르르르.

그의 거대한 몸체가 움직일 때마다 커다란 바위 덩어리들이 마구 바닥으로 떨어졌다.

쿠쿵!

“젠장, 또 커진 건가?”

오랜 잠에서 깨어난 그는 제일 먼저 자신의 몸을 확인했다. 잠을 잘 때마다 계속해서 커지는 몸.

덕분에 이번 레어 역시 전과 마찬가지로 거의 무너지기 직전의 상태로 변해 있었다.

“……강해지는 건 좋은데…… 이건 좀 귀찮군.”

그의 종족에게 몸이 커진다는 건 곧 힘이 강력해진다는 뜻이었다.

특히 몸의 크기는 결국 그것의 크기와 연관이 되었다.

그렇기에 그와 같은 종족의 다른 존재들은 늘 몸의 크기를 키우기 위해 노력한다.

심지어 어떤 미친놈들은 마정석이라 불리는 진귀한 보석들을 통째로 먹어버리기까지 했다.

물론 그렇게 한다고 몸이 커지지는 않는다.

몸이 커지는 방법은 그저 세월이 계속 흘러 그것이 충분히 마력을 흡수하게 놔두는 수밖에 없었다.

다른 방법은 없었다.

그의 종족은 유난히 오랜 세월을 살아가는 종족이기 때문에 특히나 이 세월의 힘이 강조되었다.

오죽하면 그와 같은 종족 중 오랜 세월을 살아온 이들에게 에이션트라는 호칭을 붙여주겠는가!

에이션트 드래곤.

또 다른 말로는 고룡(古龍)이라 불리는 존재.

드래곤들 사이에서 가장 인정받는 존재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만 년에 가까운 세월을 살아갈 수 있는 드래곤.

그들 중 칠천 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남은 이들에게 에이션트라는 호칭을 붙여주었다.

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호칭인가?

다른 드래곤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에 가까운 덩치를 자랑하는 에이션트 드래곤들.

그들의 드래곤 하트는 그 덩치와 비례해 거의 한계 크기만큼 커져 있었다.

에이션트 드래곤의 강력한 힘은 이 커다란 드래곤 하트에서 나왔다.

감히 웜급의 드래곤들은 범접할 수 없는 강력한 힘.

고룡들은 그 힘을 지니고 있었다.

여러 가지 색의 드래곤들이 존재하지만 에이션트 드래곤은 레드, 블랙, 골드, 실버, 블루 이렇게 단 다섯 마리만 존재했다.

그만큼 칠천 년이란 세월은 드래곤에게도 너무나 긴 시간이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은 그런 에이션트 드래곤 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존재가 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위대한 고룡’이라고도 불리는 존재.

현 드래곤 로드이자 인과율에서 벗어난 유일한 존재.

레드 드래곤 칼슈타인.

다른 에이션트 드래곤들과 비교해도 월등히 큰 덩치를 자랑하는, 한계 수명이라는 만 년을 훨씬 넘겨 사만 년 동안 살아있는 드래곤의 시조(始祖).

그가 드디어 오랜 수면기를 끝내고 다시 잠에서 깨어났다.

“그런데…… 분명 내 수면기는 몇 년이 더 있어야 끝날 텐데…….”

칼슈타인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의 수면기는 매우 정확한 주기를 유지했다.

최초 그와 그의 일족에게 인과율을 벗어난 힘을 소유하게 해준 ‘그분’이 정한 법칙에 따라 한 차원이 거의 합쳐지기 직전에 수면기에서 깨어나 그 차원을 완벽하게 흡수한 후 다시 수면기에 들어간다.

그리고 뒤에 또 다른 차원이 그분의 힘에 휘말리면 다시 위와 같은 패턴을 반복하게 되어있었다.

이것이 그의, 그리고 그의 종족이 가진 사명이었다.

“설마…….”

이런 경우가 없었던 건 아니다.

아주 오래전에 딱 한 번, 차원의 일그러짐이 생겨났을 때 있었던 일이다.

“……일그러짐인가?”

칼슈타인은 그 거대한 육체를 다시 한번 움직이며 공간을 확보했다.

쿠쿠쿠쿵!

“귀찮군.”

무려 일만 오천 년을 반복해 온 일이다.

사실 대략 오천 년 전부터는 그가 직접 나서지도 않았다. 그가 번성시켜 놓은 그의 일족이 대신해서 사명을 완수했었다.

그런데 이번엔 뭔가 다른 변수가 생겨난 게 틀림없었다.

그렇기에 그가 몇 년 일찍 수면기에서 깨어난 것이다.

“일단…… 정보를 얻어야겠군.”

수면기에 들어가면 그도 아무런 정보를 얻지 못한다. 물론 수면기에 들어간 그를 대신한 그의 일족은 넘치도록 많았다.

그렇기에 일단 그가 한 일은 드래곤 로드의 권능으로 모든 드래곤의 수장을 자신의 레어로 불러들이는 것이었다.

드래곤 로드의 호출.

이것은 무려 오천 년 만에 일어나는 일이었다.

모든 것이 변화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변화는 점점 직접적으로 ‘One’의 세상에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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