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로드(The Lord)-179화 (179/250)

179. 연구 시작 ― 2

* * *

사흘 동안의 접속 제한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난 다시 게임에 접속할 수 있었다.

재시작 위치는 내가 마계에 가기 전에 저장한 서대륙의 라이프 스톤.

게임 시간으로는 9일 만에 접속한 난 제일 먼저 첫 죽음으로 인해 잃은 것들을 체크해 보았다.

일단 당연히 레벨과 몇 개의 스킬 숙련도가 떨어졌다.

그리고 아이템도 몇 개 사라졌다. 다행히 묵을 소환하기 위해 잔뜩 가지고 다니던 매직 아이템 몇 개가 사라진 것이라 큰 타격은 아니었다.

레벨과 각종 숙련도 역시 만 8천에 가까운 유저들을 잡으며 꽤 많이 올려놓았기 때문에 정확히 체크해 보면 오히려 전투 전보다 조금 오르거나 거의 같거나 하는 수준이었다.

다행인 건 중요한 스킬들의 숙련도는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나마 가장 아까운 숙련도가 패시브 스킬인 ‘포이즌 마스터리(하이 마스터)’의 숙련도였다.

대략 20 정도의 숙련도가 하락해 하이 마스터 등급에서 마스터 등급으로 떨어졌지만 아주 중요한 스킬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번 전투에서 전투 관련 스킬들의 숙련도가 크게 오른 것을 감안하면 아주 큰 손해는 아니었다.

그밖에 PvP 포인트는 엄청 올라 있었다.

정보 길드 출신 떨거지들을 처리하며 10위권까지 올랐던 통합 PvP 포인트 랭킹이 다시 20권으로 떨어졌었는데 이번 전투 한방으로 무려 2위로 복귀해 버렸다.

그것도 1위랑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2위였다.

결론을 내리자면 이번 죽음의 피해 중에서는 한계가 있는 생명 중 한 개를 쓴 것과 9일 동안 접속을 하지 못한 게 가장 큰 피해였다. 하지만 그것들은 어쩔 수 없는 것들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대강 피해 정도를 모두 살펴본 난 마지막으로 내가 얻은 ‘최강의 학살자’ 타이틀을 확인해 보았다.

타이틀 [‘최강의 학살자’]

당신은 인간인가?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해 보이는 학살을 감행한 당신, 이제 당신의 몸에 엉겨 붙은 수많은 그 피의 흔적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당신은 학살자가 되었다. 그 누구도 당신의 학살을 능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당신의 몸에서는 혈향(血香)이 계속해서 흘러 나온다.

스킬: 없음.

능력치: PvP의 경우―[모든 공격력이 30% 증가하고 방어력이 50% 증가한다. 또한 모든 종류의 스킬 시전 속도가 30% 증가한다.]

특수효과: PvP의 경우―[레벨 차이가 50 이상 나는 유저들은 알 수 없는 기세에 눌려 공격 속도와 스킬 시전 속도가 10% 느려진다.] [레벨 차이가 100 이상 나는 유저들은 알 수 없는 기세에 눌려 공격 속도와 스킬 시전 속도가 20% 느려진다.] [레벨 차이가 200 이상 나는 유저들은 알 수 없는 기세에 눌려 공격 속도와 스킬 시전 속도가 30% 느려진다.][레벨 차이가 300 이상 나는 유저들은 알 수 없는 기세에 눌려 공격 속도와 스킬 시전 속도가 40% 느려진다.][레벨 차이가 400 이상 나는 유저들은 알 수 없는 기세에 눌려 공격 속도와 스킬 시전 속도가 50% 느려진다.]

등급: S급.

이것은 적어도 PvP 시에는 거의 SS급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대단한 타이틀이었다. ‘최초의 드래곤 슬레이어’ 타이틀과 번갈아 사용하면 아주 좋을 것 같았다.

이 타이틀도 아주 훌륭했지만 또 하나 나에게 좋은 소식이 있었다.

그건 바로 라르엘과 묵의 성장이었다.

라르엘과 묵은 비록 중후반까지만 활약하다가 역소환되었지만 그때까지는 완벽하게 활약했다.

그래서일까?

녀석들은 상당한 성장을 이루어냈다.

라르엘은 이젠 거의 최상급 환수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의 존재감을 내뿜었고, 묵은 무려 50여 개의 고대의 비밀을 흡수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라르엘보다 묵이 훨씬 많이 성장했다.

워낙 많은 것을 흡수해서일까?

묵은 잠시 자신을 소환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흡수한 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 조금 시간이 걸린다며 그때까지 아공간에 있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좋은 타이틀을 얻고 내 대표 소환수 녀석들도 엄청 성장했다. 이 정도라면 이번 전투에서 내가 손해 본 건 별로 없는 것 같았다.

물론 가장 소중한 세 개의 생명 중 한 개를 잃었지만 그래도 다른 손해는 전혀 없었다.

불행 중 다행이라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피해를 확인하고 타이틀까지 확인을 끝낸 난 고민하지도 않고 곧장 바람의 이동 스킬을 이용해 보헤닌의 내 연구실로 날아왔다.

한시라도 빨리 ‘다크 스타’를 연구하고 싶었던 난 모든 일을 제쳐 놓고 일단 연구실로 오는 게 먼저였다.

아, 그전에 몇 가지 중요한 일을 처리했지만 그건 연구실에 와서도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렇게 몇 가지 일을 간단하게 처리하고 곧바로 ‘다크 스타’를 꺼냈다.

내 막힌 연구를 도와줄 ‘다크 스타’. 사실 현재 내가 막힌 부분은 ‘마력 증폭 회로’였지만 문제는 이것 하나만 있는 게 아니었다.

마갑과 자이언트는 알면 알수록 정말 놀라운 마도공학의 집결체였다. 특히 마나 엔진이라 불리는 마갑과 자이언트의 심장과 같은 부품은 현존하는 ‘The One’의 모든 학문이 집대성된 물건이었다.

보통 이 마나 엔진은 마갑에 간단한 보조 엔진이 들어가고 자이언트에 주 엔진이 장착되었다.

그런데 아수라는 조금 달랐다.

아예 마갑에서부터 주 엔진을 사용했다.

그렇기에 더욱 힘들게 만드는 중이었다. 특히 마갑의 마나 로드(마력 전달관)들이 주 엔진의 파워를 견딜 수 있을 정도로 만드는 게 쉽지 않았다.

자이언트는 덩치가 컸기 때문에 마나 로드의 크기 자체가 늘어나며 그 문제가 해결되었지만 마갑의 마나 로드는 아무리 크기를 늘려도 직경 10㎜가 한계였다.

효율을 생각하면 10㎜도 아닌 4∼6㎜로 만드는 게 가장 좋았다.

그래서 난 일단 마나로드를 최대한 크게 만들되 그 마나 로드의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었다.

그밖에도 내부 장갑에 새겨진 대마법 방어진과 오러 방어진이 서로 충돌을 일으키는 부분이나 관절 부근에서 발생하는 마력 누수 현상 등도 모두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었다.

난 이런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매우 뛰어난 마갑이라고 소문난 이 ‘다크 스타’를 해체해 보아야 했다.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마갑 내부에 교묘하게 숨겨져 있을 자이언트 소환 마법진을 작동시켜 ‘다크 문’이라는 자이언트도 살펴볼 생각이었다.

이래저래 할 건 많았다.

하지만 급할수록 더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차근차근 일을 진행할 필요가 있었다.

“휴∼”

한 번의 심호흡으로 어느 정도 여유를 되찾은 난 천천히 다크 스타를 특주 제작된 틀에 고정시켰다.

그러고 나서 내가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다크 스타’의 외부 장갑을 조심스럽게 하나씩 뜯어내는 일이었다.

본격적인 연구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하지만 난 흘러가는 시간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다크 스타’를 해체하고 분석하는 것에만 집중했다.

외부 장갑에 새겨진 복잡한 방어 마법진부터 시작해서 복잡한 내부 구조까지 단 하나도 놓치지 않고 열심히 살펴보았다.

과연 S급 마갑이란 것일까?

확실히 난 ‘다크 스타’를 해체하고 분석하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특히 그동안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것들을 확실히 내 머릿속에 새겨 넣을 수 있었다.

이렇게 내가 하나하나 배워 나갈 때마다 아수라 역시 업그레이드되고 있었다.

물론 기본적으로 SS급 마갑의 설계도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아수라였지만 그건 단지 이론으로만 존재하는 설계도일 뿐이었다.

아수라는 실제로 존재하는 마갑인 ‘다크 스타’를 통해 점점 현실적인 마갑으로 변해가는 중이었다.

“그래, 여기서 코어를 이중으로 만들고 다시 그것을 하나로 묶어서 회로에 장착시키면 되는 것이었어.”

난 고개를 끄덕이며 드디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기 시작한 ‘마력 증폭 회로’를 바라보았다.

쌓여 있던 문제가 하나씩 해결되어 가기 시작하자 한동안 지지부진하던 아수라 프로젝트의 진행 속도도 빨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었다.

궁극적으로 아수라 프로젝트가 완성되려면 이 마갑 아수라를 통해 자이언트까지 소환할 수 있어야 했다.

그리고 자이언트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마나 소울(Mana Soul)’이라는 것을 찾아야 했다.

마나 소울은 마갑에 깃든 영혼의 육체였다.

마갑은 자아(自我)를 지닌 살아있는 존재였는데 이 영혼의 육체가 바로 마나 소울이었다.

마나 소울은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진짜 영혼의 육체였다. 그렇기에 마갑 아수라를 만든 후 고대로부터 내려온 맹약의 진을 이용해 아수라와 운명으로 묶여 있는 마나 소울을 찾아낸 후 그것을 마갑의 영혼과 결합시켜야 했다.

그 마나 소울이 자이언트의 핵심이었다.

괜히 자이언트를 부릴 줄 아는 이들을 소울 나이트, 혹은 영혼기사라 부르는 게 아니었다.

이 마나 소울이 존재해야만 자이언트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사실 자이언트는 제작하는 것이 아니었다. 자이언트는 보통 마갑의 확장판이었고, 기본적으로 마갑의 영혼이 마나 소울을 이용해 강력한 에너지가 실체화된 것이라 할 수 있는 자이언트를 아공간에서 완성시키기 때문에 엔지니어가 관여할 건 거의 없었다.

적어도 내가 알기론 그랬다. 애초에 고대에 존재했던 엔지니어들이 ‘자이언트는 신이 직접 내린 신기(神機)이다’라고 말했던 것만 봐도 자이언트가 엔지니어의 영역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쨌든 이러한 모든 과정이 끝나며 자이언트까지 만들어져야만 아수라 프로젝트가 완전히 끝나는 것이었다.

물론 맹약의 진이라는 건 내가 임의로 그릴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내가 여러 군데에서 찾은 기록에 따르자면 맹약의 진은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나타난다고 했다.

결국 난 마갑을 만들고 때가 될 때까지 마갑을 사용하며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이런 걸 보면 아수라 프로젝트의 마무리는 아직 멀고도 멀었다.

하지만 적어도 이젠 예전처럼 꽉 막혀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점은 등장하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계속해서 노력하고 연구하면 조금 더디더라도 아수라는 분명 조금씩 완성된다는 뜻이었다.

결국 남은 건…….

피나는 노력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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