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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로드(The Lord)-173화 (173/250)

173. 마계의 파수꾼 ― 1

* * *

자이언트.

강철 거인, 강력한 힘의 상징.

마갑을 능가하는 파워!! 물론 마갑과 다르게 구동 시간이 정해져 있어 무작정 사용할 수 있는 무구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그것을 사용하는 그 순간만큼은 아주 강력한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워낙 강력해서일까?

아무나 자이언트를 사용할 수는 없었다.

소울 나이트, 또는 영혼기사라 불리는 이들. 오로지 그들만이 자이언트를 소환하고 조종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마혼은 내 눈앞에서 자이언트를 소환했다. 그리고 거기에 탑승했다.

일개 몬스터가 자이언트를 조종한다?

이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무리 등급이 낮은 D급의 자이언트라고 해도 거의 두 배에 가까운 공격력과 방어력 증가를 기대할 수 있었다.

물론 풀파워로 가동했을 경우이고, 그럴 경우 구동 시간은 더욱 짧아지겠지만 어쨌든 그만큼 강력하다는 뜻이었다.

D급이 그러한데 S급은 더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마혼이 자이언트에 탑승한 이상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상대가 되었다.

나 역시 강해졌지만 마혼은 더욱 강해졌다.

이건 정말 불공평한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방법은 하나, 자이언트의 가장 큰 약점인 지구력으로 승부를 봐야 했다.

기껏 비장의 한 수를 사용해 초인의 거력을 얻었건만 지금 내가 해야 하는 일이 도망 다니는 일이란 것이 짜증났다.

하지만 사실 도망 다니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저 눈앞에 보이는 강철 거인이 생긴 것처럼 둔하게 움직이는 건 절대 아니었다.

빠르고 강력하다.

적어도 구동 마력이 남아 있는 자이언트는 절대 느리지 않았다.

덕분에 난 죽어라 움직이며 자이언트의 공격 범위에서 계속 벗어났다.

꽈과과과광!

단지 주먹질 한 방으로 주변 10m를 초토화시키는 자이언트의 파워.

무시무시했다.

하지만 버텨야 했다.

이대로 정면 대결을 하는 건 무리였고, 무조건 놈의 공격을 피하며 자이언트의 구동 마력이 전부 다 소진될 때까지 버텨내야 했다.

‘S급 자이언트라고 예상했을 때 풀파워로 구동 가능 최대 시간은…… 30분 정도. 젠장…….’

30분 이상을 버텨야 한다는 얘기였다.

만약 마혼이 지금처럼 마구 파워를 남발하지 않고 중간에 조절이라도 한다면 30분 이상, 한 시간을 넘게 버텨야 할지도 몰랐다.

S급 자이언트를 상대로 맨몸으로 한 시간 이상을 버티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이었다.

그나마 내가 일반 유저가 아니기에 도전이라도 가능한 것이지 일반 유저였다면 그냥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좋을 정도였다.

‘그래도 해 본다!!’

어차피 방법은 없었다.

이왕 이렇게까지 된 이상, 허무하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자이언트와의 나의 대결.

그것은 그 옛날 골리앗과 다윗의 대결과 흡사했다.

물론 나 역시 다윗처럼 승리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

* * *

찌지지직!

허공을 갈기갈기 찢는 것 같은 느낌.

자이언트가 내뿜은 거대한 오러 블레이드는 단지 스치기만 해도 그대로 몸이 뒤틀릴 것 같았다.

난 온 힘을 다해 옆으로 몸을 돌리며 들고 있던 방패를 가슴에 밀착시켰다.

드드드드득!

방패를 아주 살짝 스치고 지나가는 오러 블레이드!

정말 살짝 스쳤을 뿐인데 방패가 부서질 것 같은 충격이 온몸으로 전해졌다.

“크윽.”

거의 한계에 다다른 몸 상태.

벌써 40분이 넘게 놈을 상대했지만 놈은 아직도 여전히 자이언트를 조종하고 있었다.

그와 반대로 난 버프 능력들이 모두 사라지며 더욱 힘들어졌다.

앞서 30분은 그런대로 버프 능력들로 인해 버틸 만했다. 가끔은 역습을 할 정도로 충분히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그 뒤로 이어진 10분 동안은 정말 몇 번의 큰 위기를 넘기고 몸이 만신창이가 되었다.

이대로 10분만 더 자이언트와의 전투가 이어진다면 아마도 난 바닥에 쓰러져 있을 것이다.

그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

“헉헉…….”

그나마 희망적인 건 자이언트의 움직임이 점점 느려진다는 점이었다.

이건 바로 자이언트의 구동 마력이 거의 바닥났다는 증거. 난 그래서 억지로 버티고 또 버티는 중이었다.

치익!

오러 블레이드가 빗나가자 이번엔 그대로 그 커다란 발을 나를 향해 들어 올렸다.

단순한 발차기 공격 같지만 이 공격은 오러 블레이드 공격만큼이나 위력적인 것이었다.

막으려고 했다간 방패를 든 상태 그대로 납작해질 수 있었다. 난 유수행을 극성으로 펼치며 오히려 자이언트 쪽으로 한 걸음을 내디뎠다.

꽈광!

허리를 숙이고 전진하던 내 머리 위를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간 자이언트의 발은 땅바닥에 꽂혔다.

그에 반면 난 자이언트의 등을 잡았다.

역습의 기회였다.

스킬 조합, 태산벽(泰山壁)+몸통 박치기+금강불괴공(金剛不壞功)

금강철벽(金剛鐵壁)!!

꽝!

난 내 어깨로 자이언트의 등을 받아버리며 그 탄력을 이용해 거리를 다시 벌렸다.

아니, 벌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어느새 내 어깨를 잡은 자이언트. 놈은 가증스럽게도 고의로 나에게 틈을 보였던 것이다.

내가 역습하기를 기다렸다가 그것을 오히려 자신의 기회로 만든 놈. 정말 무서운 녀석이었다.

우득!

“크윽!!”

어깨뼈를 부숴 버릴 듯 강하게 낚아챈 자이언트.

그리곤 곧장 다른 쪽 한팔을 들어 올렸다.

츠츠츠츠츳!

모여드는 오러!

이대로라면 이 오러 블레이드 한 방에 끝장이 나버릴 상황이었다.

‘위험하다!’

이대로 허무하게 끝날 순 없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

특수 스킬, 역혈천마대법(逆血天魔大法)!!

꽝!

몸 안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며 정말 내가 쓰지 않으려고 했던 마지막 힘의 봉인이 풀렸다.

역천의 힘.

그래서 더욱 위험한 힘.

이 힘이라면 충분히 자이언트에 대항할 수 있었다.

콰득!

역천의 힘을 얻은 난 곧장 내 어깨를 잡은 자이언트의 팔을 양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몸을 돌리며 그 팔을 잡아당겼다.

우드드득.

그 순간 어깨뼈가 부서지는 느낌이 났지만 이 위기를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그 정도는 감수해야 했다.

“크아아아아아!!”

고통을 참으며 한쪽 다리를 이용해 자이언트의 오른발을 쳐올렸다.

온몸의 힘을 한순간에 쏟아부으며 난 이 커다란 강철 거인을 허공으로 띄웠다.

모든 체술의 오의가 녹아 있는 강력한 태풍 메치기의 한 수.

역청의 마력이 한줄기 강력한 소용돌이를 만들며 자이언트를 휘감았다.

그리고 그대로 땅바닥에 꽂아버렸다.

콰과과광!

누가 감히 상상이나 했겠는가?

나 역시 자이언트를 상대로 태풍 메치기를 할 것이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저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펼친 생존을 위한 기술이었을 뿐이다.

쿠구구궁!

하지만 내 공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역천의 힘은 언제까지나 계속해서 쓸 수 있는 그런 힘이 아니었다.

이 힘이 내 몸 안에 존재할 때 끝장을 봐야 했다.

그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난 태풍 메치기로 놈을 땅바닥에 꽂아버린 그 순간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땅바닥에 쓰러진 자이언트를 향해 움직이는 손.

한쪽 어깨를 심하게 다쳐 양손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했지만 그 와중에서도 난 묵혼사를 꺼내 놈에게 던졌다.

“끝을 보자!”

스킬 융합, 상급 와이어 기술, 천라지망(天羅之網)+천지조화(天地造化)의 술(術), 천라지망(天羅地網)+상급 마법, 페럴라이즈(Paralyze)+테이밍기술, 제압술.

천망회회소이불실(天網恢恢疏而不失)

촤르르르르륵!

쓰러진 놈의 몸을 감싸는 묵혼사.

놈은 빠르게 다시 일어나려고 몸부림쳤지만 이 최고의 포박 기술을 쉽게 풀어버릴 수는 없었다.

만약 구동 마력이 많이 남아 있었던 상황이라면 모를까, 거의 마력이 바닥난 지금은 분명 이 기술로 놈을 잠시나마 묶어둘 수 있었다.

드득! 드드득!

요동치는 묵혼사.

하지만 아직은 버틸 수 있었다.

난 몸부림치는 놈을 보며 계속해서 다음 공격을 준비 중이었다.

놈에게 선물한 기술은 내가 알고 있는 최강의 대인 마법이었다.

바쁘게 움직이는 손.

그 마법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지만 지금 묵혼사가 그 시간을 벌어주는 중이었다.

스으으으으으!

모여드는 마력.

캐스팅이 거의 완성되었다.

“이거나…….”

화르르륵!

불꽃이 만들어졌다. 지옥의 겁화(劫火)!!

헬 파이어의 불꽃이다.

“먹어라!!”

파아아아아!

강력한 화염이 자이언트를 향해 내뿜어졌다. 천지를 녹일 것 같은 열기를 가진 그 지옥의 겁화가 자이언트를 집어삼켰다.

꽈과과과과과광!

하지만 난 이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상대는 자이언트였다.

“장비 4번.”

스르릉! 챙!

엘레멘탈 블레이드가 손에 잡혔다.

어차피 이제 남아 있는 마력도 얼마 되지 않았다.

스킬 조합, 정령빙의, 셀리스트(Salist)+정령빙의, 운다인(Undain).

연계 발동, 스킬 조합, 정령빙의, 노임(Noim)+정령빙의, 실라페(Silafe).

마지막 남은 마나를 쥐어짜 네 정령의 힘을 불러냈다.

그리고 그 힘을 역천의 힘과 섞어 한 점으로 모았다.

그그그그그그그긍!

역천의 힘과 함께 요동치는 정령의 힘.

그 힘을 엘레멘탈 블레이드에 밀어 넣었다.

마구 떨리는 엘레멘탈 블레이드. 난 그것을 높이 들어 올렸다.

“이걸로…… 끝을 보자!!”

푸욱!

땅바닥에 깊숙이 꽂히는 엘레멘탈 블레이드.

이게 정말 마지막이었다.

특수 스킬 조합, 엘레멘탈 버스터(Elemental Buster) 데몰리션(demolition)!!

쩌저저저저저적!

콰과과과과과광!

헬 파이어에 이어 엘레멘탈 버스터 데몰리션의 마력이 자이언트를 휩쓸었다.

폭발 또 폭발. 난 바닥에 꽂은 엘레멘탈 블레이드를 부여잡고 간신히 서 있었다.

이제 더 이상 공격할 마력도 없었다.

만약 이 공격에서도 자이언트가 쓰러지지 않았다면 그건 내 패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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